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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11.19 16:44 수정 : 2008.11.22 11:28

후배가수 에픽하이와 합동무대를 선보인 산울림의 김창완. 엠넷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해가 갈수록 근사한 쇼를 제공하는 엠넷 케이엠 뮤직 페스티벌
채널별로 엇비슷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변모를 촉구함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다른 멤버들은 모두 군대에 갔으나, 홀로 등장한 원년 아이돌 스타 문희준은 활동한 지 13년이 된 지금 이 무대가 있어 나는 행복하노라고 했다. 이 무대는 어디? 바로 케이블 티브이 엠넷과 케이엠티브이가 공동으로 펼친, 음악시상식! 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엠케이엠에프>(MKMF, Mnet KM Music Festival)다. 빅뱅과 이효리가 바람과 함께 뛰어다니고, 신승훈과 동방신기가 어깨를 겯고, 김창완이 기타를 친 이 도발적인 무대에 대해 <10 매거진>(www.10-magazine.com)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이야기했다. 한국 대중음악계에 대한 모종의 움직임과 <인기가요>(에스비에스)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백은하 각종 시상식 철이 다가왔다. 15일 방송된 <2008 엠케이엠에프>는 올해로 10년을 맞은 나름 역사 있는 프로다. 뮤직비디오 시상식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대한민국 가수를 총출동시키는 대표적인 쇼로 자리 잡았지. 누가 상을 받는가보다 이번엔 대체 어떤 쇼를 보여줄까가 궁금한 무대다. 그만큼 새로운 화제를 낳는다. 올해는 동방신기, 비, 빅뱅, 샤이니, 서태지 등 많은 가수들이 열혈 활동했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아이돌 팬에게는 수확의 계절

최지은 코리안 팝의 중심 인물들이 거국적으로 모였다. 지난해 빅뱅과 원더걸스가 양분하던 아이돌계에 올해는 신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동방신기도 꽤 오랜만에 나타나 줬고. 아이돌 팬들은 수확의 계절이라 한다. <엠케이엠에프> 입장권 구하는 것만 해도 경쟁이 장난이 아니었다. 엠넷에서 배포하는 게임을 다운받아서 두 시간 게임을 하면 열쇠 하나 쥐여주고 그 열쇠로 입장권 응모를 할 수 있었다는.(웃음)

상만 주고받는 시상식이었다면 이렇게 팬들이 몰렸겠나? 시상식을 중심으로 한 무대들에 기대를 거는 거다. 이 쇼에 직접 가서 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하는 거지. 볼거리가 팡팡 터지니까. 그런 점에서 쇼의 하이라이트는 이효리와 탑이 함께 만든 무대 아니었을까?

이효리와 탑의 키스신이라는 쇼킹한 무대를 연출했지. 이후 비난 여론이 엄청났다. ‘왜 이렇게 선정적이냐, 학생들 보는 방송에서 이래도 되는 거야!’ 뒷말이 무성했다. 신중해야 할 부분이긴 한데 학생들이 키스신에 악영향을 받을 정도로 어리진 않을 것 같다. 난 무대에서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하는 걸 놀라면서도 재밌게 봤다. 팬 문화도 이런 퍼포먼스에 악플을 달거나 특정 인물을 욕하는 수준은 넘어서야 하는 거 아닌가?

뭐라 해도 능수능란한 무대 감각! 이효리 파워를 한껏 느낀 무대였다. 이효리 포스가 아니었으면 빅뱅 다섯 명을 어떻게 감당했을까? 현란하고 파워풀했다.

가수로서의 존재감보다는 무대를 장악하는 이효리란 사람의 존재감이 컸지. 확실히 이효리는 엄청 화려하게 꾸미고 큰 무대에 설 때 가장 멋진 것 같다. 자기 노래 할 때보다 더 멋있어 보이더라.(웃음)

쇼다운 쇼를 볼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무대 자체의 힘이 컸다. 영화 관련된 시상식에서 영화를 한껏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영화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거나 객석에 앉아 있는 것 외에 크게 볼 것이 없으니까. 영화 장면을 배우들이 재연할 것도 아니고. 그런 점에서 확실히 가수들 대상으로 한 시상식만이 가진 기본적인 재미가 있다.

특별무대가 단연 돋보였다. 원더걸스와 투피엠의 탱고 무대 멋졌잖아. 투피엠은 아크로바틱 무대도 보여줬고. 몇몇 대형기획사들이 자기네 가수들로 시상식을 장악한다는 비판도 할 수 있겠지만, 퍼포먼스의 수준이 높았다. 이날 이 무대만을 위해서 준비한 것 아닌가!

아이돌이 차지할 수 있는 무대라는 게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단 걸 보여줬다. 동방신기만 봐도 4집 콘셉트 바꾸고 성인들에게 어필하는 무대를 만들고 있다. 라이브가 버겁지 않은 실력파다.

요즘 스타와 선배들의 협연에 코끝이 찡하네


빅뱅 멤버들과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이효리. 엠넷 제공
멤버별로 꾸민 빅뱅의 무대, 요즘 아이돌 스타와 선배 스타들이 함께한 무대들도 새로웠다. 90년대 말을 풍미한 에이치오티(HOT)나, 지오디(GOD) 등 우리가 겪었던 시간이 멋진 추억으로 되살아난다는 게 꽤나 감동적이었다. 문희준과 신인 아이돌이 함께 노래 부르는 것도 찡했고. 지오디의 ‘어머님께’ 무대도 옛 기억이 새록새록하더라. 신승훈이나 자우림 김윤아는 워낙 그들이 가지고 있는 포스가 있으니까 세대를 뛰어넘어 무대를 마음껏 장악하더라.

확실히 스타 총출동이었던 게, 시상자로 박태환, 지누션의 션, 비도 나왔다. 셀레브러티들이 다 나온 셈이지. 지상파 시상식에서 사장님, 국장님이 나와서 시상하는 것보다 신나고 고루하지 않은 이런 방식이 좋다. 미국 시상식을 따라 한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새로운 방식을 계속 시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태진아는 공익근무 중인 아들 이루를 기억하며 “이루 많이 사랑해주세요”를 외쳤다는.(웃음) 아무튼 여러모로 다양했다.

아쉽게도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올해의 노래상 부분은 후보들이 서로 나눠 먹기한 느낌이 있었다. 올해의 앨범상 후보에 김동률과 토이가 올라와 있었지만, 후보일 뿐 상은 주지 않겠다 싶더라. ‘재밌는’ 행사라는 포지셔닝에 집중해서 보면 정말 기대되는 공연이지만 상에 있어서도 여러 부분 조화를 이뤄야 한다. 연말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들이 ‘동네 잔치’거나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 ‘공로상’ 주기로 몰아가곤 하는데, 시상의 기준이나 상의 의미를 놓치진 말았으면 좋겠다. 상을 간소화하면서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엠케이엠에프>가 그야말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층위의 가수들을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무대가 또 만들어지면 좋겠다. 케이블에서 화끈하게 노는 프로를 보여준다면, 지상파에서는 좀더 균형 잡힌 감각에서 음악계를 비춰줄 수 있지 않을까? <가요대상>, <십대 가수상> 등이 있긴 했지만, 힘이 많이 떨어졌다.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임이 없다.

장수 프로그램인 <인기가요>(에스비에스)만 봐도 별다른 특색이 없다. 가요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거다.

아이돌 팬의 연령층이 20~30대까지 확장된 것도 가요 프로그램에 관심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다. 가요 프로그램 간에 큰 특색이 없고, 이 프로를 보면 ‘뭐가 있다’는 특징도 없다. 활동 중인 가수들이 나와서 별 독특한 무대를 보여주지도 않으니까. 타 방송가요 프로그램 간에 차별점이 없고 다소 안일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무대는 가수들의 몫이라 해도 방송을 만드는 제작진들의 세심한 배려를 시청자들은 즉각 느낀다. 조명이나 카메라가 무지 중요하잖아. 최근 비가 노래하다가 제작진의 실수로 노래가 끊기는 사고도 있었지 않나? 가요 프로그램에선 디테일이 중요하다. 저 춤을 보여주는 데 어떤 각도의 어떤 크기로 카메라를 잡는가에 따라 180도 달라 보이잖나. 가요 프로그램 엠시를 보면 프로그램 장악력이나 전달력이 약해서 프로를 산만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더라.

그런 가운데 <스페이스 공감>(교육방송)이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이은 <이하나 페퍼민트>(한국방송)같이 정통 음악 프로의 저변도 확대되었다. <인기가요>도 십대만을 위한 프로라는 고정관념을 벗어 한국 대중가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특색 있는 프로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스페이스 공감>은 어느덧 교육방송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이 됐고, 인디 뮤지션들도 출연을 꿈꾼다는.(웃음)

<스페이스 공감>의 개성을 다른 채널도 이어받길

최근엔 케이블 티브이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피디와 작가들이 음악에 관한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한다. 뜨겁게 느껴지는 거지. <테이크원>(엠넷) 같은 프로그램은 인디 음악을 섬세하게 보여주잖아. 요새는 인터넷 포털도 인디 가수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많더라.

그래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가 톱스타가 됐지. 인터넷상에서 코믹한 밴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 기이한 현상이다.


너 어제 그거 봤어?
‘요조’도 어떤 방식으로든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음악 자체만의 움직임은 아니었던 거다. 음반 레이블인 파스텔이나 해피로봇이 꾸준히, 새롭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매체의 힘도 컸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국, 네티즌을 끌어모을 수 있는 포털을 중심으로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상승했다. 전례 없던 인디신의 슈퍼스타가 나오고. <엠케이엠에프>가 아이돌 스타들을 중심으로 한국 대중음악 신을 한번에 보여준다면, 그 밖에 다양한 음악 신들의 등장도 확실히 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정리 현시원 기자

〈엠케이엠에프〉, 이 순간 더 빛났다

■ 김창완과 에픽하이의 합동무대

“너무 신나게 해맑은 표정으로 같이 놀아주던 산울림의 김창완! 40대 이상 소위 일가를 이룬 뮤지션 중에서 그 누가 이렇게 10대 아이돌과 한 무대에서 하나 될 수 있을까?”(백은하)

“한국 대중음악사의 거목인 김창완, ‘아저씨 왜 주책이야’가 아니라, 티브이로 보던 나마저 압도되었다는! 별들이 모인 그 쇼에서 어떤 사람보다 끼가 넘쳤다는 거, 그분은 아실까?”(최지은)

〈엠케이엠에프〉, 이 순간 아쉬웠다

■ 카메라와 조명

“악~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관객석을 비추는 거야? 그 순간 꼭 보고 싶었던 아이돌 스타의 그 얼굴, 그 표정. 팬(PAN) 회전하는 카메라로 인하여 놓치고 말았다는.”(최지은)

“아이돌 스타들의 동작이 워낙 방방 떠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카메라와 조명이 이들을 충분히 못 비추는 장면이 있었다. 리허설에서 동선 파악이 몹시 중요했을 텐데. 동방신기! 내 눈을 충분히 사로잡았지만, 좀더 잘~ 보고 싶은 욕심은 끝도 없나 봐.”(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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