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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5.14 19:57 수정 : 2007.05.17 16:14

남쪽 경제대표단이 14일 낮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가로막을 펼쳐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평양/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새 길 여는 ‘남북 경협’] 평양 도착 첫날 표정

족발가공·비누공장 설립 등 관심많아
북 “남쪽기업, 뭔가 하자는 의지보여”

“이번에 처음으로 평양의 속살을 보는 것과 진배없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순안공항의 장면을 잊지 못하는 이봉조 전 청와대 통일비서관(현 통일연구원장)이 순안공항에서 밝힌 첫 소감이다. 그는 “그동안 백화원 초대소나 고려호텔에 머물다 보니 실제 현장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제10차 봄철 평양국제상품전람회’와 경협토론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남쪽 경제인 대표단’에는 두 사람의 여성 기업인이 있다. 신신자(53) 장충동 왕족발 사장은 김포에서 채 한 시간도 안 돼 11시15분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할 수만 있다면 거리도 가깝고 언어도 통하는 북쪽에 돼지농장을 꾸려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수입산이 밀려오면 국산 돼지 도축이 위축되고 돼지 발이 모자랄 수 있다”고 예견했다. “개성공단에도 진출해 족발 가공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충동 왕족발은 중국에도 진출해 매장 170곳에 연 1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제대표단에는 2007년 매출액 목표 77억달러의 세계 제2위 조선업체인 대우조선의 남상태 사장도 참가했다. 처음 방북하는 남 사장은 “조선업은 혼자서 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남북 양쪽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합작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유성수 무궁화비누 사장도 “남북간 신발·의류·비누 협력 사업에 관심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북한의 관련 시설들을 둘러보고 협력할 분야가 있는지 찾아본 뒤 사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인들은 나름대로 ‘사업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왔다.

북한 주민들이 14일 평양 3대혁명기념관에서 막이 오른 봄철 평양 국제상품전람회장에 들러 전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평양/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남북 경협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건 물류다. 두번째 평양을 찾은 강재홍 교통연구원 원장은 이번 행사가 “경의·동해선 시험운행 행사를 앞두고 있어 시의적절한 느낌”이라며 “철도망 연결 이후의 교통 관련 사업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실무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주문했다.

북쪽의 반응도 적극적이다. 남쪽 대표단이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최성익 북쪽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부회장은 “이번 방북단은 북과 남이 뭔가 하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본다”며 “남북간 경제 협력사업을 잘해서 통일을 지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른 민화협 관계자도 <한겨레>가 봄철 국제상품전람회에 참석한 것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경제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같이 논의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겨레> 창간 19돌인 15일, 평양 어린이학습장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한겨레>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평양이 처음인 사람이 많았다. 권태선 편집인은 “남북간 여러 분야의 협력이 다 중요하지만, 공책 공장을 만들어주는 건 우리 미래 세대가 같은 조건 속에서 커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김효순 대기자도 “<한겨레>는 창간 이후 남북간 화해 협력 교류를 사실상 사시로 내걸었다. 신문사로서도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쪽 대표단은 오전 10시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OZ-1318편을 타고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도착했다. 평양/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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