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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2.11 19:20 수정 : 2009.02.12 14:55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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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의 시초는 아니다. 포맷의 시초도 아니다. 하나는 전세계적 인기를 구가하는 미국의 디자이너 발굴 리얼리티 쇼 <프로젝트 런웨이>의 한국판인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다. 지난 7일 첫 방송이 된 이 프로그램은 무대와 출연자의 역할과 대사까지 원판인 미국판 그대로다. 또다른 하나는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 시즌 3이다. <무한도전> 등 기존의 리얼리티 쇼 형식을 뻔뻔스럽게 차용했지만, 남성 아이돌 그룹 투피엠(2PM)이 진행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두 프로그램이 재밌는 이유는 뭘까. 복제 시대의 ‘복제 프로그램’을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들여다봤다.

기대 속에 방영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미국식 진행이 아쉬워
신종 아이돌의 등장인가 <떴다! 그녀> 2PM 노는 모습도 귀엽구나


신광호 온스타일에서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야심차게 미는 것 같다. 미국판 원작 <프로젝트 런웨이>를 모르는 사람도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을 정도로 노출이 잦다. 무대는 물론 조명, 카메라 각도 등 세세한 것까지 현지 스태프가 구성하고 갔다고 한다. 주인공은 디자이너 14명이다. 매회 주어지는 다른 주제로 옷을 만들어 살아남는 서바이벌 리얼리티쇼인데, 서양 무대에 동양인 출연자가 나오는 셈이다.

신봉선이 진행해도 입 다물어야 하나

정석희 공들여 만든 티가 많이 나는데 제작 지침서 같은 것까지 보냈다고 하더라. 그래서인지 완전히 똑같다. 그런데 너무 똑같이 하려다 보니 걸리는 게 있다. 진행자 이소라다. 그녀는 미국판 진행자인 독일 출신 슈퍼모델 하이디 클룸의 카리스마적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다. 하지만 카리스마는 있되 때론 코믹하고 망가지는 게 이소라의 퍼스낼리티다. 그런데 여기서 이소라는 하이디 클룸과 말도 똑같고 포즈도 똑같다. ‘환영합니다’, ‘나가주세요’… 평소 안 쓰던 말투로 딱딱하게 구니까 어색하다.

신진 디자이너 도전자 14명이 실력을 겨루는 리얼리티 서바이벌 쇼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는 미국판 원작과 무대 장치와 조명, 카메라 각도, 대사까지 똑같다. 온스타일 제공

사회자, 출연자의 동선까지 맞춘 듯하다. 오프닝을 비롯한 전체 구성도 마찬가지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고 하지만 한국 문화와 충돌하면서 어색해진다. 이소라가 진행 안 해 본 사람도 아닌데, 흐름이 자꾸 끊어지더라. 세세한 것까지 똑같이 해야 한다면, 신봉선이 거기 들어가 있어도 입 다물어야 할 거다.

도전자들은 좀 다르다. 미국판에서처럼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라는 느낌보다는 좋은 가정환경에서 해외유학까지 마친 ‘있는 집’ 아이 분위기가 느껴진다.

첫 번째 미션은 다른 출연자의 가방에서 꺼낸 아이템으로 옷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디자이너 계한희가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패션스쿨인 영국 세인트 센트럴 마틴의 최연소 입학자로 유명세를 얻은 터라 시청자들이 기대했는데, 예상 밖으로 가장 먼저 떨어졌다. 계한희는 제작진들이 프로그램을 재밌게 하려고 일부러 떨어뜨린 거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런 게 재미다. 미국판에서는 디자이너들의 멘토로 나오는 팀 건이 재미를 배가한다. 팀 건은 도전자들에게 성심성의껏 조언하고, 도전자들은 충고를 새겨들으며 나날이 발전한다. 계한희는 떨어졌지만 나름대로 이름을 알렸고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또 하나, 한국판이 미국판과 다른 점은, 도전자들에 비해 심사위원들의 무게가 약하다는 것이다. 미국판에선 마이클 코어스 같은 심사위원의 ‘포스’에 압도됐는데, 한국판에서는 심사위원과 도전자가 별 차이가 안 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엄정화와 이승연이 심사위원으로 합류한다고 하는데, 기대된다.

이소라가 첫 탈락자에게 포옹을 하더라. 녹화하면서 정든 마지막 탈락자라면 모를까. 역시 우리 정서에 안 맞는다. 한국이 <프로젝트 런웨이> 라이선스를 산 최초의 비영어권 나라라고 한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대략 베끼는 게 허용되는 분위기다. <무한걸스> 등 케이블의 여러 프로그램이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1박2일> 등의 포맷을 모방한다. 엠비시 에브리원의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도 그런 프로그램인데, 아이돌 남성그룹 투피엠이 시즌3의 진행자로 나서면서 시청률이 높아졌다. 쿵쿵따, 말뚝박기 등 예전에 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나왔던 게임을 하며 노는데도 재밌더라.

F4 토크쇼, 참아주세요

난 두세 편을 내려받아 봤는데, ‘내가 왜 애들 노는 걸 봐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쿵쿵따가 언제 적 놀이냐? 제작진들이 너무 잘 주워먹는다.

게스트로 소녀시대, 카라 등 장안의 인기 걸그룹들이 차례로 나왔다. 하지만 게스트가 없는 날,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투피엠은 자기들끼리 잘 논다. 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나 매점에서 장난치고 놀듯이… 남자애들 그렇게 놀지 않나? 보통 아이돌 그룹은 기획사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며 시청자 눈치를 보는데, 투피엠은 시간과 감정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자유롭게 놀더라. 그리고 서로 오래 함께한 사이여서 미리 짜고 놀 필요도 없다. 왜 개그맨들은 농담을 하면서도 서로 사인을 보낸다고 하지 않나. ‘내가 이 말 할 테니까 네가 치고 나와’ 하는 것 같은… 투피엠은 그런 게 없다. 알아서 재밌게 논다.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의 매력은 길들여지지 않은 아이돌 그룹 투피엠의 모습이다. 엠비시 에브리원 제공

그래서 제작진이 투피엠을 귀여워하는 게 느껴진다. 잘되는 프로그램은 제작진과 출연진이 십중팔구 화기애애하다. 그런데 투피엠이니까 그런 자연스런 매력을 발산했다. 다른 팀이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무한걸스>의 경우 여자 버전 <무한도전>이다. 공중파에서 남자들이 놀 때, 케이블에서 여자들을 데려와 그들의 이야기와 놀이로 호응을 끌어냈다. <떴다! 그녀>는 타깃에 맞춰 안성맞춤으로 내놓은 프로그램이라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프로그램 포맷을 따라 하되 스타를 바꾸는 것? 그래서 인스턴트 같은 느낌이 든다. 신선하진 않다. 리얼 하나 떴다고 여기저기 리얼이다. 한때 개성이었지만 지금은 몰개성이다. 이제는 좀 자제할 때가 되지 않았나.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뜨니까 남자 등장인물 F4(김현중·김범·이민호·김준)를 데리고 토크쇼를 만든다는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오던데… 한국판 <스마스마>와 같은 토크쇼가 탄생할 거라는.

<스마스마>는 10년이 넘은 일본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다. 요리 대결과 콩트, 노래로 진행되는데, 브래드 핏이 나갈 정도로 세계적인 섭외력을 갖췄다. 하지만 <꽃남>의 인기가 한국판 <스마스마>를 보장한다는 법은 없다.

투피엠이 발탁된 건 케이블 엠넷의 <열혈남아>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투피엠이 점점 육성되고 발전하는 게 보이더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발탁된 투에이엠(2AM)도 마찬가지다. 투에이엠의 정진운은 <가족이 필요해> 시즌3에서 막내로 나온다. 4회부터 이경실이 엄마로 나왔는데, 왜 나왔나 싶더라. 밥해 줄 엄마가 필요해서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요새는 아빠나 엄마 혼자 아이들을 키우는 집도 얼마나 많은가. 아버지와 아들들의 이야기만 가지고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재미를 위해 영입한 것 같다. 최양락은 자신의 개그를 받쳐주는 다른 한 명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이경실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여하튼 분위기가 바뀌었다. 제작진도 그걸 노렸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어떤 프로든지 이경실이 나오면 김지선이 따라 나온다. 투에이엠이 나오면 멤버들이 따라 나오고. 마치 부록 같다. 그러다 보니 같은 스타일의 얘기와 웃음이 반복된다. 제작진에겐 안전하겠지만, 시청자들은 금방 지루해진다. 자제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경실+김지선 패키지식 출연은 그만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가 재밌나, <떴다! 그녀>가 재밌나?

에프티(FT)아일랜드가 나오는 시즌2 때는 이리 좋아하지 않았다.(웃음) 투피엠은 특이한 아이돌이다. 빅뱅하고도 다르다. 기존의 아이돌이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논다면, 투피엠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방목형 아이돌이다. 그게 매력적이다.

선생님이 아이돌을 너무 사랑하시는 거지. 친아들처럼.(웃음)

■ 이 캐스팅 아쉽네 ‘이소라’

“첫 번째 탈락자는 계한희가 아니라 이소라다. 이소라가 ‘행운을 빕니다’(Good luck)라고 말하는데, 이게 한국말인가 외국말인가? 무대엔 국적이 없지만 진행엔 국적이 있다.”(신광호)

“<한밤의 티브이 연예>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녀다. 훌륭하게 할 수 있는데, 하이디 클룸처럼 해야 하니까 안 맞는 거다.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클룸의 클론을 데려오든지. 이건 미스 캐스팅이다.”(정석희)

■ 이 캐스팅 맛깔나네 ‘2PM’

“눈치 안 보는 아이돌이다. 제멋대로 뛰어놀고 맘껏 즐기는 2PM의 모습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정석희)

“보통의 아이돌 그룹은 화려하게 포장된 상품이다. 2PM은 화려하지 않지만 알수록 친숙해지는 아이돌이다. 그들이 노는 모습은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연예인의 모습이 아니라 동네 동생 같은 친숙함이 풍긴다. 그래서 진부하지 않다.”(신광호)

정리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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