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5.23 11:53 수정 : 2007.06.25 13:41

김어준 / 박미향 기자

[매거진 Esc]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상처 사방 문대봐야 지 털만 빠져…호소 마시라

정력 타깃 두루 루머 유포, 유유히 미소 머금고

배우이자 뮤지컬 제작자 박해미씨와 딴지일보 총수이자 방송인 김어준씨가 독자들의 ‘관계 개선’ 상담가로 나섰습니다. 부부관계, 가족관계, 직장 내 관계, 애인 관계, 친구 관계 등 살면서 엮이게 되는 인간관계의 고민에 대해 매주 번갈아 시원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을 원하는 독자는 고민 상담메일(gomin@hani.co.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100% 비밀보장, 100% 고민해결을 책임집니다. 편집자

. . . . . . . . . . . . . . . . . . . . . . . . .

Q 직장에 다니는 서른 먹은 여성입니다. 지난 해 회사 옆부서 남자 직원의 적극적인 대시로 6개월을 사귀었습니다. 어느날 그에게 온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5년째 다른 여성과 만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네 여자를 동시에 만나고 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에게 이별을 통보한 이후였습니다. 그는 뻔뻔하게 회사 사람들에게 제가 이상한 여자라고 얘길 하고 다녔습니다. 사람들도 그와 술 한 잔 하고 나면 모두 그의 편을 들면서 “그냥 네가 참고 넘어가라”는 식의 얘기만 했습니다. 너무 기가 막힙니다. 이곳에서 지금까지 쌓아 온 인간관계가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억울하지만 이대로 시간이 흘러 모두 그 일을 잊기를 바라야 하나요? 아니면 어떻게든 제 처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설득해야 하나요? 너무 괴롭습니다.


연애 희열 당신 것이듯 비판도 당신 몫
사후 대형 하자 적발 하소연 관심 없어

A

1. 먼저 야박한 소리부터. 누굴 탓하리. 다 큰 어른들 자유연애의 원천 귀책사유, 언제나 본인에게 있는 법. 사후에 대형 하자 적발하고 하소연해 봐야 사람들, 관심 없다. 애초 지 선택인데 뭐. 그리고 그게 그 바닥에서 제3자로서 마땅한 자세. 그러니 해당 사안으로 사회생활 동료들로부터 위로나 이해받겠단 작정은 버리시라. 당신이 억울하다 해서 그들에게 당신을 이해해줘야 할 의무

없다. 혹여 그들이 던질 몇 마디, 적선이다. 그러니 창졸간 불우이웃 되기 싫거든 그들 붙들고 호소 따위 절대 마시라. 그렇게 자기 상처 사방에 문대봐야 지 털만 빠진다. 연애로 말미암은 희열이 온전히 당신 것이었듯 그로 비롯된 비탄도 고스란히 당신 몫이다. 그게 어른들 연애의 기본 이치다.

맥시멉 쾌락 배팅 선택은 세계관 영역
야비한 여론호도 싸가지 영역, 복수다!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
2. 야박한 소리 하나 더. 양다리가 아니라 포(4)다리다 … 그럴 수 있다. ‘내짝독점’+‘남짝찬탈’ 욕망이 ‘제짝피탈’ 공포와 합의 본 절충안, ‘한번에 한넘만’ 이데올로기가 이 시대 주류 규범일 순 있어도 절대선은 아니다. 안전과 안정 대신 불안과 이별 위험 감수하며 맥시멈 쾌락에 베팅하는 선택 자체는, 곰곰이 따지고 보면, 세계관의 영역이다. 다만 연애라는 도전에 응하는 제 방식이 그러하다면 상대에게 충분히 미리 고지하고 합의를 봤어야 했고, 저간의 사정으로 고지하지 않거나 못했다면 사후 발각되는 결례는 저지르지 말아야 했다. 사전고지 생략은 비겁하고, 사후발각은 무능하다 하겠다. 그러나 비겁과 무능을 비난할 순 있어도 그 선택 자체가 옳고 그르고의 범주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일부일처도 인류 경험칙에 따른 합의일 뿐. 진짜 문제는 사건 발생 이후 그가 진행한 무마 프로세스. 그야말로 진정 ‘쉣’이다. 어떤 선택도 비용까지 포함하는 거다. 그리 선택했으면 그 선택으로 생긴 분란까지 감당해야 하는 거다. 욕먹어야 한다면 욕먹어야 하는 거다. 세상, 공짜는 없다. 그런데 그는 아무 비용도 치르지 않겠다고 커뮤니티 내에서 야비한 여론호도 감행했다. 이런 씨바. 바로 그 지점부터가 싸가지의 영역이다. 꽁으로 살겠단 게지. 사실은 그런 선택의 자격조차 없었던 게고. 그런 놈에겐, 복수다.

짧게 툭툭 치고 설명 생략, 노여워 말고
사촌 오빠에 전치 1주어치 교사도 할만

3. 가장 먼저 할 일. 남들 안 볼 때 뒤통수 냅다 갈기기. 뒤돌아보면 화사하게 웃으며 “야이 X새꺄”라고 나지막이 속삭여 주시라. 필 받으면 낭심 ‘니킥’도. 그리곤 유유히 갈 길 가시라. 그래도 된다. 그 다음부터 스치면 “너 꼬추 짧어” “물렁해” “냄새나” 등등을 입모양만으로 읊어주시라. 만면에 미소 머금고. 다음은 루머 유포. 수컷, 단순한 동물이다. 타겟은 정력. 정력이 과연 기장이냐 시간이냐 횟수냐, 그 표준에 관한 국민적 합의 여적 도출되지 않은바, 두루두루 하자. 회식자리서 다음 멘트들 흘리시라. “흥분해 새끼손가락 정도가 맞는 거니?” “30초면 된 거니?” “근데 거긴 칫솔로 청소하는 거니?”. 다음 멘트들은 점심시간 때 문득문득. “남자가 돈 빌리면 갚디?” “너두 너만 밥값 내니?” “니 애인도 자동차 사달래든?” 주의사항. 짧게 툭툭 치고 설명 생략. 여성동지들에게만. 누군지 언급 말고. 이런 말은 스스로 생명력이 있어 제 주인, 반드시 찾아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이슈에 진실을 알고픈 게 아니라 가장 나쁜 걸 믿고 싶어 하는 법.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고 즐거이 응징하시라. 그까이거.

* 덧붙임 " 그래도 성이 안 차거든. 포다리 여성들과 연석회의 뒤 공동대처도 괜찮고, 사촌오빠에게 전치 1주어치 교사도 할 만하겠다. 참고로 진단 1주에 합의금은 50만~70만원. 아참, 이참에 정력표준에 관한 국제규격 제정, 보건복지부에 엄정 촉구하는 바다.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은?
배우이자 뮤지컬 제작자 박해미씨와 딴지일보 총수이자 방송인 김어준씨가 독자들의 ‘관계 개선’ 상담가로 나섰습니다. 부부관계, 가족관계, 직장 내 관계, 애인 관계, 친구 관계 등 살면서 엮이게 되는 인간관계의 고민에 대해 매주 번갈아 시원하고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상담을 원하는 독자는 고민 상담메일(gomin@hani.co.kr)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100% 비밀보장, 100% 고민해결을 책임집니다. 편집자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