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민병석
|
기고
1년에 500만권 공책 찍어북 어린이들 공부에 도움
통일세대 위한 ‘작은 투자’ “또 퍼주기 하러” 평양에 갑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단이 4박5일 일정으로 14일 평양에 갔습니다. 정치인들의 방북은 언론에서 요란스러울 정도로 취급하지만 비정치인들의 방북에 대해서는 조용합니다. 이번 우리들의 방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언론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각광을 받으려 하는 인기인 같은 성향이 있다면 비정치인 방북자들은 장래를 생각하며 조용히 씨 뿌리고 가꾸는 농부 같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추수를 생각하고 씨 뿌린 것이 언론에 나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농부가 있겠습니까. 우리 재단이 너무나도 낙후된 북한의 교과서 인쇄공장을 보고 개축 및 시설 보강이라는 씨를 뿌린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것이 완공되어 15일 개소식을 하게 됐습니다. 1년에 약 500만권의 공책을 만들어 북한의 초·중학교 학생 500만명에게 1권씩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직은 질과 양 모두 턱없이 부족합니다. 함께 가는 기업인들은 남한에서는 사양산업이 된 신발, 의류, 비누공장 등 북한 경공업 시설과 유리, 선박공장 등을 둘러보고 상담도 할 예정입니다. 북한 상품 전람회에도 가서 서민들의 생활상도 보고 경제 일꾼들과 경협 토론회도 할 예정입니다. 혹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에 대체할 만한 것이 있는가도 알아볼 생각입니다. 남한에도 공책 살 돈이 없는 어린이가 많은데 웬 북한 어린이냐고 할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공부 잘하면 이다음에 커서 우리를 파괴하는 일을 할 것 아닌가 하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같은 값이면 북한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북한 경제가 잘되면 오히려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좌빨들’의 대북 퍼주기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통일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패배주의자이거나 현재의 나만 생각하지 자식들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이 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통일이 겁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통일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옵니다. 통일이 되면 초기에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처들을 미리미리 취하지 않으면 말입니다. 20세기 중엽의 사회주의에 머물러 있는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21세기 초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어떻게 적응하도록 할 것인가. 기초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500만의 북한 어린이 출신들(시간이 가면 더욱 늘겠지만)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이러한 걱정을 하면서 혼란 없는 통일한국을 만들기 위해 또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통일한국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면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 민병석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