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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28 19:28 수정 : 2007.12.02 17:40

너 어제 그거 봤어?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노출장면보다 스토리로 이끌며 쑥스럽지않게 포장

<무릎팍 도사> 출연 박경림, 신혼 얘기 이젠 질려

케이블 채널에 ‘섹시 코드’가 넘쳐난다. 새삼스럽게 …, 라고 반응한다면 대충 본 거다. 케이블의 선정성도 진화한다. 성에 대해 일차원적으로 접근하는 토크쇼와 다큐멘터리식 리얼리티 쇼에서 드라마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또 드라마에서도 방점이 야한 장면에서 이야기로 옮겨감에 따라 쑥스럽지 않게 채널을 고정할 만한 작품이 늘었다. 세련되게 야해지는 케이블 드라마와 한때의 슬럼프를 딛고 다시 재미를 돋우는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의 현재를 정석희씨(사진 오른쪽)와 짚어봤다. 조진국 작가는 이번주 휴가로 다다음주에 지면에 돌아올 예정이다.

김은형 요새 케이블에 섹스를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부쩍 늘었다. <직장연애사> <색시몽>부터 <메디컬 기방, 영화관> <에스 클리닉> 등. 봉만대 감독의 <동상이몽>도 있었고, <직장연애사>의 전편인 <가족연애사>도 있었고, 전에도 섹스 드라마가 없었던 건 아닌데 전보다 훨씬 볼만 해졌다.

정석희 무조건 노출 장면 중심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스토리에 많이 신경을 쓰니까 보기도 부담없다. 또, 공중파 사극이 식상한 왕궁 이야기에 여전히 몰두하는 데 비해 케이블은 <정조암살 미스터리 8일>부터 <별순검> <메디컬 기방>까지 소재 폭을 넓혀 때로는 공중파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메디컬 기방>의 최필립, 배용준과 똑같네

<메디컬 기방>은 비주얼이 고급스럽더라. 이야기의 선정성을 고급스러운 포장으로 중화한다고 할까?

굉장히 공들여 만든 느낌이 든다. 그런데 디테일은 좀 아쉽더라. 조선 기생인데 공간은 중국풍이라든지, 화려한 양란이 소품으로 쓰인다든지 ….

그건 케이블의 한계라기보다 사극의 트렌드인 것 같다. <음란서생>도 목욕탕 장면의 공간은 완전 정체 불명이지 않나. <황진이>의 의상 연출도 그렇고. 고증보다는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화면을 연출하는 데 집중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생들의 가채도 장난 아니잖아.

비주얼에 공을 들였지만 외려 재미는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온 것 같다. 범죄 사극이라면 주리를 틀고 사또가 족치는 것만 생각하지만 그 옛날에도 나름 과학수사라는 게 있었다는 걸 <별순검>이 보여준 것처럼 <메디컬 기방>에는 불감증이라든지, ‘바바리맨’의 조선판이랄 수 있는 ‘두루마기맨’등의 현대극에 익숙한 소재를 고풍스럽게 포장하는 게 신선하다. ‘치색’이니 하는 낯선 용어들도 재미있고.(웃음)

족보로 따지면 최필립의 머리 스타일도 계통 없기는 마찬가지인데 <태왕사신기>의 배용준과 진짜 똑같더라. 일부러 <태사기>를 의식해서 머리 모양도 똑같이 한 것 같다. 그리고 서영은 전에 나온 <이브의 유혹>부터 <메디컬 기방>과 <색시몽>까지 케이블 스타로 완전 떴다. 방영만 시작되면 검색어 1위다. 관련 검색어는 ‘착한 가슴’(웃음). <메디컬 기방>이 특화된 사극이라면 <직장연애사>는 현대적이면서도 가벼운 섹스코미디로 잘 만들었다.

사실 소재로 따지면 <사랑과 전쟁>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데, 이야기를 깔끔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포스터에 옥주현이 맨앞에 나와서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에피소드 하나에 나오더라. 6회에서야.

그 에피소드도 꽤 재미있었다. 따지고 보면 남자 하나 두고 경쟁하는 여자 이야기인데 결국 도움되는 건 두 여자끼리다. ‘남자는 몰라’라고 노래하는 중간의 주제곡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대체로 섹스 드라마들의 카메라들이 여체를 훓는 데 정신 없었는데 이 드라마는 시선이 골고루 가 있어 여자로서 보는 데 불편하지가 않다.

남자 이야기, 여자 이야기로 시점을 나누고 불륜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에서는 아내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점이 골고루 분배가 되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균형이 잡히고 과도한 억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옷차림이나 행동을 보면 진짜 직장인이라기보다는 분위기가 조금 너무 아랫 부분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웃음)

어눌할 줄 알았던 양준혁 재치 만점!


너 어제 그거 봤어? / 박경림, 신혼 얘기 좀 그만 해라
그러니까 드라마가 직장인들의 판타지인 거지.(웃음) 나 역시 회사에 저렇게 깜찍한 남자 후배들이 꽉 차 있으면, 흐흐, 뭐랄까, 일의 능률도 팍팍 오르고, 회사 다닐 맛도 심하게 나고,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본다. (웃음)

난 늙어서 그런지 이제 아무리 벗어도 야하게 보이지가 않는다.(웃음) <직장연애사>는 공중파처럼 몇십회씩 무리하게 끌어가지 않고 한 회씩 끊어가면서 8회로 마무리하니까 좋은 것 같다. 시즌제로 운영해도 재밌을 것 같은 기획이다. 반면 중간부터 끼어들기 어려워서도 공중파 드라마는 잘 안 보게 되는데 ‘무릎팍 도사’는 요새 회생의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 양준혁 편이 기대외로 좋았다.

운동선수 하면 과묵하고 운동만 하고 어눌하고 이럴 것 같다는 인상이 있는데 진짜 재치가 많더라.

대중들이 원하는 걸 잘 아는 진짜 ‘프로’인 거지. 지금까지 보면 엄홍길 편이나, 곽경택 편이나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이 나왔을 때가 반응이 좋았다. <야심만만>에 슈퍼주니어가 나왔어도 시청률이 7%밖에 안 나온건 토크쇼가 뻔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를 다루는 데 시청자들이 싫증을 낸다는 걸 보여준 예가 아닌가.

옛날에 김혜수쇼니 주병진쇼니 이런 것들은 연예인 중심이기는 해도 좀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미를 주었는데, 요새는 그런 게 없다. ‘무릎팍 도사’가 그런 몫을 하면서 다시 페이스를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양준혁에 이어 장영주가 출연하고 이만기도 섭외가 됐다는데, 이처럼 연예인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인물들로 폭을 넓히는 것도 잘 가는 방향인 것 같다. 연예인도 이하늘 편이나 이미연 편 처럼 뭔가 다른 데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좋지만 자기 홍보나 하거나 면죄부 받는 자리가 되면 곤란하다.

그런 점에서 박경림 편은 반면교사가 될 만했다. 신혼 이야기 이제 질린다. 게다가 얼마나 괜찮은 남자를 만났는지 반복해 웅변하는 걸 보면 박철·옥소리가 떠오르며 ‘왜 벌써 문제 있나’ 하는 의심까지 들 지경이다.

중학교 축제 때 신성우 섭외했다가 장동건 불러온 이야기는 과장하면 열 번을 들은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이 예뻐지고 영어도 잘 해서 안티가 생겼다던데, 그게 말이 돼?(웃음) 미래의 오프라 윈프리를 꿈꾼다는 사람이 그렇게 대중들을 이해하지 못해서야 되겠나.

‘문희준 편’이 무척 기대됨

중학교 때 아주머니들과 말 트고 어떻게 보면 조숙해서 빨리 성공한 건데, 문제는 지금도 어린아이의 조숙함에 머물러 있다는 거다. 서른이면 서른살의 경험이나 연륜이 묻어나야 되는데 10대 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안 느껴진다.

<박경림의 화려한 외출>에서 결혼식 부조금 중 제일 적었던 게 5만원이라고 자랑삼아 말하던데, 그럼 난 뭐야란 생각이 들더라. 그런 말 들으면 시청자가 불쾌하다고 생각할 걸 모르나?

‘무릎팍 도사’가 잘하려면 섭외부터 출연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진행하는 기술까지 꼼꼼하게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정 문희준 편도 무척 기대된다. 그리고 ‘무릎팍 도사’가 알맹이 있는 토크쇼로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인 토크쇼들도 부활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악의 리플레이

<야심만만>

“어제도 첫키스 이야기, 오늘도 첫키스 이야기, 장소만 계속 바뀌네. 계속되는 재탕은 시청률 추락으로 가는 지름길!”(정석희)

“출연자도 비슷비슷, 하는 이야기도 비슷비슷, 나 지금 ‘다시 보기’ 보는 거야?”(김은형)

■ 최고의 ‘뉴’플레이

<무릎팍 도사>

“한 회 한 회 첨예하게 반응이 엇갈리는 건 어떤 이야기가 나오느냐가 중요하다는 증거. 갈수록 노련해지는 강호동에게 기를 ‘팍, 팍!’”(김은형)

“양준혁 편을 교과서 삼고 박경림 편을 반면교사 삼아 주세요. 연예인에 집착하지 않고 출연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길.”(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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