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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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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무한도전〉〈황금어장〉〈명랑 히어로〉
전 프로 관통하며 다른 화법을 보여주다
문화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황금어장> <명랑 히어로>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의 버라이어티쇼와 토크쇼의 형식을 비틀면서 예능 프로의 ‘트렌드 세터’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이다. <무한도전>은 ‘리얼 버라이어티’를 예능 프로그램의 대세로 굳혔고,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와 ‘라디오 스타’는 뻔한 상찬만 넘쳐나던 토크쇼에 맵고 독한 각성을 불러넣었다. 토요일 심야시간에 안착한 <명랑 히어로>는 예능 프로가 피해 가던 시사적 주제와 정면으로 맞장 뜬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여운혁(40) 책임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다. 송창의·주철환·김영희 등의 걸출한 스타 피디를 키워낸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여운혁 사단의 파워를 <매거진 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점검했다.
백은하 요즘 뜨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처럼 채널별로 히트작이 다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들이 모여서 시너지를 발휘하는 건 문화방송 예능 프로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무한도전>에서 <황금어장>의 두 코너까지 일련의 히트 프로그램들을 보면 이것들을 관통하는 엠비시만의 분위기가 있다. 예능국 전체를 흔드는 시피(CP·책임 프로듀서)의 영향이 그만큼 큰 건데, 이 프로들을 책임지는 여운혁 피디의 기조가 낸 결과물이다.
차우진 지금은 여운혁 시대라고 불러도 별 과장이 아닐 것 같다. 그가 기획하는 작품들이 엠비시의 예능을 규정하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무한도전>이나 <황금어장> <명랑 히어로>를 보면 재미있는 게 새로우면서도 구성이나 포맷이 엠비시의 고전 오락 프로그램들을 계승한다. 예를 들어 ‘무릎팍 도사’는 형식이나 진행 면에서 김정렬의 ‘부채도사’를 패러디했다. 여운혁 피디를 인터뷰했을 때도 70~80년대 쇼 프로에 대한 향수가 강하더라.
새로운 시도에서 늘 앞섰던 MBC 예능프로
백 ‘라디오 스타’에는 시트콤적인 느낌이 있지. 네 명의 진행자는 각각의 캐릭터가 부여되고 시작할 때도 시트콤처럼 소제목이 붙는다. 형식은 토크쇼지만 중요한 건 게스트가 아니라 진행자들의 캐릭터 쇼이고 이들이 주인공이 된다. 게스트들은 꿔다 논 보릿자루가 되거나 진행자에게 말려서 한판 노는 식이다. 이런 식의 장르 믹스를 하면서 장르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도 여운혁 표의 특징 중 하나다.
차 그러면서 자기들은 고품격 음악 방송이라고 또 우기지 않나.(웃음) 생각해 보면 엠비시 예능 프로그램들은 음악에서 시트콤까지 예능 프로그램의 전형들을 타 방송사보다 앞서 만들어온 전통이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같은 버라이어티쇼에서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시트콤, 멀게는 대학가요제 같은 음악쇼까지 새로운 시도에서 늘 한발 앞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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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의 여운혁 피디가 기획한 〈무한도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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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티브이 평론가인 강명석씨도 지적했지만 여운혁 피디는 마이너들을 데리고 공중파의 메이저한 시간에 등장해 그들의 콤플렉스든 난관이든 어떤 것들을 극복하게 하면서 프로 자체를 메이저로 만들어낸다. <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이 <무한도전>으로 넘어오는 과정도 그랬고, ‘라디오 스타’에 김구라와 김국진을 등장시킨 것도 그랬다. 그전까지 김구라는 비호감의 대표 격이었는데 ‘라디오 스타’를 보면 그를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인정하게 되는 구석이 있다.
차 선한 이미지였던 김국진은 이혼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는데 여기서 자학개그를 하면서 본인에게 드리워졌던 그늘을 스스로 거둬냈다. <명랑 히어로>에서 김성주나 이하늘을 끌어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백 출연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데 단순히 재기의 발판을 제공한다기보다 오히려 지금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지점을 제대로 파악한 캐스팅이다. 사람들은 이제 잘난 인간의 잘난 이야기를 듣기 지겨워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그들이 느끼하지 않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한계나 콤플렉스를 극복해 가는 걸 기분 좋게 보는 것이고.
차 스타나 엔터테이너가 가진 가능성을 다른 관점으로 보고 발견해 내는 게 있다. 피디와 출연자간의 신뢰랄까. 김국진의 경우 캐스팅도 의아했고 초창기에는 반응도 안 좋았는데 놔두고 지켜본 게 결국 성공적이었다. 또 <명랑 히어로>의 김유곤 피디나 <황금어장>의 임정아·오윤환 피디 등이 <논스톱>이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부터 여운혁 피디와 함께 일한 여운혁 사단이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보면 <논스톱>이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처럼 전통 있는 프로그램들이 역량 있는 피디를 키우고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인큐베이터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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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의 여운혁 피디가 기획한 〈황금어장〉문화방송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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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의 시대와 주철환 시대를 회상함
백 여운혁 사단의 프로그램은 새로운 예능 시대의 화법 전시장 같다. 좋게 말하면 솔직하고 나쁘게 말하면 비난인데 호통 치는 박명수가 있는가 하면 김구라는 투덜댄다. 특히나 모든 대화에서 말을 돌려 하지 않고 직설화법으로 정면돌파한다. ‘무릎팍 도사’가 성공한 건 스타를 모셔놓고 추앙하는 게 아니라 건방진 도사의 프로필부터 일단 기를 확 죽이고 들어가 코너로 몰았다가 이 사람에게서 솔직한 이야기가 나오게끔 한다.
차 카더라식 루머, 인터넷에서는 떠돌지만 방송에서는 시침 뚝 떼고 모른 척하던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꺼내지 않나. 김선아의 비디오라거나, 그렇게 막상 까놓고 보면 별거 아닌데 쉬쉬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소문들을 정면돌파하면서 오히려 거품을 빼는 기능을 한다. 물론 때로는 이런 솔직함이 출연자에 대한 면죄부나 변명의 기회로 악용되는 문제도 있었지만 그 역시 과정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다.
백 그 과정을 통해 엠비시 예능만의 화법을 찾은 거 같다. 사실 말투나 화법을 바꾼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전 시대와 다른 태도, 다른 화법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지금은 여운혁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차 엠비시 예능은 이렇게 특정인의 이름을 붙인 시대로 나눌 수도 있다. 방송에 대한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간섭이 사라진 87년 이후에 예능을 꽃피게 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송창의 피디가 시작하면서 송창의 시대가 열렸다. <남자 셋, 여자 셋> 같은 시트콤도 그의 작품이고, 지금 예능 장르들의 원형을 만들어냈다.
백 티브이에서 오락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송창의 시대가 열린 것 같다. 순수한 오락적 재미를 처음 보여준 게 송창의였고, 지금 대표로 있는 티브이엔으로까지 재미에 대한 송창의 피디의 고민은 진행형인 것 같다.
차 그 다음이 <퀴즈 아카데미>처럼 아카데믹한 즐거움이나 <몰래 카메라> 등을 통해 국회의원 같은 사회 저명인사들까지 예능에 끌어들인 주철환 시대였다. 주철환의 조연출이었던 김영희 피디가 <느낌표>의 ‘이경규가 간다’나 ‘책을 읽읍시다’처럼 공익성을 극대화한 예능 프로들로 또 한 시대를 풍미했고. 그런데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시대적 상황과 매우 밀접하게 관계돼 있기도 하다. 아이엠에프라는 극단적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영희 피디의 ‘캠페인 예능’이 주는 울림도 더 컸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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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의 여운혁 피디가 기획한 〈명랑히어로〉문화방송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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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농담 사이로 메시지를 뽑아내는 힘
백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각각 보고 따로 웃는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을 정리할 때마다 느끼는 게 티브이가 얼마나 빨리 사회의 변화를 리트머스 종이처럼 빠르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놀라움이다. 분위기뿐 아니라 태도나 말투, 문제해결 방식까지 변화를 팍팍 받아들이지 않으면 도태되는 거다.
차 어떻게 보면 예능의 현대사를 한 바퀴 돌아오면서 여운혁 시대는 송창의의 문제의식을 계승·발전시키고 있는 것 같다.
백 예능이 사회변화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지금 여운혁의 가장 새로운 카드는 <명랑 히어로>다. 촛불집회가 보여주듯이 정치적 이슈가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시대에 가벼운 농담 사이로 우리가 진짜 해야 할 이야기까지 뽑아내면서 예능 프로를 단지 웃고 즐기며 소비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삶과 밀착시키는 이 새로운 시도는 여운혁이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정점인 것 같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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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혁 사단이 발견한 의외의 게스트
■ ‘무릎팍 도사 ’의 류승완 감독 편
“영화를 홍보하러 왔던 감독이 영화 이야기는 못하고 엉뚱하게 자녀교육 이야기만 하다 갔다. 그런데 보이는 건 영화나 교육이 아니라, 류승완이라는 인간이었다. 이게 바로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낼 수 있는 풍경인가 싶더라.”(백은하)
“‘무릎팍 도사’의 공력에 이제 게스트들도 적응을 한 것 같다. 물론 언제나 배는 산으로 가지만, 도사들의 공격을 받아치고 역습하는 모습을 통해 스타의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차우진)
■ ‘라디오 스타’의 고영욱, 성대현, 신동욱 편
“뻔한 공식을 벗어난 섭외의 묘가 초대박을 만들어내면서 90년대 음악에 대한 향수까지 불러 일으켰다. 결국 토크쇼의 재미는 누구냐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냐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 적절한 모범사례가 될 만하다.”(차우진)
“도대체 공중파의 어떤 프로그램이 이들을 섭외할 생각을 했겠나!!! 한때의 스타에서 이제는 잊혀진 인물인 줄 만 알았던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구나 하는 뭉클함까지 줬던 웃음과 감동의 패키지 ㅋ”(백은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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