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어제 그거 봤어?
|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드라마를 보다가 예기치 않은 부분에서 뜻하지 않게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데 웃음이 나는 이유는, 첫째 상황이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아서, 둘째 대사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해서, 셋째 컴퓨터그래픽 처리가 미흡해서. 웃음의 조건을 두루 갖춘 드라마 두 편이 화제다. 문화방송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와 한국방송 <부자의 탄생>이다. <10 아시아>(10asia.co.kr)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위근우 기자가 <신불사>와 <부자의 탄생>을 들여다봤다. 설득력 없는 자기계발서 같은 ‘신불사’와 ‘부자의 탄생’
드라마니까 그냥 넘어가주길 기대하는 건 오산입니다 위근우(이하 위) <신불사>는 박봉성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다. 만화에서 주인공인 최강타는 피비린내를 풍기는 괴물 같은 존재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고, 가장 싸움도 잘하는 이런 주인공이 과연 드라마에서는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도 걱정도 많았다. 최지은(이하 최) 첫회를 보면 뭔가를 단지 보여주기 위한 장면들이 많다. 시작하자마자 최강타 역의 송일국이 승마를 하는 모습이나 펜싱을 하는 모습은 단지 그가 이런 귀족적인 스포츠를 수준급으로 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이 드라마가 낭패인 지점은 그게 볼거리마저 되지 않는다는 거다. ‘아랍왕자 송일국’ 시청자 놀리는 듯 위 제작진은 약간의 개연성은 희생해도 스케일을 살리겠다고 했는데 그 의도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만화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결과적으로는 후자가 됐다. 100억원이라는 제작비로 <아이리스>를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아이리스>보다 <벡터맨>에 가깝다고 느낀다. 첫회에 나온 요트 폭파 신의 조악한 컴퓨터그래픽만 봐도 그렇다. 그 <벡터맨>스러운 부분이 이 드라마의 기묘한 컬트적 매력이기도 하다. 최 성인을 위한 어린이 드라마 같은 느낌이랄까. 위 역동적이지도, 멋지지도 않은 승마 신 같은 어설픈 장면이 기묘한 만화적 판타지 분위기를 내는 데 일조한다. 적어도 1~2회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일관성 있게 보여졌다. 리얼리티를 포기하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드라마 스스로의 규칙을 지켜가야 한다. 그런 일관성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최 송일국이 아랍 왕자로 분한 장면을 보면서 지금 시청자를 놀리는 건가 싶었다. 수염을 붙이고 선글라스를 낀다고 아랍 왕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나. 제작진의 당당함이 놀랍다. 만화에서 황당한 설정이 용인됐으니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용인될 거라고, 이 모든 걸 시청자가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위 <신불사>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 신이라고 불리는 최강타라는 캐릭터의 만화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설득력 없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정말 최강타가 신이 맞는지 의심만 커진다. 이야기를 통해 최강타에게서 신이라는 아우라를 느끼도록 하는 게 아니라 최강타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사건만 나열된다. 드라마에서 최강타와 대결구도에 있는 인물은 김민종이 연기하는 황우현이다. 그런데 대결구도를 이루기에 황우현은 너무 매력이 없다. 무슨 고민과 신념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채영이 연기하는 진보배는 또하나의 민폐 캐릭터에 불과하다. 최 드라마에서 기자라는 캐릭터를 쓰는 게 너무 안일한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렇다.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장치로 기자를 사용한다. 위 진보배가 밝히겠다는 진실이 뭔지 모르겠다. 최강타도 그렇다. 만화에서 최강타는 선한 사람이라기보다 복수의 화신이다. 그런 면에 빠져들어 만화를 보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최강타는 정의로운 척하는데, 대체 그가 말하는 정의가 뭘까. 이 드라마의 인물들에게 진짜 자기 삶이 있는지 궁금하다. 모두가 사건을 위한 장기짝 같다. 최 드라마에서 황우현이 후배 여기자인 진보배를 사건 현장에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그때 강력반 형사가 “알 만하신 분이 기자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의 대사를 한다. 이 드라마에 하고 싶은 얘기다. 알 만한 분들이 왜 이러시느냐고. 위 <부자의 탄생>도 리얼리티가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최 한국방송이 <공부의 신> 다음에 <부자의 탄생>을 내보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하다. 학벌을 얘기하고, 그다음에 돈에 대해 얘기한다. 누구나 한번쯤 재벌 아버지가 찾아올 거라는 꿈을 꾼다. 그런 설정에서 시작한 것은 충분히 재미있는 전개가 될 법하다. 문제는 장치는 좋은데 그다음에 계속 힘이 빠진다는 거다.
박봉성 화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와 착한 부자 얘기를 기획의도로 내세운 <부자의 탄생>. 문화방송·한국방송 제공
|
|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