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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21 17:22 수정 : 2010.07.22 09:40

유재석, SBS 주말예능 구원할까?

[매거진 esc] 티브이로사우루스


티브이로 사우루스
오락프로 ‘일요일이 좋다’의 새 실험코너 ‘런닝맨’ ‘영웅호걸’ 둘러싼 찬반토론

유재석이 다시 한번 에스비에스 주말 예능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유재석이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지만, 막상 뚜껑을 연 지금 시청률 면에서 아직 ‘유재석 효과’가 드러나지는 않는다. 〈일요일이 좋다〉는 ‘런닝맨’뿐 아니라 여성 출연자를 대거 포진한 ‘영웅호걸’까지 두 개의 프로그램을 새로 시작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사진 왼쪽)와 〈10아시아〉 위근우 기자가 새로워진 〈일요일이 좋다〉를 놓고 찬반양론을 펼쳤다.

‘런닝맨’ 트렌드엔 맞지만 게임 강박 너무 심해

위근우(이하 위) 지금까지 2회가 진행된 ‘런닝맨’은 리얼버라이어티라기보다 예전의 게임버라이어티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차우진(이하 차) ‘런닝맨’이 게임버라이어티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다른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각자 캐릭터를 맡아서 진행하는 롤플레잉게임(RPG)이라면 ‘런닝맨’은 아케이드게임이다. 하나씩 단계를 지나 최종 단계까지 간다. 닌텐도 게임처럼 요즘 게임 트렌드와 맞는 부분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에서 보기보다 다른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티브이로 가져왔다고 볼 수도 있다.

형식에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갇힌 공간에서 미션을 수행한다는 건 흥미롭다. 그런데 중간 중간에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게임을 한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 1에서도 게임을 열심히 했는데, 그때는 게임이 그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런닝맨’의 게임은 프로그램에서 뭔가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게임 때문에 뛰어다니는 흐름이 끊긴다.

게임을 하고 미션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원초적인 재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 야외에서 뛰고 부딪히면서 만들어내는 우연성이 있고, 그러면서 어느 정도 캐릭터가 만들어질 거라고 본다. 1회 때 보여줬던 옷걸이 게임 같은 것들은 재미있지 않나? 도시의 랜드마크나 다름없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재미있다. 우려되는 점이라면 그러한 랜드마크가 많지 않고, 계속 반복되면 쉽게 질릴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러한 부분을 오히려 보완해줄 수 있는 게 게임이라고 본다. 기본적인 미션에 대해서 조금 더 복합적으로 고민할 필요도 있다.

랜드마크인 장소가 미션 안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면서 게임만 도드라진다. 옷걸이 게임은 쇼핑몰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잘 활용한 게임이었지만, 옥상에서 했던 닭싸움은 굳이 왜 거기에서 그 게임을 하는지 의문이다. 넓은 공간에서 박진감 넘치게 미션을 수행하면서 게임도 함께 가면 이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게임이 되는 건데, 그런 박진감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두 팀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 부분에서 재미를 찾기는 힘들다.

아직까지는 파일럿 프로그램 같지만 5회쯤 지나서 감을 잡으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닌텐도 식의 게임 얘기로 정리하자면 기본 규칙을 더 단단하게 하고 게임의 레이어를 좀더 복합적으로 쌓을 필요가 있다.

평면적이고 1차원적인 공간활용이 아닌, 좀더 복잡하면서도 긴장감을 살려낼 수 있는 공간활용이 있어야 한다. 팀을 늘리거나 서로 다른 곳에서 출발하거나 서로가 서로를 속일 수 있는 부분을 넣는 식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과연 이들이 절박한 마음에서 뛰는가 싶기도 하다. 확실한 동기를 부여해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유재석 의존도 낮지만 다른 캐릭터도 안 살아

‘런닝맨’에서 신선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유독 유재석의 의존도가 낮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다.

유재석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과연 그래서 더 재미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유재석은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뛰다가 가끔 광수나 개리 같은 출연자의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것 외에는 별다르게 하는 역할이 없다. 그래서 결국 이 프로그램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본다.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제작진이 탄탄하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부족한 게 보인다. 현재로서는 유재석도 잘 살지 않고, 다른 캐릭터들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에스비에스 제공.
탁월한 몇몇의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것보다 프로그램 자체의 힘으로 가는 법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영화로 치자면 스타 시스템보다 시나리오 자체의 내러티브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장은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면 프로그램 자체의 힘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생길 거라고 본다. 개리나 광수는 신선한 캐릭터다. 지석진의 경우 과연 유재석과 함께해서 부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런닝맨’은 기획된 캐릭터를 가지고 가기보다 차라리 단순하게 프로그램에 집중하면서 만들어지는 캐릭터로 승부하는 게 어떨까. 한국방송 〈천하무적토요일-천하무적야구단〉의 경우 야구를 열심히 하다보니 캐릭터가 생겨난 경우다. ‘런닝맨’ 역시 캐릭터에 욕심을 내기보다 진짜 열심히 뛰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나을 것 같다.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에스비에스가 별로 인내심이 없다는 거다. 가능성을 보였는데 그걸 터뜨리지 못하고 없어진 프로그램들이 꽤 있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도 반년 정도는 지나서 팀워크가 생겨났고 〈무한도전〉은 수년에 걸쳐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팀워크다. 이 형식 안에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진득하게 할 필요가 있다.

‘영웅호걸’ 정치적으로 불편하지만 흥미롭기도

‘영웅호걸’은 첫 회에서부터 불편한 부분이 보였다. 12명의 여자 연예인들이 모여서 경쟁하고 자리배치하는 데에서 오는 재미가 생겨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남성 진행자 2명이 평가자처럼 배치되면서 결국 남성 진행자들과 그들한테 잘 보여야 하는 여성 출연자들의 구도로 나누어진다. 첫 회에서는 특히 남성 진행자들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정치적으로 불편한 지점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 여성 출연자들이 서로를 감싸안지 않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인기에 따른 위치를 보여준다는 게 흥미를 끄는 것도 맞다. 나이로 서열을 따질 것이냐, 데뷔연도로 따질 것이냐를 두고 부딪히는 모습이 여자 연예인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드러내는 정글 본능 같기도 하다.

그 부분을 재미있어하는 데에는 편견이 깔려 있다. 남자들의 경우 서열이 쉽게 잡힌다. 그런데 여자들은 서열에 민감해하고 서로 질투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고정화된 편견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게 재미있긴 하지만, 그걸 한번 더 꼬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캣파이트’라면 재미가 없다. 서열을 보여줘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처럼 섹시 댄스를 추거나 애교를 보여주는 것밖에 할 게 없지 않나?

결국 ‘예쁜 여자’에 대한 편견을 소비하는 거라면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게 없다. ‘티아라’의 지연이 귀여운 동작을 할 때 그 아래 남성 제작진 캐릭터와 함께 자막이 나오는데 그게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12명이라는 출연자들 숫자가 너무 많다. 이들 중 일부는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거나 자신을 보여줄 기회가 부족할 것 같다. 예상컨대 이렇게 경쟁을 붙였다가 마지막에 봉합하는 순간이 필요할 텐데, 급하게 훈훈한 마무리를 하는 것도 무리일 것 같다. 오히려 훈훈한 마무리에 대한 강박을 깨는 위트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여자들끼리만 있다면 다른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왜 여성 연예인 중에는 스타급 진행자가 없을까에 대한 질문을 하게 된다. 또 여자들의 버라이어티는 남자들이 노는 모습을 답습한다.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노는 방식을 아직 제작진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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