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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5.28 20:00 수정 : 2008.05.31 14:00

패션 산업의 멀티플레이어를 자처하며 디자인과 광고·방송을 종횡무진하는 우종완씨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PD열전

패션 산업의 멀티플레이어를 자처하며
디자인과 광고·방송을 종횡무진하는 우종완씨

“본업인 의류 관련 일을 주로 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광고 등 작업을 진행하고, 신규 브랜드도 준비하고 있고, 격투기 선수 추성훈씨의 국내 패션 디렉팅도 맡기로 했어요. 방송은 스토리온 <토크&시티>와 온스타일 <스타일 매거진>을 하고 있구요.”

무척이나 바쁜 남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42)의 근황이다. 그의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순위가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하나는 케이블 티브이에서 조근조근 얘기를 풀어놓는 그를 보고 ‘저 사람은 누구길래 저렇게 패션에 대해 재미나게 얘기하는 걸까’ 궁금해서, 또 하나는 프로그램에서 스스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고 소개하는 그를 보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뭐 하는 직업일까’ 궁금해서. 첫번째 궁금증부터 풀어보자.

고소영 등 스타 마케팅을 성공시키다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어머니와 패션 디자이너였던 사촌누나와 형수님, 영화배우로 활동했던 누나까지. 어쩌면 8남매 중 막내인 그가 패션 디자이너를 꿈꿨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1991년 프랑스 파리 패션학교 에스모드로 유학을 떠난 우종완은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파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어요. 다들 패션에 대한 감각이나 디자인의 기본인 창의성도 대단했죠.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옷을 만드는 사람보다 패션을 보고 고르는 사람이 되겠다고, 디자인과 패션을 상업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에스모드와 스튜디오 베르소에서 디자인과 마케팅을 공부했는데 사실, 공부보다는 여행을 더 열심히 했어요.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여행 다니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학교도 모두 ‘졸업’이 아닌 ‘수료’로 마쳤어요. 그래도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제 학교는 유럽이었다는 거예요.”


7년을 파리에서 보내고 한국으로 막 돌아왔을 때 그의 직함은 한 패션 회사의 ‘실장’이었다. “실장보다 더 괜찮은 직함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쓰기로 했어요. 파리에서부터 쭉 되고 싶었던 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거든요. 그때부터 브랜드 이미지부터 광고·홍보 등 전체적인 큰그림을 그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을 시작했죠.”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아이엠에프(IMF)로 힘들어하던 청바지 회사 ‘닉스’의 광고를 맡게 된 것. 모델로 낙점된 고소영과 함께 파리에서 화보 촬영을 했고, 그 화보 속 청바지는 일명 ‘고소영진’으로 불리며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고소영이라는 스타와 청바지의 이미지가 결합된 ‘스타 마케팅’의 시작이었다. 이후 이영애와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촬영한 ‘클럽 모나코’ 광고 캠페인, 이정재·정우성과 함께한 의류 브랜드 캠페인 등 그가 기획한 스타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배우의 장점·단점과 패션 브랜드 이미지의 조화를 추구하면서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내는 게 스타 마케팅이에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또 서로 이해시키면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나오죠. 패션산업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스타의 이미지에 대해 잘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어머니’에 비유했다. “어머니들은 멀티 플레이어예요. 예전 어머니들은 더욱 그랬죠. 밥도 하고, 옷도 만들고, 꽃꽂이도 하고, 집안도 꾸며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패션과 관련된 일, 문화와 관련된 일을 전문적으로 또 전반적으로 하는 사람이에요.” 이쯤에서 두번째 궁금증이 풀렸다.


우종완과 하유미가 함께 진행하는 패션 프로그램 〈토크&시티〉. 스토리온 제공.
방송 역시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하는 많은 일 중 하나다. “방송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 서기는 쉽지 않았어요. 직접 나선다는 게 창피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방송이 패션에서 점점 중요한 매체가 되어 가고, 패션과 방송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방송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가 <토크&시티>라는 패션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배우 이혜영의 제안으로 제가 그 프로그램의 공동 진행자가 됐어요. 다행히 이혜영부터 탤런트 하유미, 개그우먼 김효진 등 함께 프로그램을 하는 이들과 모두 친분이 두터워서 지금까지 즐겁게 방송을 해나가고 있어요.”

<토크&시티>가 10회 방송을 넘길 때까지 그는 자신의 얼굴을 티브이에서 본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워서 차마(!) 보지도 못했다. 지금은 다르다. 방송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고 조금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시청자에게 패션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얼마나 편하고 재미있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에요. 학교에서 배운 것들보다는 경험을 통해 얻은 생각을 쉽게 얘기하는 능력이 저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방송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이나 다름없어요. 빨리 검정고시 보고 대학교까지 올라가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이혜영의 제안으로 〈토크&시티〉 공동진행

그는 하루에도 한두 번씩 <토크&시티>나 <스타일 매거진> 작가들과 통화를 하며 기획을 짜고 아이템을 선택한다. 그가 방송인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광고와 홍보와 정보의 경계가 모호한 패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정확한 정보와 사적인 데 치우치지 않는 취사 선택이 중요해요. 어쩔 수 없이 간접광고(PPL)를 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최소한의 선은 넘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앞으로 방송이라는 매체에서 패션이 차지하는 부분이 늘어날 거예요. 패션이 옷에서 문화로 확장되고 있으니까요. 이 시점에서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방송이라는 매체에서 더 멋진 일을 해보고 싶어요.”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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