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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8 18:54 수정 : 2009.02.19 22:07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무한도전>(문화방송)은 지금 어디에 와 있나? <무도>에 대해 말한다는 건 대한민국 예능사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다. 지친 듯 보이면 다시 일어서고, 지루하다 싶어지면 신선한 기획들이 쏟아진다. <10 아시아>(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무한도전> ‘쪽대본 드라마 특집’편에 주목했다.

‘봅슬레이’ ‘쪽대본 드라마’로 최고임을 다시 입증
무존재감 정준하 간만에 빛나 … 전진 왜 일케 예쁘니?

백은하(이하 백) <무한도전>(문화방송)이 산 넘고 물 건너 많이 왔다.

최지은(이하 최) 지지난주 봅슬레이 특집은 <무도>에겐 또 하나의 분수령을 넘은 듯 보였다. 감동적이었지. 지난주 쪽대본 특집은 평소 <무도> 팬이 아니었던 사람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기획이었다.

신선했다. 사실 언뜻 보면 <꽃보다 남자>(한국방송)의 인기에 기댄 기획처럼 보이기 쉬웠다. 하지만 <무도>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가 합쳐지니까 ‘마구’ 재밌었다. <아내의 유혹>(에스비에스)을 비롯한 최근 막장 드라마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갖고 노는데, 기분 나쁘지 않은 ‘유희’를 보여줬다.


막장 패러디 속이 다 후련해

<무한도전>(문화방송) 멤버 전원이 드라마 <꽃보다 남자> 캐릭터로 변신해 ‘쪽대본 특집’을 보여줬다. 문화방송 제공

막장 드라마적인 상황을 비트는 건 기존 개그 프로그램에서 많이 했다. 막장 드라마를 소재로 했다는 것 자체가 아주 새롭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걸 비틀었다는 테마만 가지고도 쭉~ 쉽게 갈 수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지. 멤버들이 직접 자기 배역을 늘리거나 죽여 달라는 식의 앙탈~간만에 웃겨 죽는 줄 알았다.(웃음)

<무도>는 날로 먹지 않는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한 주 동안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짜깁기했고 거의 12시간 만에 5회 분량을 다 찍어내는 쾌거를 이룩했다고 하던데.(웃음) 그 자체가 나태하지 않은 <무도>의 노력으로 보였다. 사실 <꽃남>은 신인 배우가 스타로 발돋움하는 매력에 가려져서 드라마 자체가 얼마나 막장인지 대부분 까먹고 있잖나. <꽃남>과 <아내의 유혹>을 동일화하면서 이야기한다는 게 대중을 빨리 읽고 있구나 싶었다.

작가나 제작진이 구성한 부분이 물론 크겠지만, 멤버들이 자기 배역을 늘려 달라거나 누구는 빨리 죽여 달라고 우기는 거 재밌었다.

정준하가 텔레비전 보다가 죽는 거 예전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나오는 거잖아. 거기에선 <웃찾사> 보다가 돌연사하는 거였다.

한복 입고 판소리하는 건 <에덴의 동쪽> 이연희를 패러디한 거고. 오리 시지(CG)도 정말 예술이었다. <꽃남>에서 문제됐던 어설픈 시지였다.

오리 시지의 놀림 같은 건 정말 F4 신드롬에 가려서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꽃남>의 막장성에 대해서 만천하에 드러낸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무도>의 기획, 그들이 자막 치는 걸 보고 있으면 거의 실시간 리트머스 같은 느낌이 든다.

유재석이 가발이 너무 간지러우니까 머리 긁고 싶어서 ‘너 이발했구나’라는 대사를 넣어 달라고 했잖아.(웃음) 그게 코믹한 상황이어서 그렇지, 방송국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 <온에어>나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걸 보여줬었다. 유재석 가발은 코미디였지만, 현장에서도 그런 현실적인 요구들이 생긴다. 자기 분량 넣어 달라고, 뭐가 맘에 안 든다, 착한 캐릭터 하겠다 등등.

익숙한 장면들을 <무도> 출연진들이 하는 걸 보고 있으니 웃기면서도 통쾌했다. 막장 드라마에서 늘 나오는 게 뺨 때리고 물 끼얹는 거. 일상에선 은근히 보기 힘든데 잘 일어나잖아. <아내의 유혹>에선 뺨을 정말 엄청 때리더라고. ‘난 빚지곤 못 살아!!!’ 하면서 퍽 때리고. 퍽퍽퍽퍽.

그런 클리셰들이 집대성된 거지. 주로 예능만 했던 멤버들이 드라마 제작의 현실적인 시스템을 정말 촘촘하게 넣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하늘이시여>의 임성한 작가가 예전 <아현동 마님> 드라마 안에서 예능을 비난하는 대사를 넣은 적이 있었다. 왜 다 큰 남자들이 그렇게 놀이기구 타며 징징대고 있냐는 거지. 이건 정말 예능 프로에 대한 근본적인 몰이해를 드러낸 거였다. 그것에 대한 센스 있는 답변이 이번 기획이었다고 본다. 어찌 보면 막장드라마보다 더 치열한 고민을 해서 만들었다는 느낌도 있고.

연기도 치열했다. 정준하의 시어머니 연기는 발군이었다.

오랜만에 정준하의 대박이었다. 이 사람의 연기력이 이랬구나~.

<무한도전>. 문화방송 제공
무존재감? 조금 지루했는데 아줌마 연기에서 빛이 났다. 지난주 <무도>를 동료들과 같이 봤는데 타이틀에 하하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단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다. 그걸 보면서 <무도> 멤버들의 신뢰나 내부 단결이 어떤 팀보다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없으면 멤버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그걸 몇 회 나눠서 드라마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했을 거다.

난 흔히 말하는 ‘무도빠’는 아닌데.(웃음) 어쩌면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이들의 팀워크가 아주 탄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안에서 누군가의 슬럼프 때문에 ‘아 어떡해’ 할 때도 있을 거고, 내 캐릭터는 왜 이렇게 안 살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데 <무도>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런 갈등의 요소를 버리지 않고 안고 간다. 사실 우리가 사는 것도 이 관계가 완벽해서 공평하게 가는 게 아니잖아. 여러 문제가 있지만 그것들을 서로 맞춰 가면서 결과를 내는 것 같다. 이 프로는 그런 현실의 단점들을 감추지 않는 것 같다. 이들의 형제애가 너무 대단하거나, 관계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자기복제 피하면서 발전하는 한국 최초 프로그램

지금은 예능에서 익숙해졌지만, <무도> 캐릭터들을 통해서 그들의 성장을 보여준다. 실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극복 과정을 통해 무시 못할 어떤 지점에 이르렀구나 싶다.

제작진과 멤버가 각자 어떤 고민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주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의외로 예능프로 보면 방송인들의 텃세가 보인다. <무도>는 엄청나게 팀워크가 강조된 팀이었고, 팬들도 이 멤버가 아니면 안 된다 뚜렷했는데, 정작 누군가가 들어왔을 때는 텃세를 안 부렸다.

<무도>의 큰 그림 안에서 전진이 들어와서 잘 놀게끔 해주는 분위기가 됐지. 형들에게 사랑받고 듬직하며 뭐든지 열심히 하겠다는 전진! 굉장히 ‘신화’적인 캐릭터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 유재석을 제외하고 누구든 그렇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 아니니까. 노홍철은 어디든 빠져나가려 하고, 박명수는 대놓고 하기 싫어하고, 유재석은 어쨌든 끌고 나가야 하는데, 여기서 전진은 여자옷 입든 뭐든 열심히 한다. 하하와 또다른 지점에서 캐릭터를 잘 잡았다. 금잔디 연기한 전진, 어찌나 이쁘던지. ‘굴러들어온 돌’이 아니라, 같이 잘 굴러가는 돌이 된 것 같다. 근데 하하가 오면 전진 나갈까?

<무도>는 매번 닥치는 상황에 따라서 재밌게 같이 할 수 있는 기획을 하니까 걱정 안 한다. 봅슬레이처럼 와! 하고 회자되는 아이템이 있을 수도 있고, 쪽대본처럼 소소할 줄 알았으나 큰 재미 있었던 기획도 있다.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가 한국 예능사를 새로 쓰고 있다. 그들은 뭘 해도 되는 거잖아.(웃음) 다음 편 보니까 소녀시대 뮤직비디오 패러디 같던데, 그렇게 강약중강약 쳐주면서 2005년부터 쭉 가고 있다. 하나의 예능프로가 톱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힘 안 빠지고, 또 자기복제를 피해 가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프로가 한국에선 거의 처음 아닐까?

항상 시청률 기사가 나는 것도 그렇다. 시청률에 밀렸다는 기사가 났다가 1위 탈환했다는 기사가 계속된다. <무도>가 언제나 온 국민이 좋아할 프로를 기획해야 하는 건 아니다.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하면 그만큼 재밌는데. 밖의 시청률 이야기에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하가 군대 갈 무렵 가장 아름다운 모든 기억들을 박제하고, 여기서 아름답게 종결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요즘에 <무도>가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의 다른 교훈을 배우는 느낌도 든다. 좀 기다려 보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잖아? 끈기있게 하나를 끌고 나간 프로의 힘인 거지. 이제는 마니아적인 지점을 넘어서 획득할 수 있는 굉장히 대중적인 지점을 그들이 잡아낸 것 같다. 이걸 보고 나서 프로그램 하나를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작진들을 속단하지 않겠다는 거다.

요즘 <무도>를 보며 인생을 배운다

<무도> 제작진은 사람들이 뭔 생각을 하고 있고 거기서 뭘 끌어내는가를 부지런하게 잘 읽어낸다는 점에서 출연진 못지않게 큰 박수를 받을 만하다.

<쪽대본 특집>, 여기서 가장 웃겼다

멤버들의 끝장 격투신

“남자들이 주먹이 아니라 ‘뺨’을 이용해서 싸우는 장면 너무 웃겼다. 찰싹 착착 때리는 소리에 물 끼얹는 것까지 편집도 참 잘했더라. 끊임없는 막장 패러디의 끝을 보면서, 이걸 만든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부러웠다.”(백은하)

“호수공원에서 전진과 정준하가 몸을 던져 싸우는 장면. 정준하는 중년 아줌마 포스가 장난 아니고, 전진도 의외로 청순한 여고생이 너무 잘 어울렸다. 덩치 큰 남자들의 하이킥에 포복절도했다.”(최지은)

<쪽대본 특집>, 여기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박명수와 전진의 키스신

“키스신, 너무 리얼하신 거지. 혼신의 힘을 다했던 리얼 연기~ 한데 전진 약간 불쌍해지고. 그들은 드라마 제작진 못지않게 프로페셔널했다!”(최지은)

“참 격하고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는데 너무 웃겼다. <꽃보다 빅뱅> 보면 탑과 대성이 키스하는 장면 나온다. 그것에 대한 패러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남(男男) 패러디의 진수였다.”(백은하)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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