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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3.04 18:51 수정 : 2009.03.08 15:32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이 방에선 기를 팍팍 불어주겠다 장담하고, 저 방에서는 얄궂은 농담으로 기를 꺾었다 살렸다 놀려댄다. 이렇게 다른 두 얼굴의 코너가 하나의 프로그램에 속해 있다. 고민 해결을 테마로 하는 ‘무릎팍 도사’와 고민을 만드는 대화로 이름 높은 ‘라디오 스타’의 <황금어장>(문화방송)이 그렇다.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왼쪽)과 최지은 기자가 <황금어장>의 두 얼굴에 주목했다.

신선도 떨어지는 ‘무릎팍 도사’, 2.0 버전이 필요해
인형 같은 소녀시대 진짜 얼굴 보여준 ‘라디오 스타’

백은하 <황금어장>은 한때 ‘무릎팍 도사’를 동력으로 했던 프로다. 초기엔 ‘무릎팍’에 빅스타가 나오면, ‘라디오 스타’는 한 주를 쉬기도 했다. 방송 분량 적은 걸 코너 내에서 희화화도 했다. ‘무릎팍’의 서브라는 인상이 컸는데, 지금은 그 이상의 파워를 보여준다.

최지은 ‘무릎팍’은 게스트에 따라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최근에는 노선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예전엔 ‘무릎팍’에서 게스트가 무슨 말을 하면 ‘몰랐는데, 아하 그랬구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기분이었다. 최근엔 ‘준비한 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릎팍 도사’는 게스트에 따라 방송 내용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문화방송 제공

질문하고, 변명하고, 눈물 흘리고, 반복 또 반복

‘무릎팍’ 초반엔 게스트들이 강호동의 독한 질문과 직접화법에 대처해 나갔다. 그에 비하면, 어느 순간부터 감동이나 눈물, 빅스타들 위주의 전략으로 나가고 있다.

권상우의 출연은 민감한 게스트를 불러서 확 찌르는 질문을 하는 ‘무릎팍’의 의도에 적합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제껏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강호동이 물으면 게스트가 거기에 반응하는 화학작용이 컸는데, 권상우는 답안처럼 편지를 내놓는다거나 물구나무를 시키면 그걸 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걸 계획된 멘트로 볼 수는 없겠지. 하지만 제작진도 감동이나 눈물,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높은 것 같다. 시청자나 출연자 모두 이미 ‘무릎팍’이 들고 있는 패를 너무 잘 알고 있다. 준비해 온 방패들을 딱딱 꺼내놓는 방식이 되니까 재밌게 보기 힘들다. 예전엔 질문 신선도 체크를 많이 했는데 요샌 줄었다. 그런 면에서 ‘무릎팍’ 2.0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중간에 감동적인 자료화면 보여주는 것도 패턴화됐고.

편집이나 효과를 통해서 오락적인 재미를 극대화시켰는데 요즘은 얌전하게 끌고 가는 것 같다. 사고 친 사람에게, 너 왜 사고 쳤니? 물은 뒤에 어떤 식으로 변명하는지 보고, 눈물 한번 흘리고~. 고민 해결의 재미나 기를 팍~ 주는 마지막 선물도 좀더 나갈 수 있는데 덜 하는 듯하다.

‘무릎팍’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나온다거나 하는 식의 폄하에 동의하진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코너가 재밌을 때는 고민이 무엇이든 관대할 수 있는데, 재미가 떨어지니 고민들이 다소 의미 없는 것도 눈에 들어오더라.

최근 ‘무릎팍’의 정체를 틈타서 ‘라디오 스타’가 튀어오르고 있다. 엠시 김구라, 윤종신, 신정환, 김국진은 각자 하자를 가진 사람들이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외모, 체력 등 선천적인 부족함을 보여줬다면, ‘라디오 스타’ 구성원은 물의를 빚었던 개인사가 있다.

사실은 모두 ‘무릎팍’ 출연자감인 거지.(웃음)

김국진만 해도 ‘무릎팍’ 출연했다가 ‘라디오 스타’로 가게 됐다.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을 통한 막말의 아이콘이라면 김국진은 이혼과 공백, 이별의 아이콘으로 지칭된다. 이런 인물들이 모여서 성공 신화를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민을 상담해줄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직장인 친구들이 맥주 한 캔 들고 ‘라디오 스타’ 볼 때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더라.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프로인 거지.

‘라디오 스타’가 만든 새로운 인력시장

게스트 선택도 저렴한! 방식으로 갔다. 초대 방식이 뜬금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새로웠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고, 왜 이들을 갖다붙였는지도 딱히 답이 없으니까. 불러다 놓고도 엠시들끼리 주로 떠드는 방식이었고. 그런데 재밌는 건 ‘라디오 스타’가 새로운 방송 출연층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사실 1990년대 등장한 아이돌, 댄스그룹 중에는 2000년대 들어 생명력을 지속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름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활동은 안 하는, 연예인 혹은 방송인의 사각지대가 있다. 이 사람들이 어디에서도 소화가 안 되고 있었는데 ‘라디오 스타’가 이들을 슬슬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구피, 알이에프, 부활의 김태원 등등 ‘무릎팍’에 비해 부담 없이 나올 수 있고 또 나와서 마이너스 될 게 없는 스타들이 많이 나와서 큰 재미를 줬다.

사실 흘러간 스타로 치부된 이들이 입담 좋고 여전히 버라이어티 감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라디오 스타’ 이후 <일밤-세바퀴>, <명랑히어로> 등 다른 프로그램에도 섭외가 되기 시작했고. <스타 골든벨>의 벨라인 쪽으로 많이들 출연하더라. 일종의 인력시장 노릇을 해내는 거지. 결과적으로는 기이하게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최근에 출연자들이 자기소개 하면서, ‘라디오 스타’ 섭외 들어왔을 때 “갈 때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조적으로 농담을 하더라. 내가 일종의 비(B)급이 된 느낌? 그게 바로 ‘라디오 스타’의 콘셉트였고 오히려 반응도 좋다.

평범한 인터뷰 형태가 아니라 실제 수다같은 대화를 보여주는 ‘라디오 스타’. 문화방송 제공

‘무릎팍’은 죽은 사람도 살리고, ‘라디오 스타’는 산 사람도 죽인다더라.(웃음) 잘난 사람들이 나와서 잘나가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

‘라디오 스타’의 방침은 출연자나 엠시 모두 아무하고도 연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어색하거나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나오는데 붐과 대성, 이수근이 나와서도 가차없이 까고 까인다. 셋 다 불편한 자리에 온 사람들처럼 앉아 있고. 붐은 코 성형 수술 이야기도 가차없이 하더라.

“제가 욕심이 지나쳤네요” 말하는 거 너무 웃겼다.(웃음)

“제가 좀 경솔했습니다”였다.(웃음) 장난이어도 사람 대 사람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계산해도 남는 게 없으니까 서로 솔직하게, 계산을 안 하는 거다.

패가 없기 때문에 패도 안 보인다. ‘무릎팍’은 세상 사는 이야기를 거대한 담론으로 만들어내고, ‘라디오 스타’는 모든 걸 농담으로 만든다. 심각하게 물어보면 모든 일이 굉장히 큰일 같지만, 사실 일상에서 시시콜콜 일어나는 일들이잖아.

사실 큰일일 수 있지만 여러 매체에서도 죽일 놈, 살릴 놈 하는 일들이 ‘라디오 스타’에서는 살다보면 또 누구나 저지를 수 있는 일들로 정리된다. 아저씨들스럽게 소화되는 것 같다.

‘무릎팍’ 출연했던 김건모를 초대하면서, ‘무릎팍’에서 보여줬던 행태와 발언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말하게 했다. 이런 점도 게스트를 다루는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성 분위기도 아니고, 강호동 진행에 김건모도 불만이 있다는 걸 보여줬잖아.

지난주에 이어 ‘라디오 스타’ 게스트가 소녀시대다. 가히 센세이션이라 할 수 있다. ‘라디오 스타’로서는 톱 게스트인 거다. 엠시들이 조카뻘 소녀시대를 불러놓고도 잘 놀리더라. 신정환이 수영이를 이뻐한다고 하지만 그것마저 놀리는 분위기였다.

사람을 제대로 보여주는 토크쇼 느낌이었다. 소녀시대는 지금까지 에스엠(SM)의 잘 짜여진 기획력과 태도를 배경으로 한 예쁜 마론 인형들 같았다. 이들이 각각 어떤 목소리를 낼 건지 전혀 감이 없었는데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 어떤 종류의 특성을 가진 존재들인지 감~ 잡았다.

다행히 소녀시대도 분위기 맞춰 잘하더라. 이런 게스트들을 통해서 ‘라디오 스타’도 장을 조금 더 넓히는 좋은 의미의 과도기를 넘는 듯하다.

소녀시대를 어르고 달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페이스를 가지고 만들어내서 좋았다. 게스트 눈치 보지 않고 가는 거지.

소녀시대 수영에게 이런 모습이?

소녀시대 수영이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멤버 중 누군가 인기 많은 걸 질투할 때도 있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 대목에서 수영의 표현이 ‘그게 걔 팔자니까’였다. 예쁘게 말할 수도 있는데 이런 어휘를 쓰는 게 그의 솔직한 성격이다 싶어 새로웠다. 자신의 목소리로 생각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릎팍’이 보통의 인터뷰가 취하는 형태를 조금 더 세게 취하고 있다면, ‘라디오 스타’는 평범한 인터뷰 형태가 아니라 진짜로 나누는 대화 느낌이다. 생동감에 면에서 보자면 ‘라디오 스타’가 청년기의 느낌이다. 지금 ‘무릎팍’이 한물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두 코너가 서로 조금씩 자극을 받아야 할 때다.

<황금어장> 최대 수혜자, 김국진

김국진
“90년대 유재석이었던 김국진! ‘라디오 스타’를 통해서 환부를 확~ 드러내며 통과의례를 거쳤다. 용감하다, 국진이!”(백은하)

“그를 보면 (비)웃으면 안 된다는 마음의 짐이 있었지. 그 무거운 마음 이제 떨쳐버릴 수 있었던 건, ‘골프하지 마! 골프~’라고 김국진에게 말하는 ‘라디오 스타’를 본 이후.”(최지은)

<황금어장> 최저 수혜자, 권상우


권상우
“심지어 권상우 좋아했던 나도 그가 보여준 시디와 편지의 진실성에 의심 가더라”(최지은)

“그의 매력은 낙천적인 모습과 계산하지 않은 순수함인데 ‘무릎팍 도사’에선 너무 많은 걸 준비하고 왔다. 배용준 같은 준비력으로 다가오다니.”(백은하)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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