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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21 17:12 수정 : 2009.01.25 16:31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꽃미남 4인방의 생활을 보여주는 <꽃보다 남자>. 한국방송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일본 원작만화 <꽃보다 남자>가 드디어 일본, 대만을 거쳐 대한민국 안방을 찾아왔다. 한번 보고 두번 봐도 자꾸만 보고 싶은 초절정 미남들의 총출동. 신화그룹에, 귀족학교에, ‘F4’라는 귀족집단까지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꽃보다 남자>(한국방송)의 마력을 들여다봤다. 국내서도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 드라마 <가십걸>과 학교를 배경으로 한 국내 드라마들과도 요모조모 비교했다.

악다구니 드라마 속에 피어난 한 떨기 자체발광 <꽃보다 남자>
<가십걸>에서 보던 성적 파격이 한국의 학원물까지 잠식할까

정석희 <꽃남>을 보면서 미드 <가십걸>을 떠올렸다. 둘 다 겉으로 보면 어른들이 감당 못하는 막장 청소년 드라마에다, 말만 십대지 어른이나 진배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재벌가 자제들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이 ‘개념’이 없다. 하지만 개념이라는 건 시대에 따라 변하니까.(웃음)

미드적 상황 도래한다면 어쩐지 기가 막히네


너 어제 그거 봤어?
신광호 원작 없이 우리나라에 처음 방영됐다면 이건 ‘뭥미?’ 했을 거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자극적인 요소도 많다. <꽃남> 원작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시큰둥할 법도 한데, 시청률이 꽤 높다. 확실히 성공한 소재가 있으면, 원 소스 멀티 콘텐츠로 승승장구하는 것 같다. 검증된 물건이 들어오면 ‘안전빵’으로 신뢰를 얻기 수월한 거지.


옛날에 외화를 보면, 세상에 쟤네들 저래? 했던 게 얼마 후 우리나라 티브이에 등장하곤 했다. 물을 사 먹는 거라든지 종이기저귀 쓰는 걸 외화에서 보고 놀랐었거든.(웃음) <가십걸>에선 십대도 성에 대해 무척 개방적이던데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도래할 거라 생각하면 조금 기가 막힌다.

사실 남자로서 <꽃남>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휴~하다가 꾹~ 참고 봤는데 대만판보다는 한국판이 우리 정서랑 잘 맞게 다듬었더라. 한눈에 봐도 여자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판타지 아닌가!

<꽃남>의 ‘F4’를 보면 클럽에도 가고 술에 취해 키스까지 한다. 그런데 그 외의 것은 깔끔하게 절제되어 있다는 식이더라. 드라마에서 리얼은 덮어두고, 판타지를 위한 장면만을 보여준다.

판타지라는 걸 용인하고 보면 회를 거듭할수록 은근한 묘미가 있었다. 처음 본 남자인 나도 그런데, 이미 그 내용을 꿰고 있는 여성 팬들은 오죽 흐뭇할까 싶었다. 우울한 시기 참 시의적절하게 잘 나온 드라마다.

<꽃남>은 완벽한 청소년 판타지다. 어른이 완벽하게 배제된 이야기지. 어른이 등장해도 금잔디네 부모나 구준표의 마녀 엄마처럼 어른스럽지 않은 자태를 보여주기 바쁘더라. <궁>만 해도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었고 <가십걸>에도 모든 에피소드가 가족과 친구와 연결되어 있다. 부모가 성공을 위해 자식을 이용하기도 하고, 자식의 사랑 때문에 부모가 사랑을 포기하기도 한다.

<꽃남>엔 일본 특유의 학원물 분위기가 담겨 있다. 일본에선 하나의 장르가 될 만큼 학원물들이 많잖아. 만약 우리나라에서 <꽃남> 같은 이야기를 만든다면 아마 대학생으로 포커스를 맞췄을 거다. 아무리 판타지 드라마라 해도 고딩들의 키스신을 담는 게 우리나라 원작이었다면 가능했을까?

사실 청소년들만 어른 없는 세상을 꿈꾸는 건 아니거든.(웃음) 누구나 언젠가 한번은 타인의 참견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그러니까 청소년 판타지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사실 어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게 <꽃남> 판타지다. 아무도 관여 안 하고 내가 다 판단하고 내 맘대로 사는 ‘F4’의 세상.

학생들에게 유달리 억압이 많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F4’는 더욱 100% 판타지 아닌가. 대리만족의 기능 때문에 학원물이 인기를 끈다.

<꽃남>은 학원물이어도 학교는 무대일 뿐 그다음엔 너와 나만의 러브 스토리가 있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규칙도 선생님도 없잖아. 십대라서 교복을 입혀 놓은 것뿐.(웃음) <사춘기>, <학교>, <반올림>, <달려라 고등어>까지 우리나라 학원물은 지금까지 학교생활이 중심이었다.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면, 시청자들도 생각해야 하는데 <꽃남>에선 뭐 같이 고민할 것이 없다. 그저 보고 즐길 뿐.

<꽃남>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냐, 저게 가능하냐 하는 비판에 사실 보험 들어 놓고 시작한 드라마다. 이미 유명한 원작이 있기 때문에 제작진들은 표현에서 자유로울 거 같다. 꽃남은 원래 그런 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거잖아. 우리나라에 맞게 다듬고 연출하는 과정이 물론 있지만. 영화계도 어렵고 수많은 드라마가 망하는 상황에서 검증된 콘텐츠로 안전한 길만 택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꽃남>이 성공할 경우, 이게 하나의 안전빵만 찾는 트렌드가 되지 않기를.

그러고 보면 <궁>이 굉장히 영리했던 게 이건 가상의 이야기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니까 논란의 여지가 없잖아. 사실 <꽃남>을 좋아하는 이들도 모든 면에서 훌륭하고 옳은 드라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현실이 아니라는 걸 다 알고 재미로 보는 거다. 이지메, 폭력 장면과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두렵다는 말도 있지만 그 만화스런 이야기를 보고 따라 할 만큼 청소년들이 무례하거나 어리석진 않다. 청소년들이 어른들에게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할 것 같다.

그래도 금잔디 자전거를 불태우는 장면은 좀 많이 세던데.

저게 말 되냐 비판에 보험 들고 시작


명문 사립고교에 다니는 상류층 청소년들의 화려한 생활을 다룬 미드 <가십걸>. 온스타일 제공
<꽃남>에서 누구보다 구준표역 이민호에 주목하게 된다. 색다른 매력이 있더라. 2006년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거침없이 하이킥> 출연이 무산돼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고 하더라. 역시 인내의 열매는 단 거 같아. <발칙한 여자들>에 김범이 처음 나왔을 땐 또 어떻고. 어느 만화에서 튀어나왔나 했었지. 김현중은 정말 순정만화 자체고, 여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다 갖춘 놈들의 총출동이다.

캐릭터가 주는 힘도 크다. 김래원은 <옥탑방 고양이>에서 무지 인기였다. 캐릭터의 힘과 매력이 주는 원동력이 배우와 동일시되면서 호감, 비호감을 오가는 거 같다. 배우의 캐릭터가 배우에게 맞아떨어지게 된다면 행운인 거지.

학원물이 확실히 스타의 산실인 것만은 분명하다. <달려라 고등어>엔 이민호, 문채원, 박보영이 나왔었다. <학교> 시리즈에도 스타 된 신인들이 총출동했었잖아. 창문으로 훌쩍 뛰어넘어 들어오던 정일우의 충격적인 비주얼의 <거침없이 하이킥>도 일부 학원물이었다.

이민호는 왠지 얼굴이 중화권 스타에 가까워 보인다. 근데 곱슬머리 어떡할 건데? 파마가 너무 잘 나오신 거지.(웃음)

한국 드라마에서 정말 잘한 건 이민호의 등장이다. 외모가 <꽃남>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일본판 스카사가 멋있긴 해도 좀 예의가 없고 무식하다. 구준표는 우리나라 캐릭터에 맞게 잘 잡아 줬다. 사랑에 목숨 걸 것 같고, 여자들이 좋아할 타입이 되는 거지. 뭐 부족한 게 없잖아. 삼국 중에 가장 매력 있는 것 같다.

구혜선도 캐스팅 잘된 것 같다. 일단 잘 어울리고, 표정이 풍부한데다 코믹하게 치고 빠지는 걸 잘하더라고. 귀여운 캐릭터를 잘 소화한다.

애쓰고 있는 게 보이기는 하는데 캐릭터 면에선 난 좀 아쉽다. 원래 캐릭터는 잡초 같아도 당당한 게 있었거든. 천만원짜리 수경 받는 장면에서 헤벌레~ 도를 넘더라구. 민폐를 끼치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건 내가 그리던 금잔디가 아니다. 여자를 조금 더 당당하게 그렸으면 싶다. 큰 사건이 터진 날에도 수업시간에 자는 걸 보니 그건 좀.

남자 캐릭터들이 잘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과장된 장면도 많다. 김현중은 왜 꼭 추운 데서 바이올린 켜야 해? 손가락 언 거 같고 입김 나오는데, 장소 왜 그래야 하지?(웃음)

바이올린 켜는 장소도 좀 아쉽고. 김현중 기타를 잘 치는데, 바이올린 대신 기타를 했더라면 어땠을까? 꼭 명문가의 자제는 바이올린 해야 하나? 하지만 처음치고는 김현중의 연기가 괜찮다. 원작에서의 루이보다는 말을 많이 하던데 말을 좀 줄여도 좋을 듯.(웃음) 버스 정류장에서 광고판에 살짝 키스하는 동작 살려주면 너무 이쁘잖아.

기본적으로 원작에 충실한데 한국식으로 재밌게 변용해도 될 부분은 제대로 보여주면 좋겠다.

원래 채널 장악은 중년 여자들이 하지만 청소년들이 티브이 앞에 앉으면 못 말린다. <꽃남> 1회 때 <에덴의 동쪽>에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일촉즉발의 난리상황이었는데도 시청자들은 <꽃남>에 환영인사를 했다.

학원 판타지 <궁>의 화면 때깔이 아쉽네

나부터 <에덴>의 과도한 진지함과 징징거리는 듯한 느낌에 질렸다. 발가락이 오므라드는 느낌도 있지만 풋풋한, 젊은 아이들이 내뱉는 밝은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중년 여성들도 다 어릴 때 순정만화를 본 이들이잖아. 중년 여자라고 해서 <에덴>을 좋아하고 <꽃남>을 안 볼 이유가 없다.

다만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줬던 <궁>에 비해 화면발이 아쉽다. 한국방송의 세트나 주조색 차이인가?

방송사마다 자체 시스템이 다르다고 하더라고.

제작진들이 좀 회의를 해야 할 거 같아. 화면 때깔이 좀더 샤방해질 수 있도록.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꽃남> 이것 좀 신경 써줘

화면 연출

“재벌가다운 비싼 가구 소품과 번쩍이는 옷을 보여 달라는 게 아니다. 화면 연출에서 가끔 좀 싼 느낌이 나는 거 어떻게 처리 안 되겠니? 우리 현중이 얼굴에 눈그늘 보이는 건 그만! 시지(CG)를 하더라도 좀 품격 있게.”(신광호)

“만화 장면이 드라마 영상으로 짠 변화하면서 매회 시작하면 어떨까? 만화 비주얼이 이렇게 표현됐다는 걸 보고 싶다. 만화 속 곱슬머리가 구준표식으로 이렇게 된 거구나~!를 볼 수 있게.”(정석희)

■ <꽃남> 이것 땜에 좀 재밌어지는걸

“구준표가 우리나라에 맞는 캐릭터로 승화된 게 <꽃남>의 최대 인기 요인이다. 원작 캐릭터에서 무식·부담·단순했던 면이 꽤 괜찮은 대한민국 남자로 녹아들었다~.”(정석희)

“금잔디나 ‘F4’가 이동할 때 휙~, 폭~, 핫 같은 만화적인 효과음 매력 만점이다. 개그맨들 유머보다 때론 포인트 잡아주는 자막이 재밌듯 <꽃남>의 효과음도 기대된다.”(신광호)

[한겨레 주요기사]

▶ ‘구준표’ 이민호 다리 꼬고 인터뷰 “거만해 지려고”

▶ 한-중-일 ‘꽃보다 남자’ 누가 제일 예뻐?

▶ 소리없이 내 뒤를 쫓던 오토바이…“앗, 변태다!”

▶ 군포 실종 여대생 살해 용의자 검거

▶ 김어준 “국민을 상대로 한 자해공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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