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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진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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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공중파 오락 프로에 복귀한 왕년의 스타 진행자를 향한 우려와 격려
유재석과 강호동. 지지 않는 두 개의 해처럼 현재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을 평정한 진행자들이지만 그들 앞에 지지 않을 해처럼 빛나던 진행자가 있었다. <칭찬합시다> <테마게임> 등 인기 프로그램의 중심에 섰던 김국진도 그 중 하나다. 지난 9월부터 문화방송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지만, 글쎄, 아직까지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가 김국진을 향한 우려와 격려의 메신저를 띄웠다.
차우진 (앞에 놓인 빵을 집으며) 빵 먹으니까 ‘국찐이빵’ 생각난다. 연예인 이름으로 빵 나온 게 핑클빵과 국찐이빵밖에 없었다. 유재석이 아무리 인기 있어도 유재석빵은 안 나오잖나.(웃음) 그만큼 대단한 인기였는데 요즘 ‘라디오 스타’에 나오는 거 보면 다들 안됐다는 반응이다.
백은하 아저씨가 랩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 자체로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요즘은 랩이 대세니까 랩을 해야지 이렇게 무리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
컴백용으로 너무 센 걸 선택했나?
차 김국진이 뭔가를 하면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이 어이 없는 표정으로 형님 감 못 잡으시네 하는 식이다. 김국진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그림이 너무 이상한 거다. 저기서 저런 대접 받을 사람도 아니고 저렇게 반응할 사람도 아닌데 왜 저래? 하는.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분위기였다. <무한도전>에 정형돈이 처음 나왔을 때보다 더한 느낌이랄까.
백 정형돈은 어리기나 하지.(웃음)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방식이 김국진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비해 많이 변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김국진·김용만, 남희석·이휘재, 신동엽·이영자 식으로 두 엠씨가 중심에 서고 패널들은 감초 정도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브레인 서바이버’ 등이 만들어지면서 패널들의 역할이 많이 바뀌고 엠씨와 시청자 간의 관계도 변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이뤄지던 때 공백기가 생긴 게 김국진이다.
차 본래 김국진은 진행을 하면서도 소시민의 대표 같은 느낌의 편안한 캐릭터였는데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 김구라의 멱살을 잡고 있으니까 너무 당황스러운 거지.
백 <테마게임> 때 소시민 슈퍼맨을 연기한 적이 있는데 딱 그런 이미지 아닌가. 일상적이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를 도와줄 것 같은 선해 보이는 사람이 막무가내로 누군가를 윽박지르는 게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라디오스타’는 진행방식이 특히나 거침없지 않나. 김국진의 귀환으로 기대했던 건 ‘형님 왜 이러세요’ 하는 순한 피해자 역할이었는데 거기서 ‘너네들이 나한테 왜 이래’ 식으로 자존심을 세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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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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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멱살 잡으면서 또 눈치도 본다.(웃음) 그렇게 예전의 이미지와 낯선 이미지가 부딪히다 보니 약간 야비한 느낌까지 들 때가 있다. 그 자리에 어울리지 못하면서 누군가 자리를 뜨면 그 자리를 차지한다거나 하는.
백 ‘라디오스타’의 재미가 못난 2인자들이 앉아서 세상 뜻대로 안 풀리는 거 투덜거리고 이런 모습을 나름 귀엽게 보는 건데 여기서 정색하고 1인자를 노리는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 밥그릇 찾겠다고 아등바등하는 게 눈에 너무 보이니까 촌스럽게 느껴진다.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놀자 분위기인데 말이다.
차 90년대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큰 비판은 왜 연예인들이 나와서 지들끼리 웃고 즐기냐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한도전>처럼 그런 걸 보면서 거리감을 없애는데 김국진은 그 간극을 못찾는 것 같다.
백 컴백 프로그램으로 너무 센 걸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만약 에스비에스 <진실게임>처럼 포맷이 안정돼 있고 진행자의 역할이 분명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잘했을 것 같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나 <무한도전>은 오락 프로의 최전선에 있는 작품들 아닌가. 그런데 몸을 던진 건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거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과신한 걸 수도 있다.
순진한 느낌과 미덕 잘 다듬었으면
차 사실 김국진에 대한 평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안된 거지. 다만 그때는 안돼 보이는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진짜로 안돼 보인다.(웃음) 복학한 다음 적응 못하는 예비역 선배 같기도 하고.
백 지금 김국진에게 필요한 건 어색한 랩 연습처럼 새로운 걸 개발하는 게 아니라 과거 자신이 보여줬던 장점이 뭔가를 환기하는 게 아닐까.
차 그런 게 있어야 김국진이라는 아이콘이 지금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대중적으로 소통 가능해질 거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와서 김국진이라고 주장하니까 측은해 보이지만 즐거움을 찾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측은한 걸 보고 싶나.
백 <테마게임> 에피소드가 또 하나 생각났는데 김국진이 무슨 말이든 있는 그대로 믿는 사람으로 나왔다. 지나가다 만난 사람이 ‘아침에 조깅 한번 하자’고 하면 정말 다음날 기다리고 ‘언제 커피 한 잔 해야지’ 하면 매일 전화해서 ‘우리 언제 커피 마시나요’, 그렇게 순진하고 못나가는 동네 아저씨 느낌이 있는데 그런 미덕을 요즘 시대에 맞게 잘 다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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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사진 오른쪽)과 차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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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김국진이 전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에너지나 분배 능력을 떠올리면 검증받았던 사람이다. 시대가 바뀌고 오락 프로그램의 스타일이 바뀌어도 그것조차 무의미한 건 아니라고 본다. 우리에게 줄 재미가 분명히 있을 텐데 그걸 보고 싶은 거다.
백 지금 메인 엠씨라면 유재석과 강호동, 그리고 김용만 정도고, 옛날에 메인에 있던 이경실이나 박미선도 케이블로 빠져버린 상태에서 김국진은 메인 엠씨의 가능성이 여전히 없지 않다. 메인과 서브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그런데 죽 쑤고 있으니 안타까운 거다. 주변에 사람들이 없나 싶기도 하고.(웃음) 사실 활동 재기 첫 신호탄으로 ‘무릎팍 도사’에 나왔을 때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주지 않았나.
차 명민하게 계산을 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본다. 어떻게 보면 여운혁 피디가 김국진 세대에 애정이 많은 것 같고 계속 지지해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시청자도 기다려줄 수만은 없는 거다.
계산해야 할 타이밍, 강호동을 보라
백 강호동의 엠씨 스타일을 봐라. 굉장히 무식한 거 같지만 사실은 매우 영리한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취하고 자기를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허술하고 거친 것 같지만 고도의 머리 회전으로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이 움직인다는 걸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차 미국이나 일본을 보면 오랫동안 정상을 달리는 어마어마한 코미디언 출신 진행자들이 있지 않나. 아카데미 영화제 같은 근사한 행사도 진행을 하고. 3, 4년 인기 반짝하다가 지는 게 아니라 그렇게 오래 빛나는 엠씨를 보고 싶다. 김국진이건 유재석이건 말이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반가운 시즌2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2
“시즌1에서는 영애를 설명하게 위해 등장했던 조연들이 시즌2에서 그들 각자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역사가 된다. 오래 가는 시즌 드라마를 보게 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차우진)
“시즌2에 가면 연애를 시작했거나 대기업으로 이직을 했거나 이런 변화를 기대했는데 영애의 인생은 더 꼬이고 환경은 더 열악해졌고 과거에 대한 미련은 못 버린다. 미련과 후회로 점철된 인생이라는 걸 보여주는 내공이 갈수록 장난 아닌데.” (백은하)
■ 최악의 황당한 시즌2
영화 <색즉시공 시즌2>
“시즌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속편이라는 말로 둔갑한 것인가? ‘시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돼버린 셈인데 갖다 붙일 수는 있지만 잘못된 용어 사용은 오히려 무식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제목은 누구 아이디어? 영화사 사장님 아이디어?”(백은하)
“한주 한편씩 3~4개월 방영하고 이후 재방송하면서 다음 해 새 시즌을 제작하는 미국식 드라마 제작 개념인 시즌제가 사실 한국의 드라마 제작 관행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시즌제를 도입하려면 주 1회 방영 시스템을 도입하든지, 아니면 우리 식의 다른 말을 찾아보든지.”(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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