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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9.01 21:10 수정 : 2010.09.05 14:17

걸그룹들 전면에 내세운 ‘청춘불패’ ‘영웅호걸’ ‘꽃다발’ 둘러싼 갑론을박

[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걸그룹들 전면에 내세운 ‘청춘불패’ ‘영웅호걸’ ‘꽃다발’ 둘러싼 갑론을박

‘걸그룹 천하’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도 방송사별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방송 <청춘불패>와 에스비에스 <영웅호걸>에 이어 문화방송도 지난 7월 걸그룹 간의 경쟁을 주 내용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 <꽃다발>을 신설했다. 걸그룹 간의 대결이라는 형식의 <꽃다발>과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 자생력을 갖춘 <청춘불패> 등 걸그룹 프로그램의 장단점에 대해 <10아시아> 위근우(오른쪽) 기자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의견을 나눴다.

티브이로 사우루스

위근우(이하 위) <꽃다발>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인 불편함을 깔고 간다. 걸그룹들을 불러서 대결을 시키고 평가를 하는데, 그 평가의 주체가 남성 진행자 3명과 남성이 더 많은 심사위원단이기 때문이다.

차우진(이하 차) 중년 남성의 시선이 강조된 진행자와 심사위원단의 태도와 말투에서 좀처럼 진지한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출연한 걸그룹들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프로그램에 임한다. 아이돌을 소비하는 방식이 이들이 노력하고 연습한 부분에 대한 게 아니라 그저 재롱잔치를 보는 정도다. 어쩔 수 없이 여성적인 매력과 끼를 발산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부분도 있다. 가끔은 <스타킹>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이는 비단 <꽃다발>만의 문제가 아니다.

‘꽃다발’ 망가지는 건 재밌는데 진행 진부해

걸그룹에 대한 시선의 문제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꽃다발>이 여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데로만 흘러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서로 지기 싫어하는 걸그룹끼리의 경쟁구도는 재미있다. 다른 걸그룹이 새로운 걸 보여주면 ‘포미닛’ 현아는 하이힐을 벗고 그들에게 도전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진심이 느껴진다.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점도 흥미롭다. <꽃다발>에는 ‘징거타임’이라는, 약간 기괴한 골반댄스 코너가 있다. ‘시크릿’의 징거가 보여준 골반댄스 때문에 ‘징거타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코너에서 걸그룹 멤버들은 지나치게 격렬한 골반댄스를 선보이는데 그게 의외로 뻔하지 않다.

문제는 걸그룹 멤버들이 그런 코너에서 개인기를 선보이거나 미션을 수행할 때 이 프로그램에서 진행자의 권위가 드러난다는 거다. 게다가 지금 진행자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게 눈에 보인다. 정형돈의 경우 그가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과 비교되면서 유독 두드러진다. 비슷하게 걸그룹 등 아이돌을 다루는 케이블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꽃다발>은 형식과 진행이 전혀 새롭지 않고 오히려 낡았다는 느낌마저 든다.


‘꽃다발’ 문화방송 제공

상하 구도가 확실할 경우 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맞다. 그래도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걸그룹들이 나와서 말뿐인 타이틀이긴 하지만 ‘국민돌’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도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시크릿’이나 ‘걸스데이’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까.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나오는 이들이 아닌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또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이런 형식이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다. 또 ‘미스에이’ 민의 ‘포커페이스’ 무대나 지아의 춤의 경우 그 자체만으로 압도적인 부분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이런 대결-평가 형식이 장점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렇게 고정화된 형식은 방송이 계속될수록 재미를 주는 요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형식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가려면 쉬지 않고 새로운 걸그룹이 등장해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자체적으로 돌아갈 힘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면이 많다는 점은 분명하다. 형식의 전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영웅호걸>은 초기에 <꽃다발>과 비슷하게 우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런 우려가 사라지고 있다. 여성 출연자들이 평가의 객체이긴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 안에서 보면 그런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들끼리 자존심 대결을 벌이며 리얼 버라이어티로서의 생명력을 찾아가고 있다. 노사연이라는 중심축이 있어 안정되는 면도 있다.

남성 진행자들이 서인영에게 지적을 받거나 출연자들의 기에 눌릴 때 오히려 재미있어진다. 진행자와 출연자들 사이에 서로 치고받는 긴장감이 형성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애프터스쿨’ 가희와 서인영의 ‘캣파이트’를 유도하는 과정은 여전히 불편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재미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프로그램에서 점점 경쟁구도는 의미가 없어지고 출연자들 사이의 연대감과 화학작용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 등으로 나누어 인기를 검증한다는 초반의 형식에 맞추려고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만들어나가기 때문인 것 같다.

‘청춘불패’ 한국방송 제공

인물들이 공동체 만들어가는 ‘청춘불패’는 성공적

<청춘불패>는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지세븐(G7) 멤버들뿐 아니라 동네 주민들과의 관계까지 단단해지면서 프로그램 안에서 하나의 마을이 만들어졌다. 매회 출연자들과 동네 주민들이 서로 관계를 쌓아가는 부분에서는 훈훈함도 느껴진다. 그게 그저 눈에 보이는 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는 것들이 전달되는 건 사실이다. 걸그룹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 강요되는 형식 대신 저절로 만들어가는 형식을 택한 것도 결과적으로 대단한 장점이 됐다.

걸그룹이 나오면 꼭 나오는 억지 러브 라인도 없다. 또 김태우가 초반에 보여줬던 ‘복학생 선배’의 느낌도 사라지면서 프로그램 초반에 있었던 남성 출연자들의 역할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지세븐 멤버들과 함께 프로그램도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빅토리아와 주연, 소리가 새로 합류하면서 혹시 견제 같은 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어서인지 그런 부분도 없더라.

출연자들에게 예능에 필요한 캐릭터를 부여해 역할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성장 드라마나 시트콤 같기도 한데, 그런 점 역시 프로그램 안에서 출연자들이 직접 몸을 움직이고 배우면서 소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면에서 <청춘불패>는 성공적인 걸그룹 프로그램이다.

<꽃다발>과 <영웅호걸>, <청춘불패>를 보면 프로그램 안에서 서사가 만들어지는 게 가장 좋고 오래가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사는 자막으로 만들어내는 건 아니라 출연자들이 부딪히며 만드는 거다. <청춘불패>는 그런 부분을 어느 정도 이뤄냈고, <영웅호걸>은 그런 부분이 빠른 시간 내에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꽃다발>은 두 개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그램 자체의 동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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