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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31 20:28 수정 : 2009.01.03 10:36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김범, 김현중, 정일우 꽃남들의 선전을 기대해
고현정, 채시라의 여성 대하사극 만만치 않아

2009년은 한국 드라마가 추락하느냐, 아니면 새롭게 도약하느냐를 결정짓는 해가 될 듯하다. 방송법을 둘러싼 지금의 갈등은 최악의 방송 환경에서 과연 어떤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긴 터널 끝에도 내일의 태양은 있는 법. <10 아시아> (www.10asia.co.kr)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올해의 드라마 기대작을 들여다봤다. 질 높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버리기엔, 아직 이르다!

백은하 올 상반기엔 반가운 소식들이 많다. 명감독들의 귀환과 기다렸던 드라마의 소식이 퍽퍽한 가슴에 한줄기 빛이 되고 있다.

최지은 <꽃보다 남자>(한국방송)는 눈앞에 가깝게 다가온 기대작이다. 90년대 중반 10대 소녀들의 독서 시장을 휩쓸었던 만화가 원작인데, 이야기 구조는 신데렐라와 캔디를 결합시켰다. 원작의 힘이 엄청나다. 새 고전이 된 이야기랄까. 간만에 10대 후반의 주인공이 중심이 되는 드라마가 등장했다. 가벼운 기분으로 볼 수 있고, 예쁜 화면이 기대된다(웃음).

김현중의 첫 드라마 가슴이 떨려

캐스팅부터 구혜선, 김범, 김현중, 이민호, 김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이 즐거워지는 거지.

<커피 프린스> 이후 이런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꽃미남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을까?

과연 모두 꽃미남일까(웃음)?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끄는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김범은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아역으로 초반 시청률을 확실히 잡았다. 데뷔한 지 꽤 됐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민호와 <우리 결혼했어요>로 스타덤에 오른 김현중, 그룹 티맥스 출신의 김준도 나온다.

김현중은 이 만화가 드라마로 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루이 역에 가장 적합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꽃미남 4인방의 매력 대결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으는 〈꽃보다 남자〉. 한국방송제공
김범은 ‘20세기적인’ 근성을 가진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세계에서 자기가 어떻게 해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알고 진지한 방식으로 직업의 정도를 걸어가는 느낌이 있다. 극에서 맡은 소이정 역도 나이는 어리지만 전통을 이어가려는 제대로 된 남자다. 김현중은 정말이지 만화에서 걸어나온 느낌이 있고.

김현중이 가진 4차원적인 생각과 특유의 몽환적인 느낌이 있다. 드라마 기자회견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말을 툭툭 던지고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하는데, 틀에 박히지 않았다는 게 느껴지더라. 드라마 안에선 굉장한 로맨티스트에 순수한 남자다. 본인은 낯간지러운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며 대본 연습할 때 100번 정도 읽는다고 하던데. 평소 잘 쓰지 않는 단어나 말투가 있으면 느끼해 보이지 않으려고 수백번 더 연습한다더라.

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열정이 있을 듯. 순정만화의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비해 정극 연기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

<꽃남>에서 이민호는 순정만화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지상 최대 매력남이다. 오만하면서도 조금 덜떨어졌고 우스운 구석도 있고 집착도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 드라마에서 어떤 리얼리티로 그려질까? 드라마가 방영되고 나면 상반기 네 남자들이 많이 화제에 오를 거다.

<꽃남> 원작이 대만,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제작 방영됐다. 한국까지 건너온 범아시아 프로젝트가 된 거지.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국내 시청자들은 대만판과 일본판과 비교해 어떤 게 더 매력적일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꽃남>은 올해를 시작하는 드라마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기대를 하게 되는 드라마다.

24부작이라 긴 편인데 특별한 갈등 없는 러브스토리를 긴장감 떨어뜨리지 않고 어떻게 이어갈지가 열쇠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은 16부작 드라마에서도 13부작 정도가 되면 ‘에이 끝났다’고 생각하니까. 사전제작이 된 것도 아니고 24부작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작이 만만치는 않을 듯하다.

김병욱, 황인뢰 이름만 들어도 든든해


채시라가 고려 시대의 여장부로 출연하는 사극 〈천추태후〉. 한국방송 제공
<꽃남>이 좋은 선례를 남겨서 젊은 사람들도 티브이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가 하면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거침없이 하이킥>을 제작한 한국 시트콤의 대부인 김병욱 감독이 미니시리즈를 만들어 5월쯤 방영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드라마가 쉽게 주제로 삼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돈을 주제로 다룬다고 하더라. 토막난 펀드로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돈이 과연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하고 또 위로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특히 올해는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사극 작품도 두 개나 된다. 3일 첫 방송되는 <천추태후>(한국방송)는 채시라가 고려시대 여장부로 출연해 원톱으로 극을 이끈다. 80부작이나 되는 대작인데 예전에 ‘가나초콜릿’ 광고를 했던 여배우가 나라를 다스리는 여걸이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간다.

이요원과 고현정이 캐스팅된 <선덕여왕>(문화방송)도 올해 방송된다. 이순신이나 세종이라는 남성 영웅보다 올해는 여성이 각광받는다. 사극에도 유행이라는 게 존재한다. <대장금>에서 고난을 헤쳐나간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고 한때 고구려라는 역사적 시초를 찾는 신화에 기대는 사극도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그야말로 여성사극의 시대가 될 것 같다.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서도 극이 많이 달라지니까, 채시라와 고현정의 포스가 올 한해를 어떻게 사로잡을까 눈길을 끈다. 예전 사극의 여주인공들이 궁중 비사와 질투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주변에 머물렀던 것과는 100% 다른 결과가 나올 거다.

째려보면서 “뭬이야?”만 하는 건 아닐 테니까. 지금까지 이순신, 대조영 등 채널을 바꾸지 않는 아버님들을 위한 사극이 많았다. 여자를 중심으로 하더라도 <왕의 여자>(서울방송)처럼 독한 여성이 궁중에서 암투와 모략을 하는 서스펜스 느낌으로 만들곤 했으니까. 올해 <천추태후>와 <선덕여왕>은 여성이 중심이 되어 세상을 평정하거나 그들이 시대를 바꾸는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국가나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힘이 전제된 인물들이다. 묵직한 여자배우들이 있기에 제작할 수 있는 거다.

채시라는 티브이에 나오는 동년배 여배우 가운데 엄마 역을 가장 안 하는 배우다. <해신>에서도 자기만의 강한 캐릭터를 구축했잖나. 드라마를 위해서 말 타고 활 쓰고 추운 날씨에 오지를 떠돌며 촬영하고 있다 하더라. 그런 걸 보면 정말 뚝심 있는, 자기 영역을 포기하지 않는 배우 같다.

<선덕여왕>은 아직 방영이 많이 남아 있지만 1월 중순부터 해외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고현정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녀는 여전히 90년대 <모래시계>에 대한 기억을 풍기는 배우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봄날>을 제외하고 고현정은 <여우야 뭐하니>, <히트> 등에서 주로 강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돌아온 일지매>(문화방송)에 출연하는 정일우처럼 젊은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반 우려 반이다.

21일부터 방영되는 <돌아온 일지매>는 황인뢰 감독의 작품이라서 기대 만빵이다. 일지매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그 사이 이준기가 주연한 <일지매>(서울방송)가 먼저 나가게 됐다. 혹여 황인뢰판 일지매가 제작을 멈추는 게 아닌가 했는데, 노장의 뚝심으로 역시 밀어붙였다. 황인뢰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또다른 느낌의 드라마가 탄생할 거라 본다.

아직 초보 연기자인 정일우의 연기에 그래도 기대를 하게 된다. 황 감독이 <궁>(문화방송)을 만들 때만 해도, 아이돌 출신의 윤은혜와 모델 출신의 주지훈에게 큰 기대를 건 사람은 없었잖나. 한국 드라마사를 통틀어서 그만큼 신인을 연기자로 잘 만들어내는 감독은 없다. 그의 연출력을 믿어 정일우가 가진 배우적인 장점이 잘 살아나리라 생각한다. 눈매라든지, 그의 느낌(웃음). 황인뢰와 정일우의 시너지가 궁금하다.

이윤정의 스포츠 드라마 혹은 성장 드라마

상반기쯤 기대되는 이윤정 감독의 미니시리즈 <트리플>(문화방송)은 피겨스포츠 드라마라고 보긴 어렵다. 독특한 느낌의 로맨스와 성장 드라마의 변주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방영 전이라 장담하긴 어렵지만 이윤정이 만든 성장 드라마를 기대하게 된다. 스포츠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간단해 보여도 사실 인생의 정수와 직결되는 부분들이 있지 않나. 이윤정 감독은 그걸 잘 찾아낸다.

사실 황인뢰 감독이나 이윤정 감독의 귀환이 꼭 스타 감독이라고 해서 관심을 사는 건 아니다. 흥행 보증수표도 아니고. 하지만 드라마라는 게 방송국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라 작업하는 이들의 색이 드러나기 마련 아닌가. 누가 찍든지 똑같은 드라마도 있지만, 이윤정이나 황인뢰 감독처럼 그들의 색깔을 드라마에 입히는 경우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쉽지 않은 드라마 시스템 안에서 기어코 작품을 만들어내니까. 우리는 스타 감독보다 장인이 만든 드라마를 보고 싶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새해 반가운 소식 | <꽃보다 남자> (한국방송)

“티브이를 외면하고 집 나간 젊은이들을 다시 불러들일 드라마! 복고와 퇴행의 2008년을 보내고 간만에 풋풋함을 느낄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밀려온다∼”(백은하)

“신인배우들이 가진 독특한 느낌이 작품 안에서 매력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연기가 미숙하다 질타만 하지 말자.”(최지은)

■ 새해 아쉬운 소식 | 방송법 개정

“노조 파업으로 이번주 <무한도전>은 재방송으로 편성된다더라. 지난해 <무한도전>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기사를 웃으며 읽은 적이 있는데 이젠 현실이다. 이런 방송 환경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최지은)

“누가 방송사의 권력을 움켜쥐는가도 문제지만 후폭풍이 더 큰 문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방송사가 쌓아온 드라마, 연예오락, 다큐 등의 전통과 실력이 권력 싸움과 시장논리 안에서 한순간 무너지지 않기를 바랄 뿐!”(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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