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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1.07 18:52 수정 : 2009.01.08 16:15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스타들은 무대에서 ‘여러분 사랑해요!’를 쉽게 외친다. 하지만 스타들의 실제 사랑은 스캔들을 찾는 하이에나들의 표적이 된다. 이들의 이야기라면 구미가 당길까? 소설가를 꿈꾸지만 돈 때문에 스타의 책을 대필한 철수(유지태 분)와 국민 요정이지만 외로운 마리(최지우 분)의 이야기.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 <스타의 연인>(에스비에스)을 들여다봤다. 스타의 핑크빛 무드를 소재로 한 몇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도 시선을 맞췄다.

초반 지지부진 벗어나 촘촘한 사랑 그리는 <스타의 연인>
<스친소>에서 맺어진 커플, 다시 안 만날 거 다 보인다구

정석희(이하 정) <스타의 연인> 첫 회를 보다가 중간에 잠들었다. 다음날 줄거리도 생각 안 나고 이건 뭐(웃음). 그런데 3, 4회가 재밌어서 1, 2회를 찬찬히 다시 보게 됐다. 의미 있는 대사, 아름다운 장면도 많고 디테일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더라. 요샌 ‘부디 보라’고 말하고 다닌다.

최지우의 어색한 발음, 철부지 배우에는 맞춤

신광호(이하 신) 취향 문제일 수도 있는데 딱 봤을 때 일본 영화 같다는 인상이 들었다. 잔잔하고 정제된 느낌인 거지. ‘지우히메’ 최지우의 등장으로 일본 자본력이 투입됐다. 한편으론 일본인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를 우리에게 시사회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주문제작 같기도.(웃음) 동시대 이야기인데도 복고적인 분위기가 있다.


일본 코드에 치우친 드라마라는 인식을 준 건 좀 아쉽다. 하지만 일본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즐겨 보는 것도 좋은 일 아닌가? 일본에서 추앙받는 최지우를 제작진이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연기자의 버려야 할 점과 강조해야 할 점을 잘 알고 있으니 빛이 날 수밖에. 발레하는 걸 유지태가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우아한 목선과 스트레칭 동작을 잘 살렸더라. 어설픈 팔선을 잘라버리니까 순간 발레를 너무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지.

어느 때보다 애정을 듬뿍 담아 시청하시는 것 같다. 난 최지우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면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친다.

최지우 연기의 큰 단점이 발음 문젠데 극중 역할이 워낙 ‘그랬어염^^*’ 하면서 휴대폰 문자 보내는 인물이다 보니 어색하지 않더라. 유지태는 영화 <동감> 때부터 눈여겨봤다. ‘아 저런 사람일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이번 드라마에선 주더라. 키가 커서 평생 하이힐 잘 못 신어봤다는 최지우도 이번엔 맘껏 신는다고.(웃음)


한류 톱스타 마리(최지우 분)와 작가지망생 철수(유지태 분)의 연애 과정을 그리는 <스타의 연인>. 에스비에스 제공
유지태뿐 아니라 이기우도 장신이잖나. 그림은 자연스러운데, 최지우가 대사를 할 때는 아직 어색하다. 일본 시청자들이 볼 땐 미묘한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 그래도 유지태와 최지우의 연기 호흡은 새로운 발견이다.

난 철부지 국민배우를 연기하는 최지우 되게 귀엽게 보이던데. 최지우는 <첫사랑>에서 배용준 상대역으로 데뷔했다. 강석희라는 이름을 가진, 산뜻하면서도 자신만만한 대학생이었다. 그 후 계속 지고지순한 수동적인 역을 주로 맡아왔지. 비운의 여주인공 캐릭터가 대중에게 어필하기는 했지만 크게 매력을 느끼진 못했다. 이번 마리 캐릭터는 철부지여도 나름 주관이 확실한 여자다. 여기에 까칠남 유지태와 인연이 되는 고리가 있다.

유지태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드라마라는 점도 관심거리다. 영화를 고집했던 연기자를 티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새 경험이니까. 외모나 느낌 자체만으로 봐서는 국어국문학 강사 배역이 어울리기는 한데 … 유지태도 연기 변신의 폭이 넓지 않아 보인다. 매번 변신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변신보다는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콘텐츠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에덴의 동쪽>에서 이연희가 창을 했잖나. 그렇게 꽝은 아니었는데 웃음거리가 되고, 캡처만 당했다. 시청자들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변화를 보고 싶다.

유지태가 출연했던 영화 속 캐릭터와 <스타의 연인>의 철수는 물론 미묘한 차이는 있다. 하지만 유지태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하는 기대에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래도 유지태와 최지우 두 배우의 조합이 은근히 잘 어울린다는 점에 공감한다. 마리와 철수의 캐릭터 사이엔 시너지가 분명 있더라. 파고들어서 이 둘의 심리를 들여다보면 재밌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남녀간 사랑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하는 거지. 이상형과 실제로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전혀 다르다는 걸 보여주잖아. 철수의 이상형은 서울대 국문과 동문인 엘리트 여성 차예련이다. 그런데 차예련과는 어정쩡한 관계에 계속 거리를 두려 한다. 마음이 확 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상형이었던 거다. 그런데 <어린 왕자>도 안 읽은 마리에게 막 애정을 느끼잖아. 사랑이라는 게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천지차이인 거지.

예전에는 주로 여자 캐릭터가 신분 상승을 했다면, <스타의 연인>에는 역전이 있다. 별볼일없는 남자가 스타의 책을 대필해 주면서 만난 거잖아. 그리고 그 책에 담긴 내용을 과외하게 되고. ‘남자판 신데렐라’ 이야기의 요소를 갖췄다.

드라마에서 최지우가 돈은 자기가 많다고 하고, 빌려주겠다며 급기야 “얼마가 필요한 거냐”더라. 사실 유지태가 보잘것없어 보여도 돈만 있으면 뭐 부족한 거 없잖아. 지적이고, 사람 괜찮고(웃음).

근데 정말 이런 설정은 판타지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일반인 남자가 톱 여배우와 사귀는 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여자친구가 등록금 내줬다는데 기분 나쁘다고 고함치잖아. 그런데 남자들이 그런 여자 하나 생겼으면 하고 바라지 않나?

강하게 바란다! 요즘은 더욱.(웃음)

옥에 티 아니야? 하고 의문을 가진 순간에 대해 그 이유를 툭툭 쳐주는 부분도 많았다. 서로 싸우고 밖으로 나오는데, 두고 간 목도리를 카메라가 비추는 장면만 봐도 촘촘하게 잘 짜여진 드라마다.


스타와 스타의 친구가 출연해 남녀 미팅을 하는 <스친소>. 문화방송 제공
굉장히 치밀한 거다.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을 다뤘지만 저게 말이 될까 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정교한 편이다.

서울대에서 직접 촬영한다는 점도 재밌다. 왜 보통은 애매하게 학교 이름을 짓는데 학교 이름과 과를 분명하게 명시했잖아. 스타를 둘러싼 인터넷 루머가 생산되는 과정이라든지, <온에어>에서도 등장했던 소속사와 스타 사이의 비사가 여기서도 나온다. 인터넷 매체 기자로 등장하는 정운택이 뭔 일 저지를까 불안해하면서 보고 있다. 대필 의혹 이니셜 기사를 낸 것도 소속사고 우리가 소문으로 알았던 연예계 일들이, 드라마지만 이렇게 당연하게 굳어지는 건가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여친이 등록금 내준다면 당연히 생큐지

스타를 둘러싼 미용실 원장, 기획사 대표 다 자기 성격이 있는데 매니저로 나오는 심은진의 역할이 어정쩡하다. 성격을 모호하게 하는 것 자체가 나중에 주요 역할을 하는 단서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설득력이 없다.

드라마 속 남자 캐릭터들은 거의 까칠한 스타일이다. 유지태는 나름 여자들이 선호하는 나쁜 남자의 성향을 보여준다. 속은 진심이지만 겉은 냉소적인 거. 선을 긋고 남이 못 다가오게 하는데 최지우가 순간 확 넘어오는 거지. 하지만 막상 스타들은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가수 장윤정이 늘 말하듯 통장을 좋아하는 건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웃음)

스타를 여자친구로 두는 것 자체가 처음엔 남부러울 것 없이 기쁘다가도 큰 고민일 것 같다. 전진 아빠처럼 언론에 노출되거나 남의 시선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극복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성정이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골드미스가 간다>(에스비에스)에서 신봉선과 맞선 본 남자도 끝내 거절했잖아.

그 남자분 네티즌 욕 엄청 먹었다. 이렇게 되면 누가 나올까? 신봉선 입장에서도 속상하겠더라. 처음에 호기심이었다 하더라도 진지하게 연예인과의 교제를 고민하면 쉽게 ‘예스!’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요새 리얼 러브 프로그램은 일반인과 스타가 나오지만 등장인물들이 다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다.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문화방송)는 스타와 일반인의 매칭은 아니지만 가벼운 소개팅 프로다. 지금은 장기자랑을 주로 하고 있고. 종영된 <꼬꼬관광 싱글싱글>(한국방송)은 출연자들의 계산된 듯한 행동이 다소 눈에 거슬렸다.

<꼬꼬관광>의 출연자였던 에이미와 이민우가 실제 커플이 됐잖아. 프로를 볼 때는 진짜인지 아닌지 관심 없었는데, 현실에서 진짜 커플이 된 건 아이러니하다.

리얼 러브 프로그램, 아직도 속길 기대해?

리얼 러브 프로그램의 초창기에 <강호동의 천생연분>이 대표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름 진짜였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너무 진화해버렸다. 출연자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몰입이나 이해가 되지 않고. 특히 <꼬꼬관광>에선 출연자가 눈물 흘리는 장면도 서로 강한 캐릭터를 어필하려는 출연자 사이의 경쟁처럼 보였다.

드라마와 현실 사이인 거지. 시청자들이 다 보고 있다. <스친소>에서 커플이 됐다고 해도 계속 만나는 이들이 과연 있을까?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스타의 연인> 이래서 뜰 거야

물 만난 최지우-“팬미팅 하는 장면에선 최지우의 여신 포스가 느껴졌다. 일본 열혈 팬들 앞에서 발광하는 지우히메의 아우라인가? 최적의 연기를 펼칠 수 있도록 연기자의 장점을 콕 집어낸 제작진에게 박수를!”(정석희)

섬세한 화면 연출-“화면 전반에서 인테리어가 잘된 집을 보는 것 같은 균형미가 느껴진다. 오랜만에 티브이에서 맛보는 한 편의 영화 같은 잔잔한 매력.”(신광호)

■ <스타의 연인> 이래서 안 떴어

초반 1~2회 지루한 전개

“초반에 눈길을 끄는 사건이나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실패했다. 1~2회에 결판을 내야 하는 우리 드라마 풍토도 아쉽지만, 초반 지루한 전개가 드라마의 매력을 널리 알리지 못했다.”(신광호)

“로맨틱 코미디로 알콩달콩한 장면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1~2회에서 주인공들의 유년 시절을 설명하는 과거 회상이 길었다. 유지태의 내레이션이 너무 친절했던 거지. 일본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설정도 색다르게 와닿지 않았고.”(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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