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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8.04 17:44 수정 : 2010.08.05 10:54

‘김탁구’ 시청률 지존의 이면은?

[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제빵왕 김탁구’ 20대 여성까지 끌어들인 시대극 vs 도중에 길 잃은 주인공 캐릭터


티브이로 사우루스
〈제빵왕 김탁구〉가 대세다. 화려하지 않은 캐스팅과 다소 평범한 내용의 시대극으로 모두가 ‘과연 될까?’ 고개를 갸웃하게 했던 한국방송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이하 〈김탁구〉)는 지난주 목요일 방영된 16회에서 40%에 딱 0.1% 모자란 39.9%(TNmS)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를 좋아하는 어머니와 드라마에 관심없는 아버지와 드라마를 다운로드해 보는 딸이 한자리에 모여서 본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제 절반을 지난 〈김탁구〉에 대해 〈10아시아〉 최지은 기자(사진 오른쪽)와 조민준 객원기자가 찬반논쟁을 벌였다.

최지은(이하 최) 〈김탁구〉는 시청률 상승세를 타면서 수목드라마의 강자가 됐다. 시대극은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힘든데 〈김탁구〉는 소구될 만한 시청층이 아닌 20대 여성들까지 흡수하면서 취향과 상관없이 대중적인 코드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조민준(이하 조) 〈김탁구〉가 상승세인 것은 맞지만 중반부로 가면서 과연 지금 이 드라마가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절반이 지나도록 ‘제빵왕’이라는 김탁구는 빵을 구울 줄도 모른다. 2년 동안 빵집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드라마 전개에 있어 설득력이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탁구는 지금 엄마를 찾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게 현재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다. 영웅신화에서 본격적인 제빵 전문직 드라마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진통 같기도 하다.

사극의 틀을 차용해 막장비판 비켜가

전개가 느려진 것은 맞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 초반에 속도를 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회장과 탁구 엄마의 관계, 회장 부인 서인숙과 한 실장의 관계는 현대극에서 불륜과 막장 코드다. 게다가 회장의 어머니는 아들의 불륜을 조장한다. 그런 것들이 선정적으로 그려지면서 속도감을 냈고 시선을 끌었다. 막장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오히려 사극의 틀에서 봐야 한다. 왕과 정실부인, 후궁, 아들 간의 경쟁 등 사극의 틀을 시대극에서 사용한다. 그 이후 전개를 통해 막장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사극의 틀이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극의 틀이 성공적이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이 드라마는 마치 퓨전 사극을 보는 느낌이다.

강은경 작가는 〈호텔리어〉 등의 드라마를 쓰면서 꽤 오랫동안 활동했다. 강은경 작가는 사극의 틀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면서 속도감을 낸다. 또 이야기 전개상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감정에 몰입이 잘되다 보니까 그 힘으로 가는 부분도 크다.

사극을 가져오면서 잘못된 부분은 분명히 있다. 회장의 어머니나 회장을 보면 사극에서는 용서가 되지만 현대극에서는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행동을 한다. 왕이니까 후궁에게서 자손을 봐도 괜찮다는 식이다. 또 결국 이 드라마의 갈등을 거슬러 올라가면 회장과 그 어머니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들이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감정을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사극의 틀은 오히려 감정몰입을 방해해

그런 부분을 빼면 몰입도가 상당하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다음 얘기가 궁금해진다.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전개가 이뤄진다는 점도 몰입도에 한몫한다. 아들이 엄마를 찾을까, 아빠가 아들을 알아볼까 등 모든 상황이 가족과 연결된다. 비슷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동이〉와 비교하자면 김탁구에게는 동이에게 없는 절박함이 있다. 마준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뚜렷한 욕망이 있어, 둘의 목표와 욕망이 부딪히면서 재미를 만들어낸다.

〈동이〉 같은 퓨전 사극이나 〈자이언트〉 같은 시대극에 있는 불필요한 비장함이 없어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제빵왕 김탁구’
심각한 상황을 부담없이 가볍게 처리하는 연출이 눈에 띈다. 김탁구가 빵을 만들다가 눈을 다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인데, 무협지처럼 하나를 극복하고 성공으로 다가서는 과정으로 그린다. 고수가 되기 위한 하나의 미션이나 다름없다. 김탁구와 마준은 진지한 인생의 기로에서 손이 함께 묶여서 행동하는 예능적인 설정에 들어가기도 한다. 시대를 파고드는 비장함이 주는 압박이 없고, 사극의 전개를 따르면서 동시에 현대극의 옷을 입고 있어 진입장벽이 낮다.

그런 부분이 부딪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인공이 인생에서 자연스럽게 이 과정을 겪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보다 작가가 개입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시키고, 꼭 해야 할 일을 시키지 않는다. 김탁구는 천재인지 바보인지 모호한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악역인 서인숙이나 한 실장은 캐릭터가 잘 잡혀 있다. 시대극의 장점을 잘 살려 그들이 하는 행동이 설명된다. 반면 주인공을 비롯한 착한 역할의 캐릭터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탁구의 단순한 캐릭터가 오히려 쾌감을 줘

일관되고 단순한 캐릭터 덕분에 힘을 받는 부분도 있다. 김탁구는 보이는 그대로 행동한다. 손해를 보거나 억울한 상황에서도 이를 착하게 이겨낸다. 캐릭터를 다층적으로 보여주려다가 손해를 보기보다 단순하게 가면서 보는 이들에게 쾌감을 준다. 이 드라마를 〈대장금〉에 비유하는 건 경합 때문인데 만화적인 구조에 가까운 경합과 갈등이 흥미를 끈다. 서인숙과 유경의 첨예한 갈등도 경합과 비슷한 구조에 들어간다.

경합이 더 재미있으려면 김탁구가 후각으로 빵의 상태를 알아내는 등 어릴 때 보여줬던 천재성을 계속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김탁구는 부진아에 가깝다. 결국 초반에 엄마를 찾는 게 인생의 목표였던 아이가 제빵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드라마는 흔들리고 있고, 김탁구 캐릭터도 희생된다. 이야기가 곁가지를 많이 치면서 주인공 캐릭터가 길을 잃었다고 할까.

사극에 경합에 청춘남녀의 사랑까지 여러 장르를 섞어 활용하면서 길을 잃은 부분도 있지만 김탁구는 성공할 거라는 걸 시청자들은 이미 알기 때문에 과정에서 나오는 문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이는 유경이다. 유경을 보면 왜 이 드라마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상황에 의해 변질될 수 있는 시대가 그때였으니까.

시대를 그리는 열의 없고 전문성 포착도 아쉬워

김탁구의 자수성가 이야기가 가능한 것도 그 시대이기 때문일 거다. 90년대 이후로 자수성가는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그렇게 끌어온 시대가 편의적으로 이용된다는 거다. 시대를 그리는 데에는 아무런 열의를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지하철 역사만 봐도 이 드라마가 시대적 고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시대에 대해서는 향수 같은 부분을 차용한다는 느낌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로 시작하는 노래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로 소구한다. 초반에는 시대를 더 자세하게 그렸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그런 의지가 없어졌다. 소재와 이야기가 흥미로우니까 그런 면은 접고 들어간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세계관이다. 착한 사람은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는 건데, 이를 두 가지 면에서 악용한다. 먼저 제빵이라는 전문직 드라마인데도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눈빛이 똘망똘망하네’ 등의 추상적인 이유로 인정을 받는다. 또 드라마의 전문성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침해한다. 좀더 책임감을 갖고 가야 할 것 같다.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지금 이 시대에 위험할 수도 있다. 실력을 쌓아서 정당하게 승리하는 과정이 보고 싶다. 착하다는 구시대적 가치로 설득하는 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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