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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0 20:37 수정 : 2010.01.23 12:29

각하는 대타 폴리틱을 사랑해.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이건희 회장 사면, 원전 수주, 정운찬 총리 최근 행보 초간단 요점정리

간만에 복귀다. 하여 오늘은 그간 메일함에 수북이 쌓인 각종 시사민원 중 개별 사안으로서의 시의성은 좀 처진다만 지난 2년간 그리고 향후 3년간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으며 또 벌어질 일련의 대규모 요해불가현상의 연장선상에 있다 싶은 놈들만 몇 선별해, 속성요약 버전으로다가 정리 좀 하고 가도록 하자. 그래야 또 다음 진도 나갈 때 마가 안 뜬다. 담 주에는 연애, 생활 쪽으로다가 누적된 것 중 실한 거 몇 개 요약 정리하기로 하고. 자, 가 봅시다.

Q 1. 그렇게 법과 질서 강조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 회장을 어떻게 그리 간단하게, 더군다나 단독으로 사면을 해줄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이명박 시대의 법치란 갈치, 꽁치와 같은 어류를 칭하는 것으로서, 멀쩡한 강바닥을 각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대거 하청 준설하고 그 물길을 콘크리트 보로 가둬 부영양화된 대운하 수로 속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알려진, 녹색 괴어다.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어라. 그게 정신건강에 이롭니라.

2. 한쪽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성사시킨 건국 이래 최대의 계약이라고 하고 또 한쪽에선 액수도 과장이며 남는 장사도 아니라 폄훼하는, 원전 수주를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 정도 규모면 애초 수주자만 노나는 계약이란 없는 법이다. 발주자가 바보일 리가 없잖나. 그러니 그런 계약엔 으레 허실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그 계약에 대한 평가절하의 진짜 이유는 원전 수주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 공을 각하 혼자 다 날름 섭생하시겠다는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하도 목불견인데다 실제로는 186억인 것을 200억으로 퉁 치고 그것도 부족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향후 60년 장기 운영계약의 추정치까지 미리 태워 400억으로 그 업적을 과도하게 튀기기 하신 것에, 관전자들의 밸이 꼴려 그런 거니라.

게다가 하마터면 파투 날 뻔한 판을 각하께서 친히 출동하시어 고도리로 일거에 나신 줄로만 알았더니만 벌써 2주 전에 다 쇼당 난 판이었다는 거 아니니. 결국 긴급 장거리 출장은 원자력 수출의 미래를 건 담판이 아니라, 연말 마지막 일요일 9시뉴스 단독출연의 찬스를 위한 페이크였다는 거 아니니. 하여튼 이 정권은 어찌나 북도 치고 장구도 치며 자신을 위한 나발을 그렇게 스스로 불어대는지, 약장수 정권이라 칭함에 부족함이 없다 하겠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일부 언론들이 그걸 또 얼마나 다정도 병인 양하며 빨아주시는지, 최근 청와대에서 비데를 다 제거했다는 첩보가 접수되고 있느니라.

하여튼 해당 해프닝의 정확한 사건기록명은 원전수주가 아니라, 원전 수주 확정 2주 은폐사건이니라. 그리 접수하면 대략 큰 문제는 없다 하겠다.


3. 개인적으로 호감이 많았고 또 한때 유력한 대선 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정운찬 총리에 대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 그분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는 걸까요?

접거라. 왜냐하면 말이다. 그 바닥에선 한번 그리 들어선 이상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알려진 코스에 이미 올라버리셨느니라. 그것이 어떤 트랙이냐. 세종시 뭇매 대신 맞는 몸빵의 길. 각하께서 친히 깔아주셨지. 아니 그 대타 제안을 뭐가 좋다고 콜을 했을까. 원래 사기는 당하는 자의 협조 없이는 성립이 안 되는 법이니라. 압축 초고속 성장하고픈 제 욕심에 스스로 눈이 멀었단 소리 아니겠나. 하여 적어도 대타는 자신이 대타인 건 알고서 타석에 선다만 정 총리는 오로지 자신만 그걸 모른 채 그 샌드백의 신세를 자초한 것이라 봐야지. 그런 의미에선 더미 총리라 할 수 있겠다. 그 왜 자동차 충돌 실험 때 사람 대신 집어넣고 박살 내는 더미 있잖니. 더미가 자기가 더미인 줄 알 리가 없지.

원래 각하께서 이 대타폴리틱을 무척이나 선호하신다. 해서 정치판 주요 배역들의 액션은 뒤에서 연출도 하시고 또 친히 결재도 하시니라. 정몽준 대표 봐. 그분이 명색이 대표인데 뭐 하나 제 손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잖아. 업자 용어로는 바지사장이라고 하는, 귀한 신분이시지. 결재권 없는 명의대여 사장. 노숙자들이 호구지책으로 지원하는 자리지. 본인은 이런 걸 가게무샤 정치라 부른다. 나는 귀해서 살아야겠으니 나 대신 니가 화살 맞고 뒤지도록 하라, 정치. 그러니 정 총리가 살아 돌아올 리가 있겠나.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그럼 부담 되는 정치적 상황이 곧 전개될 양상인데 적당한 대타가 없을 때는. 그럴 경우 각하께선 증발정치를 즐겨 구사하신다. 사건 현장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오뎅 자시거나 아예 조용히 뜨신다. 해외로. 우리 각하께선 그렇게 희대의 옥체보존술법 달인이시다. 대한민국 만세.

PS. 근데 말이지. 정 총리에 관해선 거꾸로 내가 궁금한 게 있어요. 대체 정 총리에 대해 뭘 알아서 대선 후보로 호감을 가지고 했을까. 그분이 한 게 없잖아. 물론 공부 잘하셨고 대학 총장 하셨지. 근데 그게 뭐. 그러니 실망할 것도 없다 이거지. 이제야 최초의 정보들이 축적되기 시작한 것일 뿐. 이상.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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