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6.09 22:20 수정 : 2010.06.13 15:30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

[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표민수 PD와 송재정 작가의 만남 ‘커피하우스’를 둘러싼 논쟁

진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고 입에 털어넣으면 쓴맛과 신맛, 단맛이 차례로 지나가면서 독특한 쾌감이 느껴진다.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는 한 잔의 설탕 탄 에스프레소 같은 드라마다.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의 표민수 피디의 드라마와 <거침없이 하이킥>, <크크섬의 비밀>의 송재정 작가의 코미디가 어우러져 다른 드라마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막상 시청률은 10% 안팎을 기록하면서 좀처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사태에 선거까지 겹쳐 동시간대 경쟁자인 9시 뉴스가 선전하고 있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가 지금 시청자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10아시아> 위근우 기자(사진 왼쪽)와 티브이평론가 김선영씨가 각각 이 드라마의 단점과 장점을 살펴봤다.

티브이로 사우루스

표민수와 송재정의 만남,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위근우(이하 위) 이 드라마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시트콤과 드라마의 중간쯤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표민수 피디가 영상을 만화처럼 찍는 걸 잘하기도 하고 분할 컷을 좋아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는 시트콤적인 요소가 많은 송재정 작가의 대본과 아직까지는 잘 맞아가고 있다.

김선영(이하 김) 드라마 자체가 극성이 뚜렷한 작품이라기보다 캐릭터 간의 만남과 충돌로 빚어지는 에피소드에 의존해서 전개된다. 송재정 작가가 시트콤에서 쌓아놓은 캐릭터 창조능력이 잘 드러난다. 그런 장기를 잘 발휘하고 있지만 뚜렷한 이야기가 없다는 건 단점이다. 그런 면을 표민수 피디가 연출로 보완을 해주고 있다. 다양한 연출을 시도하면서 지루하지 않게 장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호흡이 좋다고 볼 수 있다.

호흡은 잘 맞지만 이 드라마를 시트콤과 드라마의 중간이라고 했을 때 두 개가 잘 살아 있느냐에 대해서는 얘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를 보면 송재정 작가에게 기대한 부분은 많이 등장했지만, 표민수 피디에게 기대한 드라마적인 부분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에피소드는 재미있는데 그게 연결되면서 일관된 서사를 만드는 부분은 부족하다. 이진수(강지환)와 한지원(정웅인)의 갈등을 보면 그들이 대체 왜 싸운 건지도 잘 모르겠다. 감정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는 표민수 피디의 색깔이 드러날 것 같지만, 또 그렇게 되면 초반의 장점을 갖고 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앞으로 보여줄 드라마의 전개가 진부할 거라는 면에서는 걱정이 좀더 많기는 하다. 화법의 신선함과 매력을 잃어버리고 갈등 구조로 빠져버릴 수도 있다. 그래도 이 드라마의 강점인 제법 설득력 있고 개연성을 갖추고 있는 캐릭터의 조화가 끝까지 잘 유지된다면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트렌디 드라마 장르가 <커피프린스 1호점> 이후에 그렇다 할 만한 히트작이 없었다. 그만큼 새로운 얘기가 나오기 어려운 장르라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올해 나온 <파스타>와 <커피하우스>는 둘 다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작품이다. 트렌디 드라마의 뻔함을 <파스타>는 이야기를 일직선으로 밀고 나가면서, <커피하우스>는 시트콤과 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적 실험으로 풀어냈다.


캐릭터, 독특한가 아니면 뻔한가?

강지환이 맡은 소설가 이진수는 까칠하면서도 가학적이고 그러면서도 잘 웃는 이중적인 캐릭터다. 잘 만들어졌다.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결벽증도 있지만 소통이 가능하다. 비서인 강승연(함은정)에게 이상한 행동을 시키지만 그런 것도 결국 소설을 쓰기 위한 거라는 점이 충분히 설명된다. ‘미칠락 말락’ 한다는 드라마 속 설명이 딱 적합하다. 강지환은 상대방을 약 올리고 슬슬 긁는 연기를 참 잘한다.

박시연이 맡은 출판사 사장 서은영은 ‘차가운 도시 여자’, 그러니까 ‘차도녀’다. 박시연의 기존 이미지에서 끌어온 부분도 있는데, 캐릭터 자체는 매력적이다.

서은영 자체의 캐릭터는 괜찮다. 차가우면서도 엉뚱한 매력을 보여준다. 서은영을 따라다니는 한지원도 과도하게 자아도취됐지만 귀여운 남자다. 정웅인의 연기도 좋다. 그런데 이 캐릭터들이 진지해지면 갑자기 뻔해진다는 게 문제다. 서은영이 이진수에 대한 감정을 드러낼 때 ‘차도녀’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지면서 뻔한 짝사랑 캐릭터가 되어버리고, 한지원이 서은영을 대할 때나 이진수를 경계할 때는 진부한 악역이 된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하는 이야기 속에 들어가버리면 캐릭터가 휘발된다는 얘기다.

캐릭터는 새롭지만 드라마적인 설정이 새롭지 않아서일 거다. 그래도 캐릭터 간의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다. 특히 서로가 서로를 평할 때 캐릭터의 성격이 더 부각되고 분명해진다. 승연이 이진수에 대해 ‘지랄맞은 인간이 다 있어’라고 하거나 ‘미칠락 말락’ 한다고 할 때, 이진수가 한지원에 대해 ‘한결같이 느끼한 인간이 다 있어’라고 할 때 그렇다. 자기들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런 이들이 상대방을 평한다는 데에서 오는 웃음이랄까?

승연은 젊고 잘 놀라고 호기심이 많은 캔디녀지만 그렇다고 민폐를 끼치고 다니는 인물은 아니다. 아이돌 출신인 은정도 지나치게 귀여운 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선머슴도 아닌 적당한 20대 중반의 승연을 잘 소화한다. 아쉬운 점은 생계에 뛰어들었다기보다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해 보인다는 점 정도다. 캐릭터 중에 가장 아쉬운 건 승연이네 가족이다. <꽃보다 남자>에서도 그랬지만, 캔디녀에 가까운 여주인공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남자주인공에게 민폐를 끼치는지 모르겠다. 안길강이 연기하는 아버지는 그나마 낫지만, 할머니를 보면 자기 삶이라고는 없는 들러리 인물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

연애 드라마 혹은 성장 드라마?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커피하우스〉. 에스플러스 제공

송재정 작가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시트콤적인 코미디로 장기를 발휘하다가 후반에 멜로로 바뀌면서 신파에 가까운 연애 얘기를 했다. 이 드라마에서도 점점 연애 드라마로 가면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프로인 까칠남과 사회초년병인 캔디녀와의 사랑 얘기는 항상 있어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이다.

모든 일에 초보인 승연이 인간관계를 제외한 모든 일에 완벽한 진수에게 빠지는 러브라인을 어디서 본 느낌이 들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물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거다. 진수는 자기가 시킨 일을 비서인 승연이 해낼 때마다 승연의 끈기 등을 인정한다.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는 <파스타>를 떠올리게 한다. <파스타>는 셰프와 막 성장하는 후배 요리사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모습을 잘 그려냈다. 이 드라마가 <파스타>와 비슷하다는 건 <파스타>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커피하우스>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성장 드라마로서의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승연의 캐릭터는 성장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적당하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꼭 드라마가 멜로가 있는 연애 드라마로 가야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멜로 부분을 조금 포기하고 인물들끼리 계속 티격태격 싸우면서 성장 드라마 쪽에 중점을 주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시청자로서 창작자에 대한 월권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진부한 게 멜로 라인이다. 제작진도 처음부터 성장 드라마라는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네 명 모두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얘기가 되지 않을까? 이진수가 ‘생아마추어’라고 표현하는 승연의 성장 위주로 얘기가 진행되지만 어떤 면에서는 승연보다 다른 어른들이 더 미성숙하다. 승연의 경우 바리스타인 김동욱(박재정)이 말을 못하는 줄 알고 수화를 해서라도 소통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승연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인물들 사이의 빈 공간에 비집고 들어가 모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를 반대에 놓기보다 그 경계를 허물면서 모두가 성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티브이로 사우루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