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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5 18:23 수정 : 2007.07.05 21:01

정석구 경제부문 선임기자

한겨레프리즘

그의 말투는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미국의 빅3(지엠, 포드, 크라이슬러)는 죽어도 일본 자동차를 못 따라온다.” 2년 전 도쿄에서 만난 닛코시티증권의 한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는 ‘빅3’의 퇴조를 단정적으로 예언했다. 그 뒤 2년 만인 올 1분기에 지엠은 76년 동안 지키고 있던 세계 1위 자리를 일본 도요타에 넘겼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어떤가. ‘빅3’도 쇠락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살길을 찾아가고 있는가. 대답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현대차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문제는 현대차의 경영 행태에서 비롯된다. 정몽구 회장은 1999년 자동차사업을 맡기 전까지 컨테이너나 공작기계 등을 만드는 현대정공에서 잔뼈가 굵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시장을 상대해야 하는 자동차 사업의 특성과는 다른 경력을 쌓아온 셈이다. 평생 소원이던 자동차 사업을 넘겨받자 그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공세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미국, 중국, 동유럽 등 전세계에 현지 공장을 지었다. 현지 공장을 세울 때는 투입 비용과 장기적인 수익 전망뿐 아니라 우리와 다른 문화에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단기적인 이익만을 보고 성급하게 달려들다가는 기술과 인력만 빼앗기고 고전할 수 있다. 의욕적으로 진출했던 중국 시장에서는 신차 개발 능력 부족 등으로 벌써부터 밀리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2004~5년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등 모든 게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환율 방어 덕을 본 측면이 컸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실력인 것처럼 착각했다. 환율이 떨어지자 현대·기아차의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보이고, 현대차의 수익 규모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5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현대제철 투자도 관심거리다. 자기 공장에서 직접 자동차용 철강을 만들어 쓰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다. 아웃소싱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고, 세계적인 흐름이 그렇게 가고 있다. 제철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잘못되면 현대차 경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임원 인사도 너무 잦다. 매년 연말·연초에 정기 인사를 하는 다른 그룹들과 달리 사장과 임원들이 수시로 바뀐다. 조직을 긴장시키면서 생산성을 높이는 인사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 보면 불안하기 그지 없다.

가장 문제되는 것이 기술력이다. 그 중에서도 유해가스 배출량이 적으면서 연비가 높은 친환경 자동차 생산 기술이 관건이다. 도요타는 이미 10년 전인 1997년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의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5월 말까지 총 판매량이 100만대를 돌파하며, 단일 차종으로는 지난 5월 미국 시장 판매 9위에 올랐다. 현대차의 실상은 초라하다. 여전히 상업 생산을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고, 이제 겨우 시제품 생산 단계에 있다.

노사관계도 큰 틀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연례 행사화된 노조 파업도 문제지만 파업 때마다 불법·정치 파업으로 몰아가는 정부와 경영진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직간접적으로 생계를 걸고 있는 사람만 해도 줄잡아 2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현대차의 앞날은 우리 경제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더 늦기 전에 기본으로 돌아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걱정이다.

정석구 경제부문 선임기자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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