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에스비에스,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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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경쾌한 역사물 <경성 스캔들>을 보다가 확 깬 이유는?
텔레비전은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나간 시절을 호출해 어린 시절 먹던 뽑기나 달고나처럼 추억의 입맛을 자극한다. 1930년대의 발칙한 연애담을 그린 한국방송의 <경성 스캔들>과 70~8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에스비에스의 <옛날 티브이>의 차진 맛을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과 차우진 기자가 곱씹어봤다. 현란한 말발로 부흥기를 맞이한 <개그 콘서트>의 새 코너들도 짚어봤다.
백은하 <경성 스캔들>이 시청률도 괜찮게 나오면서 젊은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로 부상하고 있다.
차우진 요새 영화 <모던 보이>나 <경성 스캔들>처럼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서 기대가 컸는데 방영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된다고 할까, 호감이 가지 않더라.
백 세대적 차이도 있을 거다. 민족, 국가, 역사 같은 것에 대해 이데올로기적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은 불편할 수 있다. 드라마 첫부분에 선우완(강지환)이 “조국, 해방, 독립, 자유, 투쟁, 그딴 거 개나 줘버려”라고 말하고 클럽에 들어가서 스윙 음악에 맞춰 미친 듯이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가 위기에 처해있는 시절에도 여전히 청춘과 연애는 꿈틀거렸다는 드라마의 기획 의도는 발랄한데 만듦새가 좀 너무 쉽게 갔다.
1930년대에 “쪽팔린다”고 말하다니…
차 그 시대를 그런 식으로 다룬 건 용기 있기도 하고 나름 기념비적인 작품인데 말투 같은 데서 시대적인 멋스러움을 살리지 못한 건 아쉽다. 백 <대장금> <주몽>처럼 최근 히트 친 사극이나 시대극들이 현대어를 과감하게 사용해서 이 드라마도 그런 방식을 가져온 건데, 이 경우는 그 시대의 말을 쓰는 게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차 이처럼 시대극이나 시대를 다룬 소설이 무거운 주제나 역사성을 벗어나기 시작한 건 2000년대부터다. <경성 스캔들>의 원작인 <경성애사>를 쓴 이선미 작가를 비롯해 이런 걸 창작한 세대는 주로 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80년대의 시대적 아우라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역사를 바라볼 때도 이데올로기 대신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 그런 흐름이 이제는 대세가 되다 보니 역사를 꼬거나 비틀어 보는 게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 <경성 스캔들>은 기획 의도가 너무 명백하게 보인다는 게 드라마를 다소 싱겁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다. 차 연기도 만화 같은 재미가 있고 음악도, 옷도 괜찮다 이런 식으로 보다가 어느 순간 확 깨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를테면 ‘쪽팔리다’ ‘쌩깐다’ 이런 말들이 툭툭 나올 때다. 또 30년대는 어떤 면에서 현대사 가운데 가장 개방적이면서도 혁명적인 기운 같은 게 있었는데 이런 걸 사실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니까 너무 단순하기도 하고. 백 나름 ‘연애혁명’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 텐데. 일제시대라면 유관순이 나와야 한다는 식의 역사의 무게에 짓눌릴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시대에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려면 시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그게 빠져 있으니까 재밌게 보다가도 씁쓸한 느낌이 든다. 차 코미디를 보다가도 감동 받을 때가 있고 눈물 날 때가 있지 않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경우가 그런데 <경성 스캔들>도 그처럼 시대적인 공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잡아내면 더 재밌을 것 같다. 백 <경성 스캔들>처럼 최근 시작한 에스비에스 <옛날 티브이>도 과거를 소재로 삼는 코미디 쇼다. 블로깅하다 보면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콘텐츠가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의 외화 시리즈’ 같은 건데 <옛날 티브이>가 이처럼 유년의 추억을 다시 즐겼으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본격적으로 끌어왔다. <옛날 티브이>에서 왕영은·배철수 보고파 차 형식적으로 리얼리티 쇼인데다가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한 아이템이라는 것도 재미있다. 옛날에 열악했던 방송이나 매체 환경을 세트에서 라이브로 재현한다. 백 옛날에 우리가 봤던 게 세트 위라면 세트 밖은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눈앞에 펼쳐준다. ‘스리랑 부부’를 재현하는데 김미화가 나오고 기상캐스터 김동완이 나와서 옛날에 했던 일기예보를 재현하는 것도 재미있다.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만 알아보는 표지 같은 걸 만들려 하는 것 같다. 차 요새 오락프로그램이 공격적으로 변하는 것만 보다가 뭐랄까 예의바른 프로그램을 보니까 나름 신선하더라. <느낌표>류의 건전함은 닭살이고, 또 케이블 오락프로처럼 독해지려니 답이 안 나오고,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나온 작품이 아닐까 싶다. 향수와 예의바름을 적절하게 조합한 건데 그런 면에서 유재석이라는 진행자가 딱이다. 백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에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명화극장의 예고해설을 하던 정영일 선생인데 세상을 떠서 안타까울 뿐이다. 차 <젊음의 행진>의 왕영은을 다시 보고 싶다. 그 뒤에서 연주하던 송골매도. 그때 배철수가 연주하다 감전돼서 쓰러지지 않았나. 백 기억난다.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해프닝으로 끝났으니 재현을 해도 재밌을 거 같고. 그런 걸 기억하는 사람들이 보면 그 시대와 티브이를 둘러싼 개인적 소사까지 떠올리게 되는 즐거움이 있다. 차 <호랑이 선생님>의 배우들도 보고 싶고, 미사리의 가수들만 불러올 게 아니라 그 시대의 티브이 아이콘이었던 사람들을 끌어냈으면 좋겠다. 백 개그 프로그램이 다시 재미있어졌다. 요새 <개그 콘서트>를 보면 오래된 시스템의 힘이 탄탄한 연기력과 말발을 갖춘 스타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이 든다. ‘까다로운 변선생’ 좋아 죽는다(웃음). 또 ‘내 인생 내기 걸었어’의 김형사도 예술이다. 차 <개그 콘서트>는 탄탄하게 잘 쌓아올린 탑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개콘>보다 <웃찾사>를 좋아하지만 <웃찾사>가 치고 빠지는 스피드감이라면 <개콘>은 꽉 차인 어떤 것들이 무대 뒤에서 원활하게 돌아가는 거 같다. 백 요새 <개콘>이 내세우는 건 청산유수의 말발인 거 같다. 새로 등장한 ‘말발의 청춘’도 그렇고. 그렇게 정돈돼 있으면서도 속사포 같은 말발을 들으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유행어보다 한 차원 높은 말의 향연이다. 역시 스탠드업 개그의 원조는 다르다는 감탄을 한다. 그 개그맨들에게 미안합니다 차 잘 짜인 코미디, 구조의 코미디란 이런 거구나 하는 거지. 그에 비하면 <개그야>는 사모님, 죄민수 같은 스타를 탄생시켰지만 아직 아마추어적인 느낌을 못 벗어났다. 백 ‘내 인생…’의 김형사는 경상도 사투리의 무뚝뚝함과 무심함을 탁월하게 연기한다. 그렇게 자연스런 연기력을 보이려면 소극장에서 얼마나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갔겠나라는 생각도 들고. 차 <개콘>이나 <웃찾사> 모두 소극장 중심으로 신인들을 키우는데 직접 만나서 들어보면 거기서 먹고 자고 매일 12시간씩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시청자들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개그맨 같지만 몇 년씩 고생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백 그야말로 ‘내 인생에 내기 걸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고생 고생 해서 준비한 걸 5분, 10분 보고 즐거워하는 게 미안할 정도지만 그게 없으면 일주일을 어떻게 살까 싶다. 그것에 길들여져 가는 거 같다. 정리 김은형 기자
백은하 / 차우진.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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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발견 <개그 콘서트>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의 김형사(김원효) “넌 어디 별에서 왔니” 묻고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뚝 떨어져 나온 듯한 신인 개그맨, 너무 노련해서 신인 같지가 않다.”(백은하) “노련해 보이지만 연기할 때 땀이 번진 얼굴을 봤다. 열심히 하는 신인의 풋풋함이 보여서 응원해 주고 싶더라.”(차우진) ■ 최악의 선택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의 엄홍길 편 “무릎팍 도사가 도사 옷 벗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것 같았다. 엄홍길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건 공감하지만 이번 게스트는 까칠하고 마이너적인 무릎팍 정신에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백은하) “나이트클럽에서 어르신 만나는 분위기랄까. 억지로 맞춘 자리 같고, 난데없는 <인간극장>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았다.”(차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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