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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6.04 20:04 수정 : 2008.06.06 15:13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사만다·미란다·샬롯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사만다·미란다·샬롯

언니들이 돌아왔다. 더 이상의 무슨 설명과 수식어가 필요할까. 밀레니엄 이후 전세계 도시 여성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네 명의 여성들이 잘빠진 하이힐의 높은 굽을 또각거리며 걸어오고 있다는데. 기껏해야 값비싼 구두나 사대는 여자들이 등장하는 드라마 한 편이 뭘 했겠느냐고? 물론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와 친구들이 마거릿 생어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아니다. 그들은 여성들에게 세상과 싸우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지만 연애를,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즐기는 법을 가르쳤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와 친구들이 없었다면 소설 <스타일>은 쓰여지지 않았거나 지금처럼 베스트셀러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서인영의 ‘신상’ 구두 갈급증은 미디어와 시청자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9㎝ 높이의 스틸레토힐을 신고 명품 가방을 든 캐리의 후예들이 활짝 웃으며 촛불 집회에 나가는 작금의 사태가 과연 벌어졌을까.

미란다가 가장 최근에 한 섹스는?

딱 4년의 공백이었다. 1998년 미국의 유료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된 이 드라마가 2004년 초 시즌 6으로 막을 내린 뒤 지나간 시간은 4년에 불과했지만 영화화를 애타게 기다렸던 팬들에게 이 시간은 인디아나 존스나 존 매클레인이 귀환하는 데 걸렸던 10년 이상보다 길었다. 미국에서 5월 말 개봉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20년 만에 돌아와 세계적인 화제를 일으킨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간단히 제압하며 아르(R)등급 로맨틱 코미디의 흥행기록을 다시 썼다. 언니들은 건재하다.


시즌 7이라고 일러 마땅한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핵심은 캐리와 빅의 결말도 아니고, 명품 브랜드로 도배질된 카니발 수준의 패션 스타일도 아니다. 주인공들이 40대가 됐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각자의 나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사만다의 생일 케이크에 올려진 50이라는 숫자는 40대가 된 친구들의 나이까지 함께 알려준다. 40대라는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보그> 편집장이 캐리에게 웨딩드레스 화보 촬영을 권유하면서 “40대 신부로서 아름다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할 때 영화 <섹스 앤 더 시티>는 티브이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30대 여성의 에너지를 40대로 확장시키려는 야심을 보여준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인생독본으로 삼았던 20대들은 대부분 30대가 됐다. 그리고 고민한다. 우리가 40대가 되면 지금처럼 살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보다 선명하게 서로 다른 인생을 걷는 네 명의 여성들은 이들에게 새로운 역할 모델 또는 다가올 미래를 보여 준다.

우선 우리의 주인공, 캐리. 빅을 만나 이름을 알기까지 무려 6년의 시간을 결과적으로 인내했던 캐리는 나쁘게 말하면 아직도 ‘이러고 있다’. 개봉 전 공개됐다시피 캐리는 빅과 결혼하기로 한다. 그리고 결혼식이 엎어졌다. 30대여, 독신의 삶이여, 안녕!을 외치고 수백 벌의 옷과 가구들과 20년의 싱글 생활을 함께했던 집을 처분했던 캐리는 모든 걸 다시 원상복구한다. 태안반도 복원사업만큼이나 힘들었던 아파트 복원사업을 하면서도 캐리가 여전히 갈구하는 건 궁극의 사랑. 갈구하는 자에게 희망은 있되 안정은 없나니, 라는 30대 시절 캐리의 모토는 40대가 돼도 여전히 유효하다.

여기서 퀴즈. 사만다도 나이가 들면 정착할까? <섹스 앤 더 시티>는 가장 흥미로운 사만다의 변화를 보여준다. “결혼 따윈 필요 없어, 보톡스라면 모를까”라고 외치던 사만다는 결혼하지 않지만 결혼에 가까운 ‘의리’ 연애를 한다. 자신의 암투병을 묵묵히 지켜봐 줬던 스미스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과 떨어진 엘에이까지 옮겨가 스미스의 파트너이자 매니저로서 살아간다. 얼핏 보면 40대 이후의 안정된 생활이라는 게 가장 극적으로 사만다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남자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한다는 걸 아는 사만다, 그녀는 깨닫는다. 그리고 사만다가 주는 교훈. 사랑은 변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사만다·미란다·샬롯
퀴즈 둘. 미란다가 가장 최근에 한 섹스는 언제일까? 드라마에서 “이렇게 많은 남자랑 자면서 변호사가 됐다니 나도 대단하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던 미란다는 영화에서 현실로 내려왔다. 직장, 가정, 육아까지 미란다에게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는 요소들은 <섹스 앤 더 시티>와 현실 속의 여성들을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주는 것들이다. ‘하룻밤의 실수’라고 애처롭게 말하는 남편의 외도까지도. 캐리가 빅과의 파혼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도 사만다가 의리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도 어찌 보면 미란다에게는 배부른 이야기. 미란다가 하고 싶은 말은 ‘애 딸린 40대 유부녀의 해피엔딩은 30대만큼 간단치 않다, 이 얼라들아’가 아니었을까.

유일하게 갈등하지 않는 샬롯

마지막으로 샬롯. 작가는 아무래도 샬롯을 지나치게 사랑했거나, 샬롯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했는지도 모른다. 샬롯은 네 명의 여인들 중 유일하게 갈등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 자신이 원했던 모든 것을 얻는 것 같은 샬롯에게는 나머지 친구들보다 뛰어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30년 이상 외쳤던 ‘단 한번의 운명적 사랑’이라는 구호를 재혼과 동시에 ‘단 두번의 운명적 사랑’으로 수정했겠는가 말이다. 행복을 원하는가? 그럼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에 재빨리 적응하라. 그럼 마지막 선물은 당신의 것이니까. 영리한 샬롯!

도대체 누구인지는 궁금할 턱이 없지만 도대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궁금했던 캐리와 친구들의 40대 삶. 당신이라면 이 가운데 어떤 미래를 꿈꾸겠는가. 또는 어떤 미래가 보이는가.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태원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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