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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로 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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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티브이로 사우루스
경찰과 정보국 요원의 좌충우돌 사건일지 ‘국가가 부른다’ 둘러싼 갑론을박
각을 세웠습니다. 문패를 바꿨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머리기사로 엔터테인먼트면을 이끌어왔던 방송 대담 ‘너 어제 그거 봤어’가 ‘티브이로사우루스’(티브이로 싸우겠어)로 바뀌었습니다. 문패에서 느껴지듯 새로운 방송 대담에서는 한 프로그램을 놓고 두 사람이 각을 세워 찬반의견을 자유롭게 나눕니다.
대담에는 조민준 esc 객원기자,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텐아시아> 최지은·위근우 기자, 전 <한겨레> 기자인 이미경 자유기고가, 김선영 티브이평론가 등 6명이 참여해 매번 다른 조합으로 참여합니다. 긴장감, 느껴지시나요?
한국방송의 새로운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이하 <국가>)는 제목만 보면 영락없이 애국심을 앞세운 <아이리스> 식의 블록버스터급 첩보물이나 수사물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코미디다. 생계형 경찰 오하나(이수경)와 ‘엄친아’급 정보국 요원 고진혁(김상경)의 좌충우돌 사건일지인 <국가>를 놓고 조민준 객원기자(사진 오른쪽)와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가 찬성과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한국방송 월화드라마로 <국가>,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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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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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준(이하 조) 이 드라마는 2007년에 불었던 장르드라마 붐과 연결해서 생각해야 한다. 당시에 박찬홍 감독의 <마왕>이나 <개와 늑대의 시간> 같은 장르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다. 흐름을 타고 정통 장르드라마가 만들어질 것 같았는데, 막상 시청률이 많이 나오지 않자 방송사에서는 장르물 제작을 접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한국방송에서 변호사 얘기를 다룬 <파트너> 같은 연성화된 장르물이 계속 나왔다. <국가>는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장르물이지만 부담 없이 볼 만한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차우진(이하 차) 연성화된 장르물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오히려 최근 드라마의 경향은 장르를 설정으로 가져오는 데 그친다는 느낌이다. <국가>에 경찰이 나오고 국가조직이 나오지만 세밀한 묘사는 전혀 없다. 그런 면에서 장르물의 조건에 맞는지 의심스럽다.
조 장르물이라고 해서 미국 드라마처럼 꽉 짜인 장르물은 아니다.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일본 드라마 <히어로>처럼 비약도 심하고 휴먼 드라마에 가깝지만 나름의 장르를 가진 드라마로 봐야 할 것 같다. 보기 편하고 재미있는 장르물이 자리잡는 건 괜찮다고 본다. 그런 부분을 한국방송이 곧잘 하고 있다.
차 한국방송 월화드라마 라인업에서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부의 신>과 <부자의 탄생>을 잇는 <국가>는 학력, 자본, 국가권력이라는 면에서 한국 현대사 삼부작의 완결편이나 다름없다. <공부의 신>과 <부자의 탄생>은 그럭저럭 볼만했다. 학력과 자본에 있어 나름 명문대의 윤리학이나 자본의 윤리학이 있었다. 이 드라마에는 그런 게 없다. 나름의 주장이 가능해지려면 불변할 거라고 믿는 공권력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국가’에 대한 확신이 보이지 않는다.
“돈을 밝히는 경찰과 묵묵한 정보국 요원, 캐릭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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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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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오하나는 겉으로는 젊지만 속에 할머니가 들어앉아 있는 캐릭터다. 드라마 첫 회에는 과연 이수경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고진혁 역의 김상경 역시 초반에는 몰입이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설정된 캐릭터와 연기자가 어긋나는 것처럼 보였는데, 두 캐릭터 모두 3~4회를 지나면서 어긋나는 그 모습으로 캐릭터가 자리잡아간다.
차 오하나는 소소한 일상에서 돈을 밝히는 경찰이다. 반면 고진혁은 직장에서 안정된 인물이다. 최근 드라마의 경향이 생계형 여자주인공과 안정된 남자주인공이다. 계급 차이나 재력 차이에서 유발되는 갈등을 재미있게 그린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설정을 살릴 만한 꼼꼼함이 부족하다. 김상경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데 티브이에서 유독 잘 안 풀린다. <살인의 추억>에서의 캐릭터와 겹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다. 김상경은 연기의 문제라기보다 대본의 문제인 것 같다.
조 드라마에서 튀는 부분은 대본보다는 연출이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 드라마의 소재는 괜찮은데, 연출 면에서 타이밍이 좀 늦는다. 짧게 보여주면 웃기는 장면을 늘인다든지 하는 식이어서 대본의 묘를 못 살리는 느낌이다. 김상경은 주로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해왔는데 티브이에서 원하는 연기 톤과 맞지 않아 그런 게 아닐까. 그래도 4회까지 보면 김상경이 연기하는 고진혁이 받아들여진다.
차 이 드라마를 보면서 에릭·한지민이 나왔던 <무적의 낙하산 요원>과 이미지가 겹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정보국이라는 배경 때문일 텐데, 그 드라마는 참 재미있었다. <국가>와 <무적의 낙하산 요원>의 차이는 시청자를 휘어잡는 열혈 캐릭터가 아닐까. <공부의 신>이나 <부자의 탄생>은 그야말로 막 달려가는 열혈 캐릭터가 있었는데 <국가>에는 없다. 또 갈등의 요소나 해결 방식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다.
조 돈 밝히는 경찰인 오하나도 나중에 국가를 위해 뭐 하나쯤은 하지 않을까.(웃음)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부분은 이 드라마의 갈등이나 매력을 한마디로 정리하기 힘든 모호함 때문일 것 같다. 그래도 캐릭터는 보다 보면 정이 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는 거다. 오하나와 고진혁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데 로맨스와 작전에 있어 판을 깨는 역할을 담당하는 최은서(호란)까지 성급하게 투입됐다.
“<국가> 속 국가와 현실 속 국가의 상관관계는?”
차 <국가> 속 정보국을 보면 정보국 요원들이 사회악을 없애려고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지금 한국에서 정보국이 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정치공작이다. 이 드라마 속 인물들은 너무 올바르기만 하다. 상대적으로 경찰은 비리가 많은 조직으로 나온다. 그런 것들이 판타지가 아닌가.
조 그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비슷하다. 여간첩 관련 기사가 나오고 검찰의 성접대 파문이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오히려 드라마는 긍정적인 판타지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일반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올바른 검사상이 드라마를 통해 보여질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정보국 역시 여간첩을 잡는 것 말고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주는 건 긍정적이다. 지금 시점이 약간 맞지 않는 면은 있지만, 드라마를 통해 소박하고도 멀고 먼 그런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또 이 드라마가 <자이언트> 같은 드라마보다 더 요즘 흐름에 맞는다.
차 대중문화 트렌드와 일치하는 건 맞다. 요즘에는 각 잡고 얘기하면 우스워지기 십상이다. 문제는 그러한 트렌드는 잘 풀어내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거다.
조 이 드라마가 장르적 설정에서는 약할지 몰라도 코미디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괜찮다.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부족함이 있긴 하다. 그건 아직 이러한 장르의 코미디가 연출자에게나 연기자에게나 시청자에게나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 아닐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코미디라고 하면 연기자는 목소리 톤을 높이고, 연출자는 과장된 연출을 한다. 그 부분은 비단 이 드라마뿐 아니라 전반적인 드라마의 문제다.
차 국내에서는 드라마든 영화든 코미디가 즉흥성 등에 의존하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그렇지만 이미 많은 시청자들이 미국 드라마 등을 통해 다양한 코미디를 즐기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미국 드라마 팬과 한국 드라마 팬은 나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 드라마까지 열심히 보는 이들이 한국 드라마 팬의 기반이다. 그런 시청자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요즘 드라마는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지만 캐릭터는 과장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거기에서 내용과 캐릭터가 충돌하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조 이 드라마가 여러가지 면에서 과도기에 있는 드라마는 맞다. 소재는 좋지만 설정이나 극의 치밀함이 조금씩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과도기를 즐기면서 귀엽게 보느냐, 아니면 그런 부분을 낯설게 보느냐에 따라 이 드라마에 대한 평가나 재미가 엇갈릴 것 같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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