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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3.03 19:20 수정 : 2010.03.07 14:09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화요일 밤이 뜨겁다. 오랫동안 화요일 밤의 강자였던 한국방송 <상상더하기>가 폐지되고, 강호동이 이끄는 에스비에스 <강심장>이 신설됐고, <상상더하기> 후속으로 배우 김승우가 깃발을 든 <승승장구>가 시작했다. 시청률에서는 <강심장>이 17% 정도를 유지하며 앞서고 있지만 <승승장구> 역시 두자릿수 시청률에 안착했다. <10 아시아>(10asia.co.kr)의 최지은(사진 오른쪽) 기자와 위근우 기자가 대결구도에 접어든 두 프로그램 <강심장>과 <승승장구>를 들여다봤다.

너무 산만한 ‘승승장구’, 욕심은 버리되 집중도는 높여야
‘강심장’은 백화점처럼 버라이어티한 공간 즐기는 재미 줘

최지은(이하 최) 서로 다른 스타일의 프로그램이 같은 시간에 붙어서 각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시너지 효과도 있다. <강심장>은 처음에 강호동이 진행하는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우려와는 다르게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위근우(이하 위)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20명이 넘는 게스트들이 자기 토크를 보여준다. 경매를 부쳐서 가장 강한 얘기를 선정하는 형식이다. 지금까지 강한 얘기를 추구하는 토크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토록 많은 게스트가 강한 얘기를 쏟아내는 건 처음이다. 개개인의 호불호는 다르겠지만 엄청난 물량으로 볼거리를 만든다는 점은 놀랍다.

화요일 밤의 강자 에스비에스 <강심장>(왼쪽)과 같은 시간대 시청률 경쟁을 시작한 한국방송 <승승장구>. 에스비에스·한국방송 제공
감동적 이야기 절묘하게 배치하는 강호동


많은 이들이 한가지 사연을 짧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게 반복되기 때문에 자리를 지키고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보지 않아도 된다. 부담 없이 채널을 틀어놓게 되는 면이 있다.

어떤 브랜드의 신상품이 나왔다고 백화점에 가는 건 아니다. 전시된 많은 상품을 보면서 소비욕구를 즐긴다. 강심장은 백화점처럼 버라이어티한 공간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토크쇼라고는 하지만 <강심장>에서 사람들은 토크뿐 아니라 개인기, 춤, 노래 등 모든 걸 한다. 얘기도 웃기는 얘기와 슬픈 얘기가 함께 있다. 예능 흐름 중 하나인 백화점식 구성이다.

강호동은 감동에 집착한다. 그런데 강호동이 없는 얘기를 끌어내는 건 아니다. 감동적인 얘기를 어디에 배치하느냐가 진행자의 역량이다. 감동적인 얘기를 오늘 하루에 소비해야 한다면 그걸 언제 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강호동은 전술적으로 이를 운영한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강심장>에서는 필요한 지점이다.

강호동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강력하게 개입하는 편은 아니다. 서로 처음 보는 이도 많은 다양한 연예인이 나올 때는 강호동처럼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얘기와 얘기 사이의 어색함을 없애는 김효진과 김영철의 역할도 중요하다.

초반에는 분위기를 만드는 바람잡이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하나의 얘기에 스무개가 넘는 리액션이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쾌감이 느껴진다. 시각적 쾌감은 버라이어티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강심장>에는 톱스타뿐 아니라 인기가 없거나 이름을 잘 모르는 이들도 많이 출연한다. 관심 없던 이들의 얘기에 힘이 실리면 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강심장>을 얘기할 때 폭로 전문 토크쇼라고 많이 하는데, 사실 이 프로그램에 실제 등장하는 폭로의 양보다 인터넷 연예매체에서 <강심장>을 다루는 기사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연예에 관한 폭로만 하는 것 같지만 사실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주제의 얘기가 나온다. <탐나는도다>의 황찬빈의 경우 프랑스인 아빠와 한국인 새엄마 얘기를 했는데, 흥미로웠다.

얘기는 강하지만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기는 힘들다. <무릎팍도사>는 토크를 통해 한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강심장> 형식에서는 그런 게 어렵다. 슬픈 얘기도 출연자가 한 얘기에서 더 파고들지 않는다. 이 형식 안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게 면죄부는 아니다. 약점이다. <강심장>은 강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약점도 뚜렷하다.

첫회 김남주 편은 절반의 성공이자 실패

<승승장구>의 경우 방송 전 기대치가 낮았다. <박중훈쇼>에 실망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김승우의 지인을 데려다놓고 낡은 방식의 토크만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아이돌 그룹의 멤버와 김신영, 최화정 등의 패널을 배치했다. 다양한 보좌진을 모아놓은 거다. 설정과 장치도 많이 했다. 첫회 김남주 편은 절반의 성공이자 절반의 실패다. 김남주를 선택한 건 김승우의 역량을 끌어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굳이 부인을 첫회 게스트로 세워야 할 만큼 진행자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첫회 내용이 기대보다는 좋았지만 게스트 선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는다.

의도가 무엇이었든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것까지 고민했어야 한다. 김승우의 부인 김남주와 지인인 황정민, <아이리스>에 함께 출연한 김소연, 패널 우영의 팀인 투피엠 등의 게스트는 시청자로서 충분히 진행자가 자기 사람들을 데려온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구성이다.

<승승장구>는 지금 왜 그 사람이 출연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서 김승우라는 대답 외에는 설명이 힘들다.

<강심장>의 필연적인 문제는 소재에서 깊이 들어갈 수 없다는 거다. 그런데 다른 스타일의 <승승장구>에서도 깊이는 문제가 된다. 네티즌 질문 코너의 경우 일종의 질문 복불복 같다. 대중이 궁금해하는 질문이라고는 하지만 뻔한 것이 많고 산발적이다. 질문을 하나 던지면 거기에서 걸고 더 깊게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는 질문들만 있다. 변죽만 울린다.

황정민 편은 <승승장구>의 기본 구성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줬다. 네티즌 질문에서 연기나 영화에 대한 황정민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불편한 얘기를 끌어내지 않는 것과 깊이있는 토크를 하는 건 다른 문제다. <승승장구>는 게스트가 신경쓰는 얘기는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한다. 코너는 많고, 진행자는 여러명이고, 방청객은 많고, 몰래 온 손님들도 있다.

밴드의 노래로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맥락이 없는 느낌이다.

시청자와 약속을 하는 코너도 있다. 이게 좋은 아이디어인지 잘 모르겠다. 자발적이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아니라 하나의 목적을 갖고 하면 실없는 재미가 사라진다. 프로그램 전체와 동떨어진 느낌마저 든다.

이런 방식은 시청자와의 소통이라기보다 홍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 뭐냐는 질문이 생긴다. 재미냐, 감동이냐. 프로그램의 방향이 뭔지 모르겠다. 시청자는 게스트가 대우받는 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황정민에게 카레라이스 송을 불러달라고 하고, 정작 진행자는 그게 어떤 노래인지 모른다는 것도 이상하다.

김승우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배우들보다 편안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은 상대다. 그런데 김승우의 그런 지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패널들이 김승우가 다 보여주지 못한 면을 보완하고 있다. 김승우와 우영이 티격태격하는 건 잔재미를 주고, 태연은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김신영은 어떤 상황에서도 재미를 만들어내고 최화정은 매끄럽게 상황을 풀어간다. 패널들의 그런 부분이 김승우의 공격적이지 않은 분위기와 제대로 결합하면 조금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승우의 가능성이 적극적으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단, 지금 형식에서는 힘들 것 같다.

너무 많은 걸 잡으려다가 아무것도 못 잡을 수가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에는 그런 시도를 통해 얼마나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강심장> 안티로 <승승장구> 좋아한다?

흥미로운 것은 <강심장>에 대한 안티로 <승승장구>를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많다는 거다. 강호동의 강한 진행에 대한 거부감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게 있다. 그래서 <승승장구>의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생긴다. 그런 점은 가져가야 할 필요가 있다. 토크쇼의 잊혀진 미덕이라는 부분에서 <승승장구>에 기대하는 면이 있다. 욕심을 버리고 그런 미덕을 가져가면 좋겠다. 아직 방송 초기니까 산만한 지금의 형식을 수정하고 김승우라는 진행자에 더 집중하면서 좋은 보좌진을 십분 활용하면 충분히 장점이 많은 토크쇼가 될 것 같다.

정리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좋은 예

“<강심장>에 개그우먼 김혜영씨가 나와서 마지막에 자신의 방송활동에 대해 심적으로 지원해줬던 아버지가 지금은 치매에 걸려 어떻게 가족들과 대화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했다. 사건이 있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들으면서 좋았다. 꼭 감동은 아니어도 다양한 감정과 반응을 만들어내더라.”(최지은)

“<승승장구>에서 ‘꽁승우’라는 별명을 얻은 김승우와 우영의 역학관계. 예능감이 좋은 우영이 김승우에게 깐죽대는 캐릭터를 잡았다. 김승우는 이에 발끈하고 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로그램 안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누가 오든 만들어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는 건 장점이다. 실제 둘이 얘기하는 장면은 재미있다.”(위근우)

나쁜 예

“<강심장>에서 ‘카라’ 한승연이 신인 시절 힘들었던 얘기를 했다. 한승연 본인이 감정을 주체 못해 너무 우는 바람에 얘기에 몰입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그 얘기를 한번 곱씹어볼 만한 시간이 없이 다른 얘기로 넘어갔다. 옆에 다른 멤버인 박규리도 있었는데 좀더 얘기를 끌어냈으면 어땠을까. 불편한 지점에서 끝내는 건 아쉽다.”(최지은)

“<승승장구>에서 황정민의 몰래 온 손님으로 ‘소녀시대’ 수영이 나왔다. 앨범을 주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둘 사이에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황정민이 수영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왔다는 게 전부였다. 팬미팅 같기도 했다. 몰래 온 손님의 애매한 역할을 보여주는 나쁜 예다.”(위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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