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과 허경영은 백중세.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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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여름방학 특집 시사탐구생활 마지막회
대운하, 4대강 살리기 등 식지 않고 계속되는 논란들, 뭐가 뭔지 깔끔하게 정리 좀 해주세요
최근 폭증하고 있는 요해 불가요 이해 난망인 각종 시사 사건들을 위한, 여름방학 특집 시사탐구생활 고삐리 면학지도, 그 마지막 상담.
Q 1. 대운하가 4대강 살리기로 바뀌었잖아요. 근데 사람들은 그게 결국 대운하라고도 하던데, 뭐가 뭔지 설명 좀 해주세요.
A 마지막이니 이 대운하 정도는 끝을 내줘야겠군. 이야기가 종횡무진 스펙터클하니 잘 따라와야 해. 자, 가자.
본 교사, 무명시절의 허경영 총재, 몇 번 알현한 적 있어. 허 총재, 자신의 아시아연방대통령 취임을 비롯해 예언 참 많이 하셨지. 한번은 원이 곧 아시아 공용화폐가 된다는 거야. 그 이유, 묻고 말았지. 부끄럽게도 믿음이 부족했던 게야. 이렇게 답 주셨어. 중국은 위안, 일본은 엔, 그 발음 중간이 뭐냐. 원. 그래서 원이다. 그 명쾌함에 내 꼬추는 혼절을 하고 말았지. 또 물었어. 어찌 그런 신통력이…이리 답하셨지. 아침마다 블랙홀로 들어갔다 화이트홀로 나오는 길에 잠시 웜홀에 머문다. 그때 영상이 펼쳐진다. 아, 그 극한의 정신줄 공중부양 상태. 탄식했지. 그날 이후 본 교사, 웜홀 명상에 용맹정진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러던 며칠 전이었어. 충격적 웜홀 영상을 목격했지. 다음은 그 체험록.
웜홀 진입하자 내 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군. 여가 어딘가 하는데 갑자기 등 뒤서 뭔가 쿵 하고 부딪히는 거야. 돌아봤지. 통나무배야. 물에 젖은 커플이 탔더군. 문득 나도 통나무배 위란 걸 깨달았지. 그 뒤쪽으론 경사진 수로가 보였어. 연이은 비명소리. 뒤쪽서 또 다른 배가 낙하하더군. 대체 여가 어디란 말인가. 두리번거리다 보니 수로 꼭대기쯤 간판이 눈에 들어오더군. 대.한.랜.드. 앗. 그러고 보니 수로가 4갈래. 그렇다면. 잽싸게 내 통나무배 옆구릴 살폈지. 녹색 페인트로 적혀 있더군. 대.우.나.관.광. 순간, 웜홀을 빠져나왔지. 난 그렇게 시대의 비밀, 대운하의 정체를 목격하고 만 거야.
그것은 바로 후룸라이드! 쿠궁.
콘크리트. 인공 수로. 유람선. 낙차. 갑문. 리프트. 위락시설. 국민관광. 키워드의 완벽한 매치. 상식으론 도저히 요해 안 되던 각하 머릿속이 그제야 그려지더군. 인공 수로 만들고 거기 배 띄워 돈 벌 궁리. 딱 그 수준. 그 비전이란 게 고작 그렇게 놀이공원에 후룸라이드 설치하는 상업적 토목판타지 정도에서 한 발자국도 더 못 나간 거라고. 전 국토의 생태 물길을 갈아엎어 시멘트 인공수로 만들겠단 폭력적 상상력의 본질이 그거라니까. 녹색이니 하는 건 하도 반대하니 쫄따구들이 갖다 붙인 거고. 본 교사 주장의 근거가 뭐냐. 웜홀이다 왜. 까놓고 이야기해서 22조 때려 붓는 근거가 달랑 각하 머릿속 그림 한 장 아닌가. 그거 아무도 못 말려 졸지에 강바닥 파내는 거 아니냐고. 그거나 웜홀이나. 하여 각하와 허 총재의 웜홀 명상력이 백중세라는 데 오백원 걸며, 이에 목격자 진술을 마치는 바이다.
2. 김대중 전 대통령 영결식이 잘 진행된 게 맞나요?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왜 영결식장에서도 자꾸 혀를 날름거려요? 잘, 해치운 거지. 정권 입장에선. 영결식에서 안장식까지, 대중의 감정이입 접점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서울광장서 2분이 채 안 되는 이희호씨 연설이 접점의 전부였으니까. 본 교사는, 시작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영결식장에서 종이모자라니. 잠실야구장인가. 그늘이 필요했다면 대형 캐노피, 설치했어야 했어. 미리 생각 못했다면 식 중 최소한 한 번은, 전원 탈모해 예를 갖췄어야 했고. 전두환, 김영삼은 끝까지 탈모 않더군. 뭐 그들로부터 진심을 기대하는 자체가 난센스긴 하지. 추모 영상도 마찬가지. 김대중을 어찌 재임 시절만으로 온전히 말할 수 있나. 빈자리도 너무 많았어. 행정안전부 초청 문자만 유효했다고. 유족들과 민주당이 보낸 초청문자론 정문 통과 못했어. 박정희 추모하는데 한나라당 초청 막는다면. 가만있겠나. 김대중 영결식에 김대중 유족이 원하는 이들을 막다니. 하긴 노무현 유족이 원하던 김대중 추모사를 막던 자들이니. 해외조문단 의식도 아쉬웠어. 고작 몇 십초 주더군. 그래선 안 되는 거였어. 손님이라, 거물급이어서, 먼 길 와서가 아냐. 그들과 인연은 그 자체로 김대중의 역정과 우리 근대사를 고스란히 드러내거든. 5분이나 됐던 한 총리의 입에 발린 조사 따위 반 토막 내서라도, 박정희 시절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담당으로 수장 직전의 김대중을 구출한 도널드 그레그 정도에게는, 짧은 조사의 기회라도 줬어야 했어. 왜냐. 김대중은 그 홀로 하나의 체제였거든. 존재 자체로 인권과 민주의 세계적 기호였거든. 위인, 맞거든. 미 현직 장관으론 유일하게 방북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이런 말 한 적 있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탔기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 그 거인이 김대중이야. 도널드 그레그는 그런 말을 했지. 아시아에서 중요한 정치가는 셋밖에 없다. 중국 덩샤오핑, 싱가포르 리콴유 그리고 김대중. 그중 권력 바깥에서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은 김대중이 유일하다.
김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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