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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11 19:13 수정 : 2009.03.17 16:02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최근 티브이에선 여성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다양한 끼와 재능을 주체 못하는 ‘줌마테이너’(아줌마+엔터테이너)부터, 주부나 여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 그리고 젊은 여성 개그맨들의 파격적인 분장까지.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최근 화제를 모으는 <개그콘서트>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여성 개그맨들과 인생이 뭔지 좀 아는 30대 후반 여성들의 ‘동네 활극’을 보여주겠다는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문화방송)에 주목했다.

강유미·안영미 커플, 환상의 여성 복식조
다양한 에피소드가 필요한 <태희혜교지현이>

정석희 작년 연말 연예대상에서 박미선이 쇼버라이어티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연예계에서 나이 많은 여자로 버티기 힘들었다, 방송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엠시나 개그계에서 여성의 입지를 구축하기란 특히 힘들다. <이재룡·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보면 타이틀에 이재룡 이름이 먼저 들어간다. 99년부터 이 프로의 엠시를 했던 정은아인데, 그 이름이 앞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작은 일 같아도 남자 이름이 앞에 오는 건 약간의 폐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오래 진행한 정은아 이름이 앞에 나와야지


신광호 엠시도 그렇지만 개그맨들은 망가진다는 기대치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에게 들이미는 평가 기준도 다르다. 남자 개그맨이 망가지면 한결같다, 잘한다는 관대함이 있고, 여자 개그맨들이 나이 들어서 망가지면, “웃기지도 않고 오버한다”는 평가가 나오기 일쑤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강유미가 새로 돌아왔다. ‘사랑의 카운슬러’로 최고 인기를 누리다가 거의 1년 정도를 쉬었다. 맘먹고 딱 돌아와 준 게 너무 반가웠는데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파격적이었다. 아이디어도 좋고 연기가 되니까.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제대로 한 방 날렸다. 일당백이다.

이들의 기획력은 놀랍다. 안영미와 강유미를 보면 이게 정말 공감개그구나, 싶다. 내가 겪었거나 당했거나, 주위에 있던 캐릭터들이 농축되어 있다. 마치 나 따라다니면서 내 주변의 사건을 본 거 같다. 저거저거! 하면서 박수 치게 된다(웃음). 고차원적이면서도 신선한 거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개그콘서트>의 ‘분장실의 강선생님’. 한국방송 제공

언젠가 ‘황현희 피디의 소비자고발’에서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 19기가 엄청난 사람들”이라면서, “안영미, 19기에서 너만 뜨면 된다”라는 대사가 있었다. 요새 안영미는 확실히 잘한다. 지난주엔 안영미가 긴 코털을 귀에 넘기고 새침한 표정을 짓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다. 후배로 나오는 정경미는 윤형빈 여자친구로 유명한데, 지금 코너에서도 당하는 역할이라 자기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분장 독하게 한 윤형빈 여친이 아니라, 이 코너 안에서 좀 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다.

정경미는 ‘문화살롱’에서 느끼한 여자 지식인 캐릭터를 했다. 반짝하는 개성이 보이는 여자 개그맨이다. 강유미, 안영미, 정경미가 처음부터 인기 있진 않았지만 난~ 광팬이었다. 음, 난 마이너 취향인가 했는데 이들이 빛을 보는 게 너무 좋다.

골룸, 왕비호 등 독한 분장도 힘들 것 같다. 알레르기 때문에 분장 못 한다는 박지선은 신부화장이 아니라 아마 이런 분장을 부러워할 거 같다.

여자 개그맨들도 예뻐 보이고 싶을 텐데 고민도 많지 않을까? 때때로 사랑받던 여자 개그맨들이 개그를 떠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게 문제는 아닌데,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누군가를 따라 하는 듯한 모습은 아쉽다.

우리는 정말 분장한 모습까지 사랑한다구.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좋은 귀감이 되는 코너다. 지금까지는 골룸이 최대한 망가진 여성 분장이었데, 이제 골룸 정도는 우스운 거니까(웃음). 조혜련이 골룸 분장을 한 것도 굉장히 새로웠는데.

조혜련도 그때 이후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 개그맨이다.

나이를 먹어가는 여성 개그맨으로서 일종의 터닝포인트였다. 그런가 하면 <일밤-세바퀴>(문화방송) 등 연예오락 프로를 사로잡은 아줌마 파워를 바탕으로 한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문화방송)가 방영을 시작했다. <아내의 유혹> 같은 센 드라마에 물린 사람들이라면 일단 호감이 갈 거다.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버티기 힘들었다지만 최근 여성 파워의 중심에 있는 박미선이 주인공이라 일단은 애정을 가지려고 노력중이다.

30대 후반 여성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콘셉트인데 박미선이 하는 역할이 크지는 않다. 하지만 중심을 잡아준다.

아줌마에게도 의리는 있다구

시트콤에서 박미선 캐릭터가 가장 분명한 편이다. 예능 경험도 많고 <순풍산부인과>를 비롯해서 코믹한 연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가장 캐릭터가 잘 잡혀 있는 편인데도 똑같은 대사를 반복한다. 김희정에게 “너는 왜 자꾸 오버하니? 넌 나만 없으면 사고치더라”라는 대사를 반복하고 있다. 유행어로 미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세 친구>, <남자셋 여자셋>의 청춘물 시트콤을 지나 가족시트콤에서 이제 아줌마 시트콤을 내건 건 새로운 시도다. 아줌마 이야기라는 소재는 알겠는데 각 인물이 비슷한 색채를 가진 듯 개성이 없다. 극 중 정말 살아 있는 캐릭터는 “오호~ 지저스!!”, “리즈너블한 가격이야!”를 외치는 최은경뿐이다.

젊은 ‘아줌마’들의 일상을 시트콤의 주제로 삼은 <태희혜교지현이>. 문화방송 제공

초반이지만 이제껏 방영분을 보면, 아줌마들 머릿속에는 남편의 바람과 치맛바람 두 가지만 있나 싶던데.

<개콘>의 강선생님(강유미)을 기다리듯, 캐릭터를 기다리게 해야 한다. 박미선 대사를 김희정이 해도 상관없고, 정선경이 해도 상관없어 보인다. 대사에 어떤 캐릭터가 없는 게 이유다. 시트콤은 정극과 다르다. 만화가 정극이면, 시트콤은 한겨레 그림판이다. 약간 과장되더라도 한큐에 느낌이 오는 인물들이어야 한다.

남자 바람났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한 회 소재였다. 문자나 통장·카드 내역, 위치 추적 등의 이야기가 난무하는데 인터넷 주부 대상 카페에 즐비한 게시물 댓글을 보는 듯했다. 식상한 거지. 남편의 메일을 죄의식 없이 열어보는 거, 별 웃기지도 않았고 황당만 했다. 아줌마들이 다 그렇다고 전제하는 듯한 느낌이라 아쉬웠다.

난 그걸 보고 부부 관계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이 공감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 다를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걸 보면, 여자들은 결혼해서 다 이렇게 된다는 편견이 생기겠더라. 여자들이 그렇게 얄팍하지는 않다! 아이들 과외팀 짜는 것도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재탕 같았다. 성적 떨어진 애를 빼놓는다는 건 쫌~ 아니지. 아줌마들도 의리 있다. 여자를 잘 그려 보겠다는 의도라면 장단점을 두루 보여 주면 좋겠다.

남자 캐릭터도 아직은 좀더 두고봐야 한다. 김국진에게 실직자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줘야지 웃긴 게 아니거든. 대사와 상황 설정을 통해 재미를 주는 게 중요하다.

김국진은 실직자, 윤종신은 타성(매너리즘)에 빠진 디제이, 문희준은 10년째 아이돌로 나온다. 남자들도 조금씩 주눅 들어 있다. 캐릭터들이 뭔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그림이 아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는 멋진 남자 주인공들이 의외로 망가져주는 모습이 귀여웠다. <태희혜교지현이>에선 다 맥아리가 없다. 잘생긴 닭집 총각 나오는데 쫀쫀한 캐릭터라 아줌마들에겐 실망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한의사 이순재를 비롯해 각자 캐릭터가 살아 있었다. 넘어져서 꽈당~ 했다고 웃긴 게 아니었지.

지금 만족하기엔 명작을 너무 많이 봤다

아직은 이야기도 깊이 들어가지 못했다. 찜질방에서 시어머니 욕하는데 옆에 누운 여인이 시어머니인 건 나도 알겠더라. 시트콤이 어머 반전,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덜 보여 준다. 아줌마들의 엉뚱한 일상을 다루더라도 의외의 새로운 반전을 기대한다. 아줌마들이 할 수 있는, 우리 식의 <섹스 앤 더 시티>는 불가능할까? 우리 다양한 에피소드 많아요!(웃음) 아줌마는 치맛바람, 연애 바람만 나는 게 아니니까. 인터넷 취재 말고 실제 정말 다양한 아줌마들의 현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태희혜교지현이>는 지금 방송3사에서 유일하게 생존중인 시트콤이다. 다른 장르보다 시트콤은 본 색깔을 드러내는 데 예열이 필요하다. 그간 시트콤에 너무 기대가 높았던 것 아니냐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 <거침없이 하이킥> 등 명작을 너무 많이 봐왔다.

■ 최고의 궁합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안영미-강유미

“딱딱 맞아떨어진다. 궁합은 물론이고 닭발과 콧수염 등 찾아서 오는 거 진짜 기특할 지경”(정석희)

“강유미가 쟤네들이 뭘 알겠니, 팔려가 봤겠니 전쟁을 겪었겠니~ 이러면 안영미가 그러니까요! 하고 받아서 스파이크를 날린다. 망가진 분장으로 혼내는 상황, 그래서 더 웃긴다”(신광호)

■ 아쉬운 궁합

<태희혜교지현이>의 아줌마들

“우리 때는 이런 잼없는 시트콤 상상도 못 했어. 봐주는 걸 영광인 줄 알아, 이것들아~!”(‘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안영미 톤으로)(신광호)

“얘들이 아줌마들의 의리를 알겠니 뭘 알겠니?(강유미 톤으로) 아무리 웃기고 재밌는 이야기를 찾는다지만 부디 공감할 수 얘기를 해달라!”(정석희)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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