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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7 19:07 수정 : 2008.12.20 15:49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일요일 예능 전쟁에서 빛을 뿜기 시작한 ‘골드미스가 간다’
김재혁 피디가 밝히는 맞선남 선정의 비밀. 골미들 빅뱅 출현에 혼절하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지만, 여자들이 뭉치면 방송이 뜬다. ‘골드미스가 간다’(에스비에스·이하 골미다) 얘기다. ‘골미다’는 <패밀리가 떴다>와 함께 일요일 오후 5시20분에 시작하는 <일요일이 좋다>의 한 꼭지로, 일요일 오후 시청률 전쟁터의 전방에 서 있다. 방송에서 여성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미는 것은 어려운 작업으로 통한다. 그런데도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탤런트 양정아, 개그우먼 송은이, 영화배우 예지원, 탤런트 진재영, 가수 장윤정, 개그우먼 신봉선이 모여, ‘까칠 공주’부터 ‘4차원’까지 캐릭터의 재미를 준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김재혁 피디(사진 맨 왼쪽)를 초청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씨와 시나리오 작가 신광호씨가 즐겁고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 수다를 읽으면 ‘온 에어’ 신호가 꺼진 <골미다>촬영 현장이 보인다.

정석희(이하 정) : 전에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을 연출한 걸로 압니다. 그땐 남자 중심 팀이긴 했지만 이경규와 김용만이라는 리더가 있어서 통솔하기 편했을 것 같아요. 반면 ‘골미다’는 (예능)라인이라 할 만한 사람이 송은이씨와 신봉선씨 말고 없습니다. 다른 여성 멤버들도 개성이 강하고요. 통솔에 어려움이 많을 듯합니다.


진재영의 재발견

김재혁 피디(이하 김) : <라인업>할 땐 이경규씨와 김용만씨에게 기댔던 부분이 있죠. 남자들끼리면 하기 싫은 얘기도 쉽게 하는데, 여성들은 툭 지나가는 말도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반면 송은이씨와 신봉선씨 빼면 다들 예능 초보라 배우는 자세예요. 양정아씨나 예지원씨 모두 저희(연출자) 부탁을 많이 받아들이지요. 초보자들의 자유로움이랄까요. 여성을 대하는 점에서는 조심하지만, 저희가 (연출을) 부탁하는 건 오히려 쉬워요.

정 : 요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죄다 리더가 있습니다. 예전 한국방송의 ‘여걸 식스’는 이경실이 있었고요. ‘골미다’는 자연스러운 게 좋긴 한데, 화끈하게 (리더가) 끌어당기는 건 없지 않나요?

김 : 남자 엠시를 (구심점으로)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남자 엠시들이 아직 덜 풀린 부분이 있어요. 대신 양정아씨가 나이도 많고 멤버들을 챙겨주세요. 예능을 많이 했던 송은이씨까지도 의지하더라고요.

신광호(이하 신) :포맷이 신선해요. 여자 시선에서는 내숭을 까발려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고요, 남자 시청자 시선에서는 맞선 경쟁에서 여심이 어떻게 움직일지 흥미롭고요. 구성원들 캐스팅할 때 역할을 찾아 계산했는지 궁금해요. 지금 결과를 보면 누구 하나 처지지 않거든요. 시너지 효과가 좋습니다.

김 : 전부 계산했다면 과장일 거 같고요,(웃음) 기본적인 원칙이 있었죠. 첫째,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이 안 보이던 연예인으로 하자. 둘째, 제목에 부합하게 골드미스에서 찾자는 것이었죠. 셋째 정말 남자친구가 최소 2년 이상 없는 연예인에서 찾자는 거였죠. 지금 출연하는 여섯 명만 섭외한 건 아니고 더 많은 분을 만났고 그 가운데서 선택한 거죠.

정 : 동물적으로요? (웃음)

김 : (웃음)동물적이라기보다, ‘외향적인 사람 한 명, 내향적인 사람 한 명’ 정도였죠. 송은이씨는 마지막으로 섭외했어요. <무한걸스>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마지막에 ‘송은이의 재발견을 해보자’고 생각했죠. 송은이씨가 지금 중성적이고 리더로서 역할도 강하잖아요? 이걸 깨보자, 중성적인 걸 여성적으로, 리더인 것을 리더가 아닌 모습으로 말이죠. 양정아씨에게 혼나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무한걸스>에 대한 부담을 안고도 송은이씨를 섭외했죠.

11월2일 방송에서 원더걸스의 노바디 춤을 추는 출연자들. 서울방송 제공

정 : 양정아씨는 지금 수위가 딱 좋아요. 망가지지 않고 까칠하면서 도도하고 순수한 게 좋아요.

신 : 과거에 논란이 있던 진재영씨를 출연시키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진재영 효과’가 나타나고 있나요?

김 : 진재영을 어둡게 생각했는데, 섭외차 처음 만났을 때 어두운 면이 보이지 않고 밝았어요. 그때 ‘괜찮은 캐릭터가 되겠다’고 생각했죠. 다들 진재영씨를 내성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할 텐데, 밝은 캐릭터를 보여주면 매력적일 거라 생각했죠. 진재영씨 우는 거 진짜예요. 방송 뒤에 작가들이 달래줍니다.

신 : 사실 ‘진재영의 재발견’이 됐죠.

정 : 그거야 남자들 시선이죠.(모두 웃음) 신봉선씨가 두번째 만남 했잖아요. 그런데 리얼이 아닌 거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김 : 전부 진짜거든요. 어떻게 해야 사실적으로 보일까요?

정 : 두근거리는 게 안 보이는 거죠. 출연자가 정말 서로 좋아하는 거 같아 보여야 시청자도 몰입이 되잖아요. 맞선이 ‘주요리’인데 확 당기는 게 없어요. 한편, 연예인이니까 정말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결과가 안 좋아도 문제일 것 같고요. 피디로서 어려울 거 같아요.

맞선 보고 어머니한테 꾸중 들은 양정아

김 : 저희도 어려운 부분이죠. 맞선을 보고 선택하는 건 순수하게 본인의 뜻에 맡깁니다. 좋아서 나오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죠. 신봉선씨가 맞선을 보고 나서 한 달 만에 맞선남과 다시 만났어요. 현실의 데이트 땐 만난 뒤 1주일 뒤에도 바로 볼 수 있지만, 방송 현실상 한 달 뒤 만난 거죠. 처음 맞선 때 감정이 정리된 상태에서 (감정을) 다시 시작하는 거죠. 그런 게 어려워요. 그 뒤 우리도 ‘시행착오로 때를 놓쳤구나’라고 생각했죠. 정말 데이트처럼 해야 했는데 방송 스케줄에 맞춘 걸 후회했죠. 다음번부턴 진짜 데이트처럼 감정에 맞춰 2주일에 세 번이든 네 번이든 진짜 감정이 이어지도록 진행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신 : 맞선남 선정은 어떻게 하나요?

김 : 이거 대외비인데 ….(웃음) 출연진 여섯 명에게 이상형에 대한 조건을 꼼꼼하게, 결혼정보회사처럼 받았어요. 키·몸무게·직업·성격 등 굉장히 많은 부분의 데이터를 받았죠. 거기에 맞춤형으로 준비해요. 맞선남 선정 루트는 다양합니다. 결혼정보회사 도움도 받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모아요. 덕분에 작가들이 죽을 맛이죠.(웃음)

정 : 제가 주부라 그런지 모르지만, 엄마 역할 하는 캐릭터는 없네요. 엄마가 (남자를) 보면서 “쟤는 이래서 안 돼고 …”와 같은 말을 하는 역할이 없어요. 김원희씨 같은 역할 말이죠.

김 : 지난 7일 방영 땐 여성 요리평론가가 나왔습니다. 연예인보다 여성 전문가가 출연자들을 짚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죠. 진단도 해 주고 부족한 부분 짚어주는 거죠. 의도적으로 여성 전문가를 출연시키는 중입니다.

정 : ‘패밀리가 떴다’는 예상되는 형식이 있는데, ‘골미다’는 계속 아이템을 내야 하니까 <무한도전>처럼 부담이 더 될 듯합니다. 전 어떤 프로그램이 잘된다는 건 그 다음날 어떤 모임에서 “너 그거 봤어?” 같은 수다가 나오느냐라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11월2일 방영된 ‘노바디’ 댄스는 단연 화제였어요.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하느라 힘드시겠어요.

김 : 일상적인 아이템은 ‘맞선을 본다’는 것과 ‘맞선을 보기 위해 누군가를 뽑는다’는 정도죠. 그 외에는 자연스럽습니다. 조금 풀어줘서 생활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그런 게 더 차별화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희가 고생은 더 하지만 신선한 게 아닐까요?

정 : 빅뱅은 연예인의 연예인이잖아요. 출연자들이 12월14일 방영분 촬영하며 굉장히 좋아했을 거 같아요.

김 : 12월14일 방영분 빅뱅 편은 007작전으로 준비했어요.(웃음)

정 : 그런데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이 정말 놀라는 건지도 궁금해해요.

김 : 빅뱅 촬영 땐 큐시트가 두 개였어요. 작가들만 보는 큐시트랑 빅뱅이 없는 출연자용 큐시트요. 출연자들이 (빅뱅을 보자) 깜짝 놀라서 한참 동안 혼미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했어요. 너무 좋아했죠.


에스비에스 프로그램 <골드미스가 간다> 김재혁 피디.
신 : 처음 섭외할 때 기대치보다 잘하는, 아끼는 캐릭터가 있나요?

김 : 다 아끼죠.(웃음) 아무래도 양정아씨가 기대치에 비해 잘해주시죠. 다른 분들은 기대치가 원래 높았고요. 예지원씨는 기본 캐릭터가 워낙 강하고 장윤정씨도 예능을 많이 안 했지만 가끔 나올 때마다 잘했고요. 양정아씨가 프로그램이 안착하는 데 큰 몫을 했죠. 진재영씨는 점점 상승 중이고요.

정 : 원래 맞선을 볼 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가잖아요. 가령 한의사랑 맞선을 본다면, 해당 한의원에 대해서 인터넷으로 알아보기도 하구요. ‘골미다’도 캐릭터들이 좀더 준비를 하고 나가면 이야깃거리가 많지 않을까요? 전혀 모르고 나가면 막연할 거 같아요. 배경이 항상 미용실인 것도 좀 아쉽고요. 다른 변화를 주면 어떨까요?

김 : 이제 맞선이 세 번 나갔습니다. 양정아씨는 나이가 38살이라 맞선 분위기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진행했지만, 조금 더 젊은 멤버들은 데이트처럼 하자는 의견도 있고 저도 그 부분은 생각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맞선남을 모르는 상태에서 정보를 조금씩 주는 게 출연자를 설레게 할 거 같아서 그렇게 진행했어요. 앞으로는 접근 방식을 달리할 수도 있어요. 지금 방송에 관한 피드백을 들어보면, 맞선남 보기 전까지 과정이 재미있다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출연자들이 맨얼굴부터 시작하잖아요. 맨얼굴부터 예쁘게 단정할 때까지 변신하는 모습이 재밌다고들 하더군요.

정 : 본인들도 많이 기대할 것 같아요.(웃음)

김 : 그래요. 양정아씨는 어머니께 되게 혼났대요.(웃음)

신 : 맞선남의 조건이 방송을 통해 굳혀진 느낌도 들어요. 가령 일반 남자 10명 중에 2명만 골드미스들의 상대가 되고 나머지 8명은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런 점도 염두에 두시나요?

꽃미남 조건남 아닌 평범남도 보고 싶어

김 :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조건이 뛰어난 남성만 나온다는 전제는 당연히 없죠. 맞선남 선정 때 많은 분을 만났어요. 실제로 방송에 회사원도 나왔고요. 직업에 대한 편견은 없습니다. 다만, 프로그램 이미지가 굳혀지는 부분은 조심하고 있죠. 출연자들의 이상형도 꽃미남에 조건남 같은 건 아니에요. 이제까지 출연한 맞선남 3명도 나름 차별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은 티브이를 보면서 자신보다 나아 보이는 사람이 자신보다 못한 짓을 할 때 쾌감을 느끼죠. 말씀하시는 게 어떤 부분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러나 여성 출연자 6명이 ‘덜 떨어지는’ 경쟁을 하잖아요? 게임도 치열하게 하고요. 그런 점에서 상쇄된다고 생각해요.

정 : 확실히 시청자는 열심히 하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아이디어 내느라 고생하시는 거 같아요. 일요일 밤이 삼국지잖아요. 시작할 때는 ‘골미다’의 지명도가 낮았는데 지금은 많이 주목받고 있으니까 잘하는 거죠.

김 : 나름대로 … 그런가요?(웃음) 사실 아직도 다른 경쟁 프로그램들은 세요. 더 열심히 해야죠.

<골드미스가 간다>의 김재혁 피디가 뽑은 ‘기억에 남는 명장면’과 ‘의도하지 않게 놀라웠던 장면’.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뷰티풀 선데이>를 연출한 베테랑 김 피디를 웃기고 놀라게 한 장면은 뭘까?

■ 최고로 빛난 명장면

“6명의 출연자들이 호흡을 맞췄던 노바디 공연(11월2일치 방송)이다. 출연자들이 다들 너무나 열심히 연습을 해줬다. 특히 양정아씨가 열심히 연습했다.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 가장 놀라웠던 장면

“지난 7일 ‘요리’꽝’을 찾아라 편을 찍으며 출연자들이 장보기 비용 5000원을 더 받기 위해 게임했던 장면. 특히 진재영씨와 예지원씨가 경쟁하던 장면에서 놀랐다. ‘정말 진지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 방송에 나간 것보다 경쟁이 더 치열했다. 머리카락이 뽑혔다. 내심 놀랐다.”

정리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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