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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21 21:42 수정 : 2017.07.21 21:57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

요즘처럼 찌는 더위에는 지리산 물에 발 담그고 계곡바람에 초록의 산들 사이로 푸른 하늘을 눈이 시리도록 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지리산을 찾았다. 경기 연천 돌도끼 주민여행사와 시흥 동네여행과 함께 마을여행 탐방을 위해 ‘지리산 여행 협동조합’을 찾아갔다. 지리산 산내면에는 실상사뿐만 아니라 지난 십여년 동안 귀촌, 귀농 사람들이 뿌리를 내려 약 40여개의 크고 작은 모임들이 있다. 다른 농촌마을과 달리 이 마을은 귀농, 귀촌한 주민들이 많아서 초중고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소문으로만 그곳에서 지내고 있다고 알려진 친구들이 더러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갈 수도 없던 차에 ‘지리산 마을협동조합’이 3년 전에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나선 길이다. 실상사 입구 부근에 마을 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이음’ 사무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부근에 여러 모임들의 사무실과 가게들이 주욱 있었다.

‘지리산 여행 협동조합’의 조창숙 이사는 우연찮게 티브이 방송에서 실상사 대안공동체와 귀촌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무조건 내려온 지 10여년이 지났다고 한다. 그는 “귀촌한 지 10여년이 되니 아이들끼리도 서로 잘 알고 지내고, 동네 일이라면 모두가 팔 걷어붙이고 일을 해요. 풍족하지는 않지만 삶의 여유가 있어서 행복해요”라고 말한다. 하는 일도 참 많다. 지금은 실상사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마을신문 기자로 신문을 만들고 사람들이 찾으면 지리산 여행 진행도 한다. “아직은 동네에서 나이가 어린 축에 들지만 언젠가는 마을 이장이 되는 게 꿈”이라며 큰 웃음소리를 내는 게 장난인지 진심인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 희망이 이뤄지길 바라면서 함께 행복했다.

저녁에는 협동조합 이사회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를 놓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여행, 특히 마을여행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처음에는 여행자들이 저희에게 마을여행을 기획하고 안내를 의뢰하면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의아해하더라고요. 저희도 적절한 비용 산출과 운영을 할 줄 몰라서 힘들어했고요. 그래서 최근에 문을 닫을까 했는데, 요즘 갑자기 여행기획을 묻는 전화가 많아져서 문 닫는 것도 쉽지 않구나 하고 있어요.” 소탈을 넘어서 솔직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공감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여행 협동조합을 꾸려서 뭐가 좋은지 물었다. “뭐 다른 거 없어요. 동네의 크고 작은 모임들을 잇고 자연과 마을을 잇는 일이 마을여행이라고 생각해요. 마을여행을 기획하면서 서로가 더 잘 알게 되고 흩어진 힘을 모으는 것이 마을여행이더라고요.” 낮에 여행 탐방으로 들렀던 카페 토닥에서 놀던 아이들과 청춘식당 ‘마지’를 후원하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 그리고 실상사 풍경이 자연스럽게 꼬리처럼 떠올랐다.

지난주에는 서울 은평구에서 마을여행 강좌를 요청하길래 주최 측에 은평구 관련 지도를 부탁했다. 은평구 관광지도와 함께 마을의 크고 작은 기관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도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공동체마을 여행 그리기를 통해서 지역자원들을 연결하는 선을 만들고 실제로 방문했다. 성북, 노원, 도봉, 강북구가 함께하는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마을여행 프로그램에서도 주민들은 숨은그림찾기처럼 보석 같은 이야기와 장소를 찾아내었고 조만간 ‘마을여행 사업단’을 만들겠다고 한다. 옛말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제아무리 각자가 좋고 훌륭해도 서로를 잘 이어야 마을살이가 된다. 마을여행으로 마을을 이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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