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4.22 17:38 수정 : 2009.04.26 10:50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봤어?

<남자 이야기>(한국방송·이하 <남자>)와 <카인과 아벨>(에스비에스·이하 <카인>)은 최근 드라마가 선호하는 세련된 느낌의 제목들과는 다르다. 남자 이야기와 카인과 아벨이라~ 묵직한 소설책 이름 같기도 하고 고전적인 영화 제목 같기도 하다. 이 두 드라마 안에선 험난한 현실을 배경으로 돈과 명예와 사랑과 우정에 목숨 건 남자들이 움직인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선 굵은 두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완성도 좋지만 무거운 진지함 주목 못받는 <남자 이야기>
강렬한 눈빛 연기도 반복되면 약발 떨어져 <카인과 아벨>

정석희 지상파 3사의 월화드라마 모두 수작이다. 뭘 봐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장르도 다양하고 개성 넘친다. 코믹 스타일인 <내조의 여왕>이 시청률이 높은 건 시청자들이 그만큼 밝은 이야기를 원한다는 의미다. 현실의 암울함에 신물이 난 시청자들이 정치·경제 문제로 치고받는 걸 보고 싶진 않은 거지.

나도 ‘돈많은 ×’ 소리 한번 듣고 싶구나

신광호 <남자>는 송지나 작가가 <태왕사신기> 이후 현대극에 컴백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볼수록 꽤 공들여 만들어진 드라마 같다. 극과 극인 캐릭터의 남자를 투톱으로 등장시키는 것부터 송 작가의 시각이 느껴진다. 한 명은 너무 잘나가고 빈틈없어 보이는 반면, 다른 한 명은 밑바닥 인생에 언제나 감옥신이 나오는 거지.


이 드라마가 유난한 게 아니라 잘 나가는 남자들과 아닌 남자들은 현실에서도 대비되기 마련이잖아.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이 중요한 행동을 한다는 콘셉트가 재밌다. 그런데 <남자>의 박용하도 그렇고 왜 그리 감옥 갔다 오면 남성들 내공은 ‘이빠이’ 쌓이는 걸까?

무협지에서도 그렇다.(웃음)

감옥만 다녀오면 왕마초가 되어서 나오는데, 송 작가에게 이런 식의 남성 판타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남자>에서는 박시연이란 여자 캐릭터도 눈여겨보게 된다.


돈에 의한 비극을 그리는 드라마 <남자이야기>(한국방송). 한국방송 제공
박시연은 박용하 빚을 갚기 위해서 움직이잖아. 자기 때문에 박용하의 형수 거처가 발각된 책임을 지겠다며 텐프로의 길을 가는 건데. 자기 미모를 활용해서 부를 얻으려는 의지도 있단 점에서 좀더 복합적인 인물이다.

돈이 절박할 때였잖아. 그 당시 말을 뱉을 때는 어느 정도 마음이 있었던 거 아닌가? 어쨌든 난~ 순간 박시연이 됐나봐. 드라마에 너무 몰입했다.(웃음) 박시연이 “나 더럽고 나쁜 년이라도 좋으니까, 돈 많은 년 할래”라는 대사가 정말 절절하더라고.

김강우가 박용하 면회 갔을 때도 비슷했다. “지가 모자라서 궁상떨고 살면서, 수치스럽지 않냐?”고. 이 말에 박용하가 버럭 화낼 줄 알았더니, “니 말이 맞다”고 하잖아. 이게 박용하의 자세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싶더라구.

지금 같은 세상에 그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게 슬프다. 한쪽에는 부정축재하는 사람이 있고, 또 한쪽에서는 월세방 때문에 사채를 빌려쓰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박용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지금까지 그의 연기가 크게 인상깊었던 적도 없지만 특별히 기대이하였던 적도 없다. <겨울연가>에서도 무덤덤한 역이었고, 예전의 <보고 또 보고>에서부터 편안한 연기를 보였다.

드라마 소재를 깊이있게 조사한 후 접근한 흔적이 보인다. 취재력에 근거한 현실감각이 돋보인다.

송 작가는 드라마에 사회성을 제대로 담는 이야기꾼으로 유명하잖아. “5·18 광주 이야기나 빨치산 소재를 드라마에서 해도 되나?” 할 때 모두 끄집어냈다. <남자>에도 만두파동이라든지, 석궁 테러, 미네르바 등의 현실 사건을 에피소드로 투입시켰다. 김강우의 아역 연기도 사이코패스를 섬뜩하게 보여줬고. 현실을 강타하는 여러 문제들을 막 투입시키는 거다. 정치인들이 알바 풀어서 여론 조정 하는 것도 까놓고,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사회에 분명하게 빌미를 던지는 작가다.

<남자>는 소름 돋게 느껴지는 살아있는 대사뿐만 아니라 영상도 탁월하다. 주가 떨어지는 장면이나 벽제원, 여러 화면이 분할돼 등장하는 식의 영상편집이 ‘한국방송 맞아? 웬일이야?’ 싶을 정도였다.

구성도 탄탄하고, 카메라 디테일도 좋다. 박용하와 김강우가 서로 처음 만날 때 감옥 유리창에서 오버랩되는 장면 압권이더라. 김강우의 복잡한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나선형 계단이라든지 눈에 남는 장면이 많다.

<남자>가 영화 같은 편집을 보여줬다면, <카인과 아벨>은 소재가 영화 같다. 사막신을 비롯해서 초창기에 큰 스케일의 장면들은 눈에 쏙 들어왔는데, 2시간이면 끝낼 이야기를 늘여놓은 것 같다. 시청률은 꽤 높았지만 뭔가 늘어진 테이프 같은?

형제간 질투를 중심에 두고 새터민이 등장하고, 북한 끌려가는 식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했다. <카인>은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표방한 건 아니었지만 결국 남자들만의 이야기가 됐다. 여자가 나오지만, 여자들 이야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오래된 삼각관계의 중심에 서 있는 채정안은 울거나 한숨 쉬거나 아프거나 걱정하는 식이었다. 한지민은 중국에서는 온 집안의 여권을 자기가 만들며 억척스럽던 또순이였는데, 서울 오더니 소지섭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돌변했다. 여주인공을 왜 그렇게 재미없게 그렸을까?


두 형제의 갈등과 복수를 다룬 <카인과 아벨>(에스비에스). 에스비에스 제공
울기만 하는 여주인공 몰입 방해

중반 이후 징징대고 우는데, 몰입이 잘 안 되더라. 왜 그럴까 싶었는데 <카인>은 인물들 간의 대사가 맞선 보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같더라구. 웃어도 울어도 비슷한 대사 내용에, 정제되어 있지가 않다. 새터민이 이북 사투리 강렬하게 쓰긴 하는데 이들이 나누는 대사 흡인력이 약했다.

그 대사 가지고 연기 잘하는 것도 참 용했다.(웃음)

신현준 연기를 진지하게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카인> 보면서 신현준의 연기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이란 걸 알았다. 예전엔 클로즈업하면 늘 충혈된 눈밖에 안 보였건만.

<카인>에선 병원 직원들부터 새터민 최치수까지 버릴 연기가 없었다. 그중 소지섭의 눈빛 연기가 정말 백미였지. 죽을 고비 넘고, 형제 때문에 남몰래 가슴앓이하고. 우울하고 암울한 역 하는 거에선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겹치는 부분도 있었다.

눈빛 연기 정말 가슴 관통했지~. 반면 너무 우울함이 남발된 측면도 있어서 드라마가 무거웠다.

그럴 수밖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카인>처럼 혈육간의 질투를 처참하게 겪는 인물을 표현하는 건데.

나중엔 이야기에 너무 힘을 주니까 약발이 안 서더라구. 소지섭 눈빛 같은 비장의 무기를 드라마에서 잘 숨겨놓으면 좋은데, 눈 부라리고, 죽을 뻔한 후 또 눈 부라리고, 처음에는 눈 표정에서 내가 받은 임팩트가 무지 컸는데 점점 사그라들더라구.

안 그러는 게 이상하지. <카인>의 테마는 용서와 화해가 아니라 복수극이다. 신현준·김해숙 모자가 초인에게 복수하고, 끝내는 초인이 다시 복수하는 상황이잖아.

복수의 시작은 형제간의 질투였고.

복수든 질투든 그걸 어떻게 개연성 있게 만드느냐가 중요한데 <카인>은 점점 복수를 가운데 두고 표류했다. “이렇게 당했으니까 응징해야지” 하는데 이해가 잘 안 되는 거지. 김해숙(엄마 역)이 눈엣가시 같은 초인을 죽이려고 하고, 응급의학센터와 뇌의학센터 건설을 두고 싸움하면서 남편까지 결국 쓰러뜨렸잖아. 그럼 좀 미안해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도 없고 이건 뭐~.

그 부분은 정말 이해가 잘 안 되더라. 사람을 죽이려는 시도가 그리 쉽나?

김해숙도 소지섭이 남편 소생의 아들인 걸로 오해해서 악질 짓을 한다고 하는데, 이유가 너무 무모했다. 잘못을 저지른 모자의 심리를 합리화하는 데 시간을 너무 들였고.

남편까지 죽이는 복수 이유가 약하네

<카인>에서 필요했던 건 설득력과 스피드였다.

시청자들은 애인 같다. 진지하게 솔직하게 잘해주려고 해도, 잘해줬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닌 거지. 까다로운 애인인 시청자에게 <남자>나 <카인>처럼 암울한 상황을 진지 모드로 보여주고 재확인시켜 준다면, 쉽게 사랑에 빠지긴 힘든 게 사실이니까.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남자 이야기>의 신선도 100% 캐릭터

박기웅(주식 천재 안경태 역)

“몇해 전 휴대전화 광고에서 맷돌춤으로 유명세를 탔던 이 배우. <남자 이야기>에서 보니 누군가의 발전을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다. 큰 기대 없었는데 복잡하고 파격적인 인물로 등장하다니~ 반가워!”(정석희)

“유일하게 극 중에서 약간 붕~ 사차원적으로 떠 있는데 조화가 잘된다. 무거운 드라마에서 만화적인 조연의 느낌을 잘 살리니, 임현식 느낌의 전통적 조연이 아니라 관심 확 가는 귀여운 조연 스타일이라구!”(신광호)

■ <카인과 아벨>의 식상 100% 캐릭터

김해숙(엄마 나혜주 역)

“최근 드라마 <잘했군 잘했어>(문화방송), <하얀 거짓말>(문화방송)에서 다 대찬 엄마로 등장한다. 세 드라마의 표정이 오버랩될 지경이다. 아무리 모성애를 표현해도 공감이 안 갈 수밖에. 이제 귀여운 역할 좀 해도 좋지 않나요?”(정석희)

“너무 비슷한 캐릭터의 남발, 여기저기서 과하게 강한 엄마 캐릭터로 나타난다. 요새 너무 바쁘게 활동하시는 거 아니심?”(신광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esc : 티브이로 사우루스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