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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4.28 21:12 수정 : 2010.05.02 13:30

김정수 작가의 신작 문화방송 〈민들레 가족〉과 유호정·손현주가 이혼한 부부로 나오는 에스비에스 〈이웃집 웬수〉.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갈등부터 캐릭터까지 90년대 못 벗어난 ‘민들레 가족’
이혼문제 담담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낸 ‘이웃집 웬수’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수상한 삼형제>와 김수현 작가의 내공이 잘 살아 있는 <인생은 아름다워>, 컬트적인 설정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까지 주말드라마가 풍성해졌다. 여기에 가족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한 두 편의 드라마 <민들레 가족>과 <이웃집 웬수>를 더하면 주말드라마의 다양한 결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번주에는 <10 아시아> (10asia.co.kr)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위근우 기자가 김정수 작가의 잔잔한 가족극 <민들레 가족>과 중년판 <연애시대>라고 불리는 경쾌한 가족극 <이웃집 웬수>를 들여다봤다.

너 어제 그거 봤어?

최지은(이하 최) <민들레 가족>을 쓴 김정수 작가는 <엄마의 바다>, <그대 그리고 나> 등 전설적인 가족드라마를 썼던 작가다. 2000년대 이후에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김정수 작가이기에 그의 새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컸다. <민들레>는 김정수 작가가 해왔던 전통적인 스타일의 가족드라마다.

위근우(이하 위)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가정에서 아버지의 경제권이 무너지는 <민들레 가족>의 시작 부분은 <엄마의 바다>를 연상시킨다. 사장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결국 미끄러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아버지는 결국 사표를 내고, 그로 인해 묻혀졌던 갈등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김정수 작가는 따뜻한 가족드라마를 쓰지만 가정의 중심에는 경제력이 있다는 걸 잊지 않는다. 경제적 속박이 어떻게 정신적 속박을 만들어내는지, 또 각자에게 경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하지 않는다.

김 작가는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작품 안에서 그러한 트렌드를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민들레 가족>에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첫째딸 지원과 혼전 임신으로 결혼하게 된 둘째딸 미원, 자기 인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셋째딸 혜원이 등장한다. 백화점이라는 배경이나 혜원의 남편 재하의 직업이 사진작가라는 설정은 요즘 트렌드를 많이 반영한 설정이다. 문제는 설정은 현대적이지만 그 안에 깔려 있는 정서는 예전과 변하지 않았다는 거다.

아침드라마+일일드라마+미니시리즈 어색한 조합

평생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한 아버지와 내조하는 어머니, 이런 관계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오래된 드라마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셋째딸 혜원이 계약결혼을 했다. 동거 형식의 계약결혼이라는 아이템은 1990년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유행했던 아이템이다. 혜원의 캐릭터 역시 1990년대 후반쯤 등장했던 신세대 커리어우먼 느낌이 강하다. 일에 더 욕심이 있는 정형화된 ‘결혼하기 싫은 여자’ 캐릭터다. 굳이 왜 계약결혼까지 해야 했는지가 잘 납득이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갈등도 비슷하다. 회사에서 밀려난 가장의 외로움이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거나 팥빵이 든 봉투를 들고 혼자 외로워하는 장면으로 표현되는데, 이런 장면이 10년 전쯤에 많이 나왔던 느낌이다. 가장의 외로움이 그저 짐작될 뿐 왜 그렇게까지 외로운지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사표를 낼 수밖에 없었던 굴욕의 지점이 더 많이 드러났어야 했을 것 같다.

아내에게 집착하면서 폭력도 휘두르는 엽기적인 사위가 있는 큰딸네는 아침드라마처럼 보이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매일 지지고 볶는 둘째딸네는 일일드라마처럼 보인다.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쌓아가는 셋째딸네는 오래된 미니시리즈 같다. 여러 종류의 드라마가 섞여 있는데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게 이 드라마가 결정적인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다. 가족들 각자의 갈등이 따로 떨어져서 벌어진다는 느낌이다.

서로 다른 질감의 삶을 사는 게 어떤 면에서 더 사실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안에서 유기적인 재미를 줘야 하는데, 이 가족의 문제가 얽혀 있다고 느껴질 때는 세 딸과 사위가 집에 모여 함께 밥을 먹는 순간 정도다.

세 딸의 갈등은 지난 10여년 동안 새롭게 생겨나거나 늘어난 가족 갈등과는 영 다르다. 현모양처인 엄마가 큰딸에게 현모양처를 기대하는 건 예전의 사고방식이다. 아들이 결혼을 해 대를 잇지 않으면 사진 스튜디오를 빼앗겠다는 재하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문제와 경제력 외에는 다른 새로운 갈등이 없다. 틀을 바꿨지만 새로운 얘기는 아니라는 거다. 가족드라마가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격이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같은 지점에서 출발할 수는 없다.

요즘 부모 세대가 이 드라마에서 보이는 것만큼 보수적이지 않다. 가족간의 세대 편차가 줄어들고 있고, 그러한 경향은 다른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부모 세대가 보여주는 가치관이 너무 보수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셋째딸 혜원이는 그냥 펑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마치 신선한 인물처럼 보인다. <민들레 가족>이 결혼을 목적으로 둔 드라마라면, <이웃집 웬수>는 현실을 담아낸다는 면에서 이혼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이혼은 화려한 싱글로의 귀환도, 인생의 구렁텅이도 아닌, 그저 새롭게 해야 할 고민이다.

이혼을 새로운 사회적 이슈라고 보기에도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이혼을 비교적 담담하게 갖고 간다. 주인공인 지영 부부뿐 아니라 지영의 부모님과 성재의 삼촌 역시 이혼했다.

이 드라마는 아이를 누가 키울지 말지에 대한 얘기도 1회에서 끝내고 바로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 얘기로 넘어간다. 이혼 역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이고 얼마든지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공감되는 선에서 무난하고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드라마를 <연애시대>와 비교하는 건 이혼한 다음에 계속 마주친다는 설정과 아이가 죽고 나서 그 상처가 겹쳐 이혼을 하게 된다는 설정 때문이다. <연애시대>가 미니시리즈 스타일로 풀어갔다면 이 드라마는 주말드라마 안에서 소화한다. <수상한 삼형제>처럼 주말드라마에는 결혼과 이혼을 극단적인 갈등으로 몰아붙이는 드라마가 많은데, 그런 드라마에 비해 <이웃집 웬수>는 절제를 많이 한다. 지영이 자존감을 갖고 있는 중년 여자라는 것도 이 드라마가 불편하지 않은 이유다. 보통 이혼을 다룰 경우 남편을 쓰레기 수준으로 묘사하는 것에 비해 성재는 제법 멀쩡한 남자로 나온다. 딱히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다. ‘미쳤나’ 싶은 인물이 없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미친’ 인물과 극단적 설정 없어 공감대 커

성재가 연애하는 여자의 아들을 챙기느라 딸에게 소홀했던 장면도 마치 성재가 죽일 놈인 것처럼 그리지 않는다. ‘그 여자의 아들도 내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니까 챙길 수 있다’는 식으로 현실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공감대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재미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지영이 성재가 늦게 보낸 양육비 때문에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달이 양육비를 받으면서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아이를 보살피려는 지영의 모습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그런 장면들이 전반적으로 이야기와 인물을 잘 잡아준다.

위자료를 두고 성재와 지영이 의견 충돌을 보이는 부분도 양쪽의 입장을 다 이해할 수 있더라.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상식적인 인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장 판타지적인 부분은 젊고 잘나가는 주방장과 이혼녀 지영의 로맨스다. 이 연하남 판타지 부분이 드라마 전체에서 붕 뜬다. 그게 주방장 역을 맡은 신성록의 연기 때문인지, 설정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웃집 웬수>에서 모든 관계가 우연에 의존하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다. 반면 성재와 이혼녀 미진의 연애는 자연스럽다. 이 연하남 로맨스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이 드라마의 중요한 과제다.

<민들레 가족> 이 장면, 좀 ‘올드’하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겠다면서 어머니에게 통장을 가져오라고 한다. 재정 상태를 확인하더니 ‘왜 이것밖에 모으지 못했느냐’며 싸움을 걸고, 어머니는 ‘다른 여자들처럼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못해서 미안하다’며 화를 낸다. 큰맘 먹고 지었다고는 하지만, 중산층 이상의 커다란 집에 살면서 갑자기 통장을 꺼내 이것밖에 없느냐면서 싸우는 게 관념적인 싸움으로 보였다.”(최지은)

“재하가 셋째딸 혜원의 부모님에게 결혼 승낙을 받으려고 아버지가 나올 때까지 두시간 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절박하긴 했겠지만, 1990년대 드라마에 자주 나왔던 상투적인 장면이었다. 오히려 2010년에 보니까 신선하다는 느낌마저 들더라.”(위근우)

<이웃집 웬수> 이 인물, 좀 뻔하다

“드라마에서 필요한 악역을 성재의 시어머니가 대부분 혼자 맡고 있다. 며느리에 늘 불만스러워하고 살림을 시키면서도 ‘넌 왜 들어앉아서 살림만 하느냐’고 구박하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전형적인 시어머니다. 대부분의 갈등은 시어머니가 만들어내는데, 이 드라마에서 시어머니 캐릭터만큼은 다른 소위 ‘막장 드라마’의 시어머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최지은)

“미진의 친구로 정신과 의사가 나온다. 이 여자는 연애도 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을 상담해주면서 ‘사랑 따윈 믿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잘못 이해해 만들어낸 캐릭터다. 상담을 한다는 사람이 친구가 만나는 남자를 데려오자 꼬치꼬치 캐물으며 분석하려고 하더라. 작가가 만들어낸 30~40대 골드미스의 전형처럼 보인다.”(위근우)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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