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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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치맛바람이 TV를 휘감은 <강남엄마…>와 <천일야화>, 그리고 <불만제로>
강남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텔레비전 화면을 휘감고 있다. 논란 속에 화제를 뿌리고 있는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와 강남주부를 첫회 소재로 삼은 심리극장 <천인야화>를 20년차 강남 엄마 정석희씨(칼럼니스트)와 강북 총각 조진국씨(시나리오 작가, <고마워요, 소울메이트> 저자)가 짚어봤다. 또 두 사람은 문화방송 소비자 정보프로그램 <불만제로>에 ‘불만제로’의 호감을 표시했다.
조진국 처음엔 <강남엄마 때려잡기>라고 제목을 잘못 알아들어서 시트콤인 줄 알았다.(웃음) 일단 우리만의 특색 있는 소재를 발굴한 건 좋더라. 부정할 수 없는 리얼리티도 있고.
정석희 예고편에서 등장인물들이 악다구니치는 모습을 보면서 뜨끔했다. 옛날에 놀던 애가 놀던 시절 이야기 나오면 민망한 거 있지 않나.(웃음) 강남엄마로 애들 대학까지 보내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이제 뭐가 문제인지 알게 되니까 옛날의 치부를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보기 불편했다.
강남 아이들은 그렇게 공부 안해
조 강남 엄마 아니라도 불편한 것이, 마치 불륜 드라마의 모텔방을 보는 것 같은 선정성이 있다. 사회적인 불륜이라고 할까. 또 드라마의 미덕이라면 정육점 고기라도 국거리용이나 구이용으로 포장해 주는데, 그냥 날고기 덩어리가 드러난 것같은 느낌이다.
정 지금의 강남 현실을 보여 주기에는 오류가 너무 많다. 일단 강남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그렇게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안 한다. 엎드려 자다가 다 학원가서 공부하지.(웃음) 오히려 드라마처럼 강남 엄마들이 학교에서 난리 피우던 건 10년 전 이야기다.
조 주인공(하희라)이 너무 무례하고 무식하게 나와서 싫더라. 하숙생 서상원(유준상)이 호스트바를 다닐지 모른다는 친구 말을 듣고 그의 방을 뒤지는데, 외출한 것도 아니고 화장실 갔을 때 뒤진다. 그러고 나서 태연하게 주인이 불시점검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데, 확 깨더라.
정 차라리 시트콤식으로 풀어갔다면 재미로 봤을 텐데, 계속 리얼한 이야기라는 걸 강조하니까 자꾸 거슬린다. 자식 교육에 관심 많다는 엄마가 교과서가 여러 가지라는 것도 모르고 선생님한테 촌지 넣을 봉투 달라고 하는 건 어처구니 없지 않나?
조 이렇게 가다가 하희라가 뭔가 깨달으면서 끝날 거라는 느낌이 오는데, 계속 세게 밀어붙이다가 마지막에 이건 아니다라고 하면 나쁜 일 실컷 하다가 마지막에 교회 가서 회개하거나 실컷 놀다가 이제 공부하자는 것처럼 허탈할 거 같다.(웃음)
정 이 드라마식으로 굳이 강남북을 가르자면 10년 전, 15년 전에는 정말 강남과 강북이 달랐다. 그때 시댁은 필동이고 우리집은 강남이었는데, 아이들 차림새도 강남은 힙합 바지, 강북은 꼭 끼는 복고바지 식으로 다리 건너면 모든 게 확 바뀌었다. 그때 수유리에서 강남으로 이사 온 조카는 반 친구들한테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하면 뭐 그런 걸 들어, 이런 말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더라.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때문에 이런 구분이나 강남, 강북 차이도 없어졌다.
조 그래도 강남현상이라는 게 엄연히 존재하고 드라마가 이런 사회적 이슈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건 좋게 본다. 풀어가는 방식이 좀 아쉬운 거지. 오히려 이런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자는 식으로 접근했으면 좋았을 텐데 ….
정 강남을 다룬 <천인야화> 1회는 이 드라마와 내용이나 스타일이 거의 똑 같더라. 마치 드라마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더 심한 오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조 놀라웠던 건 출연자들이 눈에 가면을 쓰고 나오더라. 범죄자 사진보면 눈에 까만 테이프를 붙이지 않나. 그게 생각나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왜 맨얼굴에 이야기를 못하는 걸까, 딱하다 싶기도 하고.(웃음)
정 어떤 출연자가 강남으로 이사 왔더니 의사, 판검사가 한 아파트에 그렇게 많더라면서 자기 수준도 격상된 거 같다고 하던데, 어이없는 이야기다.
조 돈 많은 친구 만난다고 내가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
정 아들이 구정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씨디피를 들고 다녔다. 그래서 체육 시간 있는 날은 누가 집어갈지도 모르니까 가져가지 말라고 하니까, 엄마, 삼성 거를 누가 가져가? 하더라. 돈 많은 사람도 많지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낄 수 있는 게 강남이기도 하다.
조 만약 이 드라마의 후일담을 만든다면 결국 하희라가 행복해질까 의문스럽다. 저렇게 키워서 유학 보내고 부잣집 딸한테 장가 보낸다고 자신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씁쓸하고 짠해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천인야화> 출연한 아줌마들한테도 행복한가요? 묻고 싶더라.
정 맨날 골프 하고, 옷 사고, 비싼 거 먹으러 다니고, 이런 걸 자랑으로 생각하는지, 아무튼 <천인야화>의 눈 가린 출연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출연했는지 모르겠다.(웃음)
조 박해미씨를 좋아하는데 첫회에서는 역할이 너무 형식적이어서 아쉽기도 했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과감한 질문도 던졌으면 좋았을텐데, 앞으로 박해미스러움이 좀더 녹아들어가면 좋겠다.
정 최근에 <불만제로>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넥타이 맨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소재를 캐주얼한 생활 프로그램으로 가져 온 것도 신선하고.
자장면집들이 난리가 났다
조 우연히 처음 본 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약 사는 에피소드였다. 사람들이 저렇게 순진한가 싶던데 역으로 순진한 사람들을 위해서 이렇게 사소해 보이지만 오히려 생활에 와닿는 문제들을 파헤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 같다.
정 사실 처음에는 마뜩지 않았는데 내가 좋아하던 <가족애 발견>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선 프로그램이라 그랬다. 그런데 표백제 덩어리 중국산 나무 젓가락을 보면서 시선을 뗄 수가 없더라.
조 젓가락을 물에 넣으면 물고기가 죽더라.
정 자장면 한 그릇에 조미료 두 숟가락 퍼넣는 건 어떤가?
조 (눈 동그래지며) 정말인가! 그건 못봤는데?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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