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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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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스타에게도 가족이 있다! 스타의 아들딸을 티브이 화면에 불러내는 프로그램에 이어, 스타 부부를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이 새롭게 출발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흥미로운 <스타부부쇼 자기야>(에스비에스)와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에스비에스)을 들여다봤다.
스타 가족 화면으로 끌어낸 ‘스타부부쇼 자기야’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아침 프로식 자화자찬 벗어나 시원 … 부모보다 의젓한 아이들 감동이야
정석희(이하 정) 지난주 첫 방송한 <스타부부쇼 자기야>는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의 성공에 힘입어 등장한 포맷이다. 부부가 나오지만 아침 토크쇼에서 흔히 보던 감동 어린 이야기가 아니라 폭로전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김지훈의 아내 이종은이 “네 인생을 내 인생에 얹니? 난 널 만나서 빚졌다”는 남편의 말에 충격받았다고 폭로했는데 난 확~ 와닿더라고.
미혼이든 기혼이든 짝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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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가족이 출연해 솔직담백한 토크를 나누는 예능 프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주니어쇼 붕어빵>(위)과 <스타부부쇼 자기야>.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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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호(이하 신) 아무리 술 취해서 한 말이라지만 결혼 1년차 아내가 들은 말로는 큰 상처 아닐까. 너무 빠르잖아.(웃음)
정 취중진담으로 ‘나 혼자 살았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싶은 남편들 많지 않겠나.
신 맞다. 결혼 직전에 도망가고 싶은 남자도 많고! 이종은·김지훈 커플은 티격태격하지만 또 결혼 1년차에서 볼 수 있는 앙증맞은 느낌도 있더라. 그걸 보면서 난 액셀 밟듯 좀더 들어가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판이 너무 크더라. 대여섯 커플이 나오니까 중간중간 딱딱 끊어지고, 다른 커플 소개하는 걸로 휙휙 넘어가던데 …. 혜은이 부부 이야기는 특히 더 듣고 싶었는데! 캐스팅 스케일이 너무 크지 않았나 싶다.
정 조금씩 등장인물들이 바뀌겠지만 그래도 부부들의 이야기에 지속적인 흐름이 있을 것 같다. 첫 회를 보면서 부부라는 게 기본 틀은 같지만, 사람에 따라서 사는 방식이 참 다르다는 걸 느꼈다. 얼음에 팥을 넣으면 팥빙수가 되고, 녹차를 넣으면 녹차빙수가 되듯이 뭘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게 되잖아. 다른 사람 만나면 다른 부부가 되는 거, 참 흥미롭다.
신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짝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다. 미혼일 경우는 애인 이야기, 기혼일 경우에는 부부 이야기가 안 궁금할 수가 없는 거다. <우리 결혼했어요>(문화방송)가 청춘 커플에 초점을 맞춘다면, 에스비에스는 부부 생활과 자녀와의 관계를 콘셉트로 잘 잡은 거 같다.
정 <자기야>를 보면서 나도 우리 남편이 나 같은 무뚝뚝한 여자가 아니라 이윤미 같은 애교 타입을 만났으면 참 알콩달콩하지 않았을까 싶더라. 헌데 뭐 건조한 것도 나쁘진 않다. 김지훈이 프러포즈 못 했다면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아내가 눈물 안 보이는 게 참 맘에 들더라. 고백하면 눈물 흘리는 천편일률적인 장면을 많이 봤잖아.
신 주영훈과 이윤미 커플은 참 애교스러운 부부더라. 주영훈은 아내 만난 게 운명이라고 하잖아. 김지훈은 똑같은 유부남인데도 괴로워하는 갈등 구조인 거고. 한마디로 김지훈이랑 총각 때는 같이 놀았던 주영훈이 결혼 후 담배 끊고 12시면 잠들고 한다는 거지.
정 김지훈 부부처럼 싸우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너는 내 운명!’인 부부도 있는 거다. 부부라는 관계가 매순간 발견인 것 같다. 정말 놀랐던 게 고생만 죽도록 한 이미지의 김태원 아내가 명품 편집광이라는 사실이었지. 요리사 이혜정이 남편을 ‘좋은 놈, 나쁜 놈, 불쌍한 놈’이라고 표현한 것도 공감되더라. 거의 모든 남자가 세월이 지나면서 불쌍해지거든.(웃음)
신 예능 프로에 있는 일종의 남성팀, 여성팀 형식으로도 볼 수 있다. 주부 시청자라면 여성팀을 응원하고, 남성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남편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거지.
정 예전엔 가족에 대해서 말하라면, 자랑이나 좋은 말만 하고 가족 흉보는 게 금기시되었잖아. 요샌 흠을 말하는 게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난 우리 식구들 폭로가 무서워서 <붕어빵>에도 <자기야>에도 못 나가겠지만.(웃음)
신 <자기야>는 결혼 1년차부터 30년차까지 다양한 연차의 부부를 불러서 더 재밌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김태원도 큰 웃음을 줬다. 아내에게 모피 코트 사주기 위해서 백화점에 30만원 들고 갔다잖아. 알고 보니 1200만원이었다고. 잘 모르는 남편이 보기엔 털 좀 달린 게 뭐 30만원이면 충분하겠지라고 생각한 거잖아. 나름 귀엽더라고. 그때 엠시 김원희가 “그러지 좀 말라”고 벌떡 일어나는 것도 참 재밌었고.
정 김원희는 훌륭한 진행자다. 출연자들을 잘 데리고 놀면서도 맥을 잃지 않는다. 김용만도 최근 여기저기 헤매고 돌아다녔는데, <자기야>에선 자기 길을 찾은 느낌이 든다.
신 김원희는 분위기를 띄우고 압도하는 매력적인 엠시다. 솔직담백하게 귀엽게 소화를 하니까 이야기에 탄력이 붙더라.
정 부부들의 이야기가 앞으로 수위를 어떻게 조절해 갈지 기대된다. <자기야>의 김원희와 김용만만큼 <붕어빵>의 엠시 김국진과 이경규도 정말 잘하고 있다. 자기에게 잘 맞는 프로를 만난 거지. <붕어빵>을 보면서 처음엔 스타의 자녀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헌데 캐도 캐도 끊임없는 광산처럼 끝도 없다.(웃음) 끼 있는 스타의 자녀도 많고.
신 이경규는 아이들이 나오는 프로에서 빛이 난다. <전파견문록>(문화방송) 때도 그랬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해석한다. <붕어빵>에선 스타의 아들딸들이 마치 사건 증언하듯 술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입담이 장난 아니다. 그런데 프로 나오기 전에 다들 합숙하나? 어떻게 아이들이 그렇게 기억력, 관찰력이 좋은지 놀랍다.
정 어린아이들은 보통 “우리 엄마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하는 걸 참 좋아한다. 녹화 전 준비도 상당하겠지만, 아이들이 신나서 하는 게 보인다.
폭로전 무서워 난 못 나가겠네
신 아이들 나름의 경쟁 구도도 재밌다. 프로에 나와서 엄마 아빠 칭찬하라고 했으면 아마 지루했을 거다.
정 아이들을 보면 끼 있는 피는 못 속인다 싶더라.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맑고 밝아서, 그 프로 보면 우리나라 미래가 밝아지겠다 싶다. 감동을 잡아내는 작위적인 설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거든. 박준규 아들은 아빠가 할아버지 생각하면서 운다고 하고, 이광기 딸은 우리 아빤 안 울지만 대신 엄마를 일주일에 세 번은 울린다고 말하더라. 아이들의 솔직하고 다양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신 유혜정 딸 규원이를 보면 엄마보다 더 어른스럽다. 엄마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면, 엄마를 보호해줘야 하는 존재로 보는 거 같아.
정 딸이 엄마를 너무 사랑한다는 게 느껴진다. 엄마 성형수술했다고 다른 사람들이 놀려도 아이가 노여워하지 않는 걸 보면 이해심도 있고 통도 큰 것 같다. 방글방글 웃으면서 이야기하잖아.
신 외모만 깜찍한 게 아니라 또래에 비해서 생각이 깊다. 유혜정과 딸을 보면서 앞으로 규원이가 엄마에게 참 의지가 되겠다 싶더라.
정 유혜정이 어떤 면에선 바쁘고 좀 미흡한 엄마로 보일 수도 있지만, 까다롭고 철저한 엄마가 줄 수 없는 무한대의 사랑을 아이에게 준 것 같다. 엄마 아빠에게서 아이들은 매순간 영향을 받는다.
신 동현이는 귀엽긴 한데, 방송의 룰을 너무 아는 듯 보인다.
정 동현이가 폭로한 김구라의 과거, 얼마나 많이 인터넷에서 기사화됐는지, 아이가 아빠 악플에도 고민을 많이 하더라.
유혜정 딸, 박준규 아들 짱이야
신 어떻게 보면 방송에 재능 있는 아이지만 <붕어빵>에서 또래 아이들과 비교해서 보니까 너무 어른 같은 아이로 보여서 좀 아쉽더라. 아이에게 아이다운 걸 기대하는 건 또 어른의 편견일 수도 있는 건가?
정 박준규 아들은 너무 구김살이 없다. 긍정적이고 겸손할 줄도 알고, 감동도 할 줄 알고. 와, 아이를 보면서 내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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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의 주니어, <붕어빵>에 또! 나와줘
-김병준 변호사 아들 현수
“만화에서 튀어나온 아이같이 맑고 깨끗한 천진남. 아빠 일이 바빠서 그런가, 오래 못 봤다. 현수의 유쾌한 멘트 다시 듣고 싶다!”(정석희)
-유혜정 딸 규원
“지난주에 못 봤더니 또 보고 싶은 매력만점 소녀! 이런 딸 키울 확률은 거의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일이겠지?”(신광호)
■ 이런 부부들, <자기야>에 나와줘
-이광기 부부
“얼마 전 이광기의 딸이 <붕어빵>에서 엄마 아빠의 사이가 어색하다, 아빠는 수상하다~고 폭로했다! 이광기 부부의 심도 있는 속사정, 부부쇼에 나와서 어린 딸의 의심을 풀어주면 어떨까?”(신광호)
-일반인 부부
“스타 부부를 통해서 일상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기획 의도지만, 일반인 커플도 나오면 좋겠다. 스타 부부와 비교 신선할 듯!”(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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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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