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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6 19:25 수정 : 2007.05.17 16:17

평양 만경대구역 류원신발공장에서 16일 북쪽 여성 노동자들이 신발 깔창을 손질하고 있다. 평양/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평양 경공업공장을 가다

한국신발피혁연구소 본부장
‘수제 패션 신발’ 즉석 제안

“수제 패션 신발을 남북이 함께 만들면 유럽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남쪽 경제대표단의 방북 삼일째인 16일, 평양 만경대구역의 류원신발공장을 둘러본 김성옥 한국신발피혁연구소 본부장은 즉석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갑피(신발 윗부분)에 손작업으로 직접 수를 놓는 작업은 북쪽에서 맡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밑창 제조는 남쪽의 시설과 기술로 제작해, 양쪽을 합치자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남북 경제 협력을 통해, 품이 많이 들어가는 특성있는 신발을 만들면 20달러 정도의 싼 가격으로 유럽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원신발공장은 1988년 11월 세워졌으며, 800여명의 북쪽 노동자가 하루 2천켤레 분량의 운동화와 장화를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신발은 상업기관을 통해 평양 시내 주민을 위해 공급된다. 공장 안팎에는 ‘올해 공동사설에서 제기된 전투적 과업을 철저히 관철하자! 경공업 혁명의 불길을 세차게 일으키자!’ 등의 구호가 붙어 있어 북쪽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공장 남복룡 지배인(50)은 “신발의 세계적인 발전 추세를 연구하고 품종과 질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공장 시찰에 동행한 신발 전문가들은 공장에 대만제 사출기를 수입해 갖춰 놓는 등 설비들이 비교적 최신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조공정 자체도 남쪽 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단 신발 분야의 남북 협력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북쪽도 힘을 쏟고 있는 ‘개건 현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설비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신발의 최종 완성 공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제화라인이 1개 밖에 없다”며 생산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북쪽의 남 지배인도 “현재 생산능력이 연 40만켤레인데 100만결레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라인 1개를 더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비어 있다”고 말했다. 설비 도입이 절실하다는 것을 돌려서 얘기한 셈이다.

이어진 평양 낙랑구역에 위치한 봉화피복 공장에서는 500여명의 북쪽 노동자가 남쪽의 중소 의류업체인 소이의 위탁을 받아 여름 아동옷 생산에 한창이었다. 최인철(39) 기사장은 “일본 업체와도 거래를 많이 했지만 최근 일본의 제재 조처로 주로 남쪽과 거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쪽에서 원부재와 작업지시서 등을 보내면, 북쪽에서 의복을 만들어 남포항을 통해 다시 남쪽에 보내는 전형적인 ‘위탁가공’의 현장인 셈이다. 최 기사장은 “남쪽에서 보낸 작업지시서 등을 보면 언어가 똑같아 오해의 여지가 없다”며 “(일본 업체보다) 일하기가 편하다”고 전했다. 93년 1월에 세워진 봉화피복 공장은 내수와 수출을 5대 5 정도로 하고 있으며, 월 2~3만매의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양복을 입고 있던 최 기사장은 복잡한 공정을 필요로 하는 양복 등으로 의류 협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그는 “양복에는 다양한 종류의 재봉기가 필요하다”며 “남북 협력사업을 활성화해 시설이 들어오면 우리는 기술적 준비는 다 돼 있다”고 강조했다. 박훈 산업연구원 연구기획팀장도 “북쪽 노동자들 손동작을 보니까 남쪽과 다를 바 없다”며 “조각조각을 맞춰 의복을 만드는 복잡한 공정은 이제 북쪽으로 넘겨주는 여건을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남쪽 기술자들이 북쪽에 수시로 올 수 있어야 하고, 납기를 맞출 수 있는 지 등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양/특별취재단평양/강태호 남북관계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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