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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24 19:20 수정 : 2010.03.25 08:39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조권, 아니 깝권이 대세다. <세바퀴>의 모든 중년 예능인들이 입을 모아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조권은 지금 토요일과 일요일 두 개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한다.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이 있다면 시즌2라는 것이고, 차이점이 있다면 시청자의 호응 정도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조권으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된 문화방송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이하 <우결>)와 조권이 출연하는데도 좀처럼 화제가 되지 않는 에스비에스 <패밀리가 떴다 시즌2>(이하 <패떴>)를 들여다봤다.

그의 출연으로 ‘우결’은 화제가 된 반면 ‘패떴’은 별로
시즌1과 단절된 건 좋은데 이렇게 웃기지 않을 수가

정석희(이하 정) <우결> 시즌2는 지금 박미선을 중심으로 한 패널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함께 영상을 보면서 진행하는 형식이다. 예전에는 스튜디오 진행이 재미없었는데, 지금은 스튜디오 진행이 오히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요소다. 패널들이 커플에 대해 잘 알아서인지 거들어주는 얘기가 다 재미있다. 특히 정용화-서현 커플을 보는 2AM 정진운의 말이나 행동은 셋이 삼각관계처럼 설정되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남자 시청자들을 대변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차우진(이하 차) 황우슬혜-이선호 커플은 실제 배우 커플이었는데, 이상하게 배우 커플이 나오면 몰입이 되지 않는다. 하는 건 비슷한데 보는 느낌이 다르다. 연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예전엔 저녁드라마, 요즘은 미니시리즈


만약 어느 정도 연기가 들어갔다면, 연기를 너무 못한 거다.

연기하는 듯한 느낌이 몰입을 방해하는 것 같다. 차라리 어색한 게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우결>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실제 가족들도 나와 저녁 드라마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요즘에는 미니시리즈를 보는 것 같다. 가족은 전화 통화를 하는 정도로만 등장하고, 커플들은 주로 동료와 어울린다. 지금 나오는 조권-가인 커플의 경우 키스를 할까 말까 등으로 2AM 멤버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더라.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시청자들은 저녁 드라마 같은 분위기를 더 좋아할 듯하지만.

출연자들이 너무 애들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재미가 없다. 공감할 만한 지점이 별로 없다.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대한 판타지를 너무 강조하는 것도 몰입하기 힘든 요소다.

시청자들은 이미 <우결>이 결혼 생활이 아니라 연애하는 정도라는 걸 이해하고 있다. 아무리 연애라고 해도 한 달 만났는데 손 한번 제대로 잡지 않는 건 실제 연애보다 한 수 아래이긴 하다. 그렇다고 스킨십 진도를 막 나갈 수도 없지 않나. 그게 이 프로그램의 한계이기도 하다.

어릴수록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이 크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결혼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십대 초반에 연애를 할 때 연애 3개월 하고도 이 사람과 결혼하면 어떨까를 생각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그런 게 반영되는 것 같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아들이나 딸을 생각하면서 보게 된다. 내 사위가 저러면, 내 며느리가 저러면 어떨까 하면서 말이다. 서현-정용화 커플의 경우 서현이 며느리면 예쁠 것 같고, 정용화가 사위면 딸을 잘 아껴줄 것 같다.

조권-가인 커플로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은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와 시즌1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 시즌2>. 문화방송·에스비에스 제공

서현에게는 마치 <지붕뚫고 하이킥>의 신세경 같은 이미지가 있다. 예쁘고 청순한데 고지식하고 재미는 없을 것 같은.

서현은 결혼에 대해 공부하는 태도로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권-가인 커플은 기대 이상을 보여준다.

이 커플은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 때도 미니홈피 등을 통해 뭔가를 계속한다. 이 둘이 미니홈피 등에서 하는 게 기사로 재생산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예전에도 서인영-크라운제이 등 그런 커플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하진 않았다. 이 둘은 이런 유사연애 같은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사귀는 건 아니겠지만 둘 사이에 어느 정도 감정이 없을 것 같진 않더라.

이 둘이 솔직히 사귀냐는 질문 등에 모호하게 답변하는 걸 보면, 조권-가인 둘 다 천생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둘은 사람들이 왜 이 커플에 열광하는지 안다. 그런 모습을 자기네들이 알아서 보여준다.

<패떴> 시즌2는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그 기대에도 못미친다. 다른 예능에서 재미있었던 윤상현을 여기에 데려다놓으니까 지루한 캐릭터가 됐다. 조권은 리액션이 있어야 재미있는데 리액션을 받아줄 사람이 없다. 총체적인 난관이다.

시즌2 제작진의 가장 큰 고민은 아마도 어떻게 시즌1과 단절할 것인가였을 것 같다. 시즌2는 시즌1과 진행 방식부터 출연진까지 모두 달라졌다. 문제는 달라졌는데 재미가 없다는 거다.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지상렬한테 잠수는 왜 시키는 거지?

<무한도전>과 <패떴> 시즌1과 <해피선데이-1박2일>이 하는 걸 합쳐서 다시 여기에서 한다. 가학적 게임을 하고, 배고파서 괴로워하는 걸 여기에서까지 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매번 장소도 바뀌고 가장도 바뀌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언젠가 재미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은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이 다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김원희가 잘하는 진행이 있고 아직 넘어서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게 보인다. 여기에서 그런 부분을 훈련하는 것 같다. 김원희나 지상렬은 토크가 강한 사람들이다. 순발력도 뛰어난데 여기에서는 그 빛을 전혀 못 본다.

김원희나 지상렬이 각자 고군분투하는 게 보인다. 지상렬이 잠수하는 데 힘겨워하고, 김원희도 뛰는 데 힘들어하더라. 그걸 왜 시키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놀러간 곳에서 노닥거리면서 토크만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원희와 지상렬의 관계는 아직 좀 애매하다. 선후배도, 가상 부부도 아니고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 같다. 중심축이 분산되고 집중이 되지 않으니까 다른 출연자들의 관계도 어그러진다. 신봉선은 <골드미스가 간다>에서 철없는 막내로 반짝이는데 여기에서는 계속 당하기만 한다. 재미를 위해 조합됐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들의 관계나 순위가 정해지는 순간 힘을 받을 것 같다. 그때까지는 계속 재미없게 느껴질 것 같다.

택연과 윤아, 받쳐주는 사람이 없잖아

아직 가깝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놓으니까 보는 사람들도 어색하다. 택연은 무리수인 것 같다. 받쳐주는 사람이 없으니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윤아의 경우 예능감이 있다. 망가지기도 잘하고 웃기기도 잘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그런 걸 잘 살려주지 않는다.

출연자끼리의 관계가 만들어지면 좀더 나아질 것 같다. 지금까지는 자연스러운 관계가 하나도 없다. 윤상현과 조권은 톰과 제리로 억지 관계 만들었다가 비난만 받았다. 섣부른 관계 만들기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래도 지난주 토요일 방송분에서는 윤아와 조권이 나란히 앉아 계란을 구워먹는 장면이 가장 재미있더라. 둘이 부엌에서 잠깐 자연스럽게 논 게 장기자랑보다 더 재미있었다. 그런 재미를 계속 찾아가야 한다.

<패떴> 시즌1에서 새로 관계가 생기는 시간은 밥을 하고 밥을 먹는 시간이었다. 시즌2 출연진들도 숙소에서 서로 얘기를 하면서 위로든 공감이든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야 관계가 형성된다. 그들 사이에도, 또 그들과 시청자 사이에도.

관계가 만들어지고 가족이 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때까지 시청자들이 참고 기다려줄까.

<우결2>에서 이런 커플 보고 싶다

“정진운과 니콜 커플이 나오면 어떨까. 그 둘이 친하다고 알려져 있지 않나. 니콜의 엉뚱함과 정진운의 착한 성격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둘이 부부로 나오면 서로 어색해하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 정진운이 패널로 보면서 배운 것들이 많을 텐데 결혼생활을 얼마나 잘할지 보고 싶다.”(정석희)

“세경과 지훈이(최다니엘) 커플. <지붕뚫고 하이킥> 캐릭터 그대로 가상 결혼을 해서 살면 어떨까. <하이킥>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어야 재미있을 것 같다. 적극적인 세경의 모습과 틱틱거리면서도 집안일 시키면 다 하는 그런 둘의 모습이 보고 싶다.”(차우진)

<패떴2>에서 이런 장면 보고 싶다

“프로그램 안에서 자연스러운 관계가 만들어져 그로 인해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게 하는 장면이 보고 싶다.”(정석희)

“패밀리 공동의 적이 있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협하는 가상의 적이 있으면 서로 뭉쳐지지 않을까. 예를 들어 곰이 습격한다든지, 프로그램 밖에서 루머 등에 시달리는 설정 같은 것. 그러면 좀더 특별한 관계가 생기고 보는 사람들도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다.”(차우진)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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