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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6.23 17:34 수정 : 2010.06.26 11:10

에스비에스 제공

[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24시간 월드컵 단독중계하는 SBS 방송 조목조목 뜯어보니


티브이로 사우루스
‘채널 고정’이라는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적절한 요즘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 단독중계권을 확보한 <에스비에스>(SBS)는 모든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느라 하루 24시간 지상파를 송출하고, 수많은 시청자들은 월드컵 중계를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느라 해가 뜨는 줄도 모른다. 그런데 에스비에스의 단독중계가 결정된 시점부터 단독중계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에스비에스의 단독중계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사진 왼쪽)씨와 <10아시아>(10.asiae.co.kr) 위근우 기자가 에스비에스의 월드컵 중계 내용부터 이와 관련된 논란까지 차례로 들여다봤다.

에스비에스 단독중계, 볼만한가?

위근우(이하 위) 에스비에스 단독중계는 처음부터 잡음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다. 단독중계의 결과물 자체만을 놓고 보면 크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리스전에서 경기가 끝난 이후 박지성 선수의 인터뷰가 음향 문제 때문에 불발된 문제나, 아르헨티나 에인세 선수의 소속 구단을 두고 캐스터가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가 아니라 ‘올림피크 리옹’이라고 설명한 실수가 있긴 했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다.

차우진(이하 차) 다른 방송사에서 중계를 하지 않으니 에스비에스의 중계를 다른 방송사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좋다 나쁘다 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4년 전 중계와 비교할 수도 없고. 무난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에스비에스의 중계에서 중계 자체의 재미를 찾아볼 수 없다. 화질이나 비주얼 등의 그래픽 면에서도 세련되기보다 지루하다.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월드컵 중계가 결정적인 순간에 화면이 끊기거나 하지 않는 이상 해설이 재미없다고 축구 경기가 재미없어지는 건 아니다. 출전국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단독중계를 할 때는 권리와 함께 의무가 생기는데, 음향이나 화질 면에서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한 점은 아쉽다.

김병지 선수가 해설을 맡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 전반에 대한 해설이나 분석이 부족했고, 처음 파트너였던 박찬민 아나운서와 호흡이 맞지 않아 부자연스러웠다. 경기에 집중하기가 힘들 정도여서 음향을 줄이고 보는 게 더 편할 정도였다.


김병지 선수는 골키퍼 출신만이 해줄 수 있는 얘기를 자세하게 해준다. 준비도 많이 한 것이 보인다. 김일중 아나운서로 파트너가 바뀐 다음에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전문 해설위원을 5명 배치해 경기마다 적극적으로 해설을 준비했다는 점에서는 에스비에스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여전히 잘한다. 그런데 2006년 <문화방송> 김성주 전 아나운서와 너무 잘 어울렸던 기억 때문인지 그때의 중계와 해설이 그리운 것도 사실이다.

단독중계 둘러싼 논란, 시청자의 권리? 광고수입?

에스비에스 단독중계로 얻은 장점이 있다면 월드컵 중계방송이 아닌 예능이나 드라마 등 다른 방송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월드컵을 보지 않을 권리’가 생겼다는 거다. 나머지 두 방송사가 월드컵 중계를 하지 않으니 모든 채널이 빨간색으로 도배될 일이 없다.

방송 채널에 대한 선택권이 생겼다는 게 좋다. 그렇지만 에스비에스는 대부분의 정규 편성 프로그램들이 정지 상태다. <인생은 아름다워>나 <커피하우스> 같은 드라마도 방송이 되지 않고 있다. 정규 뉴스는 스포츠 뉴스가 되어버렸다.

가장 좋은 건 방송 3사가 함께 중계를 하되 같은 경기를 동시에 모든 채널에서 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면서 모든 경기를 하나씩 중계한다면 정규 편성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으면서 축구도 볼 수 있다. 다른 방송사들이 에스비에스의 단독중계에 대해 비판하면서 ‘보편적 접근권’을 얘기하는데, 얘기를 들어보면 결국 같은 경기를 동시에 세 개의 채널에서 방송하겠다는 식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는 에스비에스 단독중계로 다른 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건 차선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보다는 낫다.

돌아가면서 중계하는 건 모든 방송사를 공영화시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거 아닐까. 결국 방송사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이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는데 중요한 경기를 양보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강제하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지상파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본다.


한국방송 제공
결국 방송사들이 시청자의 볼 권리를 얘기하면서 단독중계에 대한 고집과 반대를 주장하는 거라면 지상파를 이용하는 방송국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야 한다. 논란은 결국 단독중계에 대해 얘기할 때 광고수입이라는 얘기를 빼놓고 하기 때문에 나오는 거다. 방송국들이 좀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에스비에스가 독점중계를 하면서 다른 방송사들은 뉴스 등을 통해 계속 에스비에스를 비판해왔다. 결국 자기들 이권다툼인데 그걸 마치 권리에 대한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들이 단독중계를 할 수 있다면 아마 다들 에스비에스처럼 하지 않을까.

에스비에스의 단독행동이 잘못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에스비에스만 문제라고 할 수는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월드컵 중계 화면을 사용한 부분에서도, 양쪽 다 비판을 받을 만하다. ‘보도용으로 제공된 영상을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것은 협의 위반’이라는 에스비에스나 ‘뉴스용으로만 쓴다는 조항이 없었다’는 <한국방송>이나 합리적인 소통보다 조항만을 가지고 얘기한다. 둘 다 시청자를 생각했는지 의심이 든다.

그래도 에스비에스가 길게 보지 못한 것은 분명히 있다. 거리응원전 취재 거부 해프닝이나 레스토랑 등 음식점에서도 중계권을 구입해야 볼 수 있다고 한 점을 보면 에스비에스를 옹호할 근거가 없어진다. 자승자박이라는 느낌이 있다.

수많은 월드컵 특집, 재미도 의미도 없다?

앞의 얘기를 조금 이어가자면 에스비에스는 단독중계로 생기는 빈틈을 생각한다면 <남격>의 경우 약간의 편의를 생각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경규라는 인물은 월드컵 때마다 등장하는 아이콘이나 다름없다. ‘이경규가 간다’를 잇는 <남격>을 보는 시청자들 생각을 해서라도 월드컵 중계 장면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해줄 만했다.

그런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남격>이 재미있었던 건 아니었다. 이경규가 이끄는 프로그램이고, 월드컵 기간에는 월드컵 얘기를 해야 하니까 이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했겠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별로였다.

역대 <남격> 중에 가장 재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성과가 있다면 에스비에스가 욕을 먹는 데 도움을 줬다는 거 정도?(웃음) 이경규라는 인물로 명분을 갖긴 했지만, 그래도 에스비에스를 향해 약간 시위를 한다는 느낌이더라.

에스비에스가 기획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불편할 정도였다. 태극기 제작에 필요한 사진을 모으는 데 시청자들의 참여도 저조했고,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을 롤모델로 설정해놓고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데,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월드컵 단독중계를 한다면서 예능 프로그램은 이것밖에 준비한 게 없나 싶더라.

웃을 만한 지점이 없다. 예능이 공익성을 갖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닌데 공익성이 촌스러워지면 불편해진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딱 그렇다. 에스비에스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월드컵 특집으로 꾸미는데, 맥락 없는 특집 기획이 안일해 보일 뿐이다.

그런 특집들도 에스비에스 전사적인 월드컵 전략에 따른 것이겠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 재미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한국방송 <히딩크에게 듣는다>가 흥미로웠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가려졌던 것들이 많이 드러났다. 시청자들은 더이상 방송사가 시청자의 권리 운운하면서 중계권 얘기를 하면 믿지 않을 것이고, 방송사간의 알력싸움이 얼마나 치졸한지도 알게 됐다. 이제 시청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더 적극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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