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다는 건 박진영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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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너 어제 그거 봤어?
“권위가 없으면 제발 재미라도 있어라”연말의 방송사 시상식의 개선을 권고함 지난 17일 열린 2007 엠넷케이엠뮤직페스티벌(MKMF)의 수상 결과를 놓고 연일 벌어지는 잡음은 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느끼게 해준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웃음거리가 되면서도 해마다 연말이면 성대하게 벌어지는 방송사별 시상식. 권위가 없으면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최지은 기자가 방송사의 ‘집안 잔치’ 시상식의 개선을 제언했다. 백은하 이번 엠케이엠에프(MKMF)가 뚜껑 열리기 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박진영의 컴백 무대였다. 비와 원더걸스라는 대박 상품을 만든 제작자에서 6년 만에 가수로 돌아오는 것이니까 무게감이 확 실릴 수밖에 없었지. 그것 말고는 올해도 역시(웃음)…. 최지은 박진영의 무대가 좀 살려주기는 했는데 시상 기준에 대한 문제는 또다시 불거졌다. 이민우가 참석 거부하는 등 가수부터 불신을 하니 보는 사람들이야 더할 수밖에. 장근석의 헤드윅 쇼는 신선한 퍼포먼스
백 시상식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누가 스폰서를 하고 어떤 가수를 출연시킨다는 식의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주요 기획사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게 방송사 시상식의 태생적 한계인 것 같다. 최 인기 가수들을 다 모아야 시상식의 주목도가 높아지는데, 상을 안 주면 불러올 수가 없으니 활동이 별로 없었던 가수에게도 안배를 하는 식이다. 백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너무 세련되지 못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게 문제다. 사실 엠티브이 뮤직 어워드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해도 산업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나. 어차피 정치성은 띠게 마련인데 포장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할까. 쇼 자체의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데서 큰 차이가 벌어지는 거다. 최 이 상은 어디 입김으로 결정됐을 것이며, 저 상은 어느 기획사에서 쓸어가겠구나라는 게 시청자에게 다 보일 정도면 결국 시상식이 제 권위를 스스로 깎아먹는 거고 산업과의 밀착관계라는 것도 무의미해지는 거다. 백 대종상으로 상징되는 고리타분한 한국식 시상식에서 벗어나 엠티브이 뮤직 어워드처럼 상을 매개로 멋진 쇼를 보여주자는 게 본래 취지였을 텐데 무엇이 이 시상식을 이토록 후지게 보이게 하나 생각해 보면, 돈 문제, 인프라 문제 다 있겠지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출연자나 가수들이 이걸 축제로 생각하지 않고 또 하나의 행사 뛰는 마음으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최 출연하는 가수들이 쇼를 관람하는 태도도 불편해 보이고 무대의 톤도 들쭉날쭉이었다. 이를테면 에픽하이와 빅뱅의 공연은 멋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무대에서도 멋있기 때문에 멋있을 뿐이었고 시상식의 연출로 만들어지는 쇼의 장점은 하나도 안 보였다.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력이 없다는 느낌이다. 백 자꾸 엠티브이 뮤직 어워드 이야기 해서 좀 그렇지만 몇년 전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마돈나가 한 무대에 섰던 게 대단한 화제가 되지 않았나. 그건 단지 합동 공연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역사가 뒤섞이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이처럼 시상식 공연에도 기획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최 그런 면에서 하나 재미있었던 게 장근석의 헤드윅 쇼였다. 몸 사리는 연예인이라면 안 할 수도 있던 거였는데 공연 배우와 기획이 합쳐져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거다. 하지만 가수와 주최 측이 출연만 해주세요, 상 줄 거죠? 이런 식으로 서로 얄팍한 기대를 하면서 공생한다. 시너지가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거지. 이거 받았으니까 내년에도 나와야 돼? 백 결국 상이라는 건 주는 주체가 가지는 권위에 따라 가치가 만들어지는데, 그 권위가 안에서부터 없어지면 의미가 없는 거다. 사실 권위 떨어진 걸로 따지면 연말 방송사별 시상식 만한 게 없지(웃음). 벌써부터 연기대상 누가 탈까 설왕설래가 오가긴 하는 데 거기에 기대감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다는 게 연말 시상식의 특징이다. 최 이런 시상식들은 보는 사람들은 심드렁하지만 공정성 문제로 욕을 먹어도 상을 받으면 기분 좋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연예인들에게 들어보면, 연초에 출연하면 수상 가능성이 낮아져서 그런 것도 신경 쓴다더라. 백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아카데미상 받으려고 시상식 직전에 개봉하는 게 전략이니 그거야 어디서나 나오는 투덜거림이라고 쳐도, 고생했으니 나눠 먹자거나 내년에 우리 방송사 출연해달라고 도장찍기 식은 곤란하다. 지금까지 봤던 가장 어이없던 시상 순간이 몇년 전 에스비에스 연기대상에서 심은하가 <청춘의 덫>으로 상을 탔을 때 한 방송사 관계자가 “심은하씨, 내년에도 에스비에스 드라마 출연해주실 거죠?” 그러는 거다. 그 순간 심은하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다가 “아, 네” 얼버무렸는데 상이라는 게 너 이거 받았으니까 내년에 나와야 돼, 이런 표시라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줬다. 최 그것만으로도 성에 안 차 요새는 웬만하면 공동수상이고 신인상은 6, 7명을 준다. 또 상의 종류나 숫자도 방송사 편의에 의해서 계통 없이 마구 만들어진다. 특히 연기상의 경우 연기 실력이 아니라 시청률 올린 데 대한 공로상으로 그 의미가 바뀌었다. 백 배우들에게 주는 연말 보너스인 거지. 시청률 얼마 올렸으니까 이만큼 받아 가라는 식으로. 작품의 성공에 대한 배우의 공헌도는 분명히 짚어줘야 하지만 그건 연기상과 분리해서 포상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러니까 도대체 상을 어떻게 주는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 이제 방송사 시상식의 한계가 드러날 만큼 드러났으니 대안의 시상식이 나와줘야 하지 않나 싶다. 최 이 역시 인기 스타를 관리해야 하는 태생적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차라이 시상식 형태가 아닌 드라마 축제 식으로 즐겁게 놀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긴장감도 권위도 사라진 마당에 고집할 게 뭐가 남았나. 백 지난해 에미상 시상식에서는 진행자인 코넌 오브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짤막한 드라마를 보여줬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떨어지면 <로스트>고, 맨홀에 빠지면서 <오피스>의 무대로 가고, 쫓기다 보면 <24>가 되고 병원에 들어가면 <하우스>가 되는 식의 내용으로 주요 후보작들을 재치있게 일별해줬다. 물론 그 작품들의 주연급 출연자들이 출연해줬고. 이런 식으로 1년 동안 쏟아져나온 드라마들만 엮어도 한해를 유쾌하고 멋지게 정리하는 기획이 나올 수 있다. 민망한 꽁트 삽입은 말아주세요 최 우리나라 시상식도 가끔 콩트를 삽입하는 데 보기 민망할 정도다. 이건 외국과 한국의 수준 차이가 아니라 성의와 노력의 문제다. 스타들이 바빠서 섭외가 불가능하다? 그럼 해외 스타들은 시간이 남아도나? 백 연말이라는 게 ‘어 올해는 연말이 온단 말이야?’ 이런 게 아니지 않나. 늘 오는 연말인데도 대충대충 준비하고 후루룩 섭외해서 허술하게 진행하는 건 좀 그만하자. 엔지 스페셜과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에 대한 찬사 다큐멘터리로만 채워진 시상식은 정말이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최 나눠먹기식 집안 잔치의 정체성을 숨길 수 없다면 잔치라도 재미있게 해달라. 괜히 공정한 척, 권위 있는 척 하지 말고 1년 동안 방영했던 프로그램들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정리하는 시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이제 공중파 방송사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게 채널을 빛나게 해줬던 프로그램들과 그것을 만든 제작사에 대한 예의다. 정리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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