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0.04.21 17:31 수정 : 2010.04.21 19:42

김소연이 철없는 검사 마혜리를 연기하는 <검사 프린세스>와 채림과 최시원이 각각 싱글맘과 톱스타로 고군분투하는 <오! 마이 레이디>.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에스비에스 드라마 <검사 프린세스>(이하 <검프>)는 방송 3사의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아슬아슬하게 두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3등을 달리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에 비해 회가 지날수록 호평이 이어지는 드라마다. 반면 에스비에스 9시대 월화드라마 <오! 마이 레이디>(이하 <오마레>)는 수치로는 <검프>와 비슷한 시청률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기대보다 괜찮은 드라마 <검프>와 기대에 못 미치는 드라마 <오마레>를 들여다봤다.

철지난 식상한 설정에 설득력 없는 캐릭터까지 ‘오! 마이 레이디’
참신한 여검사 캐릭터와 김소연 연기력이 만난 ‘검사 프린세스’

정석희(이하 정) <검프>는 검찰청을 배경으로 법을 다루는 이들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드라마에 비해 법조계를 자주 다루는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이 드라마가 법을 다루는 방식이 가볍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차우진(이하 차) 비슷한 이유로 이 드라마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내 드라마가 법을 다룰 때 보통 검찰을 가해자의 위치에 놓고 정의감에 넘치는 착한 변호사가 검찰에 맞서는 식의 얘기를 주로 다뤄왔다. 그런 면에 있어서 검찰을 중심에 놓고 얘기를 진행한다는 게 신선하다.

이 드라마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얘기가 깊이 박혀 있다. 김소연이 연기하는 마혜리는 능력 있고 예쁘기까지 한 검사다. 그런데 드라마는 뚱뚱한 모범생이었던 마혜리의 과거를 보여준다. 마혜리의 변신을 통해 능력과 외모 사이의 상관관계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외모지상주의와 자존감 문제 주요하게 다뤄 ‘눈길’

<검프>는 <금발이 너무해>나 <미녀는 괴로워>에서 그랬듯 외모지상주의를 소재로 이용하지만 그 작품들보다 외모지상주의를 둘러싼 좀더 복잡한 얘기를 펼친다. 이 드라마가 중요하게 다루는 건 자존감이다. 외모가 어떻든,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면에서는 괜찮다. 물론 드라마 전개상 정교한 설명이 부족해 그런 부분이 드라마의 결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윤세준 검사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진정선 검사가 아닌 마혜리에 마음이 흔들리는 주된 원인은, 마혜리가 죽은 아내와 닮았기 때문이다. 죽은 아내가 마혜리의 뚱뚱했던 시절의 모습과 닮았을 것 같지는 않다.(웃음) 그런 게 정교함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결점이다.

말하고자 하는 얘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건 부족해도 검찰청 내부에 대한 묘사는 재미있는 편이다. 검찰청 노래가 나온다든지, 사건을 배당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든지 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그런 묘사가 잘되어 있어서인지 사건 배당을 못 받을 때는 불안해하다가 일거리가 쌓인 걸 보고 좋아하는 마혜리의 모습이 더 귀엽게 느껴진다.

특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인 것 같다.

아동 성폭력 등 최근 이슈가 되는 사건이 드라마의 전개에 나온다는 것도 괜찮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은 시민의 편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한데, 섬세하게 아동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검사의 모습을 잘 보여주더라. 그런데 검사들이 폭탄주를 마시는 게 관례라고 해도 술자리 장면이 희화화되거나 가볍게 그려지면서 그냥 넘어가는 모습은 불편하다.

마혜리가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카푸치노 마실까요?” 하면서 여자 직원을 쳐다보는 장면도 편하진 않다. 권력을 가진 검사면 직원에게 커피를 부탁해도 괜찮다는 것처럼 보인다. 이 드라마는 사실상 김소연이 끌고 간다고 해도 될 만큼 마혜리가 중심이다. 주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지만 마혜리에 대한 설명만큼은 충분하다.

마혜리가 ‘예쁘다’는 설정이긴 한데 레이스나 분홍색을 과하게 사용해 의식적으로 소녀스러움을 강조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풀렸다.

역시 드라마 초반에는 저렇게 꾸미는데 어쩜 예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살아온 이야기를 보니 충분히 인물을 이해할 만하더라.

마혜리는 부모의 뜻에 따라 법대에 갔다가 그만두고, 다시 의상학과에 갔다가 그만두고 사법시험을 봐서 검사가 됐다. 방에 갇혀 사육당하다시피 공부를 하고, 이후 대학에 갔다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지만 다시 법 공부로 돌아온 거다. 마혜리가 언뜻 철없는 공주 같아 보이지만 그래도 자기가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서인우 변호사와 얽히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에도 마주하고, 부모님과 맞서게 되는 상황도 만들어질 거다. 어떻게 풀어낼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가 결국 마혜리가 조금씩 독립해나가는 얘기라는 건 확실해졌다.

마혜리가 앞으로 닥칠 갈등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해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 김소연은 마혜리의 캐릭터를 잘 표현한다. <아이리스>에서 바로 <검사 프린세스>로 변신하는 걸 보면 역시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다. 마혜리는 평소 김소연의 모습과 닮아 있어 연기를 더 눈여겨보게 된다. <오마레>는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드라마의 조각 조각을 이어붙인 드라마 같다.

톱스타와 이혼녀의 사랑부터 존재조차 몰랐던 아이의 등장까지 몇 년 전에 주로 나왔던 설정이 그대로 나온다. ‘설마 다른 얘기가 있겠지’ 했는데, 보면 볼수록 별다른 얘기가 없다.

악역이 없어서 편하게 볼 수는 있다. 연기가 크게 거슬리는 연기자도 없다. 그럼에도 딱히 이 드라마의 장점을 찾기가 힘들다. 최시원이 발연기를 하는 설정은 재미있다. 그 설정으로 인해 최시원이 캐릭터의 성격을 만들어갈 수 있었을 거다.

그야말로 딱히 좋을 것도, 그렇다고 굉장히 나쁠 것도 없다. 그게 문제다.

이 드라마는 설정이 비슷한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과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가 있는 이혼녀인 여자주인공을 그리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채림이 연기하는 <오마레>의 윤개화는 모성이라는 게 과연 있는지 싶을 정도로 드라마 속에서 처한 상황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가 않는다. <내마스>에서는 최진실이 연기한 홍선희가 설득력 있는 캐릭터였고, 최진실 역시 그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데려다놓고도 잘 못 써 ‘문제’

드라마의 설정이 약하니까 연기하는 배우들이 도드라진다. 채림은 이제 자립적이고 싶지만 잘되지 않고 결국 남자에 의존하게 되는 캔디형 역에 안착한 것 같다. <오! 필승 봉순영> 이후 이런 성격의 역에 잘 어울리게 된 것 같은데, 앞으로도 채림은 이쪽 연기를 계속하지 않을까. 이런 성격의 역을 잘 소화하는 배우가 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도 아줌마 말투를 쓰는 연기의 경우 특징적이고 좋다.

<오마레>의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데려다놓고도 잘 쓰지 못한다는 거다. 이현우의 아내로 나오는 문정희나 채림의 소아정신과 의사 친구로 나오는 유서진 등은 다른 작품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들이다.

차 에스비에스 9시대 드라마가 <천사의 유혹>과 <별을 따다줘>로 지금까지 이목을 끌었는데, 이 작품으로 인해 그 주목도가 조금은 낮아질 것 같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 <검사 프린세스> 마혜리, 이것만은 말아줘

“검찰청 사무실 컴퓨터 모니터에, 그것도 남의 모니터에 호피무늬 덮개를 씌우는 건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마혜리의 사무실에는 호피와 레이스가 공존한다. 사무실 꾸미기에 일관성이 없다. 티브이엔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 나오는 여직원의 사무실 꾸미기 편을 참고해라.”(정석희)

“과한 패션 스타일도 제발 그만해줬으면 한다. 불안하기만 한 킬힐과 일하는 데 불편해 보이기만 하는 어중간한 길이의 치마, 프릴에 레이스가 달린 옷은 너무 지나치다. 마혜리가 왜 그렇게 외모에 집착하면서도 세련돼 보이지가 않는지는 이미 지난 얘기를 통해 보여줬으니, 이제 그런 패션은 그만 보여줘도 될 것 같다.”(차우진)

■ <오! 마이 레이디> 이 인물, 어디서 많이 봤다

“극 중 톱스타인 성민우(최시원)를 쫓아다니는 연예부 기자 한민관(김광규)은 에스비에스 <미남이시네요>에 나왔던 기자와 하는 행동이 너무 비슷하다. 장근석을 따라다니던 기자가 여기 와서 최시원을 따라다니는 것 같다.”(정석희)

“이현우가 연기하는 유시준 대표는 지금까지 이현우가 연기했던 역 중 아무거나 뽑아 비교해도 비슷할 만큼 익숙하다. 이제 이현우가 나오면 극 중 인물이 아니라 그냥 ‘이현우’인 것 같아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드라마에서 이현우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는 걸 보면서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실제 이현우와 드라마 속 이현우를 헷갈린 거다.”(차우진)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티브이로 사우루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