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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9.05 16:58 수정 : 2007.09.09 15:41

<쇼바이벌> 문화방송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정통사극 <왕과 나>와 퓨전사극 <향단전>의 경쟁도 볼 만 하네

한국형 <아메리칸 아이돌>을 꿈꾸는 <쇼바이벌>(문화방송)이 초기의 비판을 자양분 삼아 의미 있는 성취를 조금씩 이뤄가고 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부활돼도 <쇼바이벌>은 살아남을까. “음악은 잘 모르지만” 귀 밝은 칼럼니스트 정석희(사진 오른쪽)씨와 드라마와 패션쇼 등에서 음악 코디네이터로 활동해온 조진국 작가가 <쇼바이벌>과 함께 음악도 고풍스러운 정통 사극 <왕과 나>(에스비에스), 그리고 음악마저 경쾌한 퓨전 사극 <향단전>을 비교했다.

조진국 주말에 <쇼바이벌>을 보다가 눈물 날 뻔했다. 신인 가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더라. 심사위원들을 보면서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세 심사위원이 떠올랐다. 비슷한 역할 분담이랄까.

정석희 양희은이 투입되면서 무서운 대모 역할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부드럽고 격려를 잘 해주더라. 또 본래는 정원관이 좀 센 역할이었는데 신해철이 오면서 바뀌었다. 그렇게 역할 조정을 해나가는 거 같다.

심사위원도 캐릭터를 가지는 시대

옛날에는 심사위원들이란 단순히 자기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이들도 다 캐릭터를 가지는구나, <무한도전>처럼 말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시청자들이 좋은 의견을 내면 빨리 수용을 한다. 프로그램 초기에 했던 룰렛게임에 대한 반발이 크니까 폐지했고, 음악을 모르는 이윤석이 심사위원 하는 것에 비판이 나오니까 현장 진행자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지난주 이영자가 신해철한테 랩 해보라고 시킨 건 너무했다. 유머로 받아치긴 했지만.

신해철도 기분 안 좋아 보이던데.

시청자가 더 기분 나쁘더라. 밤무대처럼 진행하지 마라, 혼자 분위기 주도하려고 하지 마라, 시청자 의견이 꾸준히 올라오는데 이영자만 개선이 안 된다.

그런데 이런 장면, 세이가 좋은 점수를 받고 옛날 생각하며 우니까 이영자가 티브이 나오고 집에서 뭐가 달라졌어요? 고기 반찬이요, 이런 식으로 슬픈 분위기를 확 틀어서 인간적으로 가져가는 건 이영자의 장점이다.

신해철은 똑똑하게 할말을 잘하더라. 그러니까 심하게 말해도 공감된다. 다른 팀에 밀려도 태연하던 스윗소로우가 신해철 앞에서는 말을 더듬더라.

그만큼 실력이 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번 주 <쇼바이벌>은 너무 신해철에 초점을 맞춘 거 아닐까. 출연자들이 존경하는 사람도 신해철, 닮고 싶은 사람도 신해철, 이러니까 양희은, 정원관에게 내가 다 미안해질 정도였다.(웃음) 신해철 입장에서도 난처했을 거다.

시청률은 잘 안 나온다던데 그래도 오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부활하면 이런 프로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얼마 전 신해철 인터뷰를 봤는데 순위 프로그램이 생기면 방송국이 섭외로 장난치고 가수들은 헐값에 고생만 하게 될 거라고 우려하더라.

하지만 난 찬성이다. <가요톱텐> 진짜 재미있지 않았나. 문제는 순위의 공정성이다. 미국의 빌보드나 일본 오리콘 차트처럼 앨범 판매나 다운로드 조회수 등으로 순위 조건을 제한시켜서 엄정하게 심사했으면 한다.

가요순위 프로그램, 찬성하십니까?

그래도 한국에서는 아이돌 스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개인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라 아이들이 주민등록번호 기록을 대량으로 입수해 밤새도록 조회수나 다운로드 수를 늘리는 일도 많다고 하던데.

아이돌 스타라고 막을 수는 없는 거고, 좋은 가수들 음악은 팔리니까 공정하기만 하면 된다. 인터넷이나 네티즌 조작을 막을 수 있는 투명한 잣대도 필요하겠다.

작가부터, 감독, 배우들까지 안 되려야 안 될 수 없을 것 같은 드라마 <왕과 나>가 지난주에 드디어 시작했다. 역시나 작은 배역까지 유명하지 않은 사람이 없더라.

에스비에스 제공
<여인천하> 만들었던 김재형 피디부터 전광렬, 전인화 등등 사극의 드림팀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음악을 잘 모르지만 화면 중간에 계속 깔리는 음악이 ‘띠리링~’ 하는 옛날 사극 분위기더라. 복고적 분위기를 주려고 한 건지.

음악도 그렇고 정통 사극을 표방한 거 같다. 재미있는데 나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할 것 같다. 극본, 연출, 연기 다 좋은데 신선하다기보다 웰메이드 느낌이라고 할까. 김재형 피디의 <여인천하>를 무지 좋아했는데, 뭐랄까 <여인천하>의 세련됨은 있지만 그때의 발칙함 같은 건 별로 안 보였다. 내시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감도 아직은 드러나지 않고.

내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많이 나왔는데 어릴 적 신성일 주연의 <내시>를 봤을 때 내시와 궁녀와의 사랑 이야기가 묘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금기의 이야기 아닌가. 그걸 기억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인 것 같다.

모범답안 같은 사극이고 번듯하게 포장해서 슈퍼에서 파는 음식인데 불량식품이 주는 알싸한 맛은 없는 거지. 그에 비하면 <향단전>은 웰메이드는 아니지만 온갖 시도들이 다 들어 있더라.

상을 받는 신인 작가 대본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욕심껏 쏟아부은 티가 난다. 캐릭터만 해도 춘향, 심청, 홍길동, 장화, 홍련까지 등장하지 않나.

장화, 홍련 귀신이 지붕에 앉아 이야기하다가 장화가 “저 남자 지금 좋아하는 여자 이름 부를 거다” 말한 직후 이몽룡이 “향단아” 부르니까 홍련이가 “야, 너 귀신이다” 이러는 데 뒤짚어졌다. 유머 코드가 젊다.

<메리대구공방전> 같은 사극이라고 할까. 그러면서도 몇몇 대사들은 가슴 짠하고 젊으면서도 깊이가 없지 않다. 음악이 <환상의 커플>과 비슷한 느낌이라 찾아봤더니 <환커> 연출했던 김상호 피디더라.

그래? <환커> 때는 대본 쓴 홍 자매(홍정은·홍미란)에게만 관심이 모였는데 연출력도 대단한 거다. 대본의 120%를 소화했으니까. <환커>도 그랬고 <향단전> 음악도 좋았다.

그런데 2부작이라 홍보가 거의 없는데다 <왕과 나>와 붙어서 너무 조용히 끝났다. 차라리 추석특집극으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원작에서는 춘향이 미인이고, 향단이 못생긴 푼수 아닌가. 그런데 자리가 바뀌니 향단이가 예쁘고 춘향이가 별로다. 결국 예쁜 여자가 사랑받는 거지.

나는 외모지상주의를 나무랄 수가 없는 게 내 딸이 길 갈 때 못생기거나 눈빛이 음침한 사람이 보면 기분 나쁘고 훤하게 생긴 사람이 보면 괜찮다.(웃음) 어느 정도의 외모지상주의는 본능이 아닐까.

못 생긴 애들이 잘 되는 드라마는 없나

문화방송 제공
<왕과 나>라면 이런 생각도 안 들 텐데 발칙하고 비틀기가 있으니까 아쉬움도 생기는 거다. <어글리 베티> 보면 처음엔 못 봐주게 못생긴 아이가 하는 짓 보면서 점점 사랑스럽고 귀여워지지 않나. 개인적으로는 못생긴 애들이 잘되는 드라마도 보고 싶다.

이만해도 훌륭하지. 소장해서 보고 싶은 영화 같은 드라마다.

조 요새 1, 2부작이나 3, 4부작 드라마가 종종 만들어지는데, 신인 작가나 감독, 배우들이 용감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장인 것 같다. 새로운 걸 보고 싶은 시청자 처지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대사

“춘향 아가씨와 몽룡 도련님의 오작교가 되어야 해. 그래야 (도련님을) 옆에서 모실 수 있잖아.”<향단전> 1부에서 향단이의 독백.

“톡톡 튀는 드라마에서 가끔씩 나오는 이런 애절한 대사가 드라마의 넓이와 깊이를 느껴지게 했다.”(정석희)

“제대로 된 비빔밥이랄까. 웃음과 슬픔, 내가 아는 고전들이 다 뒤섞이면 색다른 맛을 내는 요리가 나왔다.”(조진국)

■ 최악의 대사

<무한도전> ‘박명수의 거성쇼’에서 박명수가 동료들에게 퍼부은 막말.

“막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웃기는 막말과 불쾌한 막말.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박명수식으로 호통쳐줘야 하지 않을까.”(조진국)

“뒷부분 유재석의 박명수 흉내와 대비효과를 노린 것 같은데 유재석만 남는 장사했다.”(정석희)

너 어제 그거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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