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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0.11 15:24 수정 : 2007.10.11 15:52

김국진 / 한겨레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공중파 오락 프로에 복귀한 왕년의 스타 진행자를 향한 우려와 격려

유재석과 강호동. 지지 않는 두 개의 해처럼 현재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을 평정한 진행자들이지만 그들 앞에 지지 않을 해처럼 빛나던 진행자가 있었다. <칭찬합시다> <테마게임> 등 인기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던 김국진도 그 중 하나다. 지난 9월부터 문화방송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지만, 글쎄, 아직까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김국진을 향한 우려와 격려의 메신저를 띄웠다.

차우진 (앞에 놓인 빵을 집으며) 빵 먹으니까 ‘국찐이빵’ 생각난다. 연예인 이름으로 빵 나온 게 핑클빵과 국찐이빵밖에 없었다. 유재석이 아무리 인기 있어도 유재석빵은 안 나오잖나.(웃음) 그만큼 대단한 인기였는데 요즘 ‘라디오 스타’에 나오는 거 보면 다들 안됐다는 반응이다.

백은하 아저씨가 랩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자체로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요즘은 랩이 대세니까 랩을 해야지 이렇게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컴백용으로 너무 센 걸 선택했나?

김국진이 뭔가를 하면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이 어이 없는 표정으로 형님 감 못 잡으시네 하는 식이다. 김국진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림이 너무 이상한 거다. 저기서 저런 대접 받을 사람도 아니고 저렇게 반응할 사람도 아닌데 왜 저래? 하는.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분위기였다. <무한도전>에 정형돈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더한 느낌이랄까.

정형돈은 어리기나 하지.(웃음)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이 김국진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비해 많이 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국진·김용만, 남희석·이휘재, 신동엽·이영자 식으로 두 엠씨가 중심에 서고 패널들은 감초 정도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브레인 서바이버’ 등이 만들어지면서 패널들의 역할이 많이 바뀌고 엠씨와 시청자 간의 관계도 변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이뤄지던 때 공백기가 생긴 게 김국진이다.

본래 김국진은 진행을 하면서도 소시민의 대표 같은 느낌의 편안한 캐릭터였는데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김구라의 멱살을 잡고 있으니까 너무 당황스러운 거지.

<테마게임> 때 소시민 슈퍼맨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이미지 아닌가. 일상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를 도와줄 것 같은 선해 보이는 사람이 막무가내로 누군가를 윽박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스타’는 진행방식이 특히나 거침없지 않나. 김국진의 귀환으로 기대했던 건 ‘형님 왜 이러세요’ 하는 순한 피해자 역할이었는데 거기서 ‘너네들이 나한테 왜 이래’ 식으로 자존심을 세우더라.


라디오 스타 / 문화방송 제공

멱살 잡으면서 또 눈치도 본다.(웃음) 그렇게 예전의 이미지와 낯선 이미지가 부딪히다 보니 약간 야비한 느낌까지 들 때가 있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면서 누군가 자리를 뜨면 그 자리를 차지한다거나 하는.

‘라디오스타’의 재미가 못난 2인자들이 앉아서 세상 뜻대로 안 풀리는 거 투덜거리고 이런 모습을 나름 귀엽게 보는 건데 여기서 정색하고 1인자를 노리는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 밥그릇 찾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게 눈에 너무 보이니까 촌스럽게 느껴진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놀자 분위기인데 말이다.

90년대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왜 연예인들이 나와서 지들끼리 웃고 즐기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한도전>처럼 그런 걸 보면서 거리감을 없애는데 김국진은 그 간극을 못찾는 것 같다.

컴백 프로그램으로 너무 센 걸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에스비에스 <진실게임>처럼 포맷이 안정돼 있고 진행자의 역할이 분명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나 <무한도전>은 오락 프로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 아닌가. 그런데 몸을 던진 건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거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과신한 걸 수도 있다.

순진한 느낌과 미덕 잘 다듬었으면

사실 김국진에 대한 평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안된 거지. 다만 그때는 안돼 보이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진짜로 안돼 보인다.(웃음) 복학한 다음 적응 못하는 예비역 선배 같기도 하고.

지금 김국진에게 필요한 건 어색한 랩 연습처럼 새로운 걸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과거 자신이 보여줬던 장점이 뭔가를 환기하는 게 아닐까.

그런 게 있어야 김국진이라는 아이콘이 지금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대중적으로 소통 가능해질 거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와서 김국진이라고 주장하니까 측은해 보이지만 즐거움을 찾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측은한 걸 보고 싶나.

<테마게임> 에피소드가 또 하나 생각났는데 김국진이 무슨 말이든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으로 나왔다. 지나가다 만난 사람이 ‘아침에 조깅 한번 하자’고 하면 정말 다음날 기다리고 ‘언제 커피 한 잔 해야지’ 하면 매일 전화해서 ‘우리 언제 커피 마시나요’, 그렇게 순진하고 못나가는 동네 아저씨 느낌이 있는데 그런 미덕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잘 다듬었으면 좋겠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

김국진이 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에너지나 분배 능력을 떠올리면 검증받았던 사람이다. 시대가 바뀌고 오락 프로그램의 스타일이 바뀌어도 그것조차 무의미한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에게 줄 재미가 분명히 있을 텐데 그걸 보고 싶은 거다.

지금 메인 엠씨라면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김용만 정도고, 옛날에 메인에 있던 이경실이나 박미선도 케이블로 빠져버린 상태에서 김국진은 메인 엠씨의 가능성이 여전히 없지 않다. 메인과 서브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런데 죽 쑤고 있으니 안타까운 거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나 싶기도 하고.(웃음) 사실 활동 재기 첫 신호탄으로 ‘무릎팍 도사’에 나왔을 때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주지 않았나.

명민하게 계산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여운혁 피디가 김국진 세대에 애정이 많은 것 같고 계속 지지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시청자도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거다.

계산해야 할 타이밍, 강호동을 보라

강호동의 엠씨 스타일을 봐라. 굉장히 무식한 거 같지만 사실은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고 자기를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허술하고 거친 것 같지만 고도의 머리 회전으로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이 움직인다는 걸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오랫동안 정상을 달리는 어마어마한 코미디언 출신 진행자들이 있지 않나. 아카데미 영화제 같은 근사한 행사도 진행을 하고. 3, 4년 인기 반짝하다가 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오래 빛나는 엠씨를 보고 싶다. 김국진이건 유재석이건 말이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반가운 시즌2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2

“시즌1에서는 영애를 설명하게 위해 등장했던 조연들이 시즌2에서 그들 각자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역사가 된다. 오래 가는 시즌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차우진)

“시즌2에 가면 연애를 시작했거나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거나 이런 변화를 기대했는데 영애의 인생은 더 꼬이고 환경은 더 열악해졌고 과거에 대한 미련은 못 버린다. 미련과 후회로 점철된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는 내공이 갈수록 장난 아닌데.” (백은하)

■ 최악의 황당한 시즌2

영화 <색즉시공 시즌2>

“시즌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속편이라는 말로 둔갑한 것인가? ‘시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돼버린 셈인데 갖다 붙일 수는 있지만 잘못된 용어 사용은 오히려 무식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제목은 누구 아이디어? 영화사 사장님 아이디어?”(백은하)

“한주 한편씩 3~4개월 방영하고 이후 재방송하면서 다음 해 새 시즌을 제작하는 미국식 드라마 제작 개념인 시즌제가 사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관행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시즌제를 도입하려면 주 1회 방영 시스템을 도입하든지, 아니면 우리 식의 다른 말을 찾아보든지.”(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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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esc : 티브이로 사우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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