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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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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복수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최근의 드라마는 마치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찰싹찰싹 뺨 때리는 소리는 기본, 신생아를 바꿔치기하고, 위장결혼도 서슴지 않는다. 2월 초 첫 방영한 <미워도 다시 한번>(한국방송)과 <아내의 유혹>(에스비에스)은 모두 복수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드라마의 복수극 열풍에 대해 짚어봤다.
매일매일 복수 콤보 패키지 <아내의 유혹>
따귀 때리기 풀코스 <미워도 다시 한번>
정석희(이하 정) 현실에선 용서와 화합이 강조되는데 드라마에서 복수가 넘쳐난다.
신광호(이하 신) 요새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웃음)
정 대신 복수하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신 드라마 속 복수를 보며 위로(?)받는 게 트렌드 같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는 누군가는 가해자일 수 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는 순간만큼은 시청자들 대부분 피해자 입장에 서게 된다. 감정의 깊은 바닥에 깔려 있는 걸 드라마가 속시원히 말해준다. 그래서인가. 복수를 다룬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꽤 높다.
차화연이 팜파탈로 나왔더라면
정 요샌 아침드라마의 화두도 불륜이 아니라 복수다. <그 여자가 무서워>(에스비에스)가 복수극의 전초전이었다. 말도 안 되는 복수 이야기를 저녁 7시40분 일일극으로 내보냈다. 시청률도 좋았고 반응도 나름 괜찮았다. 후속 타자는 <애자언니 민자>. 돌아온 스타 차화연의 복귀작이었다. 비교적 정상적인 가족극이어서 그랬나, 반응이 시큰둥했다.
신 10~30대 시청자들은 그녀를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정 아니~ 그보다 시청률을 주도하는 중장년층 여성에겐 차화연의 복귀는 적잖은 화제였다. 그런데 어필을 못한 건 기억 속 차화연은 팜파탈 이미지였는데 현모양처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유혹> 여장부 민 여사(정애리 분) 같은 역을 했으면 반응이 뜨겁지 않았을까.
신 악역이 강렬한 인상을 주기에 좋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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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여자의 피맺힌 복수와 사랑을 그리는 <미워도 다시 한번>(한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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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현모양처 캐릭터도 설득력 있는 복수극을 만들 수 있다. 여자의 복수~ 하면 <청춘의 덫>을 빼놓을 수 없다. 복수에 대한 개연성이 분명히 있었다. 여성 캐릭터 이해되고.
신 그에 비하면 <아내의 유혹>은 남자에게 배신당해 죽음의 위기에 놓이면서까지 다시 돌아오는 복수극이다. 막장에 업그레이드를 한 게 이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정 최근 복수극의 특성은 <청춘의 덫>과는 다르다. 말도 안 되는 피해자가 너무도 쉽게 생긴다. ‘너 죽고 나 죽자’로 둘이 복수하면 되는데, 생뚱맞게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 자기 복수하느라 바쁜 <아내의 유혹> 장서희가 자식이 먼저 죽는 부모의 슬픔을 어떻게 알겠나. 자기 부모님은 그렇게 놔두고 다른 삶을 살고 있으니 이건 독한 것도 차원을 넘는다.
신 난 <아내의 유혹> 보고 있음 버라이어티쇼 <헤이헤이헤이>를 보는 느낌이다. 예능 프로처럼 스피드가 너무 빠르고 화제성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 같다.
정 최근엔 신애리가 양은냄비로 머리를 내려쳐서 강재가 쓰러졌잖아. 진짜 웃지도 울지도 못할 쇼가 계속되고 있지. 말도 안 되는 피해자를 만드는 인물은 <에덴의 동쪽>(문화방송)의 간호사 유미애가 최고다. <에덴>은 신태환(조민기)이 사고로 위장해서 기철(이종원)을 죽이고 난 뒤 피해를 입은 인물들이 원한을 되갚고자 절치부심하는 거다. 한데 유미애 간호사가 신생아 둘을 바꾸는 바람에 얽히고설키고 난리가 났다. 결국 꼬이고 꼬여 원수의 칼을 갈아준 격이잖아.
신 아무리 드라마라 해도, 복수에도 윤리의식이 필요한데.
정 복수는 사실 둘이 해결할 문제다. 왜 제3자에게 피해를 주냐고. 저주받은 부자 관계인 신태환과 동욱이의 꼬인 복수극이라니.
신 상황을 좀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인물들을 기구하게 몰아가는 거다. 시청자들의 동정심도 유도하고. 드라마 속에서 정말 말도 안 되는 걸 많이 발견한다는 거. 그런데도 중독성 있는 음식인 거다. 불량식품처럼. 최근에 본 <미워도 다시 한번>(한국방송)은 소재는 아침드라마에서 반복되는 거였지만 스케일이 커서 흥미롭게 봤다. 팜파탈을 연기하는 전인화의 등장도 새로웠고.
복수 드라마의 고전 <청춘의 덫>
정 전인화 캐릭터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배우를 하면서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철부지처럼 살아오다 딸아이 펑펑 쓰는 카드값 막아주는 걸로 엄마 노릇 한다.(웃음) 이 드라마의 전인화, 최명길, 박예진 3명의 여자는 너무 무섭다. 뭔 일만 생기면, 다 밟아 죽이겠다고 하는 식인데. 충격과 공포다.
신 최명길이 박예진을 굴복시키는 장면에서 최명길의 포스는 놀라웠다. 정말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서 제대로 표현하던걸.
정 그다음, 박예진이 다시 붙는 포스도 장난 아니던데. 그나마 맞더라도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조금은 지켜주더라. 하지만 시청자들은 예의에 실망하기도 한다.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집으로 들어가서 시어머니한테 생각보다 대차게 못해서 시청자들이 실망했대잖아. 그다지 큰 사건도 못 벌이고, 왜 굳이 들어갔는지 모르겠다는.
신 드라마 속에서 복수는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하려고 한다. 포기는 없다. 지구 끝까지 가는 복수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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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복수를 주제로 한 <아내의 유혹>(에스비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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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드라마는 도덕과 윤리로 포장된 현실의 기준을 확확 깨버린다. 그런데 <에덴의 동쪽>에서는 정말 복수심에 불탈 법한 인물들이 등장했잖아. 이다해가 시놉시스상에서는 애초 정말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다해와 그 가족들 비중이 줄어들면서 단체로 증발해 버렸다. 이 연기자들은 정말 작가하고 감독에게 복수해야 하는 거 아닌가?(웃음)
신 그런 걸 보면 누구나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 그런데 걱정되는 건, 이런 자극적인 드라마들에 열광을 하면서 또 복수 가지고 안 되고, 복수의 따따블이어야 만족할 듯하다는 거다.
정 난 시청자들은 자정 능력 있다고 본다.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까 걱정하진 않지. 더이상의 막장으로 갈 것 같진 않다. 지금은 이런 드라마들이 유행이지만, 다시 청춘 멜로 드라마가 유행하는 시절이 오겠지. 언제까지 악만 지를까?
신 연기자들은 자기가 맡은 역에 몰입을 하는데, 작가들은 극 전체의 캐릭터에 대해서 작두를 타야 한다.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할까. 그런 면에서 작가가 생뚱맞게 어디서 끌어오는 게 아니라 자기의 경험을 반영하게 된다.
정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작가가 돼, 자기 가치관을 작품 속에 표출시키면 정말 너무 이상한 결과를 낳곤 한다. <인어아가씨> 속 전지전능했던 작가 캐릭터가 떠오른다.
신 대본도 시청자들의 공감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대본 필터링 과정이 중요하다. 그런데 쪽대본 쓰고 급히 막는 상황이니, 대본이 좋다 아니다 하기 전에 필터링이 안 되는 건 시청자에게 피해다.
정 악쓰고 싸우는 장면을 보면 난 저렇게 하면 안 되겠다 하는 교훈을 얻기도 한다. 너무 긍정적인가?(웃음) 단순하게 드라마가 실제 생활에 악영향을 준다고 단정짓는 건 아닌 것 같다.
신 아이들의 경우엔 캐시백 적립 쌓이듯이 무의식중에 보고 배우는 게 있다.
정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들여 만든 <그들이 사는 세상>도 시청률이 안 나오니, 트렌드를 무시 못 할 거다.
신 시청자들이 절반의 작가, 절반의 연출가라는 말이 있는데.
정 사실 복수 드라마는 누리집에 나온 시놉시스를 보면 결말이 예상되잖아.
싸움구경, 불구경 다음으로 재미있는 건
신 그런데도 보는 건, 한국 사람들이 남 일에 관심이 많다는 거다. 이웃이 극적인 일이 생겼을 때는 온 국민이 기자정신을 발휘하는 듯 보이니까. 그런 성향이 극단적으로 달리는 복수 드라마와 맞아떨어진 거다.
정 <아내의 유혹>엔 하루에 수백 가지 일이 일어나더니, <미워도 다시 한번>은 웬 따귀를 이렇게 많이 때리는 건지. 참 요란하게 때리더라!
신 지금 우리가 분한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가 대신 풀어주는 것 같아서 열광하는 것 아닐까. 한데 푹 빠지기에는 답답함과 울분이 있는 것 같아. 일종의 싸움구경, 불구경인 거지. 어떡해 어떡해 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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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이해할 수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의 이정훈(박상원 분)
“왜 그가 두 여자 사이에서 수수방관하는지 모르겠다. 정리정돈 못 하는 한 남자 때문에 생겨난 일, 이제 와서 모든 걸 정리하고 싶다는 건 뭐니?”(정석희)
“이 세상에서 가장 점잖은 얼굴을 하고 이제 와서 변덕을 부리는 건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지만, 누릴 건 다 누린다. 여자들의 치열한 복수 속에서,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태도. 이해 안 된다!”(신광호)
■ 이 사람, 죄질이 저질~이야
<에덴의 동쪽>의 간호사 유미애(신은정 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운 복수야 수없이 많지만, 유미애의 행동은 죄질이 저질이다. 누구 보라고 이런 짓을!”(신광호)
“애를 바꿔치기하는 씻지 못할 죄를 지어 놓고, 반성도 안 한다. 왜 이 사람만 또 응징에서 자유로운 건가? 악의 화신 신태환과 막상막하라지만 이건 분명 아니야.”(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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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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