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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7.04 21:40 수정 : 2007.07.04 21:52

에스비에스, 문화방송 제공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치맛바람이 TV를 휘감은 <강남엄마…>와 <천일야화>, 그리고 <불만제로>

강남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텔레비전 화면을 휘감고 있다. 논란 속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강남주부를 첫회 소재로 삼은 심리극장 <천인야화>를 20년차 강남 엄마 정석희씨(칼럼니스트)와 강북 총각 조진국씨(시나리오 작가,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저자)가 짚어봤다. 또 두 사람은 문화방송 소비자 정보프로그램 <불만제로>에 ‘불만제로’의 호감을 표시했다.

조진국 처음엔 <강남엄마 때려잡기>라고 제목을 잘못 알아들어서 시트콤인 줄 알았다.(웃음) 일단 우리만의 특색 있는 소재를 발굴한 건 좋더라. 부정할 수 없는 리얼리티도 있고.

정석희 예고편에서 등장인물들이 악다구니치는 모습을 보면서 뜨끔했다. 옛날에 놀던 애가 놀던 시절 이야기 나오면 민망한 거 있지 않나.(웃음) 강남엄마로 애들 대학까지 보내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이제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되니까 옛날의 치부를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보기 불편했다.

강남 아이들은 그렇게 공부 안해

강남 엄마 아니라도 불편한 것이, 마치 불륜 드라마의 모텔방을 보는 것 같은 선정성이 있다. 사회적인 불륜이라고 할까. 또 드라마의 미덕이라면 정육점 고기라도 국거리용이나 구이용으로 포장해 주는데, 그냥 날고기 덩어리가 드러난 것같은 느낌이다.

지금의 강남 현실을 보여 주기에는 오류가 너무 많다. 일단 강남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그렇게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안 한다. 엎드려 자다가 다 학원가서 공부하지.(웃음) 오히려 드라마처럼 강남 엄마들이 학교에서 난리 피우던 건 10년 전 이야기다.

주인공(하희라)이 너무 무례하고 무식하게 나와서 싫더라. 하숙생 서상원(유준상)이 호스트바를 다닐지 모른다는 친구 말을 듣고 그의 방을 뒤지는데, 외출한 것도 아니고 화장실 갔을 때 뒤진다. 그러고 나서 태연하게 주인이 불시점검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확 깨더라.

차라리 시트콤식으로 풀어갔다면 재미로 봤을 텐데, 계속 리얼한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니까 자꾸 거슬린다. 자식 교육에 관심 많다는 엄마가 교과서가 여러 가지라는 것도 모르고 선생님한테 촌지 넣을 봉투 달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 없지 않나?

이렇게 가다가 하희라가 뭔가 깨달으면서 끝날 거라는 느낌이 오는데, 계속 세게 밀어붙이다가 마지막에 이건 아니다라고 하면 나쁜 일 실컷 하다가 마지막에 교회 가서 회개하거나 실컷 놀다가 이제 공부하자는 것처럼 허탈할 거 같다.(웃음)

이 드라마식으로 굳이 강남북을 가르자면 10년 전, 15년 전에는 정말 강남과 강북이 달랐다. 그때 시댁은 필동이고 우리집은 강남이었는데, 아이들 차림새도 강남은 힙합 바지, 강북은 꼭 끼는 복고바지 식으로 다리 건너면 모든 게 확 바뀌었다. 그때 수유리에서 강남으로 이사 온 조카는 반 친구들한테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하면 뭐 그런 걸 들어, 이런 말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더라.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때문에 이런 구분이나 강남, 강북 차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강남현상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고 드라마가 이런 사회적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건 좋게 본다. 풀어가는 방식이 좀 아쉬운 거지. 오히려 이런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았을 텐데 ….

강남을 다룬 <천인야화> 1회는 이 드라마와 내용이나 스타일이 거의 똑 같더라. 마치 드라마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더 심한 오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놀라웠던 건 출연자들이 눈에 가면을 쓰고 나오더라. 범죄자 사진보면 눈에 까만 테이프를 붙이지 않나. 그게 생각나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왜 맨얼굴에 이야기를 못하는 걸까, 딱하다 싶기도 하고.(웃음)

어떤 출연자가 강남으로 이사 왔더니 의사, 판검사가 한 아파트에 그렇게 많더라면서 자기 수준도 격상된 거 같다고 하던데, 어이없는 이야기다.

돈 많은 친구 만난다고 내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아들이 구정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씨디피를 들고 다녔다. 그래서 체육 시간 있는 날은 누가 집어갈지도 모르니까 가져가지 말라고 하니까, 엄마, 삼성 거를 누가 가져가? 하더라. 돈 많은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는 게 강남이기도 하다.

만약 이 드라마의 후일담을 만든다면 결국 하희라가 행복해질까 의문스럽다. 저렇게 키워서 유학 보내고 부잣집 딸한테 장가 보낸다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씁쓸하고 짠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천인야화> 출연한 아줌마들한테도 행복한가요? 묻고 싶더라.

맨날 골프 하고, 옷 사고, 비싼 거 먹으러 다니고, 이런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지, 아무튼 <천인야화>의 눈 가린 출연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웃음)

박해미씨를 좋아하는데 첫회에서는 역할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아쉽기도 했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과감한 질문도 던졌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 박해미스러움이 좀더 녹아들어가면 좋겠다.

최근에 <불만제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넥타이 맨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소재를 캐주얼한 생활 프로그램으로 가져 온 것도 신선하고.

자장면집들이 난리가 났다

우연히 처음 본 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약 사는 에피소드였다. 사람들이 저렇게 순진한가 싶던데 역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오히려 생활에 와닿는 문제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마뜩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던 <가족애 발견>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프로그램이라 그랬다. 그런데 표백제 덩어리 중국산 나무 젓가락을 보면서 시선을 뗄 수가 없더라.

젓가락을 물에 넣으면 물고기가 죽더라.

자장면 한 그릇에 조미료 두 숟가락 퍼넣는 건 어떤가?

(눈 동그래지며) 정말인가! 그건 못봤는데?

사진 박미향 기자

자장면집들이 난리가 났다. 근데 방송이 사람 끌고 당기는 게 대단해서 이런 거 보면 다신 못 먹을 거 같아도 <환상의 커플> 보면 또 언제 그랬나 싶게 자장면 먹고 싶지 않나.(웃음)

사실 나는 음식은 웬만하면 다 먹는다. 언제는 커피가 좋다, 언제는 커피가 나쁘다, 연구 결과도 맨날 다르게 나오니까 어떤 실험 결과도 별로 믿기지 않는다.

갈비탕편 봤으면 그렇게 얘기 못할 거다.(웃음) 중국 사람도 안 먹는다는 저질 고기 보관창고를 여는 순간 냄새가 진동하는데, 보기만 해도 역한 냄새가 나는 거 같더라. 그걸로 만든 캔 갈비탕을 우리가 먹는 거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나쁜 건 다 중국산으로 몰고가는 경향도 있지 않나. 우리 나라에도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차라리 그런 문제들을 좀더 파헤쳤으면 좋겠다.

맞다. 중국산 찐 쌀이나 갈비탕이 일본에서는 수입이 금지돼있다더라. 사실 그걸 수입하도록 허락하는 우리 정부나 식약청이 더 문제다. 또 좋은 프로그램이기는 한데, 만두 파동 때처럼 제대로 음식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든다.

이러면 어떨까? 단지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제대로 하는 사람들, 좋은 것도 보여주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다. 그럼 더 좋을 것 같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캐릭터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서상원(유준상)

“유준상이 이 드라마에서 자기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편할 수 밖에.”(정석희)

“느낌표들이 만발하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그가 나오는 장면만 쉼표가 되는 같아 즐거웠다.” (조진국)

■ 최악의 캐릭터

<강남엄마 따라잡기>의 현민주(하희라)

“주인공에게 호감이 생겨야 드라마를 좋아할 수도 있는데 아직까지는 별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조진국)

“엄마만 믿고 따라오라는 사람이 현실도 모르고, 자식도 모르고, 예의도 모른다. 믿을 수가 있나”(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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