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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0 18:13 수정 : 2007.11.20 18:13

정세라 기자

한겨레프리즘

박진영이 돌아왔다. ‘테테테테레 텔 미’ 원더걸스의 사장님인가 했더니, ‘딴따라’로 부활했다. 입담도 여전하다. 미국 음악시장에 진출하려다 ‘야코 죽은’ 얘기에선 웃다가 뒤집어졌다. 한국에선 나름 잘나가는 스타였는데, 미국 음악계 거물의 집을 출입하려니 ‘도둑촬영 금지 계약서’까지 쓰라 하더란다. 집 안에 극장까지 갖춘 대저택에서 소심해진 한국 스타의 마음이 얼마나 졸아붙었을지는 상상이 된다.

7집 ‘백 투 스테이지’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특유의 도발적인 무대에는 물론 오락 프로그램의 게스트 출연에도 눈귀가 쏠린다.

박진영에게는 대중을 홀리는 ‘흥행 포인트’가 있다. 새 음반에는 자신의 춤과 음악 브랜드인 ‘성적인 코드’가 대담하게 흘러넘친다. 비·지오디·원더걸스의 제작 뒷얘기와 ‘맨땅에 박치기’로 시작한 미국 진출기는 솔직한 입담에 실려 잘 팔리는 콘텐츠가 됐다.

그런데 이런 흥행 포인트가 도무지 오리무중인 동네가 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 창립 99돌 기념식이 열렸다. 정치 계절답게 초대 손님은 대선후보였다. 정동영 후보가 바쁜 시간을 쪼개 연사로 나섰고, 이명박 후보는 대선 공약을 지휘하는 김형오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대신 보냈다. 이날 주수호 의협 회장은 “전문가가 제대로 대우받게 하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며 기념사의 포문을 열었다. 현 의협 집행부는 ‘의료 사회주의가 의료를 퇴보시키고 의사들의 전문성을 훼손했다’고 지난 10년을 평가하는 참이다.

이를 해명해야 했던 정 후보는 연단을 이어 받아 머리를 숙였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민주개혁 정부가 의사 선생님들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며 “정책도 정책이지만 자존심을 받들어 드리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의약 분업 등을 추진하면서 빚어진 정책 갈등에 대한 두루뭉술한 사과다. 물론 잔칫집에 온 김에 좋은 말로 운을 뗄 수는 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이후로도 보건의료와 관련해 도무지 자신의 정책 코드를 꺼내 보일 생각을 안 했다. 보건의료 공약을 들으려고 후보를 초청한 자리였건만, 강연의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는 다소 한가하게 들리는 ‘동북아 평화 시대’로 흘러갔다. 정작 관심사였던 보건의료 공약 얘기가 나오는가 싶더니, ‘소통을 잘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는 한마디로 끝내 버렸다. 소신 있는 도발도 없었고, 공약 콘텐츠는 더욱이 부실했다. 연단 아래 의협 회원들은 무감동한 표정으로 형식적인 박수만 보냈다.

이 후보 쪽은 그나마 보건의료 공약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선보인 정책 코드는 결국 ‘다 잘하겠다’로 귀결되는 모양새였다. 정치적 형평과 경제적 효율의 균형을 잡겠다는데, 그 균형점이 어디인지는 도무지 솔직하지가 않다.

보건복지 정책은 선거철에 솔직하기 어려운 분야다. 표를 생각하면 기존에 주던 혜택이나 권한을 축소·철회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선심성 공약만 슬쩍슬쩍 흘리는 게 안전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코드를 슬그머니 감추고 정책 논쟁을 실종시킨다면 애써 연단 아래 모인 관객들을 하품나게 할 따름이다.

최근 방송 시청률이 박진영 효과로 들썩인다고 한다. 하지만 대선판은 자신만의 코드와 콘텐츠로 대중을 끌어들이는 흥행 노력이 도무지 부실하다. 선거가 한 달이 채 안 남았는데, 여태 후보들끼리 정책 맞장 토론 한번 없는 상황이다. 대체 내가 누구를 찍어야 할지 당신의 정책과 공약을 ‘테테테테레 텔 미’ 해주기 바란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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