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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9:37 수정 : 2009.03.12 14:53

공주병과 마마보이, 국가관리하라!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반명랑 애정행각의 관한 연애학적 고찰 제2탄

Q 1) 5개월 된 여친의 모녀 관계가 문젭니다. 처음엔 모녀 사이가 남달리 좋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매사 엄마가 관여를 합니다. 예를 들어 데이트 중에도 모녀간 전화가 끊이질 않습니다. 어떤 영화 보고, 뭘 먹을 건지 실시간으로 의논합니다. 싫었지만 시비를 걸 순 없었어요. 딸과 엄마 사이니까. 하지만 어느 날 그녀 집에 갔다 여친 신발을 신겨 주는 그녀 엄마를 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으냐. 예쁜 만큼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콧대의 여친과 다투기라도 한 날이면 그녀 엄마에게서 어김없이 전화가 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녀 엄마가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그녀와 엄마를 떼어놓을 수 없을까요?

2) 큰 키에 남자답게 생긴 남친에게 반해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전까지만 해도 데이트하며 먹은 음식을 엄마 준다고 따로 챙겨 가고, 어딜 가든 보고하는 남친을 효자라고만 생각했고, 부모와 관계가 소원한 저로서는 그런 게 보기 좋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결혼 준비 과정에서 너무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남친은 모든 걸 엄마 취향에 맞추려고 했습니다. 하다못해 그릇 하나도 엄마한테 전화해 물어봅니다. 결국 신혼여행지까지 제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엄마가 원하는 곳에 가겠단 말에 전 폭발하고 말았죠. 엄마하고 신혼여행 가라고. 대판 싸운 이후 2주째 전화 한 통 없습니다. 이 결혼, 해도 좋은 걸까요?


A 0. 본인, 일찍이, 사례 1) 2)에 등장하는 예후들은 장티푸스·콜레라와 함께 공중보건 차원에서 질병관리본부가 질병코드 부여하여 국가가 관리하는 게 마땅하다 줄기차게, 외로이, 주장했더랬다. 글쎄 그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더라니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게지, 에라이. 자, 내 말 좀 들어보소.

1. 사례 1)의 병명은 공주병 되시겠고 사례2)의 병명은 마마보이 혹은 본인 자체지정 학명으론 이따이이따이 찐따병 되시겠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양 질병을 함께 다루고자 하는 건 그 발병 원인에 공통 소인 있는데다 그 증상이 인류의 명랑 애정행각에 미치는 폐해가 법정전염병 1군 수준으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거, 공공복지의 문제라고.

자, 공통점부터 보자. 무엇보다, 가족력이다. 먼저 공주병. 공주 뒤엔 두 유형의 엄마 있다. 엄마 스스로 공주거나, 철저한 하녀거나. 전자는 자신이 공주라 믿었던 자들이고, 후자는 자신이 공주 아님에 좌절했던 자들이라. 전자는 딸에게서 자신을 보고, 후자는 스스로 하녀 되어 딸의 공주 신분, 완성한다. 신발 신겨 주는 엄마 되는 게다. 그러나 양자 공히 자신의 어린 시절 나르시시즘이 딸을 통해 재발현된단 점에서, 정신병리학적 소견 일치. 그 맥락에서 딸의 공주병은 엄마의 퇴행에서 출발하는 질환. 그렇게 엄마의 절대 찬사로 양육된 딸들, 어처구니없이 인플레 된 망상적 자기정체성을, 성인 되어서도 유지한다. 그 자기기만적 성장지체 겪는 자들, 오로지 자신과만 연애한다. 일명, 존재론적 딸딸이. 타인은 모두 자신의 후광 위한 배경화면. 개중 자신과 연애하는 남자들은 지갑 달린 하인.

마마보이, 역시, 엄마다. 다만 공주는 엄마와 공조하나 마마보이는 엄마에게 통제받는다. 그럴 것이 공주는 엄마의 분신이나, 마마보이는 엄마의 연인. 공주는 엄마가 도달코자 하는 신분이고, 마마보이는 엄마가 잃을까 두려운 대상이라. 공주가 엄마의 욕망이라면, 마마보이는 엄마의 공포인 게다. 그런 전차로 공주는 후원받고, 마마보이는 감시받는다. 그 긴장된 모정으로 훈육된 아들들, 모든 애인을 엄마의 잠정적 연적으로, 부지불식간, 인지하게 되는 건 필연. 엄마 사랑과 연인 사랑은 그렇게 제로섬 게임이 되고 마는 게다. 허나 마마보이들이 엄마로부터의 분리불안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의존성 인격장애가 되는 것까진,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 집안 사정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들의 병적 모자 밀착이 그 외모나 교육 수준과는 무관한데다 그 임상 증상과 전통적 효 행실이 유사한지라, 그로 인한 엄청난 착시효과가 남의 집 처자들 인생 조지는 데, 크게 일조한다는 데 있다. 글쎄, 공공의 복지 문제라니까.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2. 이제 사례. 딸과 엄마, 분리 가능하냐. 공주가 허구에 근거한 가상 정체성이긴 하나 그 역시 엄연히 현재 자신을 지탱하는 자기애의 기반이다. 고유한 자기정체성 못 찾고 그 진공을 공주 판타지로 메우고 있긴 하나 그걸 깨라는 건 그러니까, 자기부정이 되는 거라고. 게다가 모녀 뇌파는 실시간 공진 상태. 그들, 영혼의 샴쌍둥이라고. 당신의 일거수일투족, 모조리 공유된다. 공주를 각성하게 하기 어려운 건 그래서다. 심리적 외과수술이 필요하다.

그럼 마마보이와의 결혼은? 마마보이의 정체가 온전히 폭로되는 순간이 바로 결혼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다. 결혼이란 연애와 달리 엄마와 연인이 가족이란 법적·정서적 동일 공간에 들어서는 사건이다. 대면 제로섬 게임 된다고. 여기서 게임의 법칙 제정한 엄마를, 차후에 플레이어로 합류한 연인이 이길 확률, 극히 낮다. 아들에 의한 친위 쿠데타, 요구된다. 마마보이와, 어려운 이유다. 하여 내 생각은 그렇다. 공주병과 마마보이, 전문 의료인의 영역이다. 일반인들은, 하루라도 일찍 끝내는 게, 제 수명대로 사는 길 되시겠다.

PS - 공주병과 마마보이, 그 둘 짝지어 주면,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나거나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거나.

김어준 딴지 종신총수

고민 상담은 go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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