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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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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공중파 채널에 도착한 진정한 시즌 드라마
대성공 거두어 2·3편으로 이어지길
지난해 방송가에 유행했던 단어 가운데 하나는 ‘시즌’이었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미국 드라마의 붐을 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심지어 영화 속편에까지 시즌이라는 타이틀이 남발됐다. 그런데 시즌의 거품이 꺼지고 난 지금 제대로 된 시즌제 드라마가 드디어 공중파 채널에 도착했다. 문화방송 시즌 드라마의 세번째 작품 <라이프 특별조사팀>이다. 전작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시청률을 올린 건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호평 속에서 벌써부터 2시즌, 3시즌으로 이어지는 진정한 시즌제 드라마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매거진 t〉의 차우진 기자(사진 오른쪽)와 최지은 기자가 <라이프 특별조사팀>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차우진 시즌 드라마의 전작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큰 기대를 안 하고 <라이프 특별조사팀>(이하 특별조사팀)을 봤는데 꽤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에피소드별로 구성되는 드라마의 힘은 다음 에피소드를 보고 싶어 하는 고정 시청자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인데 감이 좋다. 특히 취재를 충실하게 하고 쓴 대본 티가 난다.
최지은 전작들을 보면 시류를 따라서 급하게 소재를 찾은 느낌이었다. <옥션하우스>는 미술품 시장이 뜨니까 경매를 가져왔고,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는 성형을 많이 하는 추세에서 찾아낸 아이템이랄까. 그런데 <특별조사팀>은 시류라기보다는 오히려 생활에 밀접한 소재인 보험을 가져왔다. 누구나 보험 한두 개씩은 들고 있잖나. 이게 또 돈과 관련된 거니까 흥미를 유발한다
흥미진진한 보험조사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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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특별조사팀〉사진 문화방송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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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소재도 소재지만 접근 방식도 참신하다. 만화 <마스터 키튼>도 대형 보험회사의 조사원 이야기인데 직업적으로 굉장히 흥미롭다. 보통 드라마에서 사건의 진실을 캐는 건 경찰의 몫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이 사람들의 조사 동기는 정의 실현이 아니라 회사의 손실 막기다. 돈이 직접 움직이는 거니까 그만큼 죽어라 뛰기 때문에 실제로 보험조사원이 경찰보다 치밀하게 조사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최 캐릭터들도 현실감 있게 잘 잡혀 있다. 심은진은 20대 후반의 워커홀릭 여성이고, 엄기준은 뻔뻔한 사고뭉치다. 김흥수는 명문대 출신에 스펙 좋은데 융통성이 없어 취업을 못 했다가 이 회사에 합격했고, 솔비는 어린데 세상 물정 잘 알고 인터넷 쇼핑을 부업으로 하는 등 생활력 강한 젊은 여성이다. 정규수, 이두희가 연기하는 팀장과 과장도 그렇고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차 방은희나 배도환처럼 비중이 적은 조역들에 실력 있는 중견 배우를 썼다는 점도 이 드라마가 완성도에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사건 중심 드라마는 사실 주인공들보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한데 보통 이런 캐릭터들은 단발성으로 출연하니까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지 않나.
최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각자의 히스토리를 부여한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정규수는 전직 형사였고, 심은진은 간호사였고, 이두일은 사시 줄창 떨어진 법대 출신으로 자기가 아는 변호사 이야기하며 은근히 허세 부리고, 물론 굉장히 드라마틱한 히스토리라면 오히려 극 진행이 부담이 되거나 시즌의 연결에 장애가 되지만 이 정도의 개인 정보는 캐릭터 이해를 돕고 이들의 일상이 사실적으로 보이는 데 일조한다.
차 캐릭터 구축은 확실히 <시에스아이 과학수사대> 덕분이다. 이를테면 여기서 요원 캐서린은 전직 스트리퍼에, 아버지가 유명한 도박사고 또 아이도 있고, 이런 개인사나 배경들이 에피소드의 가지치기에 큰 몫을 한다. 에피소드를 우물처럼 계속 퍼내야 하는 드라마에서 캐릭터는 캐릭터 이상의 역할이 필요한 거다. 그래서 각각의 캐릭터에 역사를 부여하면 이야기도 다양해지고 또 배우들의 연기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시즌제에 성공한 케이블의 <별순검>이나 <막돼먹은 영애씨>처럼.
솔비처럼 리얼한 캐릭터는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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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의 시즌드라마 〈비포앤애프터〉(위)와 〈옥션하우스〉가 실패한데 비해 〈라이프 특별조사팀〉(맨 위)은 호평을 얻고 있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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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특별조사팀>의 공동 연출 4명 중 선임피디인 임태우 감독은 <에어시티>를 했는데 <에어시티>는 전문직 드라마이면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밀착하는 드라마였다. 거기서는 원했던 만큼의 결과가 나왔던 것 같지는 않은데 거기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살아난 것 같다.
차 어떻게 보면 의외의 캐스팅이다. 김흥수는 시트콤 같은 데서 좀 허당스러운 캐릭터로 자리잡아 정극 연기를 제대로 본 기억이 별로 없고, 엄기준도 연기는 잘하지만 중심을 잡고 갈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다. 심은진, 솔비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모두 기대를 뛰어넘었다. 심은진은 화려한 댄스 가수인데 여기서는 사무실에서 자다가 부시시 일어나고, 형사한테 치대는 털털한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변신인데 연기가 되더라. <대조영> 같은 긴 호흡의 대하드라마 출연이 역시 무시 못할 경험인 것 같다.
최 솔비도 재미있다. <엘리 맥빌>이나 <30록> 같은 직장 배경의 미드에도 이런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한다. 어리고 늘씬한 몸매에 노출 많이 하고, 한국 드라마에서도 처음 본 건 아닌데 이렇게 리얼한 캐릭터는 처음이다. 여리여리하고 순진한 애가 아니라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아저씨들의 야한 농담도 여유 있게 받아친다.
차 그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익숙했던 솔비의 모습과 겹친다. 사실 연기자라기보다는 예능인인데 무리하게 변신하지 않고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던 모습, 시청자가 실제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가져오니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다. 꾸며낸 인물이 아니라 정말 평범한 옆집 동생 같다고 할까.
최 제작비 너무 증가했다고 푸념하면서 엉뚱한 스타에게 회당 몇천만원씩 기꺼이 바치는 드라마들이 이런 걸 배워야 한다. 또 일본 드라마 중 <춤추는 대수사선>이 가벼운 코믹톤이면서도 이야기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수사 드라마인데 <특별조사팀>을 보면 한국에서도 경쾌한 전문직 드라마가 하나 탄생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차 아쉬운 건 방영시간이 직장인들이 월요일 출근 준비를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는 일요일 심야 시간이다. 첫회 시청률도 높지 않았지만 태생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거다. 이 이야기 하니까 <드라마시티>를 폐지한 한국방송의 ‘악행’이 다시 떠오르는데(웃음), 시청률을 이유로 광고 수익의 사각지대에 편성하고 또 시청률을 탓하는 건 진짜 억울한 거지.
왜 한국방송은 이런 실험에서도 뒤지나
최 <특별조사팀>은 하다 못해 토요일 밤에만 편성돼도 지금보다는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다. 이렇게 괜찮게 나오겠다 싶으면 파격적 편성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시청자를 위해서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나?(웃음) 그래야 시청률도 좀 나오고 시즌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시즌2, 시즌3도 나올 수 있지 않겠나.
차 맞다. 지금까지는 ‘이름만’ 시즌 드라마였다. <옥션하우스>나 <비포앤애프터 성형외과>는 2시즌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 <특별조사팀>이 성공해서 시즌2가 나오면 명실상부한 시즌 드라마가 되는 거지.
최 시즌제가 정답이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엄청 높아진 상태에서 미드 같은 품격을 바로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단막극과 미니 시리즈의 중간 단계로 시즌제를 방송사들이 도입해 보는 건 좋은 실험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삼세판까지 가니까 <특별조사팀> 같은 작품도 나오잖나.
차 그런데 한국방송은 왜 이런 실험에서도 문화방송에 뒤지냔 말이지. 요새는 진짜 어떤 채널이 공영방송인지 헷갈린다. 그리고 문화방송도 <특별조사팀>을 마지막으로 시즌 드라마 없앤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 작품이 그런 소문을 사라지게 하는 대박이 되길 바란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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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특별조사팀〉 가수 출신 연기자, 극과 극
·변신‘하길’ 잘했어-심은진
“일에 찌들고, 말투 건조하고, 술 마시면 주사 심하고, 다음날 모른 척하고, 이런 직장 상사 어딜 가도 꼭 있다! 예쁘고 섹시한 베이비복스의 심은진이 기억 안 나요.”(차우진)
“성유리나 윤은혜 등 가수 출신 배우들은 편견과 싸워야 하는 짐이 있다. <특별조사팀>을 통해 심은진이 그 짐을 다른 배우들보다 빨리 내려놓을 것 같다.”(최지은)
변신 ‘안 하길’ 잘했어-솔비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치 안 보고 말을 팍팍 하는 게 처음에는 위태로워 보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함이 됐다. 심한 이야기를 해도 악의가 느껴지지 않는 그 철없는 귀여움이 드라마에서도 활짝 피었다.”(최지은)
“앤디 같은 스타도 솔비 옆에 있으면 평범한 남자가 된다. 주변 사람을 모두 평범하게 만드는 솔비 특유의 ‘옆집 동생’ 스타일이 드라마에서도 착 감긴다.”(차우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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