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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4.23 21:10 수정 : 2008.04.27 14:54

[매거진 Esc]너 어제 그거 봤어?

두 엄마의 시선으로 본 〈환상의 짝꿍〉
〈봉숭아학당〉은 출연진들 성장이 흐뭇

한때 잠시 사극의 아역배우가 성인배우보다 각광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텔레비전은 주 시청층 가운데 하나인 어린이들에게 인색하다. 티브이에서 어린이들을 볼 기회가 드문 건 아니지만 그들은 언제나 ‘진짜‘주인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딸이나 아들일 뿐,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런 가운데 문화방송의 <환상의 짝꿍>은 요즘 꼬마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십대의 아들딸을 둔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왼쪽)씨와 올해 다섯 살 된 아이를 키우는 <스카이 라이프> 이미경 편집장이, 세대가 다른 엄마의 시선으로 <환상의 짝꿍>을 눈여겨봤다. 또 최근 부활한 봉숭아 학당과 반가운 재회의 악수를 했다.

정석희 일요일 아침마다 <환상의 짝꿍>을 열심히 챙겨 본다. 우리 애들뿐 아니라 주변 조카들까지 다 크니까 정말 요새는 아이들이 어떤지 도통 모르겠는데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란다. 애들이 다들 똑똑하고 창의력도 대단하다. 우리 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가 아이들 키울 때랑 또 세대가 완전히 변한 걸 느낀다.

이미경 나처럼 한참 부산 떠는 애 키우는 엄마들은 또한 찾아보기 힘든 시간대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웃음) 그런데 프로그램 오디션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러다 보니 평범한 애들보다 튀고 똑똑한 애들이 나와서 그렇지 않을까?


어른들 못하는 직설적 말투가 통쾌하다

그런 부분도 없지 않겠고 물론 인사말 같은 건 대본이겠지만, 순간순간 아이들이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거나 받아치는 게 연예인보다 낫다. 그런 걸 되바라졌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난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굉장히 희망적으로 보이고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까지 든다.(웃음)

어른 시청자 편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는 어른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을 아이들의 직설적 말투로 들을 때의 통쾌함 같은 거다. 예를 들어 아이의 느닷없는 말에서 저 집은 부부싸움을 많이 한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나거나, 김제동이 싫다거나 하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입 있어도 차마 못 하는 말을 애들이 해주는 데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지. 그런 점에서 <스타 골든벨>에 고정 출연하는 김구라씨 아들 동현군을 비교하면 <환상의 짝꿍> 아이들보다 확실히 신선함이 떨어진다.


요즘 어린이들의 당당하고 밝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환상의 짝꿍〉. 문화방송 제공.
처음에는 <환상의 짝꿍>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고정으로 나오면서 어른들이 뭘 원하는지 애가 알아버린 거지. 아이들은 진짜 눈치가 빠르잖아. 그래서 구미에 맞추는 식이 되니까 굳이 아이여야 할 이유도 없어지고.

맞다. 보다 보면 얘가 아이인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환상의 짝꿍>의 특징은 어른이 아이의 서포터 노릇을 하는 건데, 그런 점에서 진행자인 박신애의 역할이 좀 모호하지 않나? 표정은 뚱하고 아이들하고 잘 섞인다는 느낌도 별로 안 든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그럴까?

그런 점도 있을 수 있지만 김제동 역시 장가도 안 갔는데 아이들의 부정확한 말을 다 알아듣는 게 신기하다. 시청자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게 애가 말을 해도 그걸 다 해석해주고 애와 눈높이를 정확하게 맞춘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힘든 일인데 김제동이야말로 아이들하고 ‘환상의 짝꿍’을 이루는 것 같다.

<환상의 짝꿍>의 전신에 해당하는 <전파견문록>도 있었고 <축구왕 슛돌이>는 30대 여성 팬층까지 형성한 초창기 버라이어티쇼 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의 세계를 비추지만 또 바꿔 생각하면 아이보다 어른 시청자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미디어가 아이를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볼 수도 있다.

<환상의 짝꿍>이 애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아닌가? 난 몰랐다. 애들이 뭘 좋아하는지 지금은 전혀 모르니까. 아이들을 어른 중심으로 소비하는 건 드라마 쪽이 훨씬 더 심한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는 아이가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게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해피엔딩을 보여줄 때다. 이런 마지막 장면만 보면 너무 상투적이라 웃음이 나온다.

김수현 작가의 ‘아이 다루는 솜씨’

아이가 중심으로 올 때는 주로 불치병인 경우가 많지.(웃음) <고맙습니다>도 그랬고, <싱글파파는 열애중>도 그랬고, 비중 좀 있다 싶으면 너무 불행해지거나 아프고, 다치고.

그나마 드라마에서 아이를 진짜 집 안의 아이처럼 다루는 게 김수현 작가다. 디테일에 강해서 그런지 <엄마가 뿔났다>를 봐도 할아버지든지, 고모든지 누군가는 애를 꼭 보고 있다. 반면 <온에어>에서 송윤아의 아이를 보면 궁금해진다. 엄마는 늘 작업실 가 있고 도우미 아줌마랑 같이 사는 거 같던데 아줌마 퇴근하면 어린애가 혼자 집에서 자는 건지. 난 아이만 나오면 이렇게 드라마 맥락상 중요하지도 않은 게 딱딱 걸린다.(웃음)


새로운 캐릭터들과 함께 돌아온 〈개그 콘서트〉의 ‘봉숭아 학당’. 한국방송 제공.
어쩌다 엄마가 와서 “미안해 아들!” 그러면 엄마 다독이고, 시청률 걱정해주고, 혼자 있을 때는 엄마 대본 보고, 이렇게 희생할 수는 없다 정도인 거다.(웃음)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아이의 인생을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봉숭아 학당’이 부활했는데 어떻게 보셨나?

난 시트콤은 좋아하는데 공개 코미디쇼는 이상하게 코드가 안 맞는 것 같다. ‘마빡이’ 같은 것도 적응해 보려고 여러 번 봤는데 어느 지점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고, ‘달인’이나 ‘닥터피쉬’도 그렇다. 그런데 이렇게 공개 코미디에 둔한 나도 괜찮게 봤으니 좋은 출발인 것 같다. 특히 옛날 봉숭아 학당에서 알프레도를 하던 김인석이 세월이 흘러 선생님이 된 걸 보니까 웬지 감회도 새로웠다.

그런데 아직은 대박이 날 것 같은 캐릭터는 잘 안 보인다. 옛날 같으면 영구나 맹구, 아니면 옥동자처럼 난생 처음 보면서 아주 강한 캐릭터들이 꼭 하나씩 있었는데 이번에 다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다. 전형적인 틀을 만들고 캐릭터들을 하나씩 배치했다는 느낌이랄까?

봉숭아 학당은 자기들끼리 왁자지껄하면서 돌발 상황도 벌어지고 애드립도 치고, 그런 재미가 쏠쏠한데 지금은 모든 게 짜여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김준호 빼놓고 모두 신인급이니까, 신인은 실수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 시절 아닌가.(웃음) 시간이 지나면서 풀릴 긴장이라고 생각한다. 역시 그중 성공한 캐릭터는 왕비호(윤형빈)겠지? ‘비호감’으로 뜨는 요즘 트렌드를 잘 포착하기도 했고. 수위조절도 잘하고 있고.

사실 난 좀더 달려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생각도 있는데 게시판 들어가니까 안티 댓글이 장난이 아니더라. 동방신기가 나오면 80만 팬이 움직인다더니,(웃음) 확실히 그냥 나처럼 재미로 보는 시청자랑은 다른 거다. 왕비호가 말한 것 중에 “나한테 욕한 애들 다 초딩이지?”라는 말이 제일 웃겼다. 실제 게시판 들어가면 초딩 같은 댓글이 많은데 방영시간대를 밤 10시로 옮겨서 시청률에 적잖이 영향을 받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안티의 회오리를 불러올 아이돌 그룹은 이제 곧 바닥날 텐데 다음엔 누굴 건드릴지 궁금하다.

양상국과 성현주의 팬심 대결 ‘대박’

나는 ‘닥터피쉬’의 양상국이 똑같은 캐릭터를 여기서 연기하는 게 재밌더라.

일종의 스핀오프인 셈인데 양상국과 성현주의 팬심 대결이 완전 대박이었다.(웃음)

그런데 책상에 앉아 있는 학생들 숫자에 비해 나와서 개그하는 숫자는 적던데 편집도 되는 건가?

당연하지. 통편집되는 것에 대해 개그맨들이 비관하는 농담도 종종 하지 않나.

정 공개 코미디쇼를 보면 버라이어티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날로 먹는 것 같다. 일주일 내내 매달려 5분도 안 되는 작품 하나 완성하는 것 아닌가. 이런 노력을 생각하면 보는 사람도 열심히 봐주고 싶다. 특히 봉숭아 학당은 김인석의 경우처럼 출연진들의 성장과정을 보는 느낌도 있어서 좋다. 앞으로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봉숭아 학당’ 최고의 캐릭터 ‘빠돌이’ 양상국

“봉숭아 ‘학당’에 가장 걸맞은 10대 광팬 캐릭터. ‘닥터피쉬’보다 여기서 더 물 만났네.”(정석희)

“상국이 ‘오빠’만 나오면 학교 분위기, 완전 쇄신, 오퐈, 앞으로도 경쟁 ‘빠순이’와 열심히 싸워주세효~!”(이미경)

■ ‘봉숭아 학당’ 최악의 캐릭터 여성학자 박지선

“여자들도 택시 타게 해 달라는 농담은 80년대에도 안 먹힐 유머. 풍자건 조롱이건, 좀더 날렵하고 구체적으로 해주길.”(이미경)

“말투나 연기는 재미있는데 아이디어 자체가 너무 설익었다. 박지선의 진짜 역량을 담아 무르익은 웃음을 던져주세요.”(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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