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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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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마지막회 앞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결산,
감동 코드 얽매이지 않는 세련됨이 돋보여
미국에서 시작한 <프로젝트 런웨이>는 영국, 캐나다, 호주에서도 자체 제작이 되더니 지난 2월 한국에도 상륙했다.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온미디어, 이하 프런코)는 ‘예상치 못한 미션’과 ‘도전자 간의 갈등’을 한국 식으로 풀어냈다. 케이블로서는 꽤 높은 시청률과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프런코>는 이번주 토요일 마지막 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왼쪽)과 최지은 기자가 <프런코>의 매력에 주목했다.
최지은 시청률도 괜찮았지만 사람들 사이 회자가 많이 됐다. 케이블 채널에, 취향을 타는 프로에, 타깃이 좁았던 것 치고는 반응이 꽤 좋았다.
백은하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젝트 런웨이>를 본 시청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지 알고 있다. 참가 디자이너들이 경쟁하고 하이디 클룸이 진행하고, 팀건이 멘토 구실을 하고 누군가는 떨어지고. 익숙한 양식(포맷)을 사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적응하는 시간이 짧았다.
‘무한도전’이 보여준 자기반영적 유머
최 최근엔 온스타일 채널이 약간 처진 느낌이었는데 시의적절하게, 성공한 해외 리얼리티 쇼를 한국화하는 센스 있는 판단을 내렸다.
백 안정된 포맷을 사온다는 건 그만큼 실패율이 적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또 지금 이 정도 결과가 안 나왔으면 문제가 됐을 거다. <프런코>는 외국 리얼리티 쇼를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고민의 흔적을 드러냈다.
최 <프런코> 제작진들은 <프로젝트 런웨이>의 오리지널한 느낌을 엠시를 통해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다. 프로에서 이소라를 좀더 시크하고 위엄 있는 이미지로 만들고자 했던 것 같다. 초반엔 “왜 저래?” 이런 느낌이었는데, 중반 이후 이소라가 못해서 저렇게 쎈 척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게 콘셉트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다.
백 <프런코>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증명한 건 3월 <무한도전>에서 <프런코>를 패러디한 <프로젝트 런어웨이>였다. <무도>는 <프런코>를 봤을 때 시청자들이 민망했던 부분을 자기반영적으로 패러디했다. 하이디 클룸의 대사를 번역체 문장으로 바꾼 후 다시 말하는 이소라가 특별출연했다. 누구도 쓰기 힘든 말투로 진지, 경건, 동시에 선언적인 말들을 내뱉는 걸 <무도>에서도 하더라. “패션계는 냉혹합니다.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 근데 이 말을 박명수가 천연덕스럽게 뒤집어놓고.(웃음) 이소라가 실은 얼마나 웃음이 많고 실없는지 우리가 알고 있잖아. <프런코> 하면서 한 번도 들키지 않았다가 엄정화가 출연했을 때 팡 웃음이 터지더라. 저걸 갖고 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도>의 제작진이 잡아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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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토요일 마지막회 방영을 앞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온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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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그 안에서 여섯 명이 상어 옷, 아이스크림 옷 등 상상한 모든 걸 현실에서 만들어내는 노력도 재밌었다. <무도> 나온 걸 보고, 원래 이소라가 저런 느낌인데 싶었다. 만약 <프런코> 시즌 2가 만들어진다면, 이소라만의 장점을 좀더 살리면 좋겠다. 사실 이소라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 재치 있게 하는 모습이 위엄과 배치되는 건 아니잖아.
백백 <프런코>가 진행되면서 심사위원들의 의상이나 말투, 느낌도 변했다. 멘토 구실을 하는 간호섭 교수는 처음엔 일반인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보기 좋은 티브이 출연자의 안정감이 든다. 사실은 다들 촌티를 벗는 거지.(웃음) <프런코>에 김석원 디자이너가 나왔는데, 시즌 1이 끝나가는 지금 정말 스타 같아졌다.
최 한국 리얼리티 쇼의 특징은 출연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냉정한 평가를 꺼린다는 거다. 외국의 쎈 리얼리티 쇼에 익숙해진 이후 이젠 젊은 층일수록 리얼리티 쇼에 출연하면 본인의 모습을 보이는 데 자연스러워졌다. <프런코> 출연진들은 일반인들이고, 연예인들처럼 자기를 포장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젊고 예쁘고 재치 있고 반짝반짝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줬다.
백 참여자들의 캐릭터는 프로의 성격을 결정하는 두번째 요소쯤 된다. 첫번째 요소는 이들의 실력이다. 옷을 만든 후에 눈에 보이는 그 옷에 대한 심사를 들을 수 있단 건 이런 리얼리티 쇼가 던져주는 이중적인 재미다. 결과물과 과정, 덧붙여 일반인들의 스타성도 볼 수 있다.
최 2, 3회 방송을 보고 나니까 디자이너들 이름을 외우겠더라. 지지하는 디자이너도 생기고, 난 누가 좋은데, 누군 너무 귀엽다, 싶은 거다.
백 왜 김재민이 떨어져나갔을까. 김재민 좋아했던 이유가 거침없는 말투, 거침없는 열정이었는데.
최 일반인에 대한 소규모 팬덤 같은 게 생긴 것과 같다. 미국판에서 완성된 옷들에 비해서, 결과물이 좀 아쉽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의 감각이 그렇게 차이는 안 났다고 본다.
백 디자이너들의 손맛은 뛰어난데, 창의적인 부분이 조금 부족한 듯하다. 동대문 패션 파워가 세계적이라는 말도 있지만 발상이 더 창의적이어도 좋겠더라. 경쟁 과정을 보면서 각 디자이너들의 다른 성격, 다른 제작 스타일들을 통해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드라마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4회에서 이명신이 최혜정을 따돌리는 것처럼.
최 최종 3인이 경쟁하는 파이널 쇼에 가서 실제로 봤는데, 생동감 있더라. 최종 3명 중에 들어간 디자이너들은 정말 일생일대 꿈이 이뤄진 거니까 그들의 감격이 그대로 전해지더라. 탈락한 사람들이 와서, 축하해주는 것도 보기 좋았고.
백 출연자들도 이미 <프로젝트 런웨이>를 봤기 때문에 자신들이 어떤 캐릭터를 만들고, 어떤 상황인지 체감할 거다. <아메리칸 아이돌>, <도전 슈퍼모델> 등에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직업에서 반드시 성공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잖아. 결국은 출연자들도 쇼를 이용할 수 있을 만큼의 세련됨이 있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갈등을 일으킬지, 티브이에서 진행되는 리얼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거지.
파이널 쇼, 진짜 감동적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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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리얼리티쇼 한국화의 고민이 드러났다. 온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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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시청자들은 리얼하면서도 보기 좋은 쇼를 보고 싶어 한다. 국내 아이돌 경쟁 리얼리티는 민망해서 눈 뜨고 못 볼 것 같은 장면도 보여주곤 했다. 지하철 앞에 가서 노래 부르라고 하는데, 참! 이게 <무한도전> ‘지못미 프로젝트’면 웃겠지만, 스타 되고 싶어서 고생한다는 민망함, 보기 힘들었다.
백 옛날에는 뭔가 도전하는 사람에 대해서 헝그리 정신을 기대했다. ‘나안, 힘들게 자랐고 무지 노력했고, 이제 연예인이 됐을 뿐이고!’(웃음) 이런 건 이제 비(정지훈) 정도에서 끝난 것 같다. 힘들고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휴먼스토리를 리얼리티 쇼에 억지로 붙여 놓으려고 하면 보기 힘들다. 이번 <프런코>는 해외파 디자이너들이 “와이트 캔버스에~”라고 말하는데 무지 자연스럽던데?
최 열네 명 중에 해외파가 거의 반이었다.
백 동대문에서 원단 나른다는 억지 휴먼스토리는 안 만든 거지. 쇼를 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만들지 않았다.
최 리얼리티 쇼에선 어울리는 코드끼리 붙이는 게 중요하다. 패션과 헝그리는 잘 안 어울리는 세계다. 예전 같으면 해외파, 유학파 디자이너란 것도 시청자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머뭇거려졌을 수도 있다. <프런코>는 쇼의 재미에 맞게 방향을 확 잡았다.
백 한국적인, 정치적인 올바름에 묶여 있으면 감동 코드를 쉬 버릴 수 없다. 그런 코드가 없으니까 <프런코>에선 손발이 오그라드는 순간이 별로 없던 거다. 다만 좀더 시원하고 재밌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많이 못 가서 또 아쉽다. 좀더 집요하게 가야 하는데 소심하게 접근한 부분이 있다. 시즌 2에선 출연자 오디션 과정에서부터 어떤 실력자들이 모이고, 어떤 기준에 따라 멤버를 구성하는지 보여주면 어떨까? <아메리칸 아이돌>도 예선이 흥미진진하잖아.
최 얼마나 매력적인 출연진이 모이느냐가 열쇠다. <프런코> 시작하기 위해서 전국 패션디자이너학과에 출연 요청했다고 하더라.
백 이번 <프런코>는 도전 과제가 조금 밋밋한 측면이 있었다. 소재나 상황을 선택할 때는 그만큼의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설득력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최 그래도 전반적으로 대중적으로 흥미롭게 패션을 다루는 데 성공했다.
백 출연했던 디자이너 남용섭을 마치 아는 사람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거잖아. <영재육성 프로젝트>(에스비에스)는 참여했던 인물들이 기억나지 않는 것에 비해서 말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사이먼 카월의 흡인력도 크지만, 그 사람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 몫을 잘한 거지, 홀로 힘을 내세우는 건 아니다. 한 디렉터의 훈육 방침이 일반적인 매뉴얼처럼 고착됐을 때는 무리수가 생긴다. 이를테면 박진영 프로젝트처럼 가면 촌스러워지는 거다.
최 <프런코>를 본 후엔 패션에 무관심했던 나도 디자이너 숍에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지금처럼 세련되게, 지금보다 치열하게
백 외국에선 신진 디자이너들도 활발히 활동하고, 그에 대한 대중적인 이해나 관심도 높다. 국내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션잡지나 방송이 소개하는 디자이너를 알고 있다. 이상봉, 지춘희, 앙드레 김처럼 말이지. 이런 상황에서 <프런코>는 우려했던 것만큼 촌스럽지 않았고, 한편 생각했던 것만큼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는 거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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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 충만 그 장면
“가방 소재를 갖고 옷 만들었던 거. 딱딱한 재질의 가죽 등 실질적으로 다루기 힘든 소재를 다루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기본기나 순발력이 팍팍 느껴졌다. 이명신이 만들었던 옷, 탐난다.”(백은하)
“발레리나 의상을 만드는 과제에서 남용섭의 발레리나의 옷 너무 이뻤다. 입는 사람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들고, 고객이 마음에 안 들 때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의 열정을 봤다.”(최지은)
■ 이해 불가 그 장면
“아프리카라는 뜬금없는 과제가 등장했을 때 설득력이 없었다. 드라마틱하게 <엘르> 사무실로 데려가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아프리카 사진을 붙여놓고 당장 이거 하라는데 이게 뭔가~ 했다는.”(최지은)
“서울이라는 주제, 글로벌한 포맷인 <프런코>에서 서울의 느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김빠진 내용이었다. 우승했던 종이비행기를 형상화한 옷도 왜 그게 서울인지 영 감이 안 와.”(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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