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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10 18:38 수정 : 2010.03.14 15:11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큐티브이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이하 <모트코>)와 온스타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미국에서 원본 형식을 수입해 제작한다는 점, 두번째는 탁월한 진행 능력을 지닌 진행자 김구라와 이소라가 프로그램을 각각 맡고 있다는 점, 리얼리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리얼리티 토크쇼와 리얼리티 서바이벌쇼라는 점, 세번째는 시즌1을 끝내고 나란히 시즌2를 시작해 한창 달리는 중이라는 점이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가 두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변명할 기회만 잔뜩 줘 긴장감 떨어뜨린 ‘모트코’ 시즌2
어색함 다듬어진 ‘프런코’ 시즌2는 패션 이해 높여주네

정석희(이하 정)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던 <모트코> 시즌1은 지나치게 황당한 질문을 퍼부어서 비난을 받았던 것 빼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시즌2에서 모델 이파니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잘 아는 이들을 등장시키며 화제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신해철의 출연으로 많이 화제가 됐다.

차우진(이하 차)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면서 프로그램 인지도는 높였는지 모르지만, 내용 면에서는 실망스럽다.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넘어가면서 제작진의 고민이 많았던 것은 알겠지만, 연예인들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설정이나 조율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해져 있는 질문과 대답을 한다. 프로그램이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진실게임인가 두뇌게임인가


이파니와 신해철 편을 보면 이게 진실게임이라기보다 질문자와 답변자 간의 두뇌게임에 가깝더라. ‘남자와 둘이 밤에 집에서 술 마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을 했는데 막상 설명을 들어보면 여럿이 어울리다가 다들 가고 둘이 남았다는 식이다.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기보다 답을 하면서 얼마나 설명을 잘하느냐가 문제다. 신해철도 그렇다. ‘결혼 후 다른 여자가 샤워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는데 설명을 들어보면 혼탕에 갔다더라 그런 거다. 피해갈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대답할 수 있다. 그게 맹점이다.

<무릎팍도사> 신해철 편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상황에 비슷한 질문이 오간다는 걸 알 수 있다. 화제의 인물을 섭외해 진행하는 토크쇼에 가깝다. 신해철이 지난번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이유와 <모트코>에 출연한 이유가 겹치지 않나.

진실과 거짓을 가리기보다 고백이나 변명을 할 기회와 시간을 준다. 신해철은 여기에 출연해 사교육 광고를 왜 찍었느냐에 대해 해명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기사화를 염두에 두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시즌1 때에는 너무 심할 정도의 질문을 했는데, 시즌2로 와서는 질문이 센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 아니다 대답을 한 다음에 넘어가야 하는데 시간을 주니까 설명만 길어진다. 긴장감이 없으니 재미도 없다. 지인이라고 나온 이들도 예능에서 보던 이들이다. 왜 굳이 그렇게 떨어뜨려 앉혀놓는지도 모르겠다. 김구라와 신해철이 일대일로 얘기하다가 갑자기 이들이 중간에 들어오는 것도 어색하다.

신해철이 설득의 달인인 것은 확실하다. 문희준과 서태지 등 사람들을 낚을 수 있는 질문을 요령껏 피해간다. 듣다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웃음) 딸이 혼전 동거를 한다면 허락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진실로 얘기한 것을 보면서 저게 진심이라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신해철 편 마지막 부분에서는 다소 격양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원판의 재미는 도덕적인 어떤 것을 벗어던질 때의 악의적인 쾌감이다. 티브이 안에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하고, 서로 주먹다짐이나 욕을 하기도 하는 게 재미있는 건 그들이 외국인이라서인 것도 분명히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극적인 질문을 했던 시즌1이 딱히 재미있지만은 않았던 건 그들이 같은 한국인이라서 불편했다는 것도 분명히 있다. 그래도 그렇게 센 프로그램이 한국에 들어와서 선정적이되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던 게 흥미로웠다. 그런데 시즌2로 넘어가면서 처음의 기획 의도와 달라졌다. 시즌1에서 하고자 했던 걸 계속 밀어붙였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패션 디자이너를 뽑는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2와 진실게임을 표방한 리얼토크쇼 <더 모먼트 오브 트루스 코리아> 시즌2. 온스타일·큐티브이 제공

캐릭터는 안 보이고 그들의 옷만…

신해철 편이 화제를 불러모았고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에는 기여했겠지만 과연 그의 진실이라고 밝힌 것들이 그가 가져간 상금 2000만원의 값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지금 <모트코>는 누구를 위해 있는 프로그램인지 모르겠다. 몇년 전 케이블 티브이 토크쇼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왜 이파니와 김한석, 신해철 같은 연예인들이 저기에서 저런 얘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초반에는 김구라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그 재미도 없어졌다. 반면 <프런코>는 시즌2에서 많이 다듬어졌다.

시즌1에서는 어색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적응하고 나니까 볼만하다. <프런코>는 보수적이고 단순한 옷을 좋아하던 나 같은 일반 시청자들이 패션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회가 거듭될수록 자기 생각이 담긴 디자인을 좋아하게 된다.

시즌2는 특히 옷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도전자들의 실력도 시즌1 때보다 뛰어난 것 같다. 시즌1 때보다 패션과 디자인에 대해 조금씩 더 배우는 게 있다. 그런데 그만큼 재미는 없어졌다. 지금은 도전자들의 캐릭터는 잘 안보이고 이들이 만드는 옷이 더 잘 보인다. 그러다 보니 그만큼 집중해서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

시즌1에서는 도전자 최혜정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있었고, 그게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최창숙과 정현주가 부딪치기는 하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갈등이다. 시즌1에서처럼 감춰진 갈등 같은 건 없다. 그러다 보니 패션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고, 결국 패션은 완성되지만 재미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탈락에서도 납득이 안 가는 게 많았는데 이번 시즌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동시에 심사위원에 대한 악플도 별로 없더라. 최종 단계에 누가 갈지 궁금하다.

이소라의 진행은 시즌2에서 더 눈에 띈다. 진행을 잘하면서도 중간중간 재치있는 멘트나 애교스러운 말투도 하더라.

이소라는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이소라가 입고 나오는 옷을 보는 재미도 있다. 방송이 되면 바로 블로그에 이소라가 입은 옷 브랜드 등의 정보가 올라오더라.

이소라, 확실히 자리잡았다

간호섭 교수의 등장도 여전히 재미있다. 중간점검 하면서 꼭 뜻밖의 멘트를 하나씩 한다. 그럴 때 웃음이 터진다. 간호섭 교수가 이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게 있다.

원판에서 팀 건을 좋아해서 간호섭 교수가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너무 잘 선택한 것 같다. 확실히 예전처럼 판권을 사오지 않고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보다 판권을 사와서 제대로 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이게 자리를 잡으니까 프로그램이 확실히 안정적인 느낌이다.

미국 원판 <프로젝트 런웨이>는 시즌이 계속되면서 점점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프런코>는 우선 시즌3까지는 안정적으로 계속 갈 것 같다.

<모먼트 오브 트루스> 이 질문, 기억나네

“신해철 편에서 ‘음원을 불법 다운로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렇다’고 대답한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설명이 결국 음원을 불법으로 다운받아서 소지하는 기분을 알아보려고 그랬다는 거였다. 설득당한 느낌이었는데, 질문도 대답도 별로였다.”(정석희)

“신해철 편에서 ‘간통죄 폐지를 주장한 게 자기가 언제 잡힐지 몰라서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신해철이 <100분 토론> 등에서 간통죄 폐지를 주장할 때 실제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지 않나.(웃음) 대답은 ‘아니다’였다”(차우진)

<프런코> 이 도전자, 눈에 띄네

“정고운. 소재를 쓰는 게 기발하다. 생각도 참신하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아닌데 여러 장점 때문에 주목하게 된다. 오디션 때에는 평범한 머리 스타일이었는데 도전을 시작하면서 스타일도 바뀌었다.”(정석희)

“최창숙.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가업으로 옷을 만들던 사람이고, 유학파도 아닌 아줌마다. 도전자들도 약간 무시하고 사람들도 비호감이라고 하니까 오히려 눈여겨보게 되는 게 있다. 실제 같이 일하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최창숙 도전자 덕분에 그나마 갈등이나 긴장감이 생긴다. 캐릭터가 재미있다. 어디까지 갈지 궁금하기도 하다.”(차우진)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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