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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7.07 20:11 수정 : 2010.07.11 14:55

오랜만에 두 자리 시청률 기록한 ‘뜨거운 형제들’.

[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오랜만에 두 자리 시청률 기록한 ‘뜨거운 형제들’ 둘러싼 갑론을박

11.5%. 지난주 일요일 문화방송 <일밤-뜨거운 형제들>(이하 ‘뜨형’) 시청률(티엔엠에스미디어 기준)이다. 한국방송이 파업에 들어가 <해피선데이>가 결방한 영향도 있겠지만, 그래도 <일밤>으로서는 지난해 12월 개편한 이래 오랜만에 기록한 두 자릿수 시청률이다. 탁재훈·박명수·김구라가 손을 잡은 ‘뜨형’은 <일밤>으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부활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시청자의 반응은 좋다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뜨형’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엔 아직 부족하다. <10아시아>(10.asiae.co.kr)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김선영 티브이평론가가 ‘뜨형’을 놓고 찬반 논쟁을 벌였다.

재미만을 추구한 신선한 시도지만 한계가 뚜렷

티브이로 사우루스

최지은(이하 최) <일밤>은 한동안 감동 코드에 올인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일밤>이 이렇게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뜨형’은 기존의 <일밤> 코너들과는 다르게 재미만을 주겠다는 기획으로 만들어졌다. 탁재훈·박명수·김구라처럼 착한 방송과는 거리가 먼 이들을 섭외했다. 아이돌인 ‘비스트’ 이기광에 예능감 있는 연기자인 한상진, 박휘순, 노유민 등 이렇게 8명을 데려왔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하고 좋은 시도다. ‘슈프림팀’의 사이먼디를 데려온 것도 안목이 좋았다.

김선영(이하 김) ‘뜨형’은 온라인에서의 열기와 실제 시청률과의 괴리가 큰 편이었다. 화제가 된 것에 비해 시청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뜨형’은 어찌 보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전체적인 맥락보다는 어떤 상황을 던져주고 반응을 보는 형식이기 때문에 순간적인 웃음에는 폭발력이 있다. 그런데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일요일 저녁 버라이어티로는 무리다 싶은 독설 개그 위주다. 트렌드 중심의 젊은층에는 괜찮겠지만, 보수적인 시청층을 겨냥한 시청률 수치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는 한계가 뚜렷하다.

확실히 젊은층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높다. 모든 연령의 여성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탁재훈이나 결혼하고 인기가 올라간 박명수, 아이돌인 이기광 등이 멤버로 있는데다가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형식을 잡은 것도 여성층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이유다. 여성에게 익숙한 소개팅이라는 상황을 내세워 몰입도를 높였다. 보통은 연예인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진행하는 데 반해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바타 콘셉트를 도입해 다양한 상황을 보여줬다. 벌써부터 팬덤이 생겨났다.

가족 단위 시청층보다 젊은 여성 등 특정 시청층에서 높은 반응이 나온다는 건, 다시 말해 주말 버라이어티인 <일밤>에 속해 있기보다 차라리 <세바퀴>나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독자적으로 분리했을 때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진행자 없는 멤버구성 참신한데 유기성 없어

강호동이나 유재석처럼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진행자가 없다는 게 오히려 신선하다. 탁재훈·박명수·김구라의 조합도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멤버별 캐릭터를 보여주는 상황극을 많이 진행했는데 성공한 부분도 있지만 실패한 지점도 있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뚜렷하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멤버마다 강점과 약점이 달라서 매회 형식에 따라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어버렸다는 점은 문제였다.

탁재훈·박명수·김구라로 구성된 형님 트로이카는 자리를 잡았는데, 아직 동생 라인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형들 없이 스스로 웃기지 못한다는 게 큰 단점이고, 그게 형들과 동생들 사이의 유기성을 해친다. 동생들이 형들과 짝을 이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확 사는데, 그렇지 않을 때에는 전혀 활약을 하지 못한다. 8명 멤버 간의 유기성이 이 프로그램의 수명을 결정하는 열쇠나 다름없다.

그런 맥락에서 아바타 소개팅을 형들과 동생들이 짝을 이뤄 진행해 각자의 성격이 잘 살았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더 잘 살아나기 위해서는 형님 트로이카가 더 적극적이고 노련하게 동생들의 얘기를 받아주고 살려줄 필요가 있다. 이들은 예능인들 중에서도 쿨한 타입의 유머를 지향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동생들이 재미없을 때 ‘안 웃긴다’고 지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웃음이라는 게 ‘너 웃겨봐’ 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다. 또 예능 버라이어티를 하나 띄우는 건 절대 만만치가 않다.

주말 버라이어티의 핵심은 결국 멤버들 간의 신뢰와 시너지 효과다. 감동 코드는 빼고 간다고 했지만 결국 형제애를 보여주는 게 이 프로그램이 가장 빠르게 안정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다.

지금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도 처음부터 멤버들끼리 시너지 효과를 냈던 건 아니다. 출연자들끼리, 또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 신뢰가 생기면 더 재미있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상·현실 넘나드는 아이템, 반복하니깐 뻔해져

‘뜨거운 형제들’. 문화방송 제공

‘뜨형’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든다는 걸 중심에 놓고 아이템을 진행한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여 있는 콘셉트는 <우결>에서 먼저 시도했다. 예능에서 가상은 또 하나의 새로운 예능 판타지로 자리잡았다. 단, <우결>이 가상의 설정에서 리얼을 강조했다면 ‘뜨형’은 이 상황이 가상이라는 걸 계속 강조한다. 설정을 극단적인 가상의 상황으로 밀어붙이고 연기조차 할 수 없게 만든 다음 멤버들의 반응을 보여준다. 가상의 상황에서 리얼한 웃음을 이끌어낸 게 이 프로그램이 빨리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다른 가상 설정 프로그램보다 운신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반응이 좋다고 인기 아이템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는 거다.

요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다 무모한 도전을 반복하며 자리를 잡아간다. 이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초반에 어떻게 잡아갈 것이냐가 성패를 가른다. 그런 면에서 시작은 좋았다.

시작은 좋았지만 몇회 반복하니까 상황실에서 멤버들이 어떤 말을 할지 대사까지 다 알 것 같더라. 무정형의 형식을 살리면서 부지런히 여러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뜨형’은 계속 아바타 소개팅이나 가상 엠티(MT) 등 실내와 스튜디오 내에서만 진행하는 상황극을 진행했다. 몸으로 좀 부딪히면서 더 많은 걸 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지난주에 처음으로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 ‘아바타 데이트’를 진행했다. 좋은 시도였다. 여러 소품을 활용하면서 멤버들끼리의 대결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재미를 줬다. 그러나 아바타를 이용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설정은 확실히 식상해졌다. 이제 더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할 때다.

‘뜨형’에서 눈에 띄는 건 신인 개그맨들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능감을 중시하는 예능인들만 보다가 연기력을 갖춘 개그맨들이 연기를 하니까 그 부분에서 새로운 재미가 느껴진다. 벌써 몇몇 개그맨들은 이 코너를 통해 떴다. 좀더 정교한 대본으로 진행하면 신인 개그맨들에게도 참여의 기회를 계속 주고, 시청자들도 색다른 웃음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반인 여성들을 ‘소개팅녀’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방식은 확실히 문제다. 소개팅녀 화제몰이를 계속 반복하는데, 이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역할은 상대방의 당황스러운 행동에 입을 가리고 웃는 정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들 중 많은 수는 연예인 지망생들이지만 그래도 그들이 시청자 입장에서는 일반인으로 비치는 만큼 그들에 대한 배려도 좀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뜨형’은 아이돌로 치자면 데뷔곡 활동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느냐인데, ‘뜨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팬덤이 생겨난 이상 긍정적이라고 본다.

화제를 일으킨 것에 비해 실제로 보여진 것은 훨씬 작다. 무정형의 형식이라고 했지만 몇몇 인기 아이템 말고는 새롭게 보여진 게 없다. 제작진도 앞으로의 고민이 더 클 것이다. 결국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이는 게 중요한데 그 돌파구는 멤버들 안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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