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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24 19:39 수정 : 2007.10.27 13:08

“출연배우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얼렁뚱땅 흥신소〉가 성공하려면 연출이 좀 더 과감해져야 한다.”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케이블 채널 콘텐츠를 비평하다가
<얼렁뚱땅 흥신소>를 얼렁뚱땅 논함

논란 속에서 케이블 채널의 자체 제작 붐을 일으킨 티브이엔(TVN)이 개국 1주년을 맞았고 ‘엠비씨 드라마’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대폭 늘린 버라이어티 채널 ‘엠비씨에브리원’으로 새 단장했다. 늘어나고 변화하는 채널들과 점점 더 부산해지는 리모컨의 누름 버튼은 ‘보는’ 세상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진단해 봤다. 더불어 대작 사극들의 전투 속에서 진땀 흘리는 <얼렁뚱땅 흥신소>의 선전을 기원했다.

백은하 티브이엔이 지난 1년 동안 논란과 비판 속에서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 승부를 걸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런 가운데 엠비씨에브리원이 티브이엔을 비롯해 케이블 채널들이 비판받고 있는 선정성을 벗어나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채널을 표방하면서 개국했다.

차우진 아직까지는 어중간해 보인다. 공중파처럼 온건한 느낌을 주려고 노력하면서 김국진의 <네버엔딩 쇼를 하라>에서는 출연자인 룰라 멤버 김지현에게 노출장면 찍을 때 공사를 했냐고 질문하는 등 툭툭 튄다.


패널한테만 기대면 아류작 못 면한다

기존의 케이블 채널과 다른 새로움을 표방하고 나섰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줘야 하는데 프로그램들 중 상당수가 지상파(공중파)의 카피 수준이다. 확장된 형태의 문화방송이나 또 하나의 지상파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엠비씨에브리원 <서경석의 안티공방전> 1회에 나온 ‘비호감’ 스타가 개그맨 김현철이었다. 그런데 비호감이라면 씹을 때 존재감이 강하거니 진짜 안티가 분명한 사람, 예를 들어 문희준이라든지 이런 사람이 나와서 갑론을박을 해야 재밌는데 1회부터 안티가 모호한 사람이 나왔으니 2회가 기대되겠나. 그냥 수다 떠는 프로그램이 또하나 추가될 것 같은 거다.

문화방송 2군 채널 같기도 하다. 역시 같은 방송의 <시골에서 자자>는 강호동의 <해피선데이-1박2일>과 똑같은 콘셉트인데 그냥 사람만 바뀐 거 같다. 일단 재미가 없는데 꼭 등장인물들의 인지도가 지상파보다 떨어져서만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에이급 스타는 한정돼 있으니 그들을 다 끌어올 수 없는 케이블 프로그램들은 출연자의 스타성에 기대서는 잘될 수가 없다. 꽉 짜인 구성이나 형식으로 어떤 패널이 와도 잘 놀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 티브이엔의 <막돼먹은 영애씨> 출연진을 보면 지상파의 주연급은 하나도 없지만 좋은 각본과 탄탄한 연출로 성공하지 않았나. 지상파의 아류작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패널들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공중파 2군인가, 새로운 케이블 채널인가, 갈피를 잡기 힘든 ‘엠비씨에브리원’의 프로그램들. 〈서경석의 안티공방전〉(사진 위)와 〈시골서 자자〉

기존의 채널들과 다른 각도로 치고 나가야 승산이 있다. 그런 점에 티브이엔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잽을 날려 평균 시청률 4.4%에 올랐는데, 지금의 엠비씨에브리원은 예상 가능한 펀치를 날리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뭘 보여주고 싶은 거냐 묻고 싶다. 차림은 많고 돈도 제법 들인 것 같은데 그게 새로운 맛을 아직 내지는 못하는 거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방송 환경에서는 좀더 긴장하지 않으면 처음 내걸었던 비전이 헛소동으로 끝날 수도 있다. 11월에는 <경인방송>도 개국하는데, 이제 새로 출범하는 방송사는 사람들의 욕구 가운데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공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티브이엔의 송창의 대표는 직원들에게 늘 논란의 중심에 서라고 말한다는데 그 부분에서는 목표를 이루지 않았나.

<경인방송>은 반면교사가 많은 셈

경인방송은 지역 민방이니까 지역과 밀접한 프로그램을 비중 있게 만들어야 하면서 또 서울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늘어나는 채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 다른 케이블 채널과 경쟁해야 한다. 그 두 가지 고민을 잘 풀면 이번에는 성공하겠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40% 이상 한다던데, 다른 케이블 채널들의 최근 1, 2년 실험이 일종의 파일럿 구실을 하겠지.

자주 이야기하는 거지만 시청자로서는 이제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옛날의 6번, 7번, 11번이 아니라 리모컨 계속 누르다가 눈에 띄는 거 본다. 그래서 채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나오고 무엇을 어떻게 다루냐가 관건인 것이다.

여기에 3, 4년 지나면 아이피티브이가 들어오고,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까지 방송 서비스를 할 텐데, 방송 환경이 어떻게 재편성될지 아무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게 보이는 상황에서 기존 방송사들은 콘텐츠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이런 논의를 위한 방송사들의 합의체나 토론기구도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야기가 너무 거창해졌다. 다시 티브이 안으로 들어가면 요새 워낙 사극이 많으니까 나처럼 한복 입은 드라마라고는 <궁>밖에 열성적으로 본 게 없는 시청자들은 질식할 것 같다. 여기 3%의 시청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준 게 한국방송의 <얼렁뚱땅 흥신소>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드라마 <연애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대사발이 좋고 이 드라마에도 나름 명대사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시청률이 못 받쳐 주니까 묻히는 것 같다.

4회까지 했는데 재미있을 듯, 재미있을 듯하면서 아직은 좀 어색하거나 튀는 부분이 있다. 설정도 그렇고, 홍보 방식도 그렇고 ‘작정하고 웃기려는구나’ 하는 인상을 줘서 웃을 준비하고 보는데, 아직은 언제 터질 거냐 기다리고 있는 상태랄까. 하지만 이제야 음모가 나오고 추전 장면이나 조폭도 나오기 시작했으니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렇게 열광할 준비하고 앉아 있는 시청자가 3%인 거지.(웃음) 요즘 사극에 시큰둥한 사람 중에 우진씨처럼 <얼렁뚱땅 흥신소>를 보고 위안을 얻는 파가 있다면 나처럼 아예 지상파를 떠나는 파도 있다. 요새 온스타일을 전보다 훨씬 많이 본다. 아니면 하나티브이로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몰아서 보거나.


너 어제 그거 봤어?

사실 <얼렁뚱땅 흥신소>는 <메리대구 공방전>의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할 만한 요소들이 꽤 많다. <맥가이버>나 <시에스아이>의 주제곡이 각 드라마와 비슷한 상황에서 흘러나온다거나 등장인물 이름이 ‘이산’이라거나 패러디적인 요소도 많고 그런 코드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만하다. 그런데 좀 주춤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아쉽다. 지금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좀더 막 나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그 패러디, 혼자 잘난 척 하는 건 아닌지…

그런데서 한국방송이 가진 어떤 소심함이 드러나는 것 같다. 패러디도 티브이 많이 보는 시청자와 하이파이브하는 분위기로 몰아가야 하는데, 왠지 혼자 “나 티브이 열심히 본다!” 이렇게 말하는 거 같은 거지.(웃음) 거기서 확 나가줘야 뻥 뚫리는데. 사실 예지원, 이민기, 류승수 캐스팅부터 작정한 것처럼 보이지 않나. 이런 인적 자원이라면 좀더 용감하게 나가야지.

배우들은 다들 진짜 잘한다. 연출만 좀더 질러준다면 <메대공>이나 <커피프린스 1호점>에 이은 젊은 명작이 나올 거라고 기대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최악의 (반전없는) 리바이벌

<무한도전> 20일 방송한 ‘육아일기’편

“무한도전의 소재가 본래 즉흥적인 것이 많지만 이번엔 너무 쉽게 갔다. ‘지오디의 육아일기’를 그대로 베꼈는데 원작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리바이벌이다. 분유회사만 좋은 일 시켰다.”(백은하)

“정준하 건으로 인해 눈치 보는 상태가 시청자에게까지 어색함을 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100% 순수하게 놀 마음으로 보는 게 <무한도전>이었는데 이제는 불편하니 즐길 수가 있나.”(차우진)

■ 최고의 (반전을 숨겨둔) 리바이벌

<개그야>의 ‘달려’에서 포카리스웨트 광고를 패러디해 등장하는 소녀.

“긴 머리, 밀짚모자, 귀여운 드레스, 내리막길을 달려오는 자전거 등 광고가 10년 넘게 쌓아온 소녀 이미지의 현신이 등장해 막 나가는 언어로 그 클리셰를 깨버린다. 발칙하고 반역적인 리바이벌!”(백은하)

“예쁜 개그우먼이 생존해온 일반 공식이 누군가의 귀여운 애인이거나 예쁜 바보였다면 이 공식을 배반하고 새롭게 살아남는 방법을 보여준 코너. 그런 소녀라면 실제로 만나보고 싶어요~”(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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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티브이로 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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