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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2.10 18:59 수정 : 2008.12.14 13:58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뒤돌아보지 마라’는 노랫말도 있지만, ‘반성의 시간’이라는 음반 제목도 있다. 기대감이 있으면 실망한다는 식의 일반론으로는 허물을 덮을 수 없는 2008년이 가고 있다. 2007년 티브이 앞에서 “웃겼다! 고마웠다”고 말했다면, 2008년엔 뭐라고 소감을 전할까? “그, 그 … 그래도 고마웠다??” <10 매거진>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다사다난했던 2008년 방송계를 뒤돌아봤다.

동방신기, 빅뱅, 신승훈을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음악 프로그램 최고!
공중파도 케이블도 볼만한 드라마 찾기 힘들었던 2008년 이젠 안녕

백은하 정권 교체 후 방송계에 큰 변화가 일었다. <지식채널 이(e)>(교육방송)가 광우병을 주제로 다룬 후 피디가 교체되는, 5공 시절 풍경도 연출됐다. 한국방송의 사장 교체, 와이티엔(YTN)의 낙하산 인사 같은 칼바람이 불었다. 방송 내용뿐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가도 이슈였다. 아이피티브이나 케이블 방송 등의 이해관계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까, 그 철학이 무엇일지 의심스럽다.

최지은 한동안 방송은 제작자들이 만드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벌어진 사태를 보면 방송국 위에 더 큰 권력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신뢰를 잃었다.


백 방송통신 관련법 같은 결정 과정만 봐도 방송가의 굉장한 혼란기다. 정치권과 경제상황에 그 어느 때보다 크게 흔들린다.

프로그램을 제작진이 아니라 권력이 만드는군

진짜 영화 <다크나이트>마냥 어둡다.

드라마를 보자면 올해 전체적인 경향은 과거로의 회귀다. 2007년엔 <하얀 거탑>, <거침없이 하이킥>,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수작들이 이어졌다. 그와 달리 올핸 88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경제적인 부분과 맞물려 드라마의 주제나 제작방식이 퇴화했다. 드라마의 퇴행과 대중들의 시점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는 아무래도 <에덴의 동쪽>(문화방송)과 <그들이 사는 세상>(한국방송)이다. <에덴>은 50부작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끌어가기 위한 억지스런 전개가 있었다. 반면 현재적인 고민을 담은 <그사세>는 대중들에게 외면당했다.

지금 대중들은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작년엔 지금을 기대했건만 뚜껑을 열고 보니 심각한 불황이었지. 올해 인상 깊은 드라마를 꼽으라면 상반기 한 개, 하반기 한 개 정도? 너∼쫌 매력 있었다,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2007년엔 좋은 드라마들이 제작됐던 반면 실질적인 수익을 못 냈던 것도 많았다. 이에 대한 반영이 올해 나타났다. 투자 대비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드라마들이 생겨나자 수익창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거다. 단막극은 아예 퇴출됐고 드라마 감독들이 실험이나 모처럼의 시도를 할 기회도 점점 준 거지. 과감한 선택을 하는 기회 자체가 축소됐다.


2008년 드라마 불황 속에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은 <베토벤 바이러스>. 문화방송 제공
단막극은 시청률을 떠나서 새로운 감독이나 작가들을 배출시킬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시간대 시청률 안 나올 테니까 ‘안전하게 가자’는 의식이 팽배했다. 이러면 자기 스타일을 갖고 있던 작가나 감독들이 일하기 곤란해진다.

방송국 탓만은 아니지만 방송3사가 나름의 비전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제작자들의 주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이 결국 제작자들의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왔구나 싶다.

몸값 높은 외주 제작사 감독이 대작을 만든 대표적 제작사들을 보면 올해 적자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더라. 제작비를 감축하기 위해서 배우 스스로 출연료를 삭감한다던데 이는 반길 만한 일이다. 어두운 상황에서도 올해 가장 빛났던 드라마는 <베토벤 바이러스>(문화방송)다. 작품의 질이나 대중적인 지지에서 가장 돋보였지. 요즘엔 제작진들 사이에서 한류스타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편성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베바>엔 알고 보면 따뜻한 카리스마의 강마에와 연주단으로 충분했다.

욘사마만 외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동남아에선 <궁>의 주지훈이 최고 인기라고.

최근 한 드라마 위기 세미나에서 나왔던 말이 한국 시청자들을 임상실험의 대상자로 삼았다는 거였다. 드라마의 질적인 저하라는 빤한 결과로 악순환되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작품은 사실 해외시장에 가도 잘 먹히지 않는다는 간단한 원칙을 2~3년간 간과했다.

지난해에는 케이블 티브이 드라마의 경우에도 <막돼먹은 영애씨>(티브이엔)와 <조선 과학수사대 별순검>(문화방송 드라마넷) 같은 눈에 띄는 작품들이 있었다. 올해엔 주옥같은 케이블 드라마를 발견하는 단맛의 기쁨도 적었다. 케이블 드라마가 공중파 드라마에 쏘던 자극도 무뎌진 거다.

안일한 마인드를 싹 갈아야 할 때가 이제 온 듯! 뭐 볼 것도 없잖아 하는 실망감의 고리를 어디에서 끊어야 할까?

한국 시청자들이 임상실험 대상자인가

드라마 상황에 비하면 올해 가요시장은 나올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나왔다. 기현상이다. 예능 프로에서 옛날 가수들을 불러낸 측면이 컸다. 동방신기, 서태지뿐 아니라 신승훈, 김원준, 김건모, 윤종신까지 우리가 90년대 오빠! 스타다!라고 외쳤던 이들이 총출동했다. 가요 프로그램을 보면 백지영, 빅뱅, 카라, 서태지가 노래를 부르고 신승훈 뮤직비디오가 연달아 나오는 식이던데. 세대, 장르, 스타가 층위를 막론하고 다 쏟아진 거다.

그만큼 가수들이 공연 무대에 나와야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졌다. 공연이 아니면 몰랐던 것들을 티브이를 통해 접했다. 난! 신승훈 오라버니를 알게 되었다.(웃음) 그런 면에서 <라디오 스타>(문화방송)는 80~90년대 대중음악의 소비자로 살았던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빅뱅에서 서태지, 신승훈에서 비까지 풍성했던 2008년 가요계. 엠넷 제공
올해 예능 프로는 가수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면서 자기들의 히스토리도 말할 수 있게 했다. 버라이어티라는 큰 틀에서 새 곡을 낸 사람이 나와서 신곡 소개하고 휘리릭 사라지는 게 아니었으니까. <무릎팍 도사>(문화방송)도 허심탄회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오해들을 정면으로 푸는 가수들도 있었지. <불후의 명곡>(한국방송), <라디오 스타>가 갖는 작용과 자극도 있었다. 이승철이나 신승훈 같은 가수는 콘서트로 10여년 생존하는 법들을 마련한 사람들이잖아. 그들을 무덤에서 꺼내와서 어제와 오늘을 말하게 한다는.(웃음)

여전히 가요시장이 가지는 큰 문제점도 있다. 신해철도 지적했듯이 유통구조에 맞춰 음악을 만들어내는 가수들이 있다. 다운로드 받기 쉬운 음악이나 뮤직벨에 맞춘 음악이 생산되는 것은 분명 문제다.

그래도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약간씩 정리되고 있고 하나씩 가치로 인정받는다는 느낌도 든다. 최근 김창완이 여전히 박제되지 않은 청년 같은 음악을 보여줬을 때도 그랬다.

빅뱅이나 원더걸스, 다비치의 음악 사이에서 김창완의 노래도 꼭 엘피나 시디가 아니라 컬러링 같은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비가 된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21세기 유통구조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통은 대중과 생산자가 맞닿는 루트 같은 거잖아. 음악이 특정 세대의 전유물일 수만은 없다. 다양한 가수들이 각광받았던 것과 동시에 자기반영적으로 느꼈던 홍대 인디신 가수들도 나름 굉장히 대중적인 옷을 입고 튀어나왔다. 요조나 장기하의 경우 인디신으로 가는 버튼을 누르게 했지. 장기하 기사에는 동방신기 제6의 멤버라는 제목이 붙더라.(웃음)

올해엔 배우와 가수들도 버라이어티의 필요성과 파급력을 느껴서인지 예능에서 적극적으로 놀았지.

그 여파로 어떤 여론이 형성되고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졌다. <패밀리가 떴다>(에스비에스)와 <무릎팍 도사>에 나온 사람이 한 주의 이슈가 되어버리는 거지. 대중들을 단순화시키는 작업이라고 음모론적으로 말할 수도 있다. 예전 버라이어티에는 박수치면서 “보시죠, 하하하” 했다면 지금은 그 사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는 점에선 좋다. 나한테 이런 일이 있었는데요∼로 시작하는 거지. 최근의 김예분 사건은 과거 예능 프로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서세원쇼> 시절의 이야기인데.

<박중훈 쇼>도 시작하는데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진지하게 귀 기울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할까 기대된다.

버라이어티도 좋지만 진지한 이야기도 기대해요

예능인들에게 바라는 건 버라이어티에 나오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된 인터뷰도 해주었으면 한다는 거? 버라이어티를 통해서 자신을 마케팅하는 방식이 있겠지만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다.

유명인들의 신비주의가 더이상 통하지 않았다. 가수 비를 보면 더욱 느껴진다. 철인 스케줄을 보면 비가 거의 모든 인터뷰와 방송에 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비싼 척하지 않는 거다. 결국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줬던 한 해였던가! 우리를 위로했던 김명민과 김연아는 자기 노력을 통해서 거기까지 갔다는 데서 닮은 부분이 있다. 노력한다는 걸 몸소 보여준 이들이 그래도, 2008년 존재했다.

정리 현시원 기자 qq@hani.co.kr

■ 2008 최고로 빛난 남자 김명민

“김명민은 2008년 히트 아이콘이었다! 단순히 연기를 잘했기 때문이 아니다. <베바>에서 보여줬던 가상과 현실, 강마에와 김명민을 오가는 그의 아우라~. 김명민의 히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지도자상을 발견한 모처럼의 이 기쁨.”(백은하)

“이 암울한 시기 김명민에게만은 정치 지도자에게 보낼 수 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드라마라는 자기 분야에 임하는 그의 자세는 정말 남달랐다. 한류스타는 아니지만 한국의 가장 현재적인 모습을 담아낸 배우!”(최지은)

■ 2008 최고로 빛난 여자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중계 시청률이 드라마보다 더 높았다는 거. 그의 성장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자기 노력을 통해서 거기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직 연아가 자라날 날들을 생각해 보면, 아~ 그것만으로도 희망은 있는 거지, 우리?!”(최지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된 스포츠 스타 이미지를 벗어난 그녀. 우리는 김.연.아에 마취됐다. 어리고 예쁘고 쫌 잘하는 애가 아니라 누구도 범접 못할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죽음의 무도’는 이용대 선수가 윙크 날렸던 절묘한 순간보다 훨씬 오래가는 여운으로 내 가슴에 팍 꽂혔다.”(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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