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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2 19:24 수정 : 2009.09.05 15:18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최근 ‘스타’를 열쇳말로 한 프로그램 두 편이 화제다. 지원금 1억원과 음반 발매를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엠넷)와 아이돌 스타의 야생스러운 일상을 보여주는 리얼리티쇼 <2PM의 와일드 바니>(엠넷)가 바로 그것.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두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한국판 ‘아메리칸 아이돌’ 이름값 하는 ‘슈퍼스타 K’
리얼리티계 블루칩 2PM 매력 발산하는 ‘와일드 바니’

정석희(이하 정) <슈퍼스타 K>가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케이블로서는 있을 수 없는 대박이다. 영웅재중 어머니나 댄스신동 구슬기 같은 화제의 인물이 있었지만 예선 방영분까지는 밋밋하고 긴장감이 없었다. 한데 조별 미션을 펼치면서 리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 K>(사진 위)와 위험하고 솔직한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 <2PM의 와일드바니>. 엠넷 제공

프로그램 재미 위해 희생되는 후보 없기를


신광호(이하 신) 오디션 응시생만 70만명이 넘었다고 들었다. 응시생들의 친구나 가족들이 이 쇼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을 것 같다. 유명한 프로인 <아메리칸 아이돌> 콘셉트다.

이미 국내에도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이 많았다. 2001년 박진영이 주도한 <영재육성 프로젝트>도 있었고, 공개오디션인 <슈퍼스타 서바이벌>에 2PM 멤버인 찬성, 준호도 나왔다.

<슈퍼스타 K>는 팀별 미션과 듀엣 공연을 하고 최종 10인을 결정하는 긴박한 상황이 시작되면서 실질적인 서바이벌에 진입했다. 익숙한 방송 포맷이지만, 막상 이걸 보니 가수가 꿈인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싶어 새로웠다.

어딘가에 미친 듯한 열망, 이거 아니면 죽을 것 같은 출연자들을 보면서 왠지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별 미션을 진행하면서 서로 감정을 교류하고 또 어떤 멤버를 원망하고 서로 미안해하면서 내용이 무척 흥미진진해졌다.

점점 출연진들의 노래 실력뿐 아니라 품성을 엿볼 수 있다. 심사위원과의 대화를 통해서도 성격, 살아온 과정, 노래에 대한 태도가 다 드러나게 된다.

탈락하더라도 시청자 출연자도 모두 배우는 게 참 많은 것 같다. 실수했더라도 실수 안 한 것처럼 넘어간 멤버가 오히려 붙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심사위원 평가를 보면 참 시사하는 바가 많다.

출연자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감동이 있다. 지역예선 때 90년대 ‘영턱스 클럽’ 풍의 의상을 입고 왔던 친구 하나는 나중에 스타일이 정말 확 달라졌다. 심사위원들이 노래, 몸짓, 의상 등을 지적해주면 출연자들은 반드시 그걸 고치고 더 성장한 모습으로 오더라.

때론 출연자들의 비장한 각오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긴 하다. 경쟁의식이 유독 센 후보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냉혹한 경쟁구도가 씁쓸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의 긴장감 있는 대결이 프로그램의 흥미를 더한다. 조별 미션에서는 누구랑 팀이 되느냐에 따라 운이 크게 작용하기도 하고, 팀에 어울리는 노래를 조화롭게 잘 불러야 하고, 자기만 튀려고 하면 또 지적받고(웃음). 난 ‘여인천하’ 팀의 시각장애인 김국환씨가 참 인상적이었다. 무대에서 김국환씨가 박수 열심히 치려고 지팡이를 안 들고 나왔다고 말하는 걸 보고, 난 정말 이분이 승자라고 생각했다.

심사위원에게 자기 고백을 하는 출연자도 있었다. 아버지를 때렸다고 고백한 출연자에게 인순이는 노래는 너무 잘했지만 인성이 중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서 희생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김현지씨가 어릴 때 아버지에게 심하게 맞았다는 사실을 고백해서 관심을 받았는데, 사실 지금은 굉장히 사이가 좋아졌다고 하더라. 맞은 부분만 방송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이 많은 출연진의 마음을 다 아우른다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도 최후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시각장애인 김국환씨가 등장했을 때도 정말 안 울 거 같던 양현석도 울컥하더라. 슬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성격이 아닌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면서 말이다.

7조 조장이었던 박상욱씨도 눈물이 나는 이유가 떨어진 조원들에게 미안해서라고 말하더라. 이효리도 출연자들에게 애정이 생겨서, 더 잘할 수 있는데 아쉽다고 하고.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하는 <슈퍼스타 K>의 심사위원단. 엠넷 제공

김국환씨에게 큰 박수!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심사위원들의 평가도 하나의 공부다. 노래할 때 자세나 소리를 뽑는 톤은 이승철이 참 잘 지적한다. 선글라스 끼고 냉정하게 짚어주는 이승철 모습은 보통 때 저 사람은 어떤 분위기일까 상상했을 때의 모습과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최종에서 뽑힌 1명은 정말 슈퍼스타가 될까?

신인가수보다는 인지도 면에서 이미 몇 발자국 앞서 나가는 거니까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본선에 뽑힌 열 명 중에 화끈한 매력이 있는 출연자가 없다는 건 좀 아쉽다. 사실 <열혈남아>나 <리얼다큐 빅뱅> 봤을 때만 해도 뭐 멤버들이 미치도록 매력 있지는 않았다.

이런 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매력인 것 같다.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들에겐 리얼리티 프로가 엄청 유용한 형식이다.

<와일드 바니>는 2PM의 프로그램이지만, 며칠 전 검색어 1순위였던 ‘브라운아이즈걸스’ 패러디 그룹 ‘드러운아이드걸스’는 2PM과 2AM 멤버 중 다섯명이 만든 작품이다. <열혈남아> 때부터 고락을 같이해서 그런지 두 그룹의 시너지가 있다. 2PM은 <떴다 그녀> 시즌까지 리얼리티로 성장한 그룹이자 리얼리티계의 블루칩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이야깃거리를 보여주는 게 신기하다.

<와일드 바니>를 보다 보니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더라. 이 프로는 2PM 골수팬들에게는 정말 판타스틱한 프로 같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고 거의 모든 걸 보여주니 말이다. <아이스 프린세스>, <서인영의 신상친구>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줬는데 <와일드 바니>는 그냥 이들의 마냥 자유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좀 낯설기도 했다.

<와일드 바니>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걸 왜 보고 있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한데 재밌는 요소가 참 많다. 각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고. 지난주에는 리더 박재범의 영향력에 놀랐다. ‘드러운아이드걸스’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날 때쯤 왔는데, 나타나자 딱 그림이 마감되는 느낌이었다.

닉쿤만 놔두고 다른 멤버들이 다 클럽에 가서 그가 살짝 화가 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화난 와중에도 노래방에서 나오면서 잘 놀았다고 감사 인사하고 나오던데? 스타의 이런 귀여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리얼리티 쇼는 시청자들에게 오해를 살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카메라가 계속 주변을 찍고 있으니까 무의식 중에 조금 정돈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제작진이 2PM을 내 동생이다 생각하면서 편집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프로를 통해 좋은 인성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그렇게 되면 기획 의도에서 좀 벗어나는 거 아닌가?

<와일드 바니>에서도 길을 걷다가 신문 가판대에 쓰레기를 버려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런 게 실수라고 생각되면 제작진이 고쳐주고 방송에 안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스타들이 자신의 행동에 신경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돌에 큰 영향을 받는 팬들을 생각해서 행동에 사회적인 책임이 따르는 걸 고민하면 좋겠다.

인간적 매력도 물씬 나는 슈퍼스타 탄생하길

2PM 멤버들은 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왔던 인물들이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이들이 지금처럼 진짜 스타가 됐다는 게 신기하다. 어설프고 촌스러웠는데(웃음). 훈련의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게 참 놀라운 것 같다. 우영도 JYP 오디션에서 일등을 했다. 이런 걸 보면 오디션을 통해서 확실히 스타가 만들어지기는 한다.

스타가 된 이후에는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난 인간적 매력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좋은 선생님이 안무를 짜주거나 노래를 선택해 부르면 반짝 스타는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인성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슈퍼스타 K>, <와일드 바니>에서 모두 출연자들의 인성에 관심이 큰 것 같다.

<슈퍼스타 K>, 당신을 기억하리

정슬기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 노래로 성공하겠지만 사회에서 뭘 하든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진짜 호감 인성, 인간적인 면에서 확~ 끌리더라. 정말 이런 며느리 얻고 싶다!”(정석희)

박태정 “이효리는 박태정의 꽃미남스럽지 않은 외모가 맘에 든다고 했고 인순이는 악동은 싫다고 했지만! 난 피아노 치면서 노래하는 그 음색이 너무 좋았다. 이효리는 외모에 한 표? 난 음색에 한 표!”(신광호)

<와일드 바니>, 당신 덕에 빛나

2PM의 우영 “평소엔 실없고 진지한 면이 없어 보이는데, 리얼리티에선 간간이 차분한 진행 실력이 보이더라. 멤버들이랑 장난칠 때는 몰랐는데 단독 샷으로 카메라에 잡히니까 드러나는 중저음의 또박또박한 말투와 행동, 다시 봤다.”(신광호)

2AM의 조권 “조권은 태어나서 연예인 안 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을까? 급 결성된 ‘드러운아이드걸스’ 멤버로 분한 조권을 볼 수 있어서 <와일드 바니>가 더 재밌다!”(정석희)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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